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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맛집, 군산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음식은 색과 향, 그리고 그 당시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한다. 내가 어릴 적 군산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에서 운동회나 소풍, 자모회 모임 등 행사가 있을 때면 학교 바로 옆 빵집에서 핫도그, 소보로빵, 땅콩크림빵을 주문하였다. 여름에는 그 빵집에서 진하고 달달한 밀크셰이크를 먹으며 가끔 빵집에 방문하는 파란 눈의 미군들을 세상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였다. 물론 미군이 웃으며 인사하면 저기 멀리로 도망가기 일쑤였지만. 지금 그 빵집은 너무나도 유명해져 문 안으로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봐야만 하는 첫사랑이 되었다. 중학교 때 매점에서 어묵국수와 빵을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도, 학교 정문을 내려가면 호롱박 모양의 작은 빨간 플라스틱 그릇을 들고 호호 불어가며 어묵국물을 먹던 기억도 난다. 100원짜리 어묵을 먹으면서 아 어묵으로만 배터지게 먹고 싶다고 아쉬워하며 입맛을 쩝쩝거리곤 했다. 엄마와 시장에 가면 매일 피순대를 만들어 판매하시는 할머님께 순대 1000원어치 주세요라며 1000원의 행복을 느꼈던 기억도 난다. 어릴 때부터 난 토끼탕, 내장탕, 갈비탕 등 각종 탕들을 즐겨 먹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동네 탕집은 잡내 하나 없이 맑은 국물에 내장탕을 지글지글 끓여주시곤 했다. 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물론이고 허파와 고기전, 미역부침, 콩나물 무침 등 탕 하나 주문해도 반찬까지 한 상 가득한 음식이 나왔다. 백반집 어디를 가도 박대나 조기구이, 생선탕, 나물 등 각종 반찬들이 한 상 가득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잡탕과 잡채를 시켜 몸보신(?)하는 마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곤 했다. 영동의 통닭집에서 통닭을 주문하면 바삭하게 튀겨진 닭 한마디로 닭똥집까지 배달되었다. 그 황토색 닭 봉투가 오면 우리 식구 모두가 환호하며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누가 닭다리를 차지할지부터 남은 닭똥집은 누가 먹을지가 최대 사안이었다. 면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면순이여서 집 근처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와 중화요리 집에서 짬뽕을 즐겨먹기도 하였다. 서울에 오고 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는 반찬으로 김치와 단무지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각종 탕을 주문해도 나오는 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전부였다. 처음엔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 놀랐다. 군산에서는 어느 식당이든지 들어가면 맛있었는데, 여기 서울에서는 맛집을 수소문하며 찾아다녀야 저 멀리에 있는 맛있는 식당을 갈 수 있었다. 일반 반찬으로 제공되는 고사리와 콩나물 무침, 파김치, 갓김치, 고등어조림 등의 반찬들은 따로 단품메뉴로 사먹지 않는 한 찾기 힘들다. 단품메뉴들도 가격이 비싸서 여러 개를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당장의 배고픔만 해결할 수 있도록 아무거나 입에 넣어야 하는 느낌. 여기 차가운 도시에서는 식사하다가도 늘 부족한 거 없냐며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는 고향 사람들의 인심과 따뜻함이 없다. 아,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난 언제 고향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어릴 때 그렇게 정이 듬뿍 담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안분해야 하는 걸까. 먹을 때 세상 행복함을 느끼는 나는 지금도 차디찬 공장 어묵 하나를 입에 물고 차가운 방에서 칼럼을 쓴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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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8 17:21

고향의 가을은 우리를 부른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얼마 전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고향방문 자제하기, 단체 모임금지 등으로 고향방문 인원이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사회의 급격한 가치관 변화 등으로 출향인들은 타향에서 제2의 고향살이를 하고 있지만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은 영원한 안식처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전통풍습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한순간에 변화하고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두렵기까지 하다. 추석이 다가오면 형제, 자매들이 일정을 세워 조상 묘소의 벌초를 하고 오손도손 모여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 등 서로 안부를 묻는 것으로 대면의 만남에서 가족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차례를 지내고 부모, 형제 친지들과 서로 덕담을 나누면서 가족으로 공동 일체감도 가질 수 있었다. 올해 추석 벌초 등은 대행업체 등 타인의 손에 이루워지고 특히 부모, 형제, 자매가 있는 출향인은 대부분 고향방문 대신 전화로 안부를 대신했다. 명절 때마다 거리에 나부끼는 고향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 등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국가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함께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고향은 지금 우리를 부르고 있다. 지긋지긋한 장마와 태풍이 언제 지나갔는지 우리의 뇌리에서 차츰 잊혀져 가고 있는 요즘에 고향 들녘은 온통 황금물결로 넘실거리고 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미풍에 흔들리며 고향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하고 장마와 태풍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국화 꽃봉우리는 출향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제라도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나홀로 고향을 찾아가 보자. 부모님들은 자나깨나 자식걱정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지만 서운해하고 계실 것이다. 이젠 명절도 지나갔으니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실천하면서 조심스럽게 노크해 보자. 방역은 지속적이지만 진정한 자식의 도리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가을은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며 고향이 그리워지는 낭만의 계절이다. 고향의 각종 축제 및 행사가 취소되고 있지만 고향 하늘은 유별나게 높고 푸르다. 산야는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어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릴적 추억이 담겨 있는 내 고향 산과 바다를 가슴에 담아내는 여유를 가져보자. 피땀 흘려 지은 과일, 곡식, 채소, 수산물 등을 지자체별로 드라이브스루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며 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분명 애로사항은 있을 것이다. 출향인들도 함께 동참하여 농수산물 판로개척 등 고향의 결실을 함께 만들어 가자. 코로나19의 방역 추진과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소통하고 고향과 함께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좀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향인들은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현실에만 안주하지 말고 고향에 능동적으로 빠져보자. 지금 고향의 가을은 들과 산, 바다에서 그리고 명품 과일,곡식, 채소, 수산물 등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고향인과 출향인이 함께하고 같이 간다면 분명 위기가 기회로 전환되는 그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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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1 15:47

‘수포자’ 만드는 수학교육, 해결 방법은?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기초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타 과목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11.1%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발표한 초?중학교 학생 50명의 성장 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분수를 배울 때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학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수학은 고도로 추상화된 학문이다. 예를 들어 사과 한 개와 배 한 개가 있을 때 수학은 과일의 종류, 색깔, 크기, 맛 등 부수적인 것을 모두 걷어내고 1+1로 표현한다. 사물에 대한 묘사를 생략하고 숫자와 기호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상화된 수학을 가르치는 입장이 아닌 배우는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까? 모든 것이 궁금하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초등학교 시절은 아이들이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며 상상력을 키워가는 중요한 시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의미를 묻는 아이들에게 현재의 수학 교육은 무작정 공식을 외우도록 강요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 대신 반복적인 문제 풀이만을 강조한다. 즉, 사고를 통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환경에서 학습한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에 흥미를 잃고, 왜라는 질문이 사라지며 결국 수학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학이 단순히 시험 성적을 잘 받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과목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핵심 학문이라는 점이다. 2016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 미래의 직업은 2020년까지 선진국 등 15개 국에서 71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새로 생기는 200만 개의 일자리 중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과 연관된 40만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외의 많은 일자리에서도 수학의 필요성이 입증된 것을 보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사고의 근간이자 핵심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수학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미래를 대비한 수학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와 교육자가 나름의 의견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의 특성과 학습자의 관점, 그리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를 감안해 수학에 대한 장벽을 무엇으로 낮추고,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과 제도권의 교육 기관에서 수학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개발한 깨봉수학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것도 이러한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작금의 구태의연한 수학 교육을 계속 고수한다면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없을뿐더러 수포자가 늘어나는 현상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수학 교육에 대해 우리 모두의 인식과 패러다임을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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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16:54

경로의존과 지방의 새로운 경로창출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 영문 자판은 쿼티(QWERTY) 배열이다. 초기의 타자기 개발자들은 타자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타자기가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쿼티 배열을 고안해낸 것인데 이후 컴퓨터 자판에도 더 나은 알파벳 배열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타자기의 배열을 그대로 쓰고 있다. 기술이 진전되어 보다 효율적인 자판으로 바뀌는 것이 가능했으나,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익숙하고 친숙한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자판으로 보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변화와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의 Arthur와 David 교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 개념을 사용했다. 경로의존성이란 한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이는 고착효과(lock-in effect), 매너리즘(mannerism), 관성(inertia) 등과 유사한 의미를 말한다.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드디어 비수도권의 인구를 추월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2019년 10월 주민등록통계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97곳(42.5%)에 달했다. 전라북도의 경우 14개 시군 중 전주, 익산, 군산을 제외한 11개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난 고향, 마을이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충격적이다. 정말 심각하게 주목해야 할 통계수치이다. 지방소멸의 근본 원인은 저출산과 수도권 비대화에 있다. 수도권 인구가 40%에서 50%로 올라서는 데 50년이 걸렸다. 수도권 집중 추세를 제어하지 못하면 수도권 인구가 60%로 질주하는 건 시간 문제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 지고 지방은 고사 직전이다. 기존 정책만을 계속 고집하다 보면 경로의존의 함정에 빠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중앙, 지방 모두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로창출(path creation)을 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민선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지방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로 인한 지역의 붕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이웃 자치단체의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혁신적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새로운 경로창출을 해 나감으로써 지방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좋은 기업, 좋은 일자리가 지역의 지식과 인재, 산업과 연결되기 위해 지역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의 행정통합 논의도 수도권 블랙홀을 막아 보려는 지방의 새로운 경로창출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경로의존성을 탈피하고 새로운 경로창출을 위해서는 엄청난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들어간다.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새로운 혁신적 경로창출을 위한 중앙정부?정치권의 창조적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지금의 지방 소멸위험을 극복하고 활력 넘치는 지방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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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07 16:16

당신의 그 한마디 : 자살에 대하여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지금까지 두 번의 자살기도를 하였다. 한번은 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 다른 한번은 성폭행을 당했을 때. 하지만 며칠 전 용기 내어 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내가 지원하는 북향 여성들이 스스로가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자책을 하고 보복을 두려워하고 혼자 견디는 그 마음에 너무나도 힘들어하다가 수없이 자살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당한 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자책하지 말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 나는 관계자들의 연락과 모르는 전화들에 시달리면서, 다시 한 번 아팠던 그 때로 돌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지인들이 연락해서 같이 울어주고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었기에 그나마 흔들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지인이자 선배이기에 "선생님 전화하셨어요?"라며 반갑게 받은 전화. 하지만 이내 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방송 봤어요. 왜 그렇게 대책없이 용감해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루하루 응원에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으며 살고 있는데, 그 분은 너무 대책없다고 몇 번이고 웃으셨다. 내부 폭로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며, 성폭행을 당한 일이 무슨 자랑이겠는가. 나는 다수의 북향민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에 아팠고,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게 너무 싫어서 정말 용기를 내어 힘겹게 말한 거였는데, 그 분은 내 스스로의 신변은 고려하지 않을 채, 앞뒤 계산하지 않고 이야기한 내가 그저 대책없고 무모하게만 보였나 보다.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왜 수많은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해 자살하거나 그렇게도 힘들어 했는지. 왜 사회 정의를 위해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고 힘들어 했는지. 무엇보다 성폭행 피해여성들에게 쏟아지는 여러 이야기 중, 그 몇 사람의 비난과 비웃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 그 자체를 포기하는지. 수많은 사건을 진행하면서 피해사실을 이야기한 여성이 죽기 바라는 사람들을 보고 다짐을 해 온 게 있다. 나만큼은 절대로 스스로 삶을 다시 놓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든 버텨볼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도 보복이 두렵고, 무섭고, 다시 그 끔찍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 어떤 사람이 정말 의미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자살이라는 것은 결국 현재 슬픔과 아픔이라는 공간에 갇힌 사람이 그 굴레에서 나오지 못하고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당신이 별 의미없이, 아니면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했던 그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달라지게 할 수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가게 할 수도 있다. 온 몸과 정신이 피폐해진 사람에게 던지는 가학적인 말 한 마디가 그 사람을 칼로 난도질하는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그 응원들이 피해여성들이 하루하루 견딜 수 있게 하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는 것도.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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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3 16:27

고향은 진화·변화하고 있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코로나의 영향으로 온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장마태풍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답답함에 위안을 얻고자 무박 일정으로 무작정 고향으로 향했다. 인생에서 지금까지도 필자는 바깥 세상에서 추상적으로만 내면의 일상적인 고향만 논하고 바라보았다. 어려운 시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고향에 파묻혀 고향을 알고 싶었다. 내 고향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고창이다. 고창은 지리적으로 강과 산, 바다, 논밭, 갯벌 등을 모두 갖고 있는 태고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고속도로를 달려 고창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되어 끼니도 해결할 겸 고창읍내 전통시장을 찾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장날이지만 한산했다. 시장 내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고구마순을 정리하고 있는 할머니가 낯설지 않고 정겹다. 시장 내 식당에서 국밥 한 그룻으로 허기를 해결하고 농축수산물 판매장을 찾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창수박에 높을高고창 브랜드가 붙어 있었다. 판매자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농생명 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한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고창군이 농생명 식품산업 육성을 최우선 비전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높을高고창 브랜드는 최상의 안심먹거리 공급을 백년대계로 추진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황토에서 생산되는 수박, 멜론, 쌀 등을 시작으로 최고급품에만 브랜드를 부착하고 쌀의 경우 생산량 1%만 브랜드를 부여함으로써 차별화한다. 농생명식품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데 고창인으로 자부심을 가져본다. 고창읍내릍 벗어나 자동차로 10여 분 만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고인돌 유적지에 도착했다. 온통 코로나19의 방역예방수칙 간판과 경고판, 현수막이 내걸려 모든 볼거리를 방해하고 있어 아쉬웠다. 고창 고인돌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자랑한다. 고분에서 금동신발과 중국청자 등 청동기와 철기시대 지배계층의 유물이 다량 출토되며 고창이 문명사적으로도 중심지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니 호남인의 긍지를 가져본다. 고인돌 유적지를 관람한 후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명의 슾지인 운곡람사르슾지와 심원 갯벌을 지나 동호 해수욕장, 구시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벌써 바닷가는 붉게 물든 한폭의 풍경화로 변해 낙조를 만끽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구시포 해수욕장 앞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모친이 계시는 곳으로 향했다. 고창은 고창읍성-선운사-고인돌유적지-갯벌-습지-온천-상하농원 청보리밭 등 다채로운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먹거리가 산재해 있는 고장이라 계절별로 올 때마다 색다르고 오감을 만족하는 포근함을 느낀다. 수박, 복분자, 땅콩, 멜론, 고추, 무, 배추, 양파, 고구마, 가시오가피, 보리, 아로니아, 풍천장어 등은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 생산지가 되어 있고, 더 나아가 식초산업과 장(된장고추장), 김치, 전통주, 젓갈 등 발효식품도 대표1번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고창이 격변하는 농어촌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상생의 길을 가고 있음은 고향에 희망이 있고 진화변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청정지역인 나의 고향이 장마에도 큰 피해 없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농생명 문화와 고향 상생발전의 비전을 보고 희망을 가져본다. 고창이여 영원하라!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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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6 16:39

주입식 인재가 쓸모 없는 ‘인공지능 세상’이 다가온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격돌 이후, 세상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지배할 것처럼 격변하고 있다. 알파제로는 독학으로 바둑을 배워 알파고에게 전승을 거두었고, 지난 5월 OpenAI가 공개한 범용 인공지능 GPT-3는 대화, 글쓰기, 코딩,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선보여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알파고 충격 이후 4년 만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산업혁명 이후 250년간 겪은 변화를 30년 안에 만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후의 미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렇듯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이를 대비해야 할 우리의 교육은 어떨까?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주입식 인재를 뽑는 입시 정책과 이에 맞춘 교과 과정을 주입식으로 소화해야 하는 교사. 상위권 대학에 합격해야 된다는 학부모들의 욕망, 이 욕망을 이권으로 만드는 사교육 시장이 우리 교육의 민낯은 아닐까?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며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 것이며,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이 있다. 핵심은 국내 최고 대학이라 자부하는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나 비판적 사고가 전혀 없는 주입식 인재일 뿐이며, 지금까지의 교육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서울대 졸업 후 미국 USC에서 공부하며 한국의 교육 정책이 글로벌에 비해 매우 뒤처졌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는 귀국 후 더욱 확고해졌다. 당시 초등 저학년이던 딸을 포함해 수많은 아이들이 미래의 핵심 학문인 수학을 대부분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모든 것이 수학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는 수학 잘 한다를 입시 만점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이 문제다. 수학이 중요하고 수학을 정복해야 하는 이유는 입시 때문이 아니다. 수학을 통해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을 길러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인공지능을 설계하며 활용하는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 능력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수학을 다루면서 인공지능과 IT산업 경험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1.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끄집어 내는 능력 2. 문제의 보이는 변화 와 숨겨진 변화까지도 파악하는 능력 3. 아는 것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 4. 전후 사실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거나 논리를 추론하고 파악하는 능력 5. 숫자와 기호를 이미지로 상상하고 변형하며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는 능력 인공지능 시대는 주어진 공식과 요령만 달달 외워 정해진 틀의 문제를 기계처럼 풀어내는 주입식 인재는 쓸모없다. 이는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내가 잘나가던 대기업의 임원직을 내려놓고 험난한 교육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들보다 좀 더 앞서 미래를 보았고, 수학을 통해 다섯 가지 핵심 능력을 길러낸 인재만이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수학을 통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 능력을 기르고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롭고 혁신적인 수학 교육법에 한시라도 빨리 눈을 떠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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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9 16:43

힘내라! 지역경제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주춤하는가 싶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1.3%로 하향 수정했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역소비가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지역 일자리가 무너져 지역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힘내라! 대한민국,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힘든 고통 속에서 서로 위로받으면서 슬기롭게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다. 침체된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자치단체장들은 앞 다투어 다양한 시책을 추진했다. 힘내라! 지역경제 운동이 지역 스스로 활발하게 전개된 것이다. 격론 끝에 지난 5월 사상 처음 이뤄진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은 8월 31일까지 약 4개월간 자기가 속해 있는 지역에서만 소비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예상보다 크고 빠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중기부가 소상공인 사업장 300곳과 전통시장 220곳 내외를 대상으로 매출액 동향을 파악한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8주 연속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7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재난지원금으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가 호전되었다라는 답변도 70.5%에 달했다. 한편,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소비를 촉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사랑상품권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더욱 탄력을 받아 확대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소비를 연말까지 이어가기 위해 올해 6조원으로 예정된 상품권 발행지원 규모를 9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할인율도 연말까지 10%를 유지해 소비 활성화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약 5조 8천억원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었고, 상품권 발행 지자체도 19년 172개에서 20년 230개로 늘어,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행안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분석 결과를 보면 주로 음식점, 유통업, 학원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서 사용되어 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내년에는 15조원으로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도입된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통해 소중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동네의 가게가 문을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착한 소비가 시작됐고, 내 이웃과 동네 공동체를 재발견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얼마 있으면 추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근로사업재산소득 등 3대 지표가 일제히 감소하면서 역대 첫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피폐해진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 지원도 추석 전에 마련할 계획이다. 모든 정책은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지 지역 공동체가 서로 신뢰하고 내가 아닌 우리 서로가 공동창조(cocreation)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라! 지역경제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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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2 16:37

순결띠가 필요한가요?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당신은 이번 사건 강간이 첫 경험이었나요? 순간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맡은 북향여성 강간사건의 가해자 측 변호사의 질문이었다. 세상에. 이 여성이 전에 성경험이 있다면 강간이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건가. 강간의 법적 구성요건이 순결인가. 도대체 저 시대착오적인 질문은 왜 하는 걸까. 북향민이라서? 여자라서? 도대체 왜? 1심 증인신문 내용을 읽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2020년인데, 내가 어릴적에나 들을 수 있던 그 이야기를 법정에서 그것도 피해자에게 가해자 측 변호사가 하고 있다니. 피해 여성이 그 자리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협박에 시달리고 자살기도를 해왔는데. 그런 피해여성에게 공개법정에서 첫 경험 여부를 물어본다는 사실 자체에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여러 번 성범죄 현장에 있었는데,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는 공원에서 한 아저씨가 나에게 사탕을 줄 테니 와보라고 해서 따라갔다가, 내 앞에서 바지를 벗고 자신의 성기를 만져보라고 해서 울면서 도망가기도 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숨바꼭질을 하다 교회옥상에 숨었는데, 교회오빠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내 바지를 벗기고 있기는 것이 아닌가. 마침 술래였던 내 여동생이 언니~ 찾았다라고 나를 발견하여 아 내가 술래야? 하고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나 말고도 아마 전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많은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었으리라.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 나올 수 있었을 뿐이었다. 성에 대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 여자가 그런 이야기를 말하는 것 자체가 정숙하지 못한 날라리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주말의 명화를 보다가 키스 장면이 나오면 엄마가 시키는 대로 조용히 다리에 덮고 있던 이불을 머리위로 올려야 했다. 내가 다녔던 군산여자고등학교는 전북 최고의 명문여자고등학교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고 우리는 늘 교복의 한쪽 가슴에 녹색 띠를 착용해야 했다. 우리들끼리는 순결 띠로 불렸다. 우리가 순결한 여고생임을 증명하는 띠였기 때문이다. 조회가 끝나면 학교 중앙의 신사임당 상 앞에 가서 신사임당처럼 현모양처가 되겠다고 다짐하는게 정해진 순서였다. 나는 그렇게 보수적인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정작 성폭행을 당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성행위에 대해 여자에게만 일방적 책임을 묻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숨죽이며 말못하는 피해자들이 없지 않았을까. 다들 그 아픈 기억을 잊고 사는 것 같지만, 성폭행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을 망가트린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며 눈물 흘리고 있다. 지금 군산여고 후배들의 교복에는 순결 띠가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고 몸과 마음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누구도 그 아이들의 몸을 함부로 하거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그루밍의 덫에서 나올 수 있도록 성교육을 받고, 과거 예전의 나같이 무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삶의 주인인 한 인간이자 여자로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성적주체성과 자기결정권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후배들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당신은 강하고 담대했으면 좋겠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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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6 16:17

희망을 보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얼마전 전북이 고향인 국회의원 당선축하 행사가 재경 전북도민회 주관으로 서울의 P호텔에서 있었다. 전북출신 연고 국회의원,애향단체 주요임원,전북과 연고가 있는 각급 기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로 소통하고 아름답고 품격있는 행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애향심을 고취하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제21대 국회의원 300명중 우리고향 지역구 국회의원10명과 출향인중 전북출신과 연고가 있는 국회위원 36명으로 총 46명이 함께 하였다. 필자는 애향단체 임원으로 참가하여 몇몇 의원들과도 격의없는 대화도 가질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중진 고향출신 국회의원이 당선자 전원을 소개하고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소감을 발표하는 의원들마다 진한 고향애를 느낄수 있었으며 이분들이 합심하면 우리 전북에 크고 작은 국책 사업등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참석한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향의 정과 고향의 민심으로 희망의 씨앗을 뜸뿍 받아 국가를 위해 일할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는 내용과 출향인 국회의원들은 어머니 품속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내 고향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단합의 자리였다고 본다. 덕담과 고향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 행사가 주는 의미는 아주 좋았다고 보면서 몇가지 당부하고 부탁하고 싶다. 모임 때 분위기처럼 서로 다짐하고 고향을 위해서 함께 하겠다는 초심을 끝까지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체 국회의원들의 약 15%가 우리 전북과 연관이 있고 함께 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우리 전북의 지자체별 크고 작은 현안 사업등이 산적해 있는 내용들을 우리고향의 발전을 위해서 물꼬를 터주는 역할과 어떤때는 교두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소망해 본다. 아울러 지역구 의원분들은 현장과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고향을 자주방문 하겠지만 출향인 의원분들은 고향을 자주 방문한다는 것은 지역구 민생해결 현안사업 해결 등 의정활동으로 고향방문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고향인들은 고향을 찿아주는 그자체가 큰 영광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고향의 크고작은 행사를 통해서 고향의 존재감을 느끼고 고향인들이 각 분야에서 국가발전에 공헌하고 있음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존경하고 있다. 고향방문은 고향사람에게는 큰 위안과 희망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시간을 자주 내지는 못하겠지만 고향을 자주 찿아주기를 부탁 드리고 고향인들은 먼 객지에서 찿아오는 자식들 이상으로 환영하고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금번 행사를 주관한 재경 전북도민회 회장 및 관계자 분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묵묵히 고향발전과 화합을 위해 선봉자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재경시군민회 사무총장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도 전북사랑이란 순수한 마음으로 소중하고 의미있는 자리에서 전북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하고 고향발전에 초석이 되겠다는 당찬 모습에서 고향발전의 희망을 보았다. 전북인으로 국가정책,입법을 다루는 국회의원 분들에게 늦은감은 있지만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후대에 귀감이 되는 영원한 자랑스러운 전북인의 표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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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9 16:21

‘수학’을 바꿔야 모두 바뀐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얼마 전, 강원도 교육청 연구회에 소속된 초등학교 교사들의 요청으로 수학 교육의 새로운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초대되어 약 2시간의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을 바꿔보고자 삼성화재 임원 시절부터 10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개발한 깨봉수학을 2018년 말부터 서비스하고 있는데, 현직 교사 몇 명이 깨봉수학을 접한 후 내용과 혁신성에 크게 감명받아 연결된 자리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현직 교사 25명의 뜨거운 환영 속에 시작된 강의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했던 분위기와 달리, 왜? 초등수학 6년을 배우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될까?라는 무겁고도 진중한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질문과 생각이 교류되었다. 우리는 수학을 왜 배우는 것일까?, 교육부 정책으로 수학 교과는 해마다 쉬워지는데, 왜 갈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게 될까?, 우리가 가르치는 교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등등 현직 교사로서 그간 간직해온 고민과 해답을 찾으려는 열정 가득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무시-변화-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기르는데 수학만큼 적합한 학문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무시를 통해 본질을 꿰뚫는 능력,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능력, 그리고 여러 사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능력이며, 천재들의 특징이기도 한 이 세 가지 능력을 얻기 위해 우리는 수학을 배우고 정복해야 하는 것이다. 약 3,000여 개가 넘는 수학의 각 개념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표현에 따라 영역이 나뉘는데,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는 최상위 개념부터 핵심을 계속 파 들어가다 보면, 결국 모든 수학이 0과 1과 더하기로 이루어졌음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하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이 세 가지 개념의 진짜 의미를 꿰뚫고 이후 자연스러운 호기심에 기반해 상위 개념으로 확장하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은 각 개념의 의미와 개념 사이의 관계를 활용해 처음 보는 문제 속에서도 상상력을 펼치며,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정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수학 교육은 쓰이지도 않을 문제들을 공식 암기와 요령으로 풀어내는 입시용 계산기만 찍어내고 있다. 사람(人)을 위한 교육임에도 쓸모없는 기계를 만들어 더욱 뛰어난 실제 기계들과 경쟁을 시키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연구회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즉, 수학이라는 학문을 배우는 목적과 수학을 바라보는 제도권의 관점부터 잘 못 돼있다 보니 내용과 틀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혁신이 그러하듯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의 교육 트렌드가 서울의 대치, 목동 등 입시로 기형화된 몇몇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선진 교육법과 혁신 교육을 도입하는 시도는 대부분 지방의 학교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강원도라는 지방에서 만난 25명의 교사들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안을 찾고 있었다. 나는 이들의 열의와 행동이 결국 교육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확신한다. 4차 산업혁명은 수학이 국부가 되는 시대다. 우리는 오로지 교육과 사람의 힘만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히 들어섰지만,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앞으로의 경쟁은 또 다른 차원으로 펼쳐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더욱 창의적이고 행복한 인재로 자라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활용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수학교육을 바꾸어야 한다. 수학을 바꿔야 모두 바뀐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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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2 16:17

변화의 흐름과 지역발전: 터닝포인트, 티핑포인트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올해 초 전 국민을 트로트 열풍으로 몰고 간 미스터트롯이라는 한 종편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최고 시청률이 35.7%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받는데 분위기를 타 이 방송사는 대한민국의 트롯의 역사는 미스터트롯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로 홍보할 정도로 분명 미스터트롯은 한국 트롯 프로그램의 터닝포인트였고, 거기에 출연하여 우승권에 들었던 참가 가수들의 인생도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라고 하면 대개 마라톤의 반환점이나 어느 한순간을 넘어서는 순간을 말한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될 때 우리의 삶은 그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하여 어느 정도에 달하면 극적으로 변화되는 순간을 말한다. 99℃의 물이 100℃가 될 때 불과 1℃의 차이로써 질적으로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질적 변화의 순간이 티핑포인트에 해당하는데, 물리학에서 어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극적으로 바뀌는 시점을 말하는 임계점 또는 임계량(Critical mass)과 비슷한 의미이다. 터닝포인트, 티핑포인트, 임계량의 법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삶이 좀 더 나아지고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전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농업사회에서 풍요로운 지역이었던 전라북도가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축소되어왔고, 전북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 내지 피해의식이 컸던게 사실이다. 이런 침체된 지역경제 분위기 속에서 전북 경제를 살릴 터닝포인트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바로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새만금 개발 사업이다. 1989년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새만금 사업은 분명 전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민들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그 동안 더딘 진행으로 많은 전북도민들의 애를 태워왔다. 그러면 새만금사업으로 새로운 도약의 터닝포인트를 맞이 했던 전북경제의 티핑포인트는 언제가 될까? 현대중공업 가동중단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의 악재 속에서 최근의 일련의 변화 흐름은 전북 도민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관련 현안도 속도감 있게 잘 풀려가고 있고, 특히 반세기만에 국제공항 확보의 희망이 실현을 앞두고 있으며, 친환경 미래형 전기자동차 사업,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그린 뉴딜로 떠오른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 일본의 수출규제의 나비효과로 전북이 지자체 최초로 집중 육성해 온 탄소산업이 빛을 볼 수 있는 여건에 놓여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조금만 더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한다면 전북은 지역발전의 새로운 파괴력이 나타날 티핑포인트에 다가갈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2023년이면 세계 청소년들의 대표 축제인 세계잼버리대회가 새만금에서 개최된다. 세계잼버리대회가 전북 발전의 티핑포인트로 연결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희망적인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 분위기 속에서 전북 도민들이 슬기롭게 지혜를 모아 긍정적인 작은 변화를 하나하나씩 이뤄낸다면 전북 대도약을 위한 티핑포인트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타향에서 기대해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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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5 15:02

이방인의 항변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귀하께서는 지역사회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임진강예술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주셨습니다. 이에 깊이 감사드리며,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쓰시는 전수미 변호사의 따뜻한 마음과 가치들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이 패를 드립니다. 얼마 전 북향민들로 구성된 전문예술단체 임진강예술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파주 지역 북향민들과의 인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들을 지원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하나는 북한인권 운동을 하는 북향민에게서 고향이 어디세요?라는 말. 다른 이에게는 북향민을 지원하는 걸 보니 수구꼴통이죠?라는 말. 나는 이렇게 진영이 나누어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방인일 것 같다. 물론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이지만 걸걸한 성격 탓에 여자 김보성! 의리~를 외치는 이방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한 사람이면서 북향민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방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는 여성과 아동장애인이주민 등 온갖 인권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싸워주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인권영역인 북한, 그 중에서도 북한에서 온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온 여성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나 역시 탈북남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어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여성이면 그 여성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온 경우에도 적극 지원하고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북한 여성들의 경우 그들의 고향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인데도 지원하기를 꺼리거나 불편해하고 눈을 감기도 한다. 북한 여성에게는 남북분단에서 비롯된 프레임이 우선 적용되는 것 같다. 피해 여성들의 출신이 그렇게도 중요한 걸까? 북한에서 온 여성도, 외국에서 온 여성도, 대한민국 여성도 다 같은 사람이고 인권의 주체이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남북분단을 이유로 red complex와 blue complex를 안고 서로를 바라보며 차별할까. 그 사람들이 그 고향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지 않냐고 묻고 싶다. 그래서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디 출신입니까? 그리고 또 묻고 싶다. 그 출신이어서 행복한지, 그 출신 때문에 고통 받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세상 어디에나 일정한 비율로 이상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지역이나 국가에서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수의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사고를 쳤다고 해서 그 나라가 우리 국민들을 폄하한다면 어떨지, 그러한 점을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마주할 때 제발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배경도 말투도 보지 말고 그 영혼, 그 사람 자체로. 백인들이 동양인을 차별할 때에는 그렇게도 분노하면서, 우리는 동남아 사람들을 차별하고, 북한에서 온 같은 민족을 차별한다.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한국이 그렇게도 원하는 선진국이 되는 길은 매우 간단하다. 아이, 노인, 외국인 노동자, 북향민 등 우리 주위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매우 많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불편함이나 이기심을 뒤로 하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며 차별하지 않을 때, 우리는 성숙한 대한민국의 품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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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9 16:19

고향을 보고 느끼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타향에서 내 고향을 생각하노라면 언제나 아름답고 정겹게만 느껴졌던 어머님의 품속 같은 포근함을 연상한다. 그러나 출향인들이 생각하는 고향과,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생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출향인들은 어려운 시기에 고향을 떠나 타향에 정착하여 고향의 노래를 부르며 향수에 젖어들곤 한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인구감소와 생산성, 노동인구 부족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고향을 지키고 살리기에 온 정열을 다하고 있다. 현재 고향은 지자체별 각종 제도적인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과 사업을 구상하여 추진해도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면 그 성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방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경제사회적 활력이 저하되고, 더 나아가서는 지방 자체의 소멸도 우려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은 전북에도 새만금 사업 등 새 희망을 주는 많은 비전이 제시되고 있지만 지방경제는 아직도 물리적 환경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침체되어 있다. 따라서 고향을 매체로 활동하고 있는 애향단체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출향인의 애향활동은 친목과 화합의 기반 위에 고향과 함께하는 봉사애향활동이 희망을 주는 사업이 아닐까. 봉사애향활동은 지자체와 함께 일회성이 아닌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고향 농축수산물 홍보 구매활동, 온라인상 고향 알리기, 고향 주무 관청과 함께 관광탐방을 추진하고 인구 절벽의 현실을 감안한 귀농귀촌귀어 등의 목표를 세우고 애향단체를 법인화하여 출향인들이 부담 없이 고향을 위한 기부문화를 정착하고 재능기부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고향 희망심기 사업 등을 지속 추진해 인구유입 및 고향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향행사 및 자체활동에 많은 제한이 있는 요즘에는 온라인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애향단체 홈페이지, 밴드 등 온라인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장터나 고향소식 등을 주기적으로 탑재 활동하여 고향과 타향의 연결고리를 지속시키는 것도 고향 희망심기 사업의 일환이라고 본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추진은 고향인들의 일체감을 안겨주고 희망을 주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세부적인 실천내용을 다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고향을 보고 느끼고 소통하면서 배려하는 마음과 봉사는 출향인과 고향인이 함께 가는 지름길이며 조건적인 봉사애향활동이 아니라 순수한 애향심에 기본을 둘 때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속해 있는 애향단체는 지속적으로 지자체와 협력하여 상기 내용을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 결과 많은 부분을 인정받아 행정자치부로부터 애향단체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교부금 2억원의 포상도 받은 바 있다. 고향을 논하는 세대는 50대 중후반 이후 세대부터이다. 대부분 젊은 세대는 고향을 모르고 살고 있거나 고향의 존재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 고향의 삶의 터전이 잘 보존되고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애향심을 가진 세대가 고향을 보고 희망을 느끼는 곳으로 만들어야 할 소명의식도 가져야 할 것이다. 고향에 관심을 갖고 느끼고 애향활동을 통하여 희망을 보일 때 젊은이들도 고향을 노크할 것이다. 출향인 기성세대들이 소통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이다. △탁경진 회장은 25년 군복무를 마치고 영관장교로 전역했으며 현재 고창군민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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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2 16:43

천재의 뇌구조로 세팅하라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대부분의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상당수의 학부모가 혹시 우리 애가 천재가 아닐까라며, 기대에 부풀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는 입시경쟁만을 위해 고안된 요령을 강제로 주입하고 정형화된 문제풀이를 반복시킴으로써 아이들의 타고난 상상력과 창의력,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완전히 없애버린다. 이 과정에서 천재로 보였던 많은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 또는 그 이하의 수준으로 전락하고 평가받는다. 정말 아이들의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혹시 천재는 아니더라도 영재나 수재는 될 수 있는 아이들이 잘 못된 교육 방식으로 둔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모차르트 등 각 분야의 천재들은 사물을 관찰해 본질을 꿰뚫고 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추상화하거나 형상화하며, 다양하고 독특하게 표현하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천재들은 어떤 뇌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황소를 표현한 피카소의 연작을 보면 그가 추상적 표현에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고,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들어보면 벌의 날갯짓과 비행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를 만큼 음악을 이용한 형상화가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나 세계적 판화가가 된 에셔의 작품들은 미술가보다 수학자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그림 속에 숨겨진 수학 원리를 경쟁적으로 찾아 규명하는 진풍경을 만들 만큼 미술 안에서 수학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다시 말해 천재들은 본질 꿰뚫기, 추상과 형상 넘나들기에 매우 뛰어났으며, 이들 대부분이 수학에도 능통했다는 점에서 컴퓨테이셔널 싱킹(Computational Thinking)의 중요성도 알 수 있다. 나는 천재들이 타고나는 이러한 뇌구조의 특징을 평범한 사람들도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영재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기존의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주변과 자연을 마음껏 관찰하게 하고 이를 학습으로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학문이 수학인데, 지금처럼 요령과 공식만 암기시키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아이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소멸시킬 뿐이다. 수학을 통해 천재의 뇌구조로 세팅하기 위한 교육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수학은 고도로 추상화된 학문이므로 수학에서 다루는 숫자와 기호의 본질을 꿰뚫어 이해하면,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할 수 있게 되며, 이 과정을 통해 공식 없이도 새로운 수학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게 된다. 일종의 생각하는 훈련인 천재의 뇌구조로 세팅하기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수학을 놀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즐기다 보면, 컴퓨테이셔널 싱킹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의 의식과 지적 수준을 높이고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려면, 아이들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각을 못 하도록 막는 기존 교육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을 입시라는 편협한 시각에 맞추어 시간을 낭비하고 아이들의 재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를 당장 멈추고, 인공지능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을 진짜 인재로 길러 내기 위해 천재의 뇌구조로 세팅하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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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5 17:00

축적의 시간과 지방자치의 힘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HIC ET NUNC 지금 여기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의미깊게 새기는 문구이기도 하고, 인간의 실존을 말할 때도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지금은 현재의 시간을, 여기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공간을 뜻한다. 인류 역사는 참으로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20만 년 전에 현생 인류가 출현하였으며, 1만 년 전부터 문명이 시작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후 아주 더딘 속도로 살아오다 1만년 전 농업혁명, 과학혁명, 산업혁명을 거쳐오면서 인류 역사는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해 왔다. 선진국들이 수백 년에 거쳐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과 달리 한국은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를 통해 압축성장을 해 왔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인당 국민소득(GNI)이 76달러였으나, 67년이 지난 2019년 현재 3만2047달러로 약 424배 증가했고, GDP는 3만9600 여배 증가했다. 70년 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괄목할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선발국가 추격모방 중심의 경제발전으로 외형적인 경제성장은 달성했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나라는 축적된 창조적 경험의 부재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 공대 26명의 석학이 쓴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을 보면 축적의 관점에서 한국 산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그 동안 선진국이 해 왔던 시행착오를 겪는 수고 대신, 이미 검증된 한 하나의 모델을 따라 가는데 급급했던 한국 산업의 성장 동력이 수명을 다해가는 문제를 지적한다. 선진국에서 성공한 단 하나의 모델을 도입하는 문제만 신경 써 온 결과 우리는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산업 모델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산업 범주를 뛰어넘은 전 사회적인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혁신을 계속해서 해야만 한다. 어느 나라보다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데 힘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가 벌써 25년이 되었다. 지방정부는 그 동안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발전을 해 오고 있다. 필자가 지방 일선 현장 경험을 통해 분명히 느낀 점은 이제는 지방 스스로 특화발전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우리 지방자치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코로나19의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물러나면 K-방역의 성공요인으로 의료진의 희생과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빛나는 시민의식 등을 들겠지만, 필자는 25년간 축적된 지방자치의 힘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방정부의 재난 기본소득 도입이 계기가 되었고, 세계 표준 모델이 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이 지방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선의의 경쟁과 벤치마킹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이 얘기했듯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나면 많은 국민들이 지방자치 하길 참 잘 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25년간의 축적의 시간과 경험을 쌓은 지방자치의 힘! 코로나19 사태가 건강한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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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8 16:40

남북문제에 필요한 건 진심이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군산에서만 나고 자란 지 10여년 만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건 모 대학의 논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역에서 내려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놀라고, 지하철에서 토큰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몰라 계속 개찰구 앞에서 서성였던 기억이 난다. 얼마 후,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이 불쌍했는지 누군가가 토큰을 넣는 법을 알려줘 어렵사리 승차에 성공했다. 처음 타본 지하철, 그 안에서 TV로만 보던 63빌딩의 황금색 자태는 절로 우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공부를 위해 상경한 뒤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누군가 서울 사람은 방심하면 코 베어간다고 해서 정말 코를 자르는 줄 알고 한동안 코를 가리고 다녔다. 어느 날은 집안에 우환이 있다며 제를 지내지 않으면 집안이 위험해진다는 협박을 당하여, 한복을 입고 억지로 절을 하고, 지갑에 있던 교과서를 사려던 돈 전부를 바친 기억도 난다. 알고 보니 사이비 종교단체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나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대학 친구들에게 면전에서 전라도 출신은 뒤통수를 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군산은 깡패도시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군산에서 태어난 게 한스러웠고, 고향을 물어보면 피했다.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나를 판단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극도로 경색되어가는 남북관계 속에서, 우리 사회 속 탈북민들의 입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3만 4천여 명인데, 그 중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탈북민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탈북민은 과격하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에 비친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와 가장 아끼던 친구를 잃고 지원하게 된 탈북여성들에게서,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의 내 모습을 본다. 코 베어간다는 소리에 코를 가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녔던 나처럼, 그들은 밥 먹자는 인사에 밥 먹자는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동공이 흔들린다. 혹시나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보고, 자기를 남한 사람과 차별할까봐 두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앞뒤가 같으며, 사람 내음 가득한 그들을 좋아한다. 이러한 점을 보면 남북문제의 해법도 간단하다. 북한 사람들은 드세기도 하지만, 약속을 지키려 하고, 앞뒤가 같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그 동안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남한이 국내정치 홍보용으로만 북한을 활용했다는 분노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북한의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전, 모든 문제점을 직시하고 움직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정원은 물론 통일부, 외교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역할을 조율해야 한다. 각 공무원 개인의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도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게 북한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라는 점, 남한은 미국 무기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여 미국을 적극 설득하고 북한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대내외적인 체질개선과 노력을 기울일 때, 북한 또한 남한의 진심을 알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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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1 17:13

축제가 없는 전라북도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다. 전국 하루 평균 2.4개(2019년 기준)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는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는 휴식의 기회를 주며, 방문객에게는 잊지못할 추억과 해당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해 지역 브랜딩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잘 기획된 지역 축제의 경우 관련된 경제효과가 투자비용의 수십배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국제 규모의 축제를 준비하고 장려하는 것은 대한민국 뿐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추세다. 잘 키운 메가 이벤트의 경우는 전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축제들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하는 리스트, 일명 개인의 버킷리스트에 들어갈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나의 큰 지역 축제가 발전된 경우 그 시즌에는 항공편과 숙소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앨버커키의 열기구 축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 태국의 송끄란 축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 스페인 부뇰 토마티나 등이 있다. 축제를 보면 체험형 축제와 관람형 축제로 나뉜다. 송끄란 축제, 토마티나 축제, 옥토버페스트 같은 경우는 지역 축제 속으로 관광객이 직접 들어가서 함께 즐기는 체험형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체험형 축는 오랜 시간동안 축제가 이어져 내려와 하나의 전통과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을 관광객들이 즐기기 위해서 참여하는 형식이다. 이런 축제는 지역의 특산물, 기후, 역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발전시켜 정착시키기는 어려울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 열기구 축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 같은 경우는 관람형 축제로 지자체에서 체계적인 기획과 투자를 통해 성공을 시킬 수 있는 혁식이다. 국내의 사례는 서울빛초롱축제, 대구의 풍득축제등이다. 해외의 아름다운 축제를 밴치마킹해 국내의 콘텐츠와 혼합해 국제 축제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 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국내외 지자체는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전라북도의 경우 이런 노력에 상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 전라북도는 약 30억원<2017 곽상도 국회의원(문체부)자료>의 지역축제 예산을 사용했는데 이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예산이었다. (세종시 12억 제외) 전남 240억, 충북 210억, 제주 40억원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인색한 예산 집행이었다고 보인다. 사실 성공하는 축제는 예산이 좌우하지 않는다. 전라북도의 축제가 가야하는 방식은 관람형 방식에 체험의 요소를 적절하게 넣어 완성시키는 축제일 것이다. 이미 전라북도에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전통의 스토리와 현대적인 즐길거리가 공존하는 기획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투자를 통해 유치를 해야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축제를 성공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지자체의 체계적인 투자와 지원아래 지역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우리 지역을 성공적인 축제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축제의 마음으로 운영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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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4 17:03

새만금 개발 매립공법을 바꿀 때다

유인수 인스코비 대표이사회장 새만금 개발이 전북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새만금 개발 공사가 설립되어 본격적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이론적인 토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하고, 유효성 있는 개발 방안에 의해 실천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개발은 환경문제와 경제성 문제로 요약됩니다. 환경은 수질, 용수, 매립토, 분야로 살펴볼 수 있고 경제성 문제는 매립 비용이 주 이슈일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면 개발의 원칙은 첫째, 매립지 이외의 하천 지역은 해수로 유통되어야 합니다. 수질 오염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매립 비용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 해보면 매립 공법을 새만금 호소 외부 운반토 방식, 새만금 호소 내부 준설매립 방식에서 단지 내부 굴착방식 공법으로 매립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래야만 해수 유통으로 수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내부 준설시 유발되는 각종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으며 내부에서 멋진 담수호를 만들어 용수 문제도 해결하고, 아름답고 자연 친화적인 수변도시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새만금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연 친화적 수변도시(Biotope)도 자연 친화적이라고 이름만 붙어있지, 실제로는 내부 바닥 준설로 인한 모든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현재 6등급 수질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환경이 파괴된 냄새나는 추악한 도시에서 누가 살지 의문스러운 일입니다. 더욱 매립 비용을 낮추거나 경제성을 높이고, 수질 개선 등 환경 친화적인 공법에 있어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매립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외부에서 흙을 운반해서 매립하는 외부 운반토 방식이 있습니다. 처음 검토된 방식으로 알지만, 매립할 수 있는 흙 확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두번째로 새만금 호소 수중 준설 매립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새만금 호소 내부의 수중 흙을 퍼올려 준설하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매립지역을 정하고 매립지 내에서 흙을 퍼올려 육지를 만드는 단지내 내부 굴착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성으로 따지면 외부운반토방식이 비용구조가 10 이라고 할 때, 수중 준설 방식이 6, 단지 내부 굴착방식이 4 정도로 매립 비용 측면에서 내부 굴착방식이 최저의 비용으로 매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환경보호 측면에서는 외부 운반토 방식은 흙을 확보하는데 환경을 파괴하고, 수중 준설 매립방식은 수중 바닥이 쓰레기 매립장화나 상부가 세굴이 될 가능성이 높아 심각한 2차 환경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습니다. 더구나 해수 유통시 갯벌 복원이 불가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매립방식은 내부 굴착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환경문제로 인하여 새만금이 표류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새만금 종합개발 계획은 이해 관계자들도 많고 수많은 주장들도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원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원칙은 환경보호, 국가나 주민에게 혜택이 되는 방향, 매립 비용 등 개발이 가능할 수 있는 경제성이 있어야 개발이 성공해서 국가나 전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새만금 사업의 성공과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도 수변도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냉철한 공론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입니다. 여기에 핵심적 요소는 환경보호와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공법 단지내부 굴착방식 공법의 도입이 절실해 보입니다. /유인수 인스코비 대표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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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7 16:24

‘포스트 코로나’...‘각자 도생시대’ 도래

장기철 전북도민회 상근부회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불과 5개월여 만에 700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40만명 이상이 희생되었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 중세의 몰락을 재촉했듯이 코로나 역시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백신과 치료약 개발은 감감 무소식이다, 따라서 소비와 생산을 비롯한 모든 사회경제활동은 코로나19를 기준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의 도래다. 뉴노멀이란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과거의 표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 표준이 세상 변화를 주도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먹고 마시며 일하고 공부하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비대면이 대세다. 코로나가 촉발한 뉴노멀의 한 단면이다. 이 뉴노멀은 비대면과 탈세계화, 불확실성 최소화 전략 등의 특징을 띨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코트라(KOTRA)는 지난 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코로나 이후 중국의 사회경제 생태계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유망 분야 키워드로 H.O.M.E를 제시했다. H.O.M.E는 건강방역으로 떠오른 헬스케어(Healthcare), 인공지능(AI)빅데이터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된 온라인(Online), 방역 과정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이 검증된 무인화(Manless),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홈코노미(Economy at Home)를 일컫는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보다 넓은 무인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예상되며,홈코노미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파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대면온라인인공지능 등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그로 인한 개별화각자도생자국주의 등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뉴노멀을 향한 세계 변화는 이미 소비에서부터 일어나 산업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대면 접촉에 따른 감염 우려를 줄이고자 비대면 경제로 몰려드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는 쇠퇴할 것이며, 비대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보통신(IT) 산업과 개인화 서비스가 그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경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비대면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등장이 확대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네이션 퍼스트(nation first), 즉 자국 우선주의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화가 무력화되는 각자도생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웃 나라끼리 마스크 한 장도 나누지 않았던 것 처럼 전 세계가 방역을 위해 인적물적 교류를 제한하면서 국제 교역이 줄어들고, 탈글로벌화 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각자 도생의 도래는 리쇼어링(Reshoring) 즉 기업 유턴을 가속화시킨다. 미국 아메리카 은행의 조사 결과, 중국에 거점을 둔 다국적기업 가운데 리쇼어링을 검토하는 곳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도 지난 2월 중국산 부품 하나로 현대자동차가 셧다운된 이후 시스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리쇼어링에 역점을 두고 있다. 유턴 기업은 새만금 개발의 호재가 될 것이고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도 주목의 대상이다. 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산업화시대를 빗겨간 전라북도의 권토중래의 꿈을 실현할 열쇠이다. 유능한 항해자는 바람과 파도를 잘 이용한다.라는 영국의 속담처럼 새로 뽑힌 우리 전라북도의 지도자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장기철 전북도민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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