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탓 내탓’ 이란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을 좌우하는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이를 해결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들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모를 리 없는데도 예산 칼질을 당하고, 계류 법안으로 질질 끌고. 결국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을 겪어도 누구 하나 자책하며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악착같이 매달려 끝장을 본다는 결기에 찬 언행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름 막후에서 역할을 다했는지는 몰라도 드러난 성적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역구 예산 확보했다며 길거리 플래카드 홍보에 신경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 역할을 못한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선거를 통해 그들을 뽑은 유권자도 마음이 편치 않긴 매한가지다.
이런 부정 평가 속에 국회의원의 존재감을 뽐낸 건 작년 말 제정된 전북특별자치도법이다. 김관영 지사와 함께 여야 핵심 의원들이 협치 차원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것도 강원도는 14년간 공을 들였는데 전북은 불과 6개월 만에 속성 처리한 셈이다. 그제 발표한 익산 식품클러스터와 완주 수소특화 국가 산업단지 선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두고 두고 곱씹어봐야 할 게 남원 공공의대 실패다. 2018년 서남대 폐교가 결정되자 정부는 이곳에 2024년 공공의대 개교를 약속하고 일부 예산까지 확보했다. 당시 국회 소관 상임위는 물론 전체 의석도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둔 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말 그대로 ‘숟가락만 들면’ 되는 다 차려진 밥상이었다. 그런 천재일우의 기회도 놓쳤다.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소통을 중시하며 팀웍에 녹아들 수 있는 원팀 정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당 독점 체제로 인해 사실상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압도적 상황에서 선거를 통한 옥석 고르기는 무의미하다.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책임감이 그만큼 엄중해졌다는 뜻이다. 뼈를 깎는 자기 쇄신과 함께 유권자 눈높이에 맞는 공천 혁신이 그것이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현역 물갈이 여론이 비등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향후 권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쇄신론이 거세진 것도 결국 세대 교체론과 연결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공천 TF가 13일부터 가동돼 4월 10일 전까지 총선 공천안을 확정 지을 방침이다. 호남과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여야 후보간 진검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페널티는 선출직 평가위의 하위 20%에 포함되면 감점 요인이 고작이다. 정치 신인보다 현역들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 불공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북은 어느 지역보다 당선 확률이 높은 만큼 그에 따른 인물 경쟁력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게 사실이다. 기득권 포기가 혁신 공천을 담보하는 출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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