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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해마다 이맘때 즘이면 대한민국은 수능 몸살을 앓는다. 이 하루의 시험에 인생의 모든 것이 달렸다는 듯 아이들을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성적 이외의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초중고 12년을 몰아붙인 결과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80년대 중반에 학력고사를 통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수능 몸살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로 학력 무용론이 대두되는 지금도 대다수의 학부모는 좋은 대학에 입학만 하면 된다는 입시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학이라는 목표 이후의 산업 현장에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산업계는 IT 엔지니어 영입에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시가총액 45조 원의 네이버에서도 뽑고 싶어도 개발자가 없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나도 최근 크게 느끼는 부분이 학력과 상관없이 실무에 적합한 양질의 IT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류 때문일까? 몇 년 전부터는 비전공자들까지 컴퓨터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개인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삼아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을 달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매년 배출되는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공학 등 관련 전공자를 감안하면 숫자의 부족만으로 생기는 현상은 아닌 듯하다. IT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은 단순히 코딩 실력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 해결 방법을 찾고 여기에 필요한 논리 구조를 수립해 본인만의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컴퓨터공학이나 인공지능은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지금의 입시에서 요구하는 기계적 계산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수학의 원리와 개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며 길러진 논리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말한다. 기존의 수학 교육 방식으로 훈련된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한 이후 이공계 전공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심지어 수학 공부를 다시 하는 기현상은 12년의 수학 교육이 우리 학생들의 노력과 시간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지금도 대입을 위해 불철주야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살게 된다. 인공지능은 이미 기계적인 일을 넘어 사람의 고유 영역이라 자부하던 글쓰기, 미술, 음악 등의 창작 분야에서도 뛰어난 결과를 만들고 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시키는 일을 하거나 반대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내 아이가 어떠한 인재로 자라길 바라는가? 공식이나 요령에 길들여진 단순한 계산 능력으로는 절대로 인공지능을 따라잡거나 이길 수 없다. 두뇌 싸움의 최고 경지라는 바둑과 체스에서 이미 확인되지 않았나? 미래 인재는 결국 문제 해결 능력에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제대로 된 진짜 수학 교육을 찾고 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 우리 아이의 수능 이후를 준비해야만 진짜 인재로 살아남을 수 있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피크 오일(석유 수요 정점), 피크 카(차 생산 정점), 피크 유스(젊은 인구 정점), 피크 스틸(철강재 생산 정점). 피크 쇼크(Peak Shock) 시대가 오고 있다. 피크 쇼크는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앞에 펼쳐질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대략 1020년 안에 석유,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는 피크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피크 쇼크란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생산하고 소비하던 시대가 마침내 정점을 찍고 가파른 내리막길에 접어들 때 발생하는 충격을 뜻한다. 공급 과잉과 수요 축소의 악순환은 생산 및 고용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과 종사자들은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된다. 충분한 대비 없이 피크 쇼크 상황을 맞이 하게 되면 그 충격은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과 고통은 물론이고 개인 일상생활에도 심대한 위기를 가져온다. 피크 쇼크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19년 한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이 전년 대비 -1.2%를 기록해 통계로 처음 집계된 1971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전북의 경우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GM 군산 공장 폐쇄로 지역경제의 침체가 가중되고 있다. 피크 쇼크에 미리 대비한다면 충격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정답은 가능하다이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은 기술혁신이다. 기술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피크 쇼크의 와중에서도 승리를 거머쥔다. 삼성전자는 2019년 21.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스마트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폴더블폰, 5G 서비스 같은 기술혁신이 시장에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설립된 지 30년도 안 된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파괴적 혁신을 통해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의 기업판도 있다. 신생기업 넷플릭스는 설립자의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 미국 비디오테이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대기업 블록버스터를 밀어냈다. 한편, 위기의식을 느낀 대기업들도 파괴적 혁신을 통해 골리앗의 복수를 하고 있다. 피크 쇼크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문제의식 없이 변화를 읽지 못하면 위기에 직면하고 도태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창조적 변혁을 한다면 새로운 기회의 장이 펼쳐진다. 승부의 관건은 파괴적 혁신을 촉진시키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혁신을 촉진하는 최대의 동력은 경쟁의 촉진이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기업이 피크 쇼크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경쟁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의 4차 산업혁명 분야는 우리에게는 전략적 승부처로써 피크 쇼크의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들 산업의 경쟁을 저해하고 있는 법?제도의 걸림돌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국가와 지역의 산업정책을 파괴적으로 혁신한다면 피크 쇼크를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전통적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라북도도 창의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을 통해 피크 쇼크를 퀀텀점프 할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아마도 세계 곳곳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난민을 돕는다는 이유, 북향민을 돕는다는 이유, 특정 소수민족을 지원한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 세력에게 수 많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릴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미투 운동이 이제야 시작되었지만 그 후 역시 여자와 같이 일하면 불편해라는 시선과 함께 여성배제 또한 시작되었다. 우리는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였던 허정숙 선생에 대해서는 그 이름조차 들어본적 없는 이가 많다. 그녀는 일제강점기 여성운동을 펼치며 조선여성해방동맹 등 여성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한 인물이다. 광복 후 서울로 귀국하다가 남북협상에서 북측 여성계 대포로 참여 후 북한에 정착하여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 및 최고재판소 판사 등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행적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는데, 예를 들어 여성에게도 성욕이 있으며, 여성에게만 정조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이다. 성관계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일제강점기나 해방 후 분위기를 생각하면 입에 올리기 힘든 말들이었고, 실제로 남자들은 그녀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렸다. 성해방과 반봉건운동을 위해 1920년 공개적으로 단발을 하자 성리학자들은 그녀를 패륜아라고 공격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허정숙 선생은 여자도 한 사람의 인간이다라고 주장하며 여성운동을 이끌었는데, 그녀의 다양한 활동들은 그녀를 조선의 푸로레타리아 운동사상 잇쳐지지 아니하는 용감한 투사라는 평을 듣게 하였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월북을 하여 북한정권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최고헌법재판소장 등을 역임한 그녀. 하지만 남한의 군사정권은 그 특유의 여성의 성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바탕으로 그녀의 여성해방론, 성해방론을 비판하였다. 또한 그녀가 월북하여 북한정권의 각료에 역임되었다는 이유로 남한정부의 비판의 대상이자 거론하기도 어려운 금기의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하였다. 현재까지 그녀는 약산 김원봉 선생과 마찬가지로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기준 상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한 자에 해당하여 서훈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상훈법이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하고 형을 선고받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서훈 취소사유로 정하고 있어(상훈법 제8조 제1항 제2호), 이런 취지에서 허정숙 선생의 행적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포상 심사기준은 행정규칙 단계에서 국가가 추구하고 기념하여야 할 방향에 반공주의적 시각을 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없고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도를 무시하는 과락요소와 같은 절대적 기준이 될 우려가 있다. 이 점에서 허정숙 선생의 활동을 반공주의 시각을 전제로 공(功)과 과(過)로 구획하고 보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한 역사적 평가가 아니라 할 것이다. 미투하는 여성들을 내부고발자라는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회 곳곳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2020년이다. 이러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 수많은 남성들의 비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여성운동의 비전을 제시하고, 여성들도 인간으로서 개성과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해방과 자립을 외친 조선의 콜론타이, 허정숙 선생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운 이유는 뭘까.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고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논에는 황금벌판으로 자태를 뽐내고 밭에는 무, 배추, 고구마 등 온통 초록들판으로 물든 아름다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나 황금물결은 자취를 감추고 여기저기 낙엽이 떨어지고 아름다움을 연출했던 곳은 허허벌판으로 변하고 쓸쓸하게까지 느껴진다. 분명 우리 고향도 많이 변했다. 어릴적 나의 꿈을 키웠던 학교도 존재하고 친구들과 뛰놀던 뒷동산은 그대로 있지만 환경과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어릴적 옆집 친구네 집은 없어졌고 앞집에는 최근에 귀농한 사람이 살고 있다. 서로 의지하고 공동상생을 바탕으로 살아왔던 마을의 향수는 감소되고 길거리에는 크고작은 농기계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들판에서 일하는 분들은 종전 동네사람에서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농업이 과거 생존수단의 방식에서 이제는 농업도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개발과 농촌산업화의 영향으로 우리의 뒷동산은 불도저, 굴삭기 등으로 논, 밭으로 탈바꿈했고 비닐하우스가 여기저기 서로 경쟁이나 하듯 들어서 있다. 고향은 우리의 어릴 때 추억으로 그려본 향수의 흔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고 부모님 세대가 고난을 이겨가며 지켜왔던 나의 고향,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급격한 인구감소는 고향의 또다른 고민거리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먼 훗날에 변모할대로 변모한 고향 땅은 있을지 모르지만 지방자치제의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고향이 이향적인 상황에서도 어쩌면 인간의 귀향본능에 따른 그리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고향은 사전적 의미로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하지만 현대인은 향수만 간직한 채 살아오고 있다. 변화되고 부정적인 의미의 고향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어 나가는 고향심기운동을 펼쳐보자. 이제부터라도 출향인들은 변화된 고향을 홍보하는 전도자가 되어보자. 고향은 앞으로 우리가 다시 희망의 보금자리로 찾아가게 될 것이다. 고향은 미래의 땅이다. 21세기의 대도시 위주 발전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도시의 개발은 발전의 포화 상태가 되고 탈출구를 요구한다. 그 돌파구는 잠재력이 있고 무한 가능성을 두고 있는 내 고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향은 지금 혁신적인 변화 속에서 귀향을 홍보하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농공산업단지, 힐링타운, 농업기계화 및 현대화, 고령화시대에 맞춘 최신병원시설, 문화예술공연 시설, 교육인프라 및 농축수산물의 판로확보전략, 농업 전문직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등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출향인들을 환영하고 있다. 필자도 인생의 제2막 생활을 하면서 종종 고향을 찾는다. 향수와 넉넉한 민심은 유년기 시절보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고향비전을 위하여 헌신을 다하고 있는 공무원 및 고향 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함을 표한다. 고향을 방문한 출향인들에게 따뜻한 덕담 한마디는 마음 속으로 넉넉함을 느낀다. 청년들이여! 그리고 장년들이여! 고향을 노크하여 남부럽지 않은 경제적 부자와 만족하는 정신적 부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 감성적 고향과 소득주도 경제적 고향은 느낌부터 다르다. 현실에 적응하고 미래에 생각할 수 있는 고향 모습을 그리며 고향을 가슴에 품은 여유를 가져보자.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너는 어린 네 동생도 벌써 깨친 구구단을 아직도 못 외우니?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구구단 암기를 잘 못하는 초등학생 누나를 혼내며 하시던 말씀이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숫자들의 특성과 수 세기의 원리를 스스로 깨쳐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도 곱셈식의 답을 낼 수 있었다. 동네의 어르신들은 이런 내가 신기한 듯 이런저런 곱셈 문제를 내기 일수였고 나는 놀라는 어른들의 반응이 재미있어 답을 척척 맞히곤 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1~2학년이 된 아이들이 수학 공부 중 겪게 되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구구단이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구구단은 전 세계 수학 교육에서 연산의 필수 과정으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해 왔지만 교육 방식은 여전히 무조건적인 암기에만 의존하고 있다. 컴퓨터(계산기)의 사용이 일상이 되고, 웬만한 일은 인공지능(기계)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 사람의 직업을 대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구구단 암기가 과연 미래를 대비한 올바른 수학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초등 저학년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하고 다뤄보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때 아이들의 뇌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가득한데,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호기심과 상상력은 무시한 채 무언가를 무작정 외우라고만 강요하니 싫어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수학으로 인한 첫 번째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든 지나 결국 9단까지 외우게 되고, 이후 2~3학년 과정에서 나오는 연산 문제는 대부분 풀게 되므로 학부모는 이에 만족하며 안심을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후의 분수 단원에서 발생한다. 분수는 소위 첫 번째 수포자 구간으로 악명이 높은데, 숫자의 특성과 곱셈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아이들은, 자연수를 벗어나 더욱 어려워진 분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의 유형별 요령을 또다시 암기하게 된다. 결국 출제자가 문제 유형을 조금만 바꾸어도 이에 맞는 공식과 요령을 꺼내지 못해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무작정 외우는 구구단이 약이 아닌 독이 되는 이유이다. 우리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도 숫자의 특성과 수를 세는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깨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자문해온 나는 수개월 전부터 <깨봉수학>의 연구팀과 함께 수포자 양산의 근본적 원인이자 독이 되는 구구단 암기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해왔고, 드디어 게임처럼 즐기며 수와 곱셈의 원리를 깨칠 수 있는 <깨구단>의 개발에 성공했다. <깨구단>은 구구단을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수의 특성과 곱셈의 원리를 모두 시각화해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화하며 깨우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수학으로, 내가 구구단의 존재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에 스스로 곱셈의 원리를 깨쳤던 방식을 그대로 담아냈다. <깨봉수학>의 홈페이지(www.quebon.tv)를 통해 무료로 배포 중인 <깨구단>으로 부디 많은 아이들이 구구단 암기의 늪에서 빠져나와 수학은 암기과목이라는 잘 못된 첫인상을 떨쳐 내길 바라며, 나와 <깨봉수학> 연구팀의 노력이 수학을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 논리력을 마음껏 기를 수 있는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얼마 전 배우 조 정석씨가 출연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슬기로운 집콕생활,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슬기로운 방역생활 등등등. 슬기로운이라는 단어가 요즘 들어 참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저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슬기롭게 터득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월 일평균 수출액이 코로나 이전인 1월 이후 9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등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도 악순환이 지속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여전한 것 같다. 국가경제도 어렵지만 지역경제는 더 심각하다. 저출산과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악순환으로 조만간 상당수의 시군이 소멸될 거라는 우울한 보고서가 연일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의하면 228개 시군 중 46.1%인 105개가 지역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소멸대상의 90% 이상이 비수도권에 몰려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슬기로운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방 선순환론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역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도시와 국가혁신클러스터에 인재, 투자, 일자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75조원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해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긴밀히 결합함으로써 지역 발전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켜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하였다. 정부 정책입안자들이나 자치단체장들은 다양한 정책 추진과 상생협력을 통해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여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4차례 추경까지 한 이유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투자 확대 소득 증가 소비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요즘 지방에서 스스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대구경북 통합론, 광주전남 통합론, 부산울산경남 통합론 등도 지방소멸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수도권 블랙홀에 대항해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역의 몸부림이다. 지난 10월 29일은 제8회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17개 시도가 다시 모여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역균형 뉴딜 분과를 출범시켰다. 지역균형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참여와 협력, 국회의 적극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3분기 GDP 성장률이 플러스 반등이 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경제는 어렵다. 악순환을 구조적으로 차단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생각보다 더 빨리 사라지는 게 현실로 곧 다가올 것만 같다. 이번에야말로 절박함을 가지고 중앙과 지방이 진정으로 협력하여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활력 넘치는 지역경제, 청년이 모여드는 지역사회가 되는 슬기롭고 지속 가능한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음식은 색과 향, 그리고 그 당시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한다. 내가 어릴 적 군산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에서 운동회나 소풍, 자모회 모임 등 행사가 있을 때면 학교 바로 옆 빵집에서 핫도그, 소보로빵, 땅콩크림빵을 주문하였다. 여름에는 그 빵집에서 진하고 달달한 밀크셰이크를 먹으며 가끔 빵집에 방문하는 파란 눈의 미군들을 세상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였다. 물론 미군이 웃으며 인사하면 저기 멀리로 도망가기 일쑤였지만. 지금 그 빵집은 너무나도 유명해져 문 안으로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봐야만 하는 첫사랑이 되었다. 중학교 때 매점에서 어묵국수와 빵을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도, 학교 정문을 내려가면 호롱박 모양의 작은 빨간 플라스틱 그릇을 들고 호호 불어가며 어묵국물을 먹던 기억도 난다. 100원짜리 어묵을 먹으면서 아 어묵으로만 배터지게 먹고 싶다고 아쉬워하며 입맛을 쩝쩝거리곤 했다. 엄마와 시장에 가면 매일 피순대를 만들어 판매하시는 할머님께 순대 1000원어치 주세요라며 1000원의 행복을 느꼈던 기억도 난다. 어릴 때부터 난 토끼탕, 내장탕, 갈비탕 등 각종 탕들을 즐겨 먹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동네 탕집은 잡내 하나 없이 맑은 국물에 내장탕을 지글지글 끓여주시곤 했다. 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물론이고 허파와 고기전, 미역부침, 콩나물 무침 등 탕 하나 주문해도 반찬까지 한 상 가득한 음식이 나왔다. 백반집 어디를 가도 박대나 조기구이, 생선탕, 나물 등 각종 반찬들이 한 상 가득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잡탕과 잡채를 시켜 몸보신(?)하는 마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곤 했다. 영동의 통닭집에서 통닭을 주문하면 바삭하게 튀겨진 닭 한마디로 닭똥집까지 배달되었다. 그 황토색 닭 봉투가 오면 우리 식구 모두가 환호하며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누가 닭다리를 차지할지부터 남은 닭똥집은 누가 먹을지가 최대 사안이었다. 면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면순이여서 집 근처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와 중화요리 집에서 짬뽕을 즐겨먹기도 하였다. 서울에 오고 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는 반찬으로 김치와 단무지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각종 탕을 주문해도 나오는 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전부였다. 처음엔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 놀랐다. 군산에서는 어느 식당이든지 들어가면 맛있었는데, 여기 서울에서는 맛집을 수소문하며 찾아다녀야 저 멀리에 있는 맛있는 식당을 갈 수 있었다. 일반 반찬으로 제공되는 고사리와 콩나물 무침, 파김치, 갓김치, 고등어조림 등의 반찬들은 따로 단품메뉴로 사먹지 않는 한 찾기 힘들다. 단품메뉴들도 가격이 비싸서 여러 개를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당장의 배고픔만 해결할 수 있도록 아무거나 입에 넣어야 하는 느낌. 여기 차가운 도시에서는 식사하다가도 늘 부족한 거 없냐며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는 고향 사람들의 인심과 따뜻함이 없다. 아,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난 언제 고향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어릴 때 그렇게 정이 듬뿍 담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안분해야 하는 걸까. 먹을 때 세상 행복함을 느끼는 나는 지금도 차디찬 공장 어묵 하나를 입에 물고 차가운 방에서 칼럼을 쓴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얼마 전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고향방문 자제하기, 단체 모임금지 등으로 고향방문 인원이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사회의 급격한 가치관 변화 등으로 출향인들은 타향에서 제2의 고향살이를 하고 있지만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은 영원한 안식처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전통풍습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한순간에 변화하고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두렵기까지 하다. 추석이 다가오면 형제, 자매들이 일정을 세워 조상 묘소의 벌초를 하고 오손도손 모여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 등 서로 안부를 묻는 것으로 대면의 만남에서 가족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차례를 지내고 부모, 형제 친지들과 서로 덕담을 나누면서 가족으로 공동 일체감도 가질 수 있었다. 올해 추석 벌초 등은 대행업체 등 타인의 손에 이루워지고 특히 부모, 형제, 자매가 있는 출향인은 대부분 고향방문 대신 전화로 안부를 대신했다. 명절 때마다 거리에 나부끼는 고향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 등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국가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함께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고향은 지금 우리를 부르고 있다. 지긋지긋한 장마와 태풍이 언제 지나갔는지 우리의 뇌리에서 차츰 잊혀져 가고 있는 요즘에 고향 들녘은 온통 황금물결로 넘실거리고 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미풍에 흔들리며 고향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하고 장마와 태풍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국화 꽃봉우리는 출향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제라도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나홀로 고향을 찾아가 보자. 부모님들은 자나깨나 자식걱정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지만 서운해하고 계실 것이다. 이젠 명절도 지나갔으니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실천하면서 조심스럽게 노크해 보자. 방역은 지속적이지만 진정한 자식의 도리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가을은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며 고향이 그리워지는 낭만의 계절이다. 고향의 각종 축제 및 행사가 취소되고 있지만 고향 하늘은 유별나게 높고 푸르다. 산야는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어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릴적 추억이 담겨 있는 내 고향 산과 바다를 가슴에 담아내는 여유를 가져보자. 피땀 흘려 지은 과일, 곡식, 채소, 수산물 등을 지자체별로 드라이브스루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며 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분명 애로사항은 있을 것이다. 출향인들도 함께 동참하여 농수산물 판로개척 등 고향의 결실을 함께 만들어 가자. 코로나19의 방역 추진과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소통하고 고향과 함께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좀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향인들은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현실에만 안주하지 말고 고향에 능동적으로 빠져보자. 지금 고향의 가을은 들과 산, 바다에서 그리고 명품 과일,곡식, 채소, 수산물 등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고향인과 출향인이 함께하고 같이 간다면 분명 위기가 기회로 전환되는 그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기초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타 과목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11.1%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발표한 초?중학교 학생 50명의 성장 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분수를 배울 때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학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수학은 고도로 추상화된 학문이다. 예를 들어 사과 한 개와 배 한 개가 있을 때 수학은 과일의 종류, 색깔, 크기, 맛 등 부수적인 것을 모두 걷어내고 1+1로 표현한다. 사물에 대한 묘사를 생략하고 숫자와 기호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상화된 수학을 가르치는 입장이 아닌 배우는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까? 모든 것이 궁금하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초등학교 시절은 아이들이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며 상상력을 키워가는 중요한 시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의미를 묻는 아이들에게 현재의 수학 교육은 무작정 공식을 외우도록 강요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 대신 반복적인 문제 풀이만을 강조한다. 즉, 사고를 통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환경에서 학습한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에 흥미를 잃고, 왜라는 질문이 사라지며 결국 수학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학이 단순히 시험 성적을 잘 받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과목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핵심 학문이라는 점이다. 2016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 미래의 직업은 2020년까지 선진국 등 15개 국에서 71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새로 생기는 200만 개의 일자리 중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과 연관된 40만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외의 많은 일자리에서도 수학의 필요성이 입증된 것을 보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사고의 근간이자 핵심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수학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미래를 대비한 수학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와 교육자가 나름의 의견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의 특성과 학습자의 관점, 그리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를 감안해 수학에 대한 장벽을 무엇으로 낮추고,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과 제도권의 교육 기관에서 수학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개발한 깨봉수학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것도 이러한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작금의 구태의연한 수학 교육을 계속 고수한다면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없을뿐더러 수포자가 늘어나는 현상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수학 교육에 대해 우리 모두의 인식과 패러다임을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 영문 자판은 쿼티(QWERTY) 배열이다. 초기의 타자기 개발자들은 타자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타자기가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쿼티 배열을 고안해낸 것인데 이후 컴퓨터 자판에도 더 나은 알파벳 배열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타자기의 배열을 그대로 쓰고 있다. 기술이 진전되어 보다 효율적인 자판으로 바뀌는 것이 가능했으나,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익숙하고 친숙한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자판으로 보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변화와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의 Arthur와 David 교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 개념을 사용했다. 경로의존성이란 한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이는 고착효과(lock-in effect), 매너리즘(mannerism), 관성(inertia) 등과 유사한 의미를 말한다.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드디어 비수도권의 인구를 추월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2019년 10월 주민등록통계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97곳(42.5%)에 달했다. 전라북도의 경우 14개 시군 중 전주, 익산, 군산을 제외한 11개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난 고향, 마을이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충격적이다. 정말 심각하게 주목해야 할 통계수치이다. 지방소멸의 근본 원인은 저출산과 수도권 비대화에 있다. 수도권 인구가 40%에서 50%로 올라서는 데 50년이 걸렸다. 수도권 집중 추세를 제어하지 못하면 수도권 인구가 60%로 질주하는 건 시간 문제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 지고 지방은 고사 직전이다. 기존 정책만을 계속 고집하다 보면 경로의존의 함정에 빠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중앙, 지방 모두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로창출(path creation)을 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민선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지방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로 인한 지역의 붕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이웃 자치단체의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혁신적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새로운 경로창출을 해 나감으로써 지방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좋은 기업, 좋은 일자리가 지역의 지식과 인재, 산업과 연결되기 위해 지역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의 행정통합 논의도 수도권 블랙홀을 막아 보려는 지방의 새로운 경로창출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경로의존성을 탈피하고 새로운 경로창출을 위해서는 엄청난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들어간다.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새로운 혁신적 경로창출을 위한 중앙정부?정치권의 창조적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지금의 지방 소멸위험을 극복하고 활력 넘치는 지방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지금까지 두 번의 자살기도를 하였다. 한번은 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 다른 한번은 성폭행을 당했을 때. 하지만 며칠 전 용기 내어 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내가 지원하는 북향 여성들이 스스로가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자책을 하고 보복을 두려워하고 혼자 견디는 그 마음에 너무나도 힘들어하다가 수없이 자살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당한 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자책하지 말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 나는 관계자들의 연락과 모르는 전화들에 시달리면서, 다시 한 번 아팠던 그 때로 돌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지인들이 연락해서 같이 울어주고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었기에 그나마 흔들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지인이자 선배이기에 "선생님 전화하셨어요?"라며 반갑게 받은 전화. 하지만 이내 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방송 봤어요. 왜 그렇게 대책없이 용감해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루하루 응원에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으며 살고 있는데, 그 분은 너무 대책없다고 몇 번이고 웃으셨다. 내부 폭로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며, 성폭행을 당한 일이 무슨 자랑이겠는가. 나는 다수의 북향민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에 아팠고,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게 너무 싫어서 정말 용기를 내어 힘겹게 말한 거였는데, 그 분은 내 스스로의 신변은 고려하지 않을 채, 앞뒤 계산하지 않고 이야기한 내가 그저 대책없고 무모하게만 보였나 보다.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왜 수많은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해 자살하거나 그렇게도 힘들어 했는지. 왜 사회 정의를 위해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고 힘들어 했는지. 무엇보다 성폭행 피해여성들에게 쏟아지는 여러 이야기 중, 그 몇 사람의 비난과 비웃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 그 자체를 포기하는지. 수많은 사건을 진행하면서 피해사실을 이야기한 여성이 죽기 바라는 사람들을 보고 다짐을 해 온 게 있다. 나만큼은 절대로 스스로 삶을 다시 놓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든 버텨볼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도 보복이 두렵고, 무섭고, 다시 그 끔찍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 어떤 사람이 정말 의미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자살이라는 것은 결국 현재 슬픔과 아픔이라는 공간에 갇힌 사람이 그 굴레에서 나오지 못하고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당신이 별 의미없이, 아니면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했던 그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달라지게 할 수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가게 할 수도 있다. 온 몸과 정신이 피폐해진 사람에게 던지는 가학적인 말 한 마디가 그 사람을 칼로 난도질하는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그 응원들이 피해여성들이 하루하루 견딜 수 있게 하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는 것도.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코로나의 영향으로 온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장마태풍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답답함에 위안을 얻고자 무박 일정으로 무작정 고향으로 향했다. 인생에서 지금까지도 필자는 바깥 세상에서 추상적으로만 내면의 일상적인 고향만 논하고 바라보았다. 어려운 시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고향에 파묻혀 고향을 알고 싶었다. 내 고향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고창이다. 고창은 지리적으로 강과 산, 바다, 논밭, 갯벌 등을 모두 갖고 있는 태고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고속도로를 달려 고창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되어 끼니도 해결할 겸 고창읍내 전통시장을 찾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장날이지만 한산했다. 시장 내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고구마순을 정리하고 있는 할머니가 낯설지 않고 정겹다. 시장 내 식당에서 국밥 한 그룻으로 허기를 해결하고 농축수산물 판매장을 찾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창수박에 높을高고창 브랜드가 붙어 있었다. 판매자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농생명 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한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고창군이 농생명 식품산업 육성을 최우선 비전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높을高고창 브랜드는 최상의 안심먹거리 공급을 백년대계로 추진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황토에서 생산되는 수박, 멜론, 쌀 등을 시작으로 최고급품에만 브랜드를 부착하고 쌀의 경우 생산량 1%만 브랜드를 부여함으로써 차별화한다. 농생명식품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데 고창인으로 자부심을 가져본다. 고창읍내릍 벗어나 자동차로 10여 분 만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고인돌 유적지에 도착했다. 온통 코로나19의 방역예방수칙 간판과 경고판, 현수막이 내걸려 모든 볼거리를 방해하고 있어 아쉬웠다. 고창 고인돌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자랑한다. 고분에서 금동신발과 중국청자 등 청동기와 철기시대 지배계층의 유물이 다량 출토되며 고창이 문명사적으로도 중심지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니 호남인의 긍지를 가져본다. 고인돌 유적지를 관람한 후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명의 슾지인 운곡람사르슾지와 심원 갯벌을 지나 동호 해수욕장, 구시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벌써 바닷가는 붉게 물든 한폭의 풍경화로 변해 낙조를 만끽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구시포 해수욕장 앞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모친이 계시는 곳으로 향했다. 고창은 고창읍성-선운사-고인돌유적지-갯벌-습지-온천-상하농원 청보리밭 등 다채로운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먹거리가 산재해 있는 고장이라 계절별로 올 때마다 색다르고 오감을 만족하는 포근함을 느낀다. 수박, 복분자, 땅콩, 멜론, 고추, 무, 배추, 양파, 고구마, 가시오가피, 보리, 아로니아, 풍천장어 등은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 생산지가 되어 있고, 더 나아가 식초산업과 장(된장고추장), 김치, 전통주, 젓갈 등 발효식품도 대표1번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고창이 격변하는 농어촌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상생의 길을 가고 있음은 고향에 희망이 있고 진화변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청정지역인 나의 고향이 장마에도 큰 피해 없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농생명 문화와 고향 상생발전의 비전을 보고 희망을 가져본다. 고창이여 영원하라!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격돌 이후, 세상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지배할 것처럼 격변하고 있다. 알파제로는 독학으로 바둑을 배워 알파고에게 전승을 거두었고, 지난 5월 OpenAI가 공개한 범용 인공지능 GPT-3는 대화, 글쓰기, 코딩,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선보여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알파고 충격 이후 4년 만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산업혁명 이후 250년간 겪은 변화를 30년 안에 만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후의 미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렇듯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이를 대비해야 할 우리의 교육은 어떨까?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주입식 인재를 뽑는 입시 정책과 이에 맞춘 교과 과정을 주입식으로 소화해야 하는 교사. 상위권 대학에 합격해야 된다는 학부모들의 욕망, 이 욕망을 이권으로 만드는 사교육 시장이 우리 교육의 민낯은 아닐까?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며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 것이며,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이 있다. 핵심은 국내 최고 대학이라 자부하는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나 비판적 사고가 전혀 없는 주입식 인재일 뿐이며, 지금까지의 교육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서울대 졸업 후 미국 USC에서 공부하며 한국의 교육 정책이 글로벌에 비해 매우 뒤처졌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는 귀국 후 더욱 확고해졌다. 당시 초등 저학년이던 딸을 포함해 수많은 아이들이 미래의 핵심 학문인 수학을 대부분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모든 것이 수학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는 수학 잘 한다를 입시 만점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이 문제다. 수학이 중요하고 수학을 정복해야 하는 이유는 입시 때문이 아니다. 수학을 통해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을 길러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인공지능을 설계하며 활용하는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 능력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수학을 다루면서 인공지능과 IT산업 경험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1.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끄집어 내는 능력 2. 문제의 보이는 변화 와 숨겨진 변화까지도 파악하는 능력 3. 아는 것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 4. 전후 사실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거나 논리를 추론하고 파악하는 능력 5. 숫자와 기호를 이미지로 상상하고 변형하며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는 능력 인공지능 시대는 주어진 공식과 요령만 달달 외워 정해진 틀의 문제를 기계처럼 풀어내는 주입식 인재는 쓸모없다. 이는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내가 잘나가던 대기업의 임원직을 내려놓고 험난한 교육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들보다 좀 더 앞서 미래를 보았고, 수학을 통해 다섯 가지 핵심 능력을 길러낸 인재만이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수학을 통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 능력을 기르고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롭고 혁신적인 수학 교육법에 한시라도 빨리 눈을 떠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주춤하는가 싶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1.3%로 하향 수정했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역소비가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지역 일자리가 무너져 지역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힘내라! 대한민국,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힘든 고통 속에서 서로 위로받으면서 슬기롭게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다. 침체된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자치단체장들은 앞 다투어 다양한 시책을 추진했다. 힘내라! 지역경제 운동이 지역 스스로 활발하게 전개된 것이다. 격론 끝에 지난 5월 사상 처음 이뤄진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은 8월 31일까지 약 4개월간 자기가 속해 있는 지역에서만 소비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예상보다 크고 빠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중기부가 소상공인 사업장 300곳과 전통시장 220곳 내외를 대상으로 매출액 동향을 파악한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8주 연속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7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재난지원금으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가 호전되었다라는 답변도 70.5%에 달했다. 한편,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소비를 촉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사랑상품권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더욱 탄력을 받아 확대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소비를 연말까지 이어가기 위해 올해 6조원으로 예정된 상품권 발행지원 규모를 9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할인율도 연말까지 10%를 유지해 소비 활성화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약 5조 8천억원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었고, 상품권 발행 지자체도 19년 172개에서 20년 230개로 늘어,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행안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분석 결과를 보면 주로 음식점, 유통업, 학원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서 사용되어 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내년에는 15조원으로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도입된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통해 소중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동네의 가게가 문을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착한 소비가 시작됐고, 내 이웃과 동네 공동체를 재발견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얼마 있으면 추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근로사업재산소득 등 3대 지표가 일제히 감소하면서 역대 첫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피폐해진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 지원도 추석 전에 마련할 계획이다. 모든 정책은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지 지역 공동체가 서로 신뢰하고 내가 아닌 우리 서로가 공동창조(cocreation)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라! 지역경제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당신은 이번 사건 강간이 첫 경험이었나요? 순간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맡은 북향여성 강간사건의 가해자 측 변호사의 질문이었다. 세상에. 이 여성이 전에 성경험이 있다면 강간이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건가. 강간의 법적 구성요건이 순결인가. 도대체 저 시대착오적인 질문은 왜 하는 걸까. 북향민이라서? 여자라서? 도대체 왜? 1심 증인신문 내용을 읽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2020년인데, 내가 어릴적에나 들을 수 있던 그 이야기를 법정에서 그것도 피해자에게 가해자 측 변호사가 하고 있다니. 피해 여성이 그 자리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협박에 시달리고 자살기도를 해왔는데. 그런 피해여성에게 공개법정에서 첫 경험 여부를 물어본다는 사실 자체에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여러 번 성범죄 현장에 있었는데,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는 공원에서 한 아저씨가 나에게 사탕을 줄 테니 와보라고 해서 따라갔다가, 내 앞에서 바지를 벗고 자신의 성기를 만져보라고 해서 울면서 도망가기도 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숨바꼭질을 하다 교회옥상에 숨었는데, 교회오빠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내 바지를 벗기고 있기는 것이 아닌가. 마침 술래였던 내 여동생이 언니~ 찾았다라고 나를 발견하여 아 내가 술래야? 하고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나 말고도 아마 전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많은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었으리라.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 나올 수 있었을 뿐이었다. 성에 대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 여자가 그런 이야기를 말하는 것 자체가 정숙하지 못한 날라리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주말의 명화를 보다가 키스 장면이 나오면 엄마가 시키는 대로 조용히 다리에 덮고 있던 이불을 머리위로 올려야 했다. 내가 다녔던 군산여자고등학교는 전북 최고의 명문여자고등학교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고 우리는 늘 교복의 한쪽 가슴에 녹색 띠를 착용해야 했다. 우리들끼리는 순결 띠로 불렸다. 우리가 순결한 여고생임을 증명하는 띠였기 때문이다. 조회가 끝나면 학교 중앙의 신사임당 상 앞에 가서 신사임당처럼 현모양처가 되겠다고 다짐하는게 정해진 순서였다. 나는 그렇게 보수적인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정작 성폭행을 당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성행위에 대해 여자에게만 일방적 책임을 묻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숨죽이며 말못하는 피해자들이 없지 않았을까. 다들 그 아픈 기억을 잊고 사는 것 같지만, 성폭행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을 망가트린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며 눈물 흘리고 있다. 지금 군산여고 후배들의 교복에는 순결 띠가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고 몸과 마음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누구도 그 아이들의 몸을 함부로 하거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그루밍의 덫에서 나올 수 있도록 성교육을 받고, 과거 예전의 나같이 무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삶의 주인인 한 인간이자 여자로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성적주체성과 자기결정권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후배들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당신은 강하고 담대했으면 좋겠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얼마전 전북이 고향인 국회의원 당선축하 행사가 재경 전북도민회 주관으로 서울의 P호텔에서 있었다. 전북출신 연고 국회의원,애향단체 주요임원,전북과 연고가 있는 각급 기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로 소통하고 아름답고 품격있는 행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애향심을 고취하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제21대 국회의원 300명중 우리고향 지역구 국회의원10명과 출향인중 전북출신과 연고가 있는 국회위원 36명으로 총 46명이 함께 하였다. 필자는 애향단체 임원으로 참가하여 몇몇 의원들과도 격의없는 대화도 가질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중진 고향출신 국회의원이 당선자 전원을 소개하고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소감을 발표하는 의원들마다 진한 고향애를 느낄수 있었으며 이분들이 합심하면 우리 전북에 크고 작은 국책 사업등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참석한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향의 정과 고향의 민심으로 희망의 씨앗을 뜸뿍 받아 국가를 위해 일할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는 내용과 출향인 국회의원들은 어머니 품속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내 고향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단합의 자리였다고 본다. 덕담과 고향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 행사가 주는 의미는 아주 좋았다고 보면서 몇가지 당부하고 부탁하고 싶다. 모임 때 분위기처럼 서로 다짐하고 고향을 위해서 함께 하겠다는 초심을 끝까지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체 국회의원들의 약 15%가 우리 전북과 연관이 있고 함께 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우리 전북의 지자체별 크고 작은 현안 사업등이 산적해 있는 내용들을 우리고향의 발전을 위해서 물꼬를 터주는 역할과 어떤때는 교두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소망해 본다. 아울러 지역구 의원분들은 현장과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고향을 자주방문 하겠지만 출향인 의원분들은 고향을 자주 방문한다는 것은 지역구 민생해결 현안사업 해결 등 의정활동으로 고향방문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고향인들은 고향을 찿아주는 그자체가 큰 영광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고향의 크고작은 행사를 통해서 고향의 존재감을 느끼고 고향인들이 각 분야에서 국가발전에 공헌하고 있음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존경하고 있다. 고향방문은 고향사람에게는 큰 위안과 희망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시간을 자주 내지는 못하겠지만 고향을 자주 찿아주기를 부탁 드리고 고향인들은 먼 객지에서 찿아오는 자식들 이상으로 환영하고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금번 행사를 주관한 재경 전북도민회 회장 및 관계자 분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묵묵히 고향발전과 화합을 위해 선봉자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재경시군민회 사무총장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도 전북사랑이란 순수한 마음으로 소중하고 의미있는 자리에서 전북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하고 고향발전에 초석이 되겠다는 당찬 모습에서 고향발전의 희망을 보았다. 전북인으로 국가정책,입법을 다루는 국회의원 분들에게 늦은감은 있지만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후대에 귀감이 되는 영원한 자랑스러운 전북인의 표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얼마 전, 강원도 교육청 연구회에 소속된 초등학교 교사들의 요청으로 수학 교육의 새로운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초대되어 약 2시간의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을 바꿔보고자 삼성화재 임원 시절부터 10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개발한 깨봉수학을 2018년 말부터 서비스하고 있는데, 현직 교사 몇 명이 깨봉수학을 접한 후 내용과 혁신성에 크게 감명받아 연결된 자리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현직 교사 25명의 뜨거운 환영 속에 시작된 강의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했던 분위기와 달리, 왜? 초등수학 6년을 배우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될까?라는 무겁고도 진중한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질문과 생각이 교류되었다. 우리는 수학을 왜 배우는 것일까?, 교육부 정책으로 수학 교과는 해마다 쉬워지는데, 왜 갈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게 될까?, 우리가 가르치는 교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등등 현직 교사로서 그간 간직해온 고민과 해답을 찾으려는 열정 가득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무시-변화-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기르는데 수학만큼 적합한 학문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무시를 통해 본질을 꿰뚫는 능력,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능력, 그리고 여러 사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능력이며, 천재들의 특징이기도 한 이 세 가지 능력을 얻기 위해 우리는 수학을 배우고 정복해야 하는 것이다. 약 3,000여 개가 넘는 수학의 각 개념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표현에 따라 영역이 나뉘는데,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는 최상위 개념부터 핵심을 계속 파 들어가다 보면, 결국 모든 수학이 0과 1과 더하기로 이루어졌음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하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이 세 가지 개념의 진짜 의미를 꿰뚫고 이후 자연스러운 호기심에 기반해 상위 개념으로 확장하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은 각 개념의 의미와 개념 사이의 관계를 활용해 처음 보는 문제 속에서도 상상력을 펼치며,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정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수학 교육은 쓰이지도 않을 문제들을 공식 암기와 요령으로 풀어내는 입시용 계산기만 찍어내고 있다. 사람(人)을 위한 교육임에도 쓸모없는 기계를 만들어 더욱 뛰어난 실제 기계들과 경쟁을 시키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연구회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즉, 수학이라는 학문을 배우는 목적과 수학을 바라보는 제도권의 관점부터 잘 못 돼있다 보니 내용과 틀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혁신이 그러하듯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의 교육 트렌드가 서울의 대치, 목동 등 입시로 기형화된 몇몇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선진 교육법과 혁신 교육을 도입하는 시도는 대부분 지방의 학교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강원도라는 지방에서 만난 25명의 교사들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안을 찾고 있었다. 나는 이들의 열의와 행동이 결국 교육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확신한다. 4차 산업혁명은 수학이 국부가 되는 시대다. 우리는 오로지 교육과 사람의 힘만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히 들어섰지만,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앞으로의 경쟁은 또 다른 차원으로 펼쳐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더욱 창의적이고 행복한 인재로 자라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활용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수학교육을 바꾸어야 한다. 수학을 바꿔야 모두 바뀐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올해 초 전 국민을 트로트 열풍으로 몰고 간 미스터트롯이라는 한 종편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최고 시청률이 35.7%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받는데 분위기를 타 이 방송사는 대한민국의 트롯의 역사는 미스터트롯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로 홍보할 정도로 분명 미스터트롯은 한국 트롯 프로그램의 터닝포인트였고, 거기에 출연하여 우승권에 들었던 참가 가수들의 인생도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라고 하면 대개 마라톤의 반환점이나 어느 한순간을 넘어서는 순간을 말한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될 때 우리의 삶은 그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하여 어느 정도에 달하면 극적으로 변화되는 순간을 말한다. 99℃의 물이 100℃가 될 때 불과 1℃의 차이로써 질적으로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질적 변화의 순간이 티핑포인트에 해당하는데, 물리학에서 어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극적으로 바뀌는 시점을 말하는 임계점 또는 임계량(Critical mass)과 비슷한 의미이다. 터닝포인트, 티핑포인트, 임계량의 법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삶이 좀 더 나아지고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전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농업사회에서 풍요로운 지역이었던 전라북도가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축소되어왔고, 전북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 내지 피해의식이 컸던게 사실이다. 이런 침체된 지역경제 분위기 속에서 전북 경제를 살릴 터닝포인트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바로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새만금 개발 사업이다. 1989년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새만금 사업은 분명 전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민들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그 동안 더딘 진행으로 많은 전북도민들의 애를 태워왔다. 그러면 새만금사업으로 새로운 도약의 터닝포인트를 맞이 했던 전북경제의 티핑포인트는 언제가 될까? 현대중공업 가동중단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의 악재 속에서 최근의 일련의 변화 흐름은 전북 도민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관련 현안도 속도감 있게 잘 풀려가고 있고, 특히 반세기만에 국제공항 확보의 희망이 실현을 앞두고 있으며, 친환경 미래형 전기자동차 사업,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그린 뉴딜로 떠오른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 일본의 수출규제의 나비효과로 전북이 지자체 최초로 집중 육성해 온 탄소산업이 빛을 볼 수 있는 여건에 놓여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조금만 더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한다면 전북은 지역발전의 새로운 파괴력이 나타날 티핑포인트에 다가갈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2023년이면 세계 청소년들의 대표 축제인 세계잼버리대회가 새만금에서 개최된다. 세계잼버리대회가 전북 발전의 티핑포인트로 연결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희망적인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 분위기 속에서 전북 도민들이 슬기롭게 지혜를 모아 긍정적인 작은 변화를 하나하나씩 이뤄낸다면 전북 대도약을 위한 티핑포인트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타향에서 기대해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귀하께서는 지역사회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임진강예술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주셨습니다. 이에 깊이 감사드리며,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쓰시는 전수미 변호사의 따뜻한 마음과 가치들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이 패를 드립니다. 얼마 전 북향민들로 구성된 전문예술단체 임진강예술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파주 지역 북향민들과의 인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들을 지원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하나는 북한인권 운동을 하는 북향민에게서 고향이 어디세요?라는 말. 다른 이에게는 북향민을 지원하는 걸 보니 수구꼴통이죠?라는 말. 나는 이렇게 진영이 나누어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방인일 것 같다. 물론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이지만 걸걸한 성격 탓에 여자 김보성! 의리~를 외치는 이방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한 사람이면서 북향민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방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는 여성과 아동장애인이주민 등 온갖 인권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싸워주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인권영역인 북한, 그 중에서도 북한에서 온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온 여성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나 역시 탈북남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어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여성이면 그 여성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온 경우에도 적극 지원하고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북한 여성들의 경우 그들의 고향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인데도 지원하기를 꺼리거나 불편해하고 눈을 감기도 한다. 북한 여성에게는 남북분단에서 비롯된 프레임이 우선 적용되는 것 같다. 피해 여성들의 출신이 그렇게도 중요한 걸까? 북한에서 온 여성도, 외국에서 온 여성도, 대한민국 여성도 다 같은 사람이고 인권의 주체이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남북분단을 이유로 red complex와 blue complex를 안고 서로를 바라보며 차별할까. 그 사람들이 그 고향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지 않냐고 묻고 싶다. 그래서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디 출신입니까? 그리고 또 묻고 싶다. 그 출신이어서 행복한지, 그 출신 때문에 고통 받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세상 어디에나 일정한 비율로 이상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지역이나 국가에서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수의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사고를 쳤다고 해서 그 나라가 우리 국민들을 폄하한다면 어떨지, 그러한 점을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마주할 때 제발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배경도 말투도 보지 말고 그 영혼, 그 사람 자체로. 백인들이 동양인을 차별할 때에는 그렇게도 분노하면서, 우리는 동남아 사람들을 차별하고, 북한에서 온 같은 민족을 차별한다.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한국이 그렇게도 원하는 선진국이 되는 길은 매우 간단하다. 아이, 노인, 외국인 노동자, 북향민 등 우리 주위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매우 많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불편함이나 이기심을 뒤로 하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며 차별하지 않을 때, 우리는 성숙한 대한민국의 품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타향에서 내 고향을 생각하노라면 언제나 아름답고 정겹게만 느껴졌던 어머님의 품속 같은 포근함을 연상한다. 그러나 출향인들이 생각하는 고향과,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생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출향인들은 어려운 시기에 고향을 떠나 타향에 정착하여 고향의 노래를 부르며 향수에 젖어들곤 한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인구감소와 생산성, 노동인구 부족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고향을 지키고 살리기에 온 정열을 다하고 있다. 현재 고향은 지자체별 각종 제도적인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과 사업을 구상하여 추진해도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면 그 성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방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경제사회적 활력이 저하되고, 더 나아가서는 지방 자체의 소멸도 우려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은 전북에도 새만금 사업 등 새 희망을 주는 많은 비전이 제시되고 있지만 지방경제는 아직도 물리적 환경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침체되어 있다. 따라서 고향을 매체로 활동하고 있는 애향단체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출향인의 애향활동은 친목과 화합의 기반 위에 고향과 함께하는 봉사애향활동이 희망을 주는 사업이 아닐까. 봉사애향활동은 지자체와 함께 일회성이 아닌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고향 농축수산물 홍보 구매활동, 온라인상 고향 알리기, 고향 주무 관청과 함께 관광탐방을 추진하고 인구 절벽의 현실을 감안한 귀농귀촌귀어 등의 목표를 세우고 애향단체를 법인화하여 출향인들이 부담 없이 고향을 위한 기부문화를 정착하고 재능기부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고향 희망심기 사업 등을 지속 추진해 인구유입 및 고향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향행사 및 자체활동에 많은 제한이 있는 요즘에는 온라인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애향단체 홈페이지, 밴드 등 온라인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장터나 고향소식 등을 주기적으로 탑재 활동하여 고향과 타향의 연결고리를 지속시키는 것도 고향 희망심기 사업의 일환이라고 본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추진은 고향인들의 일체감을 안겨주고 희망을 주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세부적인 실천내용을 다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고향을 보고 느끼고 소통하면서 배려하는 마음과 봉사는 출향인과 고향인이 함께 가는 지름길이며 조건적인 봉사애향활동이 아니라 순수한 애향심에 기본을 둘 때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속해 있는 애향단체는 지속적으로 지자체와 협력하여 상기 내용을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 결과 많은 부분을 인정받아 행정자치부로부터 애향단체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교부금 2억원의 포상도 받은 바 있다. 고향을 논하는 세대는 50대 중후반 이후 세대부터이다. 대부분 젊은 세대는 고향을 모르고 살고 있거나 고향의 존재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 고향의 삶의 터전이 잘 보존되고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애향심을 가진 세대가 고향을 보고 희망을 느끼는 곳으로 만들어야 할 소명의식도 가져야 할 것이다. 고향에 관심을 갖고 느끼고 애향활동을 통하여 희망을 보일 때 젊은이들도 고향을 노크할 것이다. 출향인 기성세대들이 소통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이다. △탁경진 회장은 25년 군복무를 마치고 영관장교로 전역했으며 현재 고창군민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