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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연극인 박동화선생을 기리는 계절 - 노경식

오늘을 지나 내일이면 초하의 6월이다. 6월 달에는 전북의 연극인들 치고 꼭 기억하고 반드시 기려야 할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그것은 왠고하니 지난 날 전북연극의 거인 박동화 선생께서 향년 67세를 일기로 세상 떠난 기일(6월 22일)이 들어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비단 연극인뿐이랴.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은 물론 각계각층의 지명인사들도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 우리네 전북인의 도리라는 생각이다.연극인 박동화(1911-1978) 선생께서 세상을 떠난 지도 어언 29개 성상이다. 흔히 말하기를 선생은 전북연극의 개척자 혹은 전북연극의 산파 등으로 생전에도 불리셨으나, 내 나름으로는 전북연극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것이 보다 적확하고 정감이 가지 않을까? 선생이야말로 불모(?)의 전북 전주 땅에 처음으로 현대 연극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열매 맺게 길러낸 연극거인이다. 선생님은 당신 혼자서 희곡작가이자 연극연출가, 연극제작자로서 일인 다역의 진솔하고도 학같이 고고하며 열정적이고 폭 넓은 연극운동가이다. 고달프고 간고한 지난 60년대 초엽에서부터 창작극회란 이름으로 몇몇 젊은이들과 뜻을 같이하고, 독창적으로 외롭게 시작된 선생의 순수 연극운동이, 오늘날에 와서는 전주시립극단을 비롯하여 황토 명태 등등 극단 숫자만 해도 12개 단체에 이르고, 연극인 숫자 수백 명에다가 해마다 공연작품이 수십 편에, 그 동안 전국연극제에서의 수차례 수상 경력 등등 그야말로 전국의 명문 지역연극예술로서 만화방창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는 셈이다.박 선생의 그 인자하고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싶으면 전주 체련공원에 찾아가면 된다. 연전에 전북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선생님의 동상을 건립하고, 좌대에는 그의 대표작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의 작품명이 새겨져 있음이다. 그러고 지난 2006년 가을께는 후배 연극인들이 선생님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 <가인 박동화, 최기우 작-유경호 연출>를 무대에 올렸고, 금년에는 또한 선생의 말년(60~70년대)을 소재로 한 새연극을 준비하고 있노라 듣고 있다. 조금은 때 늦은 감도 없지 않으나 얼마나 대견스럽고 의미있는 일인가. 아마 선생께서도 저세상에서, 그놈들 철들었구나. 싹수가 인제사 보여! 하고 흐뭇하게 미소짓고 계시지나 않을까! 때마침 지금 난, 제25회 전국연극제의 행사 일(심사위원장) 일로 경상도 거제에 내려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박 선생님을 가까이서 뵈온 것은 겨우 한두 차례 정도. 70년대 무렵에 서울의 명동국립극장에서 첫인사를 드릴 기회가 있었다. 그러자 선생께선 조금은 작은 키와 하얗게 센 머리에, 두 손을 따뜻이 감싸쥐고 가만가만 다정하게 하시는 말씀--노 선생, <달집> 공연을 내가 여그서 봤어요. 우리들이야 머, 씨 뿌린 역할밖에 더됩니까? 우리 전북, 고향 땅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써요. 허허~세상이 다 아는 박동화 선생의 연극 수제자이자 전북언론의 대기자 문치상씨(풍남제 제전위원장)가 쓴 <선생님! 박동화 선생님!>의 회고 글 중에서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이 글을 마치기로 한다.선생님! --이토록 믿음직한 후배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기뻐해 주시고, 그들의 앞날이 더욱 힘차고 풍성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노경식(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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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31 23:02

[타향에서] 문화산업 국제경쟁력 갖춰야 성공 - 이정식

세계화는 통합성과 다양성의 조화를 통한 문화우위시대이다. 문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자유시간이 늘어나고,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와 문화적 욕구가 확대되면서 문화는 삶의 중심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도 이제는 경제영역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와 문화의 상호연관성은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대중매체(mass media)?영상?음악?게임?디자인?지식매체 등을 포함하는 문화산업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문화기반을 견실히 구축하는 것도 지역발전의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는 자기 문화의 고유성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폐쇄적 태도에 빠지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세계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형성, 정보화 사회의 가속화, 위성방송의 확대 실시, 고속 교통수단 등의 발달로 세계는 공간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시스템(system)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문화우위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전통문화예술과 관광자원이 세계적 수준의 문화와 교감을 통해 보편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도록 세계화되어야 하며, 수려한 문화?관광자원의 개발과 홍보를 통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의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전략 또한 중요하다.한국문화관광연구소의 오순환 소장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1,176개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이를 지역별로 나누어 보면 수도권이 283개로 전체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상도(210개)와 전라도(181개), 그리고 강원도(124개) 등이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성공적인 축제의 사례를 소개하면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는 불과 5년 만에 125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549억 원의 지역경제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한편 인구가 43만 명에 불과한 영국의 에든버러(Edinburgh)시는 20여 종의 축제를 연중 개최하여 1,3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도시 및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맥주축제로 유명한 독일 뮌헨(Mu?nchen)지방의 10월축제(Octoberfest)도 연간 65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남원 춘향제, 김제 지평선축제 등의 문화관광축제도 명확한 목표시장(市場)과 독창성, 연상성(聯想性), 재미, 개최시기, 그리고 활발한 주민참여 등을 토대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문화상품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관광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관광에 대한 인식이 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틀에 박힌 민속촌이나 다른 한옥촌(韓屋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전주한옥마을의 재현이 좋은 본보기일 수 있다. 문화와 관광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관광문화의 창출은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동시에 우리 문화의 세계화, 그리고 국가이미지(image)와 지역이미지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이정식(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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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4 23:02

[타향에서] 소리꾼과 약장수 - 남형두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개봉되었다. 그런데 애초부터 흥행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서 그랬는지 천만 관객 영화가 간혹 있는 영화판에서 백만조차도 올리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사실 흥행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전편인 서편제의 그늘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과 달리 단관 개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백만 관객을 넘겨 당시로서는 요즘 천만 관객 못지않게 뉴스가 되었던 서편제는 얼마 전 문화부장관직에서 물러난 김명곤과 후편에서 더욱 그 소리와 자태가 무르익은 오정해라는 배우를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무엇보다도 판소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영화였다.영화 서편제에 이런 장면이 있다. 아직 장이 서지 않았는지 한적한 장터에 어린 송화(오정해 분)가 동생 동호의 어설픈 북소리에 춘향가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약장수가 그럴듯하게 포장된 약상자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쌓아둔다. 송화의 애끓는 이별가 대목에 사람이 한둘 모이고, 소리가 끝나자 송화는 약병을 들고 구경꾼들 사이에서 팔고 다닌다. 송화의 아버지이자 몰락한 소리꾼 유봉이(김명곤 분)는 멀찌감치 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 장면을 보다가 이깟 소리는 혀서 뭐혀라고 외치면서 약상자가 놓여있는 테이블을 쓸어버리고 이내 판은 깨진다.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세월은 흘러 영화 속 시대 이후 반세기가 지났다. 이깟 소리는 해서 뭐하냐고 외쳤던 유봉이가 한 나라의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문화부 수장이 되었으니 변하긴 많이 변한 것 같다. 한창 활동할 젊은 나이에 연극이나 판소리와 같이 돈 안되는 일만 골라하다가 폐병까지 걸려 죽을 뻔 했다는 그가 문화부장관이 되었을 때 마침 문화산업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큰 기대가 있었다. 장관이 바뀐 뒤로 문화부 공무원들의 옷차림이 달라지고 각종 문화 관련 행사를 주관하는 이 기관은 정부부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렁물렁해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도 잠깐, 허기를 달래며 연극대본을 외웠을 그가 그 뜻을 충분히 펴기도 전에 바다이야기 뒤치다꺼리와 몇몇 국제스포츠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더니 이내 경질되고 말았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특별히 무슨 잘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장관 재임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년 남짓 재임하였으니 장수(?)하였다고 할 것인지...우리나라의 제조업을 삼켜버린 중국이 최근 인건비가 급상승하여 상당수의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첨단 기술 산업이나 전통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몇몇 제조업종을 제외하고는 값싼 노동력의 중국을 당해낼 도리가 없는 우리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 협상을 비롯한 각종 정부정책 수립과정에서 약이나 연필 몇 자루 팔기 위해 공짜 소리를 해야 했던 지난 세기처럼 여전히 제조업에 문화산업이 뒷전에 밀리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약 보다 훨씬 비싼 소리를 놔두고 여전히 약만 팔고 있을 건가? /남형두(연세대 법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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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17 23:02

[타향에서] 웃음을 주는 '개그'의 힘 - 오태수

한 웃기는(?) 프로그램을 밤 9시 뉴스가 방송되는 같은 시간대의 바로 옆 채널에 내던지듯 편성했더니 문제가 생겼다. 뉴스의 위세에 눌려 기를 못 펼 줄 알았던 이 프로그램이 뜨기 시작하면서 요지부동의 9시뉴스 시청률을 잠식해 버린 것이다. 방송사가 밤 9시 뉴스에 쏟아 붓는 공력은 절대적이고 그로 인한 영향력 또한 만만치가 않은데 예상 밖의 일이 터지게 되었다. 이 개그 프로그램의 방송시간대를 옮겨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되었지만 콘서트 형식을 취한 이 프로그램이 채널이미지와 광고 등에서 뉴스를 상쇄시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내는 바람에 결국 없던 일로 묻혀 버렸고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욱 좋아지고 보니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개그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만들게 되었다. 자신이 망가지거나 남을 비비 꼬아대던 과거 코미디를 유치함이 섞인 구태라고 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요즘의 개그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뛰어나고 수준 이상의 사회풍자가 있어 인기가 넘친다. 거기에 연기자들의 순발력과 관객들의 호응까지 합쳐져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젊은 층이 주된 출연자들인지라 가끔 처음 대하는 신조어나 유행어, 몸짓 같은 것이 튀어나와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앞뒤 분위기를 꿰맞춰보는 경우가 생기곤 하나 그것이 젊은 세대 특유의 풋풋하면서도 건강함을 대하게 되는 것 같아 오히려 더욱 흥미가 있다. 그런 개그 프로그램을 젊은 층에서만 선호하는 그렇고 그런 프로그램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최근까지의 시청층을 분석해 보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연령층은 30대로 나타나고 있고 남성 여성할 것 없이 1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시청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네 식구가 사는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편차가 거의 없이 모든 연령층을 망라하여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몰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해 웃음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이해가 된다. 반가운 일이다. 그저 앞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변화 없고 건조한 일상을 TV앞에서나마 훌훌 털어내 버리고 싶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웃는 표정이 억지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고 마음이 편안하고 평온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고 보면 이제는 삶의 질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많아졌고 행복지수도 그만큼 높아져 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오월은 가정의 달이라 해서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가정 내부를 들여다보면 특히 휴대전화나 컴퓨터 같은 세대 간의 차단벽 때문에 가족 구성원간의 단절과 자폐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 볼일이다. 그러나 얼짱이나 지름신같은 말이 이제는 보편화 되었듯이 그때 그때 유행하는 용어 몇 개 정도나마 알고 지내면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고 웃음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과 다르게 웃을 줄을 알고 남을 웃기기도 한다. 웃으면 엔돌핀이 돌아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살짝 던지는 개그 하나가 집안에 생기를 돌게 한다.TV라는 매개체가 대화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가정에 웃음과 행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오월에는 집집마다 개그가 풍성해졌으면 한다./오태수(KBS방송문화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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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10 23:02

[타향에서] '춘향제' 구경가세! - 노경식

그 유서 깊은 남원 춘향제가 내일부터 닷새 동안(5월 4일~8일)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흥겹게 펼쳐진다. 올해로 77회째라니 가히 역사와 전통을 짐작할 만하다. 1931년 일제 강점기에 남원권번(券番)의 기생들 몇몇이 모여서 열녀춘향의 정절을 기리고자 제향을 모신 것이 그 효시였단다. 나에게 있어 춘향제 하면 1950년대 초 중고교의 10대 소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6.25전쟁의 끔찍한 뒤끝이라 궁핍과 간난시련 속에 살아가기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세월이었다. 그래도 해마다 음력 사월 초파일 춘향제 날이 돌아오면- 지금은 5월 5일이지만-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남원 사람들은 신나게 기분이 좋고 저마다 달뜨기 마련이다. 그 유명한 광한루에서부터 남원극장이 있는 은행 사거리의 동서남북 큰길가 푸른 가로수 끝에는 청사초롱이 매달려서 봄바람에 나부끼고, 풍물 걸궁패들은 귀창이 떨어지게 날라리 소리를 앞세우고 북과 꽹과리 장구 징을 울리면서 길거리 한복판을 미어터지게 흘러간다. 덩실덩실 춤추며 뒤따르는 것은 술주정꾼과 건달뿐 아니라 코흘리개 어린것들도 줄레줄레 한 몫을 놀고--여기 광한루야말로 춘향과 이도령이가 첫눈에 홀딱 서로 반해서 천년사랑을 일궈냈던 바로 그 자리가 아닌가? 남원 군민들은 겨우내 장롱 속에 감춰뒀던 봄나들이 새옷으로 말끔히 갈아입고 꾸역꾸역 광한루 경내로 몰려든다. 비단 남원뿐일까. 인근고을인 순창과 곡성, 임실 전주, 순천 여수, 지리산 연재 너머 경상도 함양과 진주 땅에서도 오고-- 광한루 연못(호수)에서는 황금빛 잉어떼가 한가로이 헤엄쳐 놀고, 누각 안에서는 판소리 명창대회가, 누각 아래의 우람한 느티나무에서는 춘향이 그네뛰기가 하늘을 날아갈 듯 한창이다. 그러고 또 한쪽 구석의 외진 곳에서는 난장판이 텄다. 뺑뺑이판 돌려서 숫자 찍기, 트럼프 넉 장으로 그림 맞추기, 화투놀이의 짓고 땡이나 또는 갑오잡기의 모이 등등-- 광한루 경내와 읍내 길거리, 장터와 시장통은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고, 구경꾼들이 신나는 굿판을 찾아서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서 간다. 그뿐인가. 활쏘기 궁도대회, 장사씨름대회, 곡마단의 써커스 놀이, 신파악극단의 <비 내리는 고모령>의 요란한 프럼펫 소리와 밤마다 용성학교 운동장에서 틀어주는 리버티 뉴스(대한뉴스)의 활동사진 등등. 그러나 역시 하일라이트는 대개 춘향제의 마지막 날 남원극장에서 펼쳐지는 우리나라 명창들의 판소리 발표회-- 그런깨로 명창 임방울 선생이 내레오고, 박초월이도 오고 또 김소희도 서울서 왔다는고만. 워매, 신나고 좋은 거!그날 밤, 남원극장은 입추의 여지 없이 극장 안이 터져나갈 듯 초만원을 이룬다. 임방울 선생의 <쑥대머리>에 객석에서는 추임새와 함께 한숨과 눈물이 절로 나오고, 아직은 새파랗게 젊은 남원 출신의 강도근씨는 <흥부가> 한 대목을 열창하느라고 온몸의 땀이 얼굴에 비 오듯이 흐른다. ---- 그 시절이야말로 춘향제는 고달프고 따분한 우리들의 세상살이 속에서 한 가닥 위안이자 축복이요 즐거움이었다. 오로지 그날만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그렇고 그런 평범함과 일상성에서 벗어나, 자못 크나큰 파격이고 대담한 일탈이며, 신선한 해방감이자 풍만한 자유가 아닐 수 없었으리라!벗님네야, 남원 춘향제 귀겡 가시제라우, 잉! /노경식(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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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03 23:02

[타향에서] 지식정보화로 지역발전을 - 이정식

세계화 시대는 사회의 정보화와 지식화에 의한 지식정보시대이다. 이것은 바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혁신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시대이다. 정보기술혁명은 과거의 근대산업주의에 토대를 둔 문명에서 이제는 지식과 정보에 기반을 둔 문명으로의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컴퓨터 혁명이 새로운 문명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정보통신혁명은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키고 있으며, 정보의 양과 흐름은 더욱 더 거대해 지고 또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지식정보시대에는 컴퓨터와 통신수단의 합작에 의해 이루어진 정보통신기반이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다. 지역발전의 새로운 인프라가 등장한 셈이다.지금까지 산업화의 힘이 석탄과 석유 등 동력(動力)에서 비롯되었다면, 정보화의 힘은 컴퓨터, 통신, 소프트웨어(software)가 융합된 정보기술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보기술은 지금까지 인간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생활의 기본적인 요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공간(空間)의 개념은 사이버(cyber) 공간의 출현으로 우리는 두 개의 우주공간에서 살고 있으며, 시간의 개념은 낮과 밤의 구분이 없어진 채 24시간이 낮이다. 속도의 개념도 이제 누구나 빛의 속도를 이용할 수 있으며, 대화의 개념은 1대 1에서 1대 다수(多數), 다수 대 다수의 대화가 가능해 지고 있다. 그리고 매체(媒體)의 개념은 정보전달기술의 통합으로 아날로그(analog)에서 디지털(digital)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이러한 생활의 기본요소를 기존의 개념에서 변화된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정보기술이 바로 인터넷(Internet)이다. 그러므로 21세기는 디지털 사회와 사이버 경제로 특징지어지는 디지토피아(digitopia) 시대이며,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주도하는 지식정보사회는 지식과 정보의 창출, 유통, 활용이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가, 지역, 계층간에 이른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더욱 심화되면서 정보 강자와 약자로 나누어지는 새로운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2000년 7월에 UN 경제사회이사회는 국제간 또는 국내의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디지털 기회(digital opportunity)를 창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따라서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초고속 통신망의 구축과 컴퓨터의 보급, 그리고 기초적인 영어구사 능력 등을 갖추지 않으면 지식정보시대에 우리는 낙오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농어촌 등 부진지역에 정보통신기반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도서(島嶼)와 벽지(僻地) 등 유선망을 통한 서비스 제공이 곤란한 지역에는 위성인터넷 플라자의 설치를 포함한 정보접근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며, 주부?농어민?저소득층 자녀?장애우?노인 등 정보이용 취약계층에게는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무료 컴퓨터교육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이정식(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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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26 23:02

[타향에서] 한미 FTA와 전라북도 - 남형두

한미 간에 FTA 협상이 타결되어 양국은 이제 각기 국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국회 비준이 끝나면 국내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국 한미 FTA 내용은 국내법에 그대로 반영되어 우리가 지켜야 할 법규범이 되는 것이다. FTA는 양자간 협상으로서 일괄타결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한 부문이 이익을 얻게 되면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해야 하는 것으로서, 그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열한 공방 끝에 현재의 협정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끝까지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농업 및 축산물 분야는 기간의 문제일 뿐 결국 개방과 무한 경쟁의 틀로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미국 의회는 그마저도 불만스러운지 쇠고기의 즉각적인 수입재개 없이는 비준하지 않겠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우리로서는 깊은 한숨이 나오는 대목이다.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렇게 한숨 나는 대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와 섬유산업은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을 따돌리고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무서운 질주는 미국 내에서 우리 공산품이 갖게 될 경쟁력을 빠른 시일 내 FTA 이전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잠시 몇 년 동안의 호황을 맛본 후 경제에 깊은 주름살만 남길 수도 있다. 농업등 1차산업의 피폐와 장기적으로 2차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저작권등 지적재산권 분야는 우리가 미국에 대폭 양보한 분과로 알려져 있다. 미국측 요구에 따라 저작권보호기간을 현행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양해한 것이 주 골자다. 이로써 출판계를 위시하여 문화계의 불만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저작권이 강화된다는 것은 문화소비자에게는 불편을 초래하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문화생산자에게는 더욱 큰 창작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장기적으로 볼 때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된다.한미 FTA는 농축산업의 비중이 높은 전라북도에 큰 타격을 줄 것이 예상된다. 반면 문화가 풍부하다 못해 넘치는 전라북도는 저작권의 강화로 인하여 문화산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위기는 말 그대로 위험한 기회다. 위기를 넘기지 않은 위인이 없듯이 나라나 지방자치단체도 위기를 선용하게 되면 그만큼 큰 발전을 하게 된다. IMF 경제체제가 그러했듯이 FTA는 명암이 있는 경제문제다. 전라북도가 FTA가 가져다줄 위험한 기회 중, 문화산업을 중흥시킬 기회를 포착한다면 큰 도약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남형두(연세대 법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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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19 23:02

[타향에서] 축제에도 콘텐츠를 - 오태수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지자체 실시 이후 각 지역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체험의 기회를 접할 수 있어 굳이 서울 중심권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됨이 의미 있고 반갑다. 봄이 되면서 밖으로 쏠리는 마음은 저마다의 놀이마당을 물색하게 만들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정보는 대개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얻어내게 된다. 그런 상관관계는 TV프로그램의 경우 음식이나, 관광, 그리고 건강 같은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고 인기가 있다는 것에서 반증된다. 그래서 시청률을 의식하는 제작자는 정보로서도 가치가 있는 여가활용 소재를 일부러 선택하기도 하고 또 그런 점을 이용해 축제 관계자는 언론사와 접촉하며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펴기도 한다. 작년에 전국에서 치러진 축제가 725개, 지역마다 그렇게 경쟁적으로 행사를 치르다 보니 특히 TV매체의 경우는 지자체마다의 적극적인 홍보 대상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느 해는 어떤 이가 나를 찾아와 자기네 행사를 프로그램에 소개해 달라며 협박 비슷한 간청을 하던 일이 있었다. 방송을 등에 업고 행사장의 부스판매와 입장료 수익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그런가 하면 예산을 그렇게 헤프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억, 수십억의 협찬비를 제시하며 행사의 공동 주최나 후원과 함께 많은 횟수의 TV스파트를 요구하기도 한다. 공익성보다는 정치적 흑심으로 전시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없지 않아 엄격한 심의의 잣대를 댄다. 모두가 TV의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자로서의 시청자는 현명하고 냉정하다. 아니다 싶으면 다시는 찾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것은 축제의 성격과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콘텐츠가 좋으면 방송이 스스로 행사장을 찾아 나서게 되어 있다. 우리 지역의 지평선이나 반딧불 같은 축제는 지난 해 우수축제로 뽑혀 정부지원과 함께 바람직한 축제로 자리매김한 편이지만 그러나 전국적으로 대대수의 행사는 컨셉과 프로그램상의 콘텐츠가 미흡하여 전문성이나 차별성이 떨어지고 거기에다 선심이나 과시, 무사안일로 인해 막대한 예산만 집행될 뿐 겉치레 행사가 많았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방문객 유치 숫자를 마구잡이로 계산하거나 상품 판매액수를 구매의향 계약액이라는 허수에 불과한 애매한 숫자로 부풀리고 도비나 국비까지 수입으로 잡아 흑자행사로 둔갑시키면서 성공적인 행사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제는 단순한 눈요기 감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차원에서의 전통성을 살린 다양한 현장체험 기회, 양질의 특산품 판매, 풍부한 먹거리와 편안한 잠자리까지를 제공하여 실질소득과 연계되는 방안이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주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나아가 지역민의 단결과 화합을 통해 자긍심과 애향심까지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좋은 계절 속에 전주국제영화제, 남원 춘향제 등 우리 고장의 많은 행사들이 차례로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 모두 귀중한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보면 모든 축제들이 보다 독창적이고 풍부한 콘텐츠로 꾸며져서 성공한 행사로 평가되길 바란다. 여기에는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지만 주민 스스로의 감시역할 또한 중요함을 첨언하고 싶다. /오태수(KBS방송문화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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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12 23:02

[타향에서] ‘해란강아 말하라’ -노경식

중국 연변의 연길시 한 호텔(羅京飯店)에서 가볍게 한식뷔페로 아침을 때우고 두만강을 찾아 보려고 승용차를 출발시킨 것은 대략 오전 아홉 시경이었다. 중조변경(국경)을 백두산에서부터 동북쪽으로 흘러 동해 바다로 들어가는 두만강을 만나보는 것은 누구한테나 가벼운 흥분과 설레임을 갖기에 충분한 일일 것이다. 내 나라의 북쪽 땅끝 두만강 물줄기를 건너서 북한의 함경도 산천도 일별해 보고-- 우리들 서울 연극인 일행 셋은 바로 어젯날(3월 15일) 오후에 이곳에 도착했었다. 우리의 연변방문 목적은 연변연극단(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연극단의 약칭)의 서울 초청공연 및 남북의 연극교류 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데 있었다. 연변연극단은 5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진 중국 유일의 예술단체이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있는 극단 고려극장과 더불어 전세계에서는 단 두 개밖에 없는 조선어극단(모국어) 중의 하나이다. 그건 그렇고 연변 연극인 방미선 교수(연출가)의 친절한 안내와 자상한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 남동쪽으로 룡정(龍井)을 향해 달려내려갔다. 때마침 50년래의 폭설로 얼마 전에 내린 50센티의 흰눈이 드넓은 산야와 마을들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이 눈밭이 다 녹자면 앞으로 4, 5월은 돼야 한다나? 시원하게 뚫린 자동차 도로는 한적하다시피 차량들도 드문드문 적고, 차갑고 맑디맑은 공기에 시원하고 푸른 하늘이 겨울 정취를 완연하게 한다. 오늘 기온은 영하 10도인데, 바람이 없어서 오히려 포근한 편이란다.우리는 중간 지점인 룡정 시가지를 어느새 지나고, 출발한 지 겨우 50여 분만에 목적지인 두만강가 삼합해관(三盒海關)에 닿았다. 우린 촉박한 일정 때문에 우선 먼저 두만강의 한 곳만을 찾아보고, 다시금 연길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역사 유적지도 몇 군데 둘러보기로 한 것. 해관은 중국식의 세관(稅關)이란 뜻인데, 두만강 7백 리에 걸쳐서 중국과 북한간의 국경세관은 모두 7개란다. 고성리, 남평, 삽합, 개산툰, 도문, 훈춘시의 사타자 및 권하해관 등등. 삼합해관의 강 건너는 함경도 회령시. 강 위에 놓여 있는 허술한 콘크리트 다리는 화물 트럭 한 대가 겨우 건너갈 수 있는 너비에 길이는 불과 30여 미터. 우리가 다리 난간쪽으로 가까이 접근하자 경비병이 제지한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인민폐 10위안을 주면 다리 중간지점(경계선)까지 걸어가볼 수 있고 사진도 찍게 할 수가 있었다나? 에게게- 여기가 두만강? 개천이네, 실개천! -- 연출가 김성노씨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내뱉는 말. 물론 여기서는 강의 상류쪽이라 그렇다 치고, 지금은 위쪽 무산 철광에서 흘러내리는 광산폐수와 갖가지 오염물 때문에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은 전설로만 남아 있고 온통 검은 물뿐이란다. 그렇다면 오늘은 하얀 백설과 얼음장이 강물을 덮고 있어서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다.이곳 삼합에서부터 호랑이와 늑대, 산도적이 들끓는 오랑캐령을 넘고 록장(鹿場)과 달라자(智新)를 지나서 명동, 선바위, 룡정, 국자가(延吉)로 이어지는 노정은 험난한 북간도 길의 가장 대표적인 코스 중의 하나였단다. 해서 지금이야 편한 세상이지만 그 길을 따라서 우리는 되돌아간다. 지신향 명동촌의 윤동주 생가와 김약연선생기념비, 룡정 지명의 유래가 된 룡두레 우물터, 멀리 비암산의 일송정 풍경과 화룡시의 광활한 평강벌, 항일독립운동의 요람 룡정시를 관통하는 해란강 등 -- 이 북간도의 젖줄 해란강은 연길의 부릉하통하와 만나고, 도문에 이르러서 두만강과 합류, 넓은 동해 바다로 흘러간다.나는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지그시 눈 감고 우리의 저항시인 윤동주의 <서시> 한 구절을 가만히 읊조려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해란강아 말하라! 남북의 한민족과 땅덩어리가 평화통일이 이루질 그때 그날이 언제쯤인가를 ---- /노경식(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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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05 23:02

[타향에서] 환경 친화적 지역발전을 - 이정식

세계화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지구환경시대이다. 근대 문명은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위한 토대를 제공했지만 인간생존의 근본적 기반인 자연을 도구화하고, 황폐시키는 우(愚)를 범했다. 지구온난화, 오존층의 파괴, 대기와 수질의 악화, 토양의 오염, 생물종(生物種)의 감소 등이 지구환경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전 지구적 환경위기의 극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발전과 환경을 배타적인 개념으로 보지 말고, 환경 자체가 발전의 중요한 전제이자 기회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이나 도시 및 지역발전 시스템, 그리고 우리의 생산과 소비양식 전체가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1년에 약 336억 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 중 생활용수는 72억 톤에 이른다. 비록 각 유역별로 수자원의 공급과 이용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으나 우리가 생활용수의 10%만 가정에서 아껴도 섬진강 상류의 주암댐 규모와 비슷한 양의 물을 절약하게 된다. 가격의 탄력성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물 값을 인상해서라도 물의 수요관리와 물의 사용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아직도 상수도의 누수율(漏水率)이 14.8%이고, 무수율(無收率)이 13.3%임을 감안하면 낡은 상수관의 교체는 물론이려니와 계량기를 조작하여 물 값 덜 내는 몰염치한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는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시 내의 낡은 하수관부터 정비하고, 빗물과 폐수를 철저히 분리하여 2차, 3차 처리까지 가능한 하수종말처리장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도시와 농촌에서 사용하고 있는 합성세제, 비료, 농약 등의 양을 줄여야 하고, 특히 하천의 부영양화(富營養化) 원천인 축산폐수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비점 오염원(non-point pollution)을 체계적으로 차집(遮集)하여 처리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환경보전의식에 대한 학습과 계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한편 대기오염은 오존층의 파괴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엘리뇨(El Nino)와 라니냐(La Nina)라고 하는 이상기후를 초래하여 홍수,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저유황유의 사용과 매연차집기의 설치가 의무화되어야 하며, 대기오염의 또 다른 원천인 자동차,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승용차, 버스, 지프차, 트럭 등의 매연가스를 줄일 수 있는 노력과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자동차 대수는 이미 1,500만대를 넘어 섰으며, 이 중 30%의 경유차가 매연가스의 64%를 배출하고 있다. 산성비와 토양오염으로 인해 늦가을의 낙엽이 썩지 않는 것은 낙엽을 썩게 하는 미생물종이 사라져 버린 결과이다. 흙의 영양분이 고갈되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이정식(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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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29 23:02

[타향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남형두

잠시 미국의 로스쿨에 체류할 때의 일이다. 방학 때면 텅 비어야 할 학교가 학기 중 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지역 변호사협회의 연수회가 방학 중에 학교시설을 연수장소로 활용했던 것이다. 땅 덩어리가 좁지도 않은 나라인데 변호사협회 건물이나 연수원이 없어서 대학의 강의실을 빌려 쓰는가 싶어 이상하였다.우리의 경우 무슨 행사를 한다고 하면 맨 처음 공간부터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연수회를 한다면 연수원건물부터 생각하는 것은 그 이치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연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수할 내용이 아닐까?마찬가지로 공연을 활성화한다고 하면 거대한 공연장부터 생각하는 것이 우리네 습관이다. 그러나 이제 서울 외에도 어지간한 지방자치단체는 천 석이 넘는 규모의 대형 공연장을 갖춘 경우가 많다.문제는 이러한 하드웨어를 채울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에 있다. 안에 채울 내용물이 충분하지 않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전라북도는 다르다. 사람의 오감을 울리는 여러 가지 문화가 풍부하다 못해 넘치는 우리 고장이 다른 지역과 같이 강당을 짓는데 경쟁하는 것 보다는 이 안에 넣을 사람과 문화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투자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서너 해 전, 국립극장 야외무대에서 자정이 넘도록 안숙선 명창의 수궁가 완창을 감상한 적이 있다. 안 명창은 세 시간이 넘도록 2백여 명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더니 출출하면 뒷마당에 준비해 놓은 막걸리와 빈대떡으로 요기하라는 친절까지 베풀면서 대공연을 완성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조수미 공연과 중국 장예모 감독의 투란도트 공연이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다. 하늘극장의 공연과 상암구장의 행사를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운이다. 공연장인지 경기장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운집한 사람들밖에 기억나지 않는 행사와 달밤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함께 어깨춤을 추고 어우러진 그 밤 공연은 문화의 품격에 있어서 차원이 다르다.그런 점에서 영국 여왕이 찾았다는 안동의 하회별신굿 탈놀이는 시사하는 점이 크다. 2백여 평 남짓한 마당에 겨우 두 세 계단 정도 되는 관객석을 갖추고 연중 상시공연하는 하회탈춤극은 몇 시간이 걸려서라도 일부러 찾고 싶은 곳이자 공연이다.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소리의 전당을 생각할 때 문화의 중심인 전라북도에 이런 공연장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장중한 소리의 전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리꾼이다. 어떤 가수의 노랫말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우니까. /남형두(연세대 법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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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22 23:02

[타향에서] 꽃나무가 있는 풍경 - 오태수

봄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대춘(待春)으로 설레는 사람들의 정서에 편승하여 며칠이라도 먼저 봄을 보여주고 싶어 과장된 표현을 할 때가 있었다. -올봄에는 예년보다 일주일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식인데 그렇게 개화시기를 해마다 앞당겨 둘러댔다면 아마 지금쯤의 봄꽃은 대한 추위에 피었어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정말로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열흘 정도나 앞당겨져 버렸다. 남녘의 매화와 산수유 화신은 진즉 들려왔었고 주초까지 잠시 차가왔지만 집 앞 가까운 산자락에도 봄이 와 있다. 가지마다 내려앉은 화사한 햇살에 생강나무가 맨 먼저 노오란 꽃봉오리를 피운 것이다. 진달래보다 일찍 피는 생강나무 꽃은 정선아리랑에 동백꽃 이름으로 등장하여 임 그리는 애틋한 사연을 취재했던 시절과 선친의 본향에 유난히도 많이 피었던 모습이 점철되어 유독 정이 쏠리지만 어떻든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나무들을 대하면서 나만의 감흥에 빠져 잠시 추억 속을 유영해 보기도 한다. 지금 이대로의 꽃바람이라면 다음 주말 무렵에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고향의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가 좀 늦더라도 가로수 벚꽃 보다 아무렴은 산벚꽃 소식이 기다려진다. 전주 승암산과 모래재 주변 산자락에서 보았던 동화 같은 파스텔 톤의 환상적인 연분홍빛 아름다움과 온통 벚꽃으로 치장되어 그 자체로 한 폭의 산수화가 되어버리는 완산칠봉 봄날 풍광의 장관이 눈에 선하다. 어디 그 뿐인가. 벚꽃들의 향연이 끝나면 나무마다 새움이 빠르게 돋아나면서 나무들 저마다가 만들어 내는 신비스런 신록의 파노라마와 바래봉의 철쭉 등으로 이어지는 나무들의 축제 시리즈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아카시아나 신갈나무처럼 번식력과 자생력이 강한 나무들 덕분에 그동안 우리 산이 빠르게 푸르러 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제는 그런 획일적인 산림녹화에서 탈피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검은 숲으로 불리며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독일의 유명한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는 인공으로 조성된 침엽수림이지만 사철 거무스름한 색깔을 하고 있어 사람들이 싫증을 느끼게 됐고 그래서 이제는 계절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숲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도 단순한 식목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산의 다양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조림으로 옮겨가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암시한다. 식목 시기는 진즉 찾아왔고 나무시장도 곳곳에 열려 있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지자체 그 나름대로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 이왕이면 꽃과 잎과 열매가 모두 좋은 나무를 심어 보자. 굳이 산이 아니더라도 좋을 것이다. 산에서만 봤던 노란 꽃과 붉은 열매의 보기 좋은 산수유와 이팝나무, 자귀나무 같은 것이 이미 가로수로 등장했듯 생강나무, 산딸나무, 산목련 같은 나무들이 도심에 심어진다면 사람들은 언제나 먼저 계절을 맞아들여 자연과 대화하며 공존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해진다 했다. 비록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더라도 꽃나무 한그루라도 심겠다는 마음을 지금 가진다면 빈들처럼 허허로워진 가슴에 생기가 돌고 꽃잎이 피어나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분명 삶이 풍요로워 질 것이다. /오태수(KBS방송문화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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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5 23:02

[타향에서] '동편제' 에 홀린 사나이 - 노경식

高敞城 높이앉아 羅州풍경 바라보니/ 萬丈雲峰 높이솟아 층층한 益山이요/-- 南原에 봄이들어 각색화초 茂長하니/ 나무나무 任實이요 가지가지 玉果로다~판소리 단가 <호남가>의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판소리 음악이 지난 2003년에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일은 알만한 사람은 익히 알고 지내는 터. 그런데 오늘은 그 판소리의 태동지인 남원 고을에서 25여 년 동안을 지리산 동편제 소리에 미쳐(?) 발품 팔며 혼자서 소리소문 없이 연구하고 있는 무명의 전문가 한 사람을 소개치 않을 수 없겠다. 그의 이름은 김용근(48)씨로 지리산에 가까운 산내면 면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공무원이다. 그의 태생으로 말하면 남원시 주천면의 육모정 근방인데, 고향에서 학교를 나오고 곧장 지방공무원 생활에 들어가서 근무연한 21년째이며, 어쩌다가 판소리 음악에 재미 붙여서 옹근 25년간이란다. 그러니까 지리산 동편제의 뿌리와 맥을 찾아서 그는 잊혀지고 묻혀 있는 자료수집과 발굴 및 현장조사를 위해 긴긴 한세월을 바치고 있는 셈이다. 전라도 섬진강을 중심으로 그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판소리 유파[法制]가 발달한 모양인데, 광주 나주와 보성 장흥 고창 정읍 등지는 서편제라 이르고, 지리산록의 동쪽 남원 운봉을 중심으로 한 구례 순창 흥덕 임실 전주는 동편제라고 부른다. 서편제[界面調]란 그 소리가 맑고 높고 아름답고 애원처절하여 여성적이라면, 동편제[羽調]는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로 장중하고 씩씩하고 호방하고 웅건청담하여 남성적이라는 것. 어쨌거나 19세기 중엽 조선왕조 말에 판소리를 집대성하고 동편제를 일으킨 송흥록 선생은 남원 운봉면의 비전거리[碑殿里]가 탯자리이다. 가왕(歌王) 송흥록의 출생지가 운봉이란 것은 전설적으로 전해 올 뿐 실증적 자료도 별로 없고 전무한 상태이다. 그런데 김용근은 송씨 가문의 족보를 뒤지고 호적을 찾고 또 찾아서 송흥록 선생의 6대장손 아무개씨가 현재 경기도 수원에서 버젓이 건재하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그러고 그의 공적 중 또 하나 예를 들자면, 지난 일제강점시기의 암흑과 광기 속에서 우리네 서민대중의 시름과 한과 설음을 달래주던 명창 이화중선(李花中仙)에 관한 출생지와 주소 및 묘지 등을 근근히 찾아내고 그 잘못을 바로잡기도 했다.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명창의 고향은 경상도의 부산이 아니고 전라도의 남쪽 바닷가 목포(남교동 12번지)이며, 그녀가 남원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그당시 유명한 남원권번에서 기생수업을 하였고 남원읍내 천거리가 주거지였다는 등등. 동편제에 홀린 사나이 김용근씨! 고향 땅에서 그냥 공무원 생활이나 잘하고 지내면 좋을 텐데, 무슨 판소리 귀신이 씌우고 애향심이 발동해서 그 지랄(?)이며 그 고생일꼬? 생각하면 그 공무원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엊그제 YTN 인터넷방송에 올해 전주시에서는 가정주부 학생 어린이 할 것 없이 판소리 대중화 운동에 나서서, 시민들이 <호남가>를 배우느라고 한창이라는 토막뉴스를 봤다. 오매오매, 신명나고 좋은 일이고말고 잉. -- 우리 호남의 굳은 法聖, 全州百姓을 거나리고/ 長成을 멀리쌓고 長水로만 돌아들어/ 礪山石에다 칼을갈아 南平樓에다 꽂았으니/ 조선예의란 三禮도 으뜸인가, 거드렁거리고 놀아나보세. * 노경식씨는 남원 출생으로 남원용성초, 중, 남원농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철새 당선으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달집 징비록 소작지 井邑詞 하늘만큼 먼나라 萬人義塚 징게맹개 너른들 등 장단막극 30여 편을 썼으며,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한국연극예술상, 서울연극제 대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대산문학상, 동랑유치진연극상, 한국희곡문학상 대상, 서울특별시문화상 (연극)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 차범석연극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노경식(극작가서울평양연극제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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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8 23:02

[타향에서] BIT산업의 융합으로 지역발전을 - 이정식

세계화는 경제적 상호의존과 무한 경쟁이 교차하는 지구촌 시대이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경제로 통합되면서 기업들의 초국적화는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global) 경영체제를 갖춘 기업들은 투자매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들고 있다. 그동안 국가의 보호아래 국경 안에서 안주해 온 경제주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자유경쟁에 뛰어들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힘, 즉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다.한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전통적인 생산요소의 투입에 의한 발전과정을 거쳐 핵심기술 및 혁신에 의한 발전, 그리고 최종단계로 축적한 부(富)의 분배?소비에 의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요소투입과 자본투자의 확대를 통한 경제발전을 토대로 이제 혁신에 의한 발전을 추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제조업에서 정보기술과 접목된 지식기반산업의 창출이 국가와 지역발전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세계적인 미래학자 토플러(Alvin Toffler)는 혁신 중심의 문화와 분위기를 구축하는 국가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는 우리나라 지식기반산업의 핵심을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의 융합(BIT)에서 찾으라고 권고하였다. 특히 바이오칩(biochip) 기술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그는 전망하고 있다. BIT 융합기술은 미래형 융합기술 산업의 대표 주자로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분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혁신주도형 신성장 시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래 유망산업의 발전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전라북도도 예외는 아니다.전북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의 창출을 통한 지역발전이 추진되어야 한다. 전북의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醬類) 식품과 젓갈류, 치즈, 복분자 및 머루주의 주류(酒類), 그리고 홍삼과 한약 등을 포함한 미생물 발효식품은 이미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전통식품의 발효기술에 기초한 바이오산업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장류 식품과 김치 등의 냄새를 제거하고, 기능성을 제고하여 이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우수 균주(菌株) 등을 활용한 발효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생체 바이오칩 기술과 결합된 각종 암과 당뇨병 등을 위한 면역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이 개발되면 전북의 발효식품도 이를 토대로 맞춤형 기능성 식품이 개발되어야만 차세대의 BT산업과 의료진단 관련 IT산업의 융합을 도모할 수 있다. 전북의 미래를 좌우할 성장동력의 창출에 필요한 산업혁신 인프라 확충과 함께 R&D 투자 확대, 전문인력 양성, 전략적 국제기술협력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이정식(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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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1 23:02

[타향에서] 입신(入神)과 입신(入身) - 오태수

대부분의 대학이 이번 주에 졸업식을 끝냄에 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들어서야 할 취업문은 여전히 굳게 잠겨있어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몹시도 치열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심한 경쟁을 뚫고 올해 백 명 정도의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학연이나 지연을 내 세울 일은 못되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어 고향 쪽 출신을 살펴보니 몇 사람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지방대학의 핸디캡을 딛고 학과와 실기, 합숙평가, 면접 등의 까다로운 전형과정을 통과하여 입사했기에 더욱 정이 쏠린다. 이들은 일단 안정적인 급여와 신분을 확보하게 됐으니 취업난 시대의 요즘 유행어로 치면 신의 아들이 된 것 아닌지. 어떻든 남보다 더 노력한 결과로 신도 모르고 신도가고 싶어 한다는 선망의 직장을 구하여 그야말로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 취업자들과 비록 모자람이 있다 할지라도 나름대로의 직업을 갖게 된 사람들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렇지만 한 사람당 30군데 이상에 이력서를 제출하고서야 겨우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응답자의 45%나 된다는 한 취업관련 사이트의 통계와 취업률이 좋다는 어느 전문대 입시에 석 박사를 포함한 무려 700명이 넘는 대졸 고학력자가 몰리는 기현상에는 경악할 따름이다.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문이 열릴 것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현재 구직난을 겪고 있는 사람만도 전국적으로 120만 명 정도에 달한다 하니 이런 암담한 현실 앞에 누군들 신의 가호를 기원하지 않겠는가 싶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태백이나 어둠의 자식들로 분류되어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나도 한 때 이태 동안 무위도식한 바 있어 그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기에 불투명한 구직활동이 계속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러 대인기피증까지 보이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부단히 경계해 주길 바랄 뿐이다. 한편으로 대학에서는 강의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마저 취업실적을 위해 현장을 뛰고 취업률을 부풀려 홍보해야 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취업률이 신입생 충원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학과의 존폐는 물론 학교경영과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한다. 나에게도 가끔 부탁을 해오지만 모두들 힘들어하는 저간의 상황에서 취업문제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신을 찾아야 할 만큼 역부족인 처지이고 그 때마다 주변에 얽혀있는 이런 저런 연분을 찾는다는 게 결국 사회적인 병폐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쉽지가 않다.그러니 어찌 하겠는가. 정부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으니 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취업문은 당사자 스스로가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취업문제에 당면한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투지와 패기를 잃지 말고 칠전팔기의 도전과 자립정신을 최대한 발휘해 주길 기대해 본다. 우리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 했지만 그러나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선택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고향출신 젊은이들이 어떤 연분이나 신의 도움 없이도 당당히 입신(入身)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내 주변에서 자주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취업준비자들이여- 아자! 아자!/오태수(KBS방송문화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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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2 23:02

[타향에서] 삼양설탕과 아버지 - 남형두

요즘 핸드폰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있다. 핸드폰을 열고 미리 입력된 이름을 발음하면 전화번호가 뜨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전화가 걸리는 기능이다. 그런데 기침을 몇 번 한 후 목소리를 가다듬고 똑똑히 발음해도 주변 소음 때문에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혹 삼사십년 전에 이미 이런 기능을 가진 전화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지금은 0번에 자물통을 채운 다이얼식 전화기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보다 더 골동품은 공전식 전화기다. 수화기를 들기만 하면 전화국 교환수가 안녕하세요 하면서 어디 연결해 드릴 건지 물어본다. 발음이 시원치 않아도 심지어 정확한 이름을 몰라도 대개 교환수들은 척척 알아듣고 신기하게 잘도 연결해 준다.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아버지는 자식들과 함께 백여 포가 넘는 3킬로그램 들이 삼양설탕을 선물종이로 포장하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요새로 치면 백화점택배 같은 것이다.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군청, 경찰서 등 관공서에 감사의 뜻으로 돌렸을 것이다. 그밖에도 아버지는 선생님과 지인들에게 돌릴 설탕을 아들과 딸들이 직접 전달하게 하셨다. 그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앞서 말한 전화교환수들이다. 1년 내내 고생한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아버지는 설탕 한 포에 담아 돌리셨던 것이다. 발이 페달 끝까지 닿지 않는 육중한 짐자전거에 설탕 십여 포를 싣고 가다, 그땐 겨울이 지금과 달리 길고 응달진 곳은 내린 눈이 녹지 않아, 가로등도 없는 어둑한 골목길에서 기우뚱거리다 넘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다 돌리고 집에 올 때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자식들에겐 팥죽에 설탕도 한 숟갈 넘게는 못 넣게 하시면서 남들한테는 포대 채로 돌리시다니. 어떨 때는 반항심으로 설탕을 몽땅 한곳에 버리고 오고 싶을 때도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전화교환수들에게 설탕 안 돌리면 전화 안 바꿔주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를 원망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똑 같이 설탕 한 숟갈 씩 넣었는데도 아이들 그릇에 담긴 팥죽은 내 것보다 항상 달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그새 두어 숟갈 씩 더 넣었겠지. 애비도 옛날에 그랬으니까.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가지런히 잘라 설탕을 듬뿍 뿌리고, 샘에서 막 퍼올린 시원한 냉수 한 사발에 설탕 한 숟갈 넣고 휘 저어, 한 여름날 러닝셔츠 차림의 지금 내 나이 쯤 되었을 흑백 사진 속의 아버지께 올려 드리고 싶다.설을 앞두고 칠산어장에서 잡아 올린 게로 만든 곰소 꽃게장을 몇몇 분들께 보낼 주문을 하면서 우리 먹을 것을 빼다가 사진 속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란다./남형두(연세대 법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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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15 23:02

[타향에서] ‘남원시립도서관’을 위하여 - 노경식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의 보잘 것 없는 이들 몇 권의 장서는 본인으로선 피 같은 책들입니다. 극작가 노경식의 칠십 평생이 그 책들 속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마누라와 자식들 빼놓고는 애지중지 가장 내가 사랑하고 아껴왔던 물건들입니다. -- 장서의 이름은 불초 하정당문고(下井堂文庫)로 정했습니다. 짐작이 가시겠지만, 옛날의 남원 읍내 下井里 83번지 주소는 본인이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흙장난치며 자라나 그곳에서 용성국민(초등)학교와 용중 및 남원농고를 줄곧 다녔으며, 노경식이가 서울에 대학진학을 한 뒤로도 내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1970년대)까지는 40여 년 세월을 어머님과 함께 농사 짓고 살아오셨던 인연 깊은 곳이기 때문입니다.--이 글은 내가 갖고 있던 몇 권의 책들(3청여 권)을 남원시에 기증하면서 시장님에게 보낸 편지글의 한 구절입니다. 본인이 관련된 일이라서 조금은 남세스럽고 안된 일이기도 합니다만, 저간의 남원 실상을 알리고 호소한다는 뜻에서 얘기를 꺼내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2003년도에는 우리나라 판소리 음악이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당당히 등록되었고, 그 중에서도 지리산 자락 남원이야말로 세상이 다 아는 <춘향전>과 <흥부가>의 탯자리이자 예향으로 불리는 본고장이올시다. 그런데도 지금껏 문화시설(도서관) 하나 없다니 될 법한 일이겠습니까. 흔히 도서관은 지식과 정서의 곳간이요 마음의 양식 창고라고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선 부끄럽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어쨌거나 이번 일을 빌미로 남원시에서는 시립도서관 건립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떡이나 빵에는 팥소가 있어야 제 맛이듯이 도서관에는 책과 자료가 있어야 제 격이지요. 그런데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되겠습니까? 우리 남원을 고향으로 갖고 계신 분이거나 아니거나 또는 출향해서 멀리 떨어져 외지에 살고 계시거나 아니거나, 평소에 내가 아끼고 손때 묻은 책들을 나눔의 광장으로, 공공의 장소에 쾌히 내놓는다는 것은 실로 보람차고 뜻 깊은 일일 것입니다. 여기서 남원시장님(최중근)의 적절한 한 말씀. 다만 우리는 귀한 책들을 시민을 위해서 잘 보관하고 관리하고 이용할 할 뿐이지요. 본인이 어느 날 책을 돌려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습니다. 책이야 한 권도 좋고 열 권도 좋고 30권도 좋습니다. 뜻 있는 독지가 여러분, 당신님의 소중한 책을 남원으로 보내소서! 춘향골 남원 시민들의 마음의 양식이 되고, 정서함양과 알뜰한 여가선용을 위하여. 그러고 보니까 장차 남원시립도서관의 장서가 시나부로 늘어나서, 10만 권 50만 권 하는 그날 그때를 꿈꿔 봅니다.* 노경식씨는 남원 출생으로 남원용성초, 중, 남원농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철새 당선으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달집 징비록 소작지 井邑詞 하늘만큼 먼나라 萬人義塚 징게맹개 너른들 등 장단막극 30여 편을 썼으며,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한국연극예술상, 서울연극제 대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대산문학상, 동랑유치진연극상, 한국희곡문학상 대상, 서울특별시문화상 (연극)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 차범석연극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노경식 (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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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08 23:02

[타향에서] '설득의 예술'로 지역발전을 - 이정식

우리는 지난 1960년대 이후 20세기말 까지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경험하였다. 그러한 성장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혹자(或者)는 수요와 공급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원리와는 달리 일종의 특수이론인 발전국가론(發展國家論)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에 의한 민간 기업가정신이 경제발전의 요체라고 주장하는 경제발전론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발전국가론은 국가가 민간기업가의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과거 경제발전은 국가 기업가론의 속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국가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을 직접 세계은행 등에서 조달하고, 이를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과거 경제기획원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그 기능을 수행해 왔다. 둘째, 국가가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인프라를 직접 계획하고 개발하였다. 고속도로, 댐, 항만 등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산업단지까지도 국가가 직접 개입하였다. 셋째, 국가는 자본가와 근로자에게 일정한 규율(discipline)을 부과하여 기업경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우리 젊은이들의 군복무 경험은 이러한 규율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 넷째, 새로운 산업기술 역시 시장논리보다는 국가가 우선순위를 설정하였다. 전자, 조선,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위한 각종 관련 법 제정이 그 대표적 사례이며, 신산업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도 민간이 아닌 국가가 직접 주도하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결국 우리는 범정부 차원의 국가산업정책, 즉 국가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국가의 주요 기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개발독재체제로부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는 지역간의 분쟁과 갈등 때문에 지역개발사업의 추진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정부(GO)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과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 새만금 사업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등의 국가프로젝트에 대한 논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쟁조정을 위한 설득의 예술, 그리고 정답(正答)을 끌어낼 수 있는 토론문화의 정착과 인내심은 아직도 우리에게 요원한 숙제인가?세계화와 무한경쟁시대에 시장의 자율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개개인의 가치판단기준이 다양화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기준도 다원화되어 가고 있다. 과거 정부주도의 경제 및 지역개발의 기반이 되었던 경험적 지식에 대한 흥미가 퇴색되어 가는 일종의 발전피로증후군이 또한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신드롬에서 탈피하고, 21세기 메가트랜드(megatrend)에 적응해 갈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는 요구받고 있다. 지역발전에 필요한 이해당사자간의 합의형성을 위해 민주주의적 절차와 규범을 찾아내는 것이 민주화와 지역발전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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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01 23:02

[타향에서] 메밀꽃과 라디오스타 - 남형두

몇 해 전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생가가 복원되고 기념관이 건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봉평을 찾은 적이 있다. 마을 초입부터 봉평 장을 재현한 듯(?) 온통 막걸리에 감자전 판이었다. 허기사 소설에도 충주집이라는 주막이 나오긴 하지만. 주점 안에 들어가 생가와 기념관을 물어보면 대개가 모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상한 사람인 듯 쳐다 본다. 물어물어 찾아간 기념관은 대로변에서 가장 멀고 높은 곳에 위치하였다. 모두 충주집에서 다리가 풀렸는지 이곳까지 온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봉평을 찾은 것은 아이들에게 그 물방앗간과 희다 못해 필시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그 메밀밭, 그리고 왼손잡이 동이 뒤에서 터덜터덜 대화 장으로 걸어가는 허생원이 보았던 그 밤 벌판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충주집만 보고 왔으니 먼 길을 부러 간 것이 허탈했던 기억이 있다.지난 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라디오스타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같은 해 왕의 남자로 대박을 터트린 이준익 감독이 만들었다. 이감독은 라디오스타 관람객이 백만을 넘자 왕의 남자의 천만 관객 보다 소중하다는 말로 이 영화를 자평하였다. 영월이라는 작은 지역에 전성기가 지난 퇴물 가수가 지역라디오방송 DJ로 나오고, 영월의 유일한 록 밴드 이스트리버(동강)가 이 지역의 사람 사는 이야기와 함께 인터넷방송을 통해 전국을 석권해 버린다. 이 영화 제목은 버글스라는 영국의 팝그룹이 부른 Video Killed The Radio Star에서 나온 듯싶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흘러갔어야 할 라디오스타가 비디오시대에 다시 살아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니, 영화 못지않게 제목이 주는 감동이 대단하다.교통의 발달은 세계를 가깝게 만들었다. 그런데 인터넷은 세계를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동시대로 만들어 버렸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뜻하는데, 인터넷의 동시성은 장소의 간격을 메운 것이다. 이로써 더 이상 지역문화와 지역지식산업은 설 땅을 잃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성(locality)에 터 잡지 않은 보편성(universality)은 큰 매력을 갖기 어렵다. 인터넷 시대에 지역성은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다. 오히려 인터넷에 의해 이전에는 쉽게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성, 지역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단을 얻은 셈이니 지역성에 터 잡은 문화는 더 많은 유포와 교류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감자전은 봉평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이스트리버는 영월에만 있다. 첫 원고에 웬 강원도 타령이냐 묻는다면 문화자산이 풍부한 우리 고향이 혹 감자전을 팔고 있거나 그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우에서다.△남형두 교수는 부안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워싱톤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법시험합격 뒤 저작권심의조정위원.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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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25 23:02

[타향에서] 자연이 돋보이는 터전 - 오태수

서울에서 천안까지의 긴 거리가 거대한 건물 군(群)으로 메워졌다. 수도권 영역은 어느 새 천안까지를 잠식한 셈이다. 그 공간에는 아파트와 각종의 생산시설, 물류창고 같은 건조한 모습들이 차지해버려 산과 들의 아늑한 스카이라인 보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자연보존권역을 정해 난개발이나 인구와 산업 집중을 막고 있지만 그 때문에 공존해야 할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는 찾기 어렵고 사람들의 정서도 많이 황폐해 졌다. 고향에 내려갈 때 마다 차창을 통해 느끼는 단상이다. 우리 고장엔 아직 때타지 않은 자연이 잘 살아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 고유문화가 난 참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초기의 특정산업의 지역 편중 육성으로 내 고향 삶터는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여서 소득이 낮고 인구 유출이 많은 편이지만 그러나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빈곤상태를 벗어나게 되면 재산이 늘더라도 그것이 행복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했다. 경제력과 삶의 질과는 아주 미미한 상관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계량화 된 수치는 없지만 굳이 행복지수를 따진다면 아마 우리 쪽이 훨씬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향 발전을 꾀한다며 낙후라는 꼬리표를 들춰내고 그럴듯한 구호를 붙여 멀쩡한 자연을 생채기 내면서 경제 제일의 가치만을 강조한다면 그에 따른 환경훼손과 오염, 교통체증, 위화감 조성 같은 폐해로 인해 지금 다른 지역에서 안고 있는 고민처럼 오히려 그게 더 부끄러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발과 경제력의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조금 부족하고 더디더라도 자연을 안고 가야지 자연을 경시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횡포이자 오만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청계천에서 봤듯이 이제 자연을 되살려 내면 큰 박수를 받고 자연 그 자체가 돈을 만들어 주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거대한 인공시설물이 돋보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연이 돋보이는 터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인물도 길러진다고 보면 미래에 대한 집중투자 대상은 이제 자연과 문화 그 자체여야 하고 그것이 결국 값진 자산으로 부각되고 널리 평가받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테면 천연 그대로의 섬진강 보전이나 전통문화중심도시로의 육성 같은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의 정부 통계 하나를 보니 장차 은퇴하면 농촌에 들어 가 살겠다는 대도시 직장인이 조사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도시의 사회 경제적 압박 속에 그냥 떠밀려 산다고 푸념하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농촌과 같은 자연환경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의미다. TV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가 냉혹한 시청률 싸움에서 10%대를 유지하며 17년 동안 프라임시간대에 살아 남아있는 것도 필시 그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지며 살가운 이웃과 따뜻한 정 나누면서 살고파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우리 스스로 홀대하여 지금 수도권이나 산업지역에서 겪고 있는 중병을 자초하고 삭막한 터전으로 퇴행시키는 잘못은 없어야 한다.고향 쪽을 둘러 본 주변사람들이 너른 들과 깨끗한 산천, 그 안에서 문화를 가꾸어 가는 사람들의 곱고 여유로운 심성을 꼽으며 모처럼의 인상적인 감회와 여운을 나에게 들려줄 때마다 난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약력: 남원 출생. 원광대와 동국대 대학원 졸업. KBS PD로 6시내고향, 한국의 미, TV문화기행, 도전 지구탐험대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편성정책 주간, 방송콘텐츠 주간, 전주방송총국장, 시청자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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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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