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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지사 “타운홀 미팅, 전북 현안 대통령의 특별한 애정 기대”
27일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이 개최되는 가운데,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이번 자리는 전북의 미래 산업의 방향을 국가 차원에서 확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지사는 26일 전북일보에 “피지컬 AI산업 확장이 전북의 핵심의제로, AI를 로봇, 데이터 센터,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결합해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구상이다. 
민주당, 군산·김제·부안갑 ‘전략공천’ 열어둬…“공정성 체감이 핵심”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26일 첫 회의를 열고, 군산·김제·부안군갑 등 지역위원장이 비어 있는 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구 등에는 전략공천을 적용할 수 있다는 기준을 내놨다. 시도당 심사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거나 공정성 논란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중앙 차원의 전략공천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우리금융그룹도 ‘전북 투자’···금융권 전주 거점 확대 움직임
금융기관들의 전북 투자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그룹까지 ‘전북BIZ프라임센터’ 신설과 인력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금융중심지 조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잇따른 투자 발표에도 실제 이전 규모와 지역기여 효과를 둘러싼 검증 필요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기획] 잇따르는 중대재해...더딘 책임 규명
중대재해 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과 고용노동부 간 ‘통합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까다롭고 복잡한 수사 절차, 구조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지연 배경에는 기업 경영 전반을 조사해야 하는 절차와 수사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중처법 수사는 고의성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이 어렵고, 입증 후에도 안전·보건 의무 위반 등 법에서 정한 요건 위반 여부를 추가로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선이 곧 본선’…전북, 합종연횡·단일화 꿈틀댄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로 불리는 전북특별자치도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특정 정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 정치 지형 속에서 본선보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뚫기 위한 후보들 간 합종연횡과 단일화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26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도지사 선거판은 ‘정책 연대’를 고리로 한 단일화 국면에 진입했다. 
전북애향본부 “부산의 지역이기주의, 제3금융중심지 흔들기 중단하라”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둘러싸고 부산지역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자 지역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애향본부(총재 윤석정)는 26일 성명을 통해 “부산의 반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극히 지역 이기주의적 행태”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500만 전북인의 이름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1인당 월 15만원”…장수군, ‘전 군민 기본소득 시대’ 닻 올렸다
장수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을 공식화하며 ‘전 군민 농어촌 기본소득 시대’의 막을 올렸다. 인구소멸 위기 대응과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을 겨냥한 정책 실험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장수가 농어촌 정책의 시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군은 26일 군청 군민회관과 잔디광장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전달식’과 ‘상생소비 한마당’을 개최하고 첫 지급의 의미를 군민과 함께 나눴다. 
‘교통혼잡 연일 몸살’ 익산역, 전면 개선 추진
열차 이용객 차량과 택시 등으로 인한 교통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익산역 앞이 전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익산시는 익산역 주변 교통혼잡 해소와 상생하는 교통문화 조성을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익산역 환승장에 택시 전용 대기 구간 지정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횡단보도와 인도, 버스정류장 등 주정차 금지구역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북예총, 올해 주요 사업 확정⋯예술인 교류·지원 사업 강화
도내 순수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예총 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이하 전북예총)가 올해 예술인 교류 확대와 지원 체계 강화를 골자로 한 주요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전북예총은 지자체 협력 기반의 신규 사업과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 구상을 함께 발표하며, 지역 문화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새만금산단, 환경 안전 준비 없이 산업만 확장
새만금국가산업단지 기본계획에 공공폐수처리시설 용지가 명확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환경 인프라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산업 확장에 앞서 폐수처리시설 부지 확보와 환경안전 전담 조직 신설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전북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은 성명을 내고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이후 투자와 입주가 급증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공폐수처리시설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기본계획(MP)에 시설 신설용지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산시장 선거, 예비후보 난립 속 공약 봇물···차별성 없는 ‘복붙 경쟁’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시장 선거전에 나선 예비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제시된 공약들이 대동소이한 키워드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 있는 이행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다수의 후보가 지역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현할 세부 방안보다는 선언적 구호에 치중하거나 이른바 ‘베끼기식’ 경쟁을 보이고 있어서다. 

오피니언

전북 타운홀 미팅 결과를 주목한다

우여곡절 끝에 27일 전북 타운홀 미팅이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후 10번째로 열리는 지역순회 소통 행사인데 5극3특의 각축속에서 도약과 침체의 기로에 선 전북특별자치도로서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연 전북이 ‘대한민국 성장의 핵심축’으로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변방에 머물며 가속화하는 소멸위기에 신음하게 될지 일대 전기가 됨은 물론이다. 저변의 민심을 귀담아듣고 책임있게 답변하고, 확실하게 실행에 옮긴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을 믿는 지역민들은 대통령의 확실한 언급을 예의주시하고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통령의 입장에서 단정적인 언급을 하는게 부담스런 일이겠으나, 전북특별자치도민들은 확실하면서도 희망을 심어주는 타운홀미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도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국정 운영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겠으나 우리는 지역과 관련한 몇몇 사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분명하면서도 강한 의지가 뒷받침된 청사진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우선 ‘5극 3특’ 체제 속에서 과연 전북의 위상을 어느 정도로 자리매김할지가 관건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라는 현실속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만 도민들이 희망을 갖게됨은 물론이다. 전북이 강점을 가진 K-푸드, 농생명 바이오, 피지컬 AI, RE100 산단 등에 대해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켜야만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지역사회의 현안에 머물다가 중앙정부로 공이 넘어간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문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향후 어떻게 하겠다는 확실한 로드맵과 비전이 제시돼야만 이번 타운홀미팅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사령탑을 맡아 진두지휘하기를 기대한다. 전북 타운홀미팅과 관련, 현대자동차가 10조원을 새만금에 투자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앞으로 새만금개발의 가속화를 향한 시발점이 돼야만한다. 전주-완주 통합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으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보장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이번 타운홀미팅을 통해 전북도민들이 희망을 갖고 활기차게 생활하기를 기대한다.

사설

디지털 선거운동, 여론조작 규제 강화해야

선거운동의 장이 손 위의 스마트폰, 디지털로 옮겨진 지 오래다. 선거운동은 거리의 유세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했고, 여론은 클릭과 댓글, 알고리즘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은 참여의 문턱을 낮췄지만, 동시에 조작의 문턱도 낮췄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정한 선택’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왜곡될 위험성이 커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핵심 선거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가짜 계정과 익명 계정을 활용한 조직적 댓글 활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몇몇 예비후보들의 SNS 게시물을 들여다보면 특정 후보를 과도하게 치켜세우거나 경쟁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댓글이 반복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계정 상당수가 이른바 ‘유령 계정’으로 실사용 여부가 불분명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정 세력의 조직적 개입 정황도 엿보인다. 게다가 날로 발전하는 딥페이크 기술은 후보자의 말과 행동을 정교하게 위조하기도 한다. 디지털 공간의 허위정보는 사실 확인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뒤늦게 사실관계가 알려져도 이미 굳어진 인식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철저하게 조작된 온라인 반응은 선거에 무관심했거나 지지 후보가 없는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민주주의 확장의 수단이어야 할 디지털 공간이 조작과 왜곡으로 얼룩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여론 조작에 대한 규제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우선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과 처벌규정 정비가 필요하다. 디지털 선거운동 시대, 현행 공직선거법이 시대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선거운동과 여론 형성 행위는 이미 기존 법체계의 예상을 넘어섰다.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선거운동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위법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합법적 의견 표현이고, 무엇이 인위적 조작 행위인지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더불어 처벌 규정도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허위 정보를 대량 생산하거나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범죄로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

사설

SNS와 선거, ‘16세’의 엇갈린 시선

학생들에게 공부 이외에는 할 게 별로 없던 시절이 있었다. 고작 TV에서 중계되는 국제 축구경기와 고교야구 등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후반 전자오락실이 등장하면서 공부 이외에도 할 게 생겨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초반부터 PC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게임은 집안으로 들어왔다. 공부 이외에 할 게 많아진 것의 절정은 휴대폰의 등장이다. 손 안으로 모든 게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휴대폰은 이제 국민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도구가 됐다. 전화는 물론 쇼핑, 금융, 업무 처리 등 생활 전반에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됐다. 특히 사회적 관계 형성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순기능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결합한 SNS의 역기능이 심화되면서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시켰다.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캐나다·체코·덴마크·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14~16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미성년자 SNS 이용 차단 이유는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와 유해 콘텐츠 노출 때문이다. 온라인 중독과 무분별한 SNS 사용으로 인한 불안·우울증 증가, 사이버불링, 성범죄 유혹 등의 피해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청소년들이 하루 평균 5시간 반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있다. 조작된 영상과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확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2024년 우리나라의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은 1187명으로 전년 대비 24.7% 급증했는데, 채팅앱(42.2%)과 SNS(38.7%) 경로가 대부분이었다. 오픈채팅에서 만난 초등학생에게 나이를 동갑이라고 속인 성인이 신체 사진을 요구한 뒤 협박한 사례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중고생 3명 중 1명(36%)은 SNS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5명 중 1명은 불안·초조를 겪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SNS 사용 규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3월 1일부터 초·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청소년의 SNS 이용 관련 이슈가 세계적 관심사가 된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하향 조정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10대와 20대의 보수화 경향을 염두에 둔 ‘미래 세대 공략’ 차원의 제안이라는 해석과 함께, ‘교실의 정치화’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교가 선거판이 되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학습 분위기가 저해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호주를 필두로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에 나선 나라들의 선거권 연령은 우리나라와 같은 만 18세다. SNS와 선거권 연령, 미래 세대인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 과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오목대

들어가 보면, 어떤 쓸모가 있는 곳과 낯설 ‘것’

공간은 수많은 목적들로 설계되어 있다. 편의점은 일상의 작은 결핍들을 즉각적으로 메워주고, 카페는 마시는 연료와 일시적인 부동산을 공유한다. 미용실과 옷 가게는 겉모습을 제안하고, 시청은 행정과 서류로 교류한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무엇을 제공하는 걸까? 손에 잡히는 수확물도, 즉각적인 기능이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오늘날, 미술 전시장에 방문하고 나면 꼭 ‘모르는 것’ 들이 있다. 명화나 전통적 조각 등 교과서에서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익숙함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원재료를 그대로 노출한 아카이빙 작업, 영화보다 길고 더 어렵기도 한 영상 작업, 혹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설치 미술 등이 미술관에서 ‘작품’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동시대는 개인이 감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에 살아서- 있을 뿐이지, 이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고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로. 바깥의 시대는커녕 내 몸 안의 노화조차 인지하기 어렵고 당황스럽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 당연함 속에 산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하루들. 아침엔 해가 뜨고 차는 도로에서 달리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전기와 물이 매일 나오는. 어쩌면 지루한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열심히 유지하는 고정된 ‘아는 맛’ 인 일상을 보완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단단한 일상들 내에서 미술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너머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고(reveal), 기존의 고정된 관념들을 들어낸다(remove). 러시아의 비평가 빅토르 쉬클로프스키(V.Chklovski)는 이를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 명명했다. 사물을 아는 대로 인식하는 ‘자동화된 지각’을 방해하여, 관람자가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지각과 인식을 곤란하고 길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관에 간다면, ‘일상’의 너머에 있는 삶들을 기대하자. 거기에는 꼭 ‘모르는 것’ 들이 있다. 공부가 부족하거나 교양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 아닌, 예술가가 열심히 공부해서 계속 ‘낯선 것’ 들을 찾아내고 있다. 조금 주관적인 기준에서, 작가는 ‘자기 연구’ 등으로 표현되는, 고유한 ‘시각 언어’ 등으로 불리는 ‘시선’ 이 있다. 무엇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기준, 사회 보편과는 조금 빗겨져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 정의하는 기준들이 있다. 그러한 기준들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견고히 뒤덮인 사회의 표면을 벗겨내는 작가도 있고,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해,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그렇게 살고 싶다는 개인적 태도를 관철하며 기존의 관습들을 덧씌우는 작가들도 있다. 작가들은 그렇게 변화하는 세계를 관찰하고, ‘어떠한’ 관점으로 ‘무엇’ 들을 만들어낸다. 그들의 입장과 주장 사이에서, 연구하고 관찰한 기록들 사이에서 우리는 세계를 읽어낼 낯선 예시들을 받아볼 수 있다. 만약 모르는 것을 만난다면 전시장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갤러리에서 쭈뼛거리며 당신을 힐끔힐끔 쳐다본다면 그 사람은 대개 작가 본인이다. 그곳에 있는 ‘모르는’ ‘그것’을 가장 잘 아는! 그와 함께 시대를 쫓고 곤란한 시간을 들어-내 보기를 바란다. 어떤 쓸모가 될지는 모르는 낯설어야 하는 것 들과 함께.

청춘예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보훈용어 이대로 괜찮을까?

이제 곧 삼일절이다. 이날이 되면 거리 곳곳에 태극기가 내걸리고, 아마도 어느 기념식장에선가는 추모(追慕)의 대상으로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함께 호국영령(護國英靈)이 불릴 것이다. 그런데 삼일절에 호국영령을 추모해도 되는 걸까?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쓴 것은 맞을까? 사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말이지만, 말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참고로 서울지방보훈청이 2019년에 펴낸 ‘알기 쉬운 보훈행정용어집’을 보면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순국한 사람”을 뜻하고, 호국영령은 “전쟁터에서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분들의 영혼”을 뜻하는 말이다. 즉, 순국선열은 삼일절의 추모 대상이고, 호국영령은 육이오기념일의 추모 대상인 셈이다. 이처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역사적 맥락에 따라 말뜻과 지시 대상이 다르다.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봐도 삼일절은 “국권 회복을 위해 민족자존의 기치를 드높였던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 1919년의 3·1 독립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민족의 단결과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하여 제정한 국경일”로 되어 있다. 즉, 삼일절은 순국선열을 기리는 날인 것이다. 따라서 삼일절 기념식장에서 호국영령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말뜻을 몰라서 언급하게 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BIGKinds)’에서 1990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삼일절’과 ‘육이오전쟁일’, ‘현충일’이 포함된 기사의 연관어를 검색하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의미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사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일절 관련 기사에 호국영령이 등장하는가 하면, 육이오전쟁기념일 관련 기사에 순국선열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원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말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를 교양인의 언어로 착각하는 비정상적인 언어관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고, 상대가 내 말의 뜻을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언어습관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을 쓰면 품위 있어 보인다는 잘못된 생각이 오히려 소통을 가로막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순국선열’을 ‘독립유공자’로, ‘호국영령’을 ‘전쟁유공자’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어떨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할 목적이 아니라면, 말뜻을 이해하기 쉬운 말을 놔두고 굳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독립유공자’라는 말은 누구나 그 뜻을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고, ‘전쟁유공자’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어려운 한자어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깊은 추모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7년 국민의례 규정을 개정하여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외에 묵념의 대상을 임의로 추가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 규정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희생된 민주화 유공자, 그리고 화재 현장이나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관·경찰관 등 공무 중에 순직한 공무원도 공식적인 묵념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그들 모두 우리가 마땅히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한 희생이 전쟁터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추모의 언어도 특정한 방식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 추모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과거를 더 넓게 이해하는 일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금요칼럼

쪽진머리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고향에 갔다. 요즘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혼례를 치르려면 관광버스를 대여하고, 전날 음식을 마련해 하객들을 접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울까지 가니 일찍 출발해야 한다. 시간 맞춰 차에 오르니 낯익은 시선들이 눈에 띈다.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중간 차창 쪽에 자리 잡았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아주머니 한 분이 떡과 닭튀김, 바나나, 귤, 땅콩 등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하나씩 준다. 이것이 요즘 시골 결혼 풍속도다. 얼마나 달렸을까? 중간 중간 버스가 멈추고 몇 사람이 타는데 “이 사람, 누구야?”하며 깜짝 서로 반긴다. 모자를 쓰고 옅은 색 안경에 하얀 수염이 수북한 채 올라오니 처음에는 낯설다. 한 마을에 살다 객지로 나가 사는 사람들이다. 젊어서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불렀는데 어느새 백발이 무성한 친구도 만났다. 비록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 변화시키는 데는 수염과 머리가 많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남자나 여자들의 머리 모습이 변하면 그 사람의 마음도 변화가 있는지 의심해 본다. 이유인즉 머리는 자꾸 빠지고, 수염은 잘 자라다 보니 귀찮아서 기르거나 모자로 가려보지만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쪽진 머리’다. 새마을운동을 하던 무렵 파마머리를 권유해도 시집올 때부터 했던 쪽진 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마을 여자들이 뽀글머리로 볶아주려 애를 써보았지만 ‘쪽진 머리’를 끝까지 지켰다. ‘쪽진 머리’는 예로부터 깔끔하게 빗어 넘기고 한복을 입어야 격식을 제대로 갖춘 참모습을 드러낸다. 모임이나 파티 등에 어울리는 단아한 머리 모습이 ‘쪽진머리’다. 그 모습을 지키려면 공이 들고 어렵다. 이른 아침이나 머리를 감지 못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경우도 있다. 가운데로 가르마를 타면 깔끔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느낄 수 있다. 동생들이 어머니께 파마 머리를 권해보지만 이제는 늦었다며 거절하셨다. 우리나라 미혼 여성 머리는 대개 묶은 머리나 땋은 머리다. 그러다 결혼하면 쪽진 머리나 얹은 머리를 주로 했다. 고려시대 여자는 얹은 머리, 쪽진 머리, 땋은 머리를, 남자는 중발머리, 상투를 했다. 조선시대 결혼한 여자는 얹은 머리나 쪽진 머리를 했고, 미혼녀는 땋은 머리를 했다. 쪽진 머리로 남과 다른 머리 모습을 하신 우리 어머니에겐 일화가 있다. 명절에 살구나무 밑 확독 옆에서 전을 부치고 있었단다. 그때 전형적 한국 여인 모습이라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가면서 5천원 지폐 한 장을 주고 갔다. 그런데 그 사진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어머니는 새댁 때부터 새벽마다 정갈하게 빗은 쪽진 머리에 은비녀를 꽂고 물을 길어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들과 군대 간 아들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지금 내가 건강히 무사하게 지내는 것도 쪽진 머리 우리 어머니 덕이라 생각하니 무척이나 존경스럽다. 식구들의 건강과 성공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가만히 잡아본다. Δ김종윤 수필가는 <대한문학> 등단했다. 전북수필문학회 이사, 행촌수필문학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회, 대한문학작가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수필문학상과 행촌수필문학상을 받았으며 수필집 <시나브로 가는 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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