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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전북인가…‘피지컬 AI 특별수도’ 승부수 던진 이유
전북특별자치도가 ‘피지컬 AI 특별수도’를 선언한 배경에는 단순한 산업 유치 이상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무게중심이 생성형 AI에서 실제 산업현장을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산업 발전이 더뎠던 전북이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관행? 신의?…전북도의회 의장 선거 ‘전주권·비전주권’ 긴장감
제13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전주권과 비전주권 의원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의장직을 둘러싼 후보 간 경쟁이지만, 본질은 10여 년간 이어져 온 의회 내부 지역 배분별 의장 맡기 관행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조례에 근거한 자유로운 경쟁 원칙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충돌이다. 
[화려한 전주 초라한 주차] (하)주차 문제로 고사하는 구도심
전주 웨딩의 거리 등 구도심 지역에 만성 주차난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은 상권 자체가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웨딩거리 상인 A씨는 “혹시나 불법 주차 단속에 걸린다면 상점에서 쓰는 비용보다 과태료가 더 큰 상황인데 손님들이 이 지역 상가에 오겠느냐”며 “과태료를 대신 납부해주겠다고 말하며 제발 다시 방문해달라고 읍소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한탄했다. 
[엇박자 난 축제와 지역경제] (중) 춘향제와 남원 특산품의 한계
팔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살 것이 없고, 사게 만들지도 못했다. 151만 명이 다녀간 춘향제에서 특산품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 배경에는 ‘상품’과 ‘소비 설계’의 실패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춘향제 기간(7일) 열린 남원 농특산품축제는 매출이 2억 8000만원에 그쳤다. 
천호성 교육감 당선인 인수위 “소규모 학교 강제 통폐합 없다"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교육청 주도의 강제적 통폐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 교육공동체의 합의를 전제로 보다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전주시장직 인수위 “재정 비상 관리 체계 가동”...대형사업 재심사
민선 9기 전주시장직 인수위원회인 ‘시민주권 열린 전주 위원회’는 18일 전주시 재정 비상 관리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산하 재정혁신도시 전주 특별위원회 김갑룡 위원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 재정 상황을 채무 급증과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 제3회 추경 유동성 부족, 대형 투자사업 재원 불일치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재정위험’으로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22대 후반기 원 구성 또 난항…법사위원장 놓고 여야 강대강 대치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배분 문제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민생 현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직을 원내 제2당에 돌려줘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협상에서도 법사위원장을 두고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발등에 불인 만큼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 가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최초 AI로 만든 K-POP 그룹 “새만금을 노래하다”
새만금개발청(청장 문성요)은 18일 인공지능(AI) 기반 케이팝 아이돌 그룹 ‘만금 보이즈(MANGEUM BOYZ)’의 데뷔 싱글 ‘새만금 Reset’ 뮤직비디오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정부기관이 최초로 만든 AI 케이팝 아이돌 그룹인 ‘만금 보이즈’는 3인조로 구성됐다. 메인보컬 ‘신시(Shinsi)’는 새만금의 비전과 희망을 상징하며, 퍼포먼스 보컬 ‘가력(Garyeok)’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을 나타낸다. 
전북, 전세사기 안전지대 아니다...5월 피해자만 617명
전세사기 공포가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에서도 600명이 넘는 피해자가 공식 인정받은 가운데 상당수가 청년층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지역 주거안전망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및 피해자 등으로 인정된 사례는 모두 3만9121건이다. 이 가운데 전북은 617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잦은 고장에 화질까지...쓰레기 단속 이동형 CCTV 무용지물
전주시가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이동형 CCTV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장비 고장과 낮은 화질로 인해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오전 9시께 찾은 전주시 덕진구 대학로 인근 골목에는 이동형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주변에는 ‘무단투기 단속 CCTV 촬영 중’,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바로 아래에는 쓰레기와 스티로폼 상자, 폐박스, 플라스틱 용기 등이 뒤섞인 채 쌓여 있었다. 
경찰, 전북교육감 선거 개표 오류 전북선관위·완산선관위 압수수색
전북교육감 선거 개표 과정에서 발생한 득표수 입력 오류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전북선거관리위원회와 완산구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 중이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전북선관위와 완산구선관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전북교육감 선거 개표 과정에서 발생한 득표수 입력 오류 사태와 관련해 물증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니언

스쿨존 사고 전북도 예외 아니다…저감대책 지속 추진해야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위험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순간적으로 도로에 뛰어드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 주변만큼은 어린이를 기준으로 교통환경을 설계하고 특별한 보호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계 주요 교통선진국들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9년 고(故) 김민식 군 사고는 어린이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이른바 민식이법이 제정되면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확대되고 처벌도 강화됐다.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은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제도적 장치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제도와 시설 확충에도 불구하고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전국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1939건에 달했다. 전북에서도 같은 기간 49건이 발생했다. 농촌 공동화와 학령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리 방호울타리와 무인단속장비를 설치하고 제한속도를 강화하더라도 운전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제한속도 준수와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은 운전자의 선택이 아닌 의무다. 그렇다고 물리적 저감대책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부의 이번 저감대책 지역 선정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어린이 안전정책은 단순히 지역별 수요 건수 등을 비교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개별 현장의 보행 환경과 도로 구조 등을 감안한 위험성과 시급성을 우선적으로 따져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전북도가 올해 배정된 예산을 기반으로 자체적으로라도 저감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어떤 경우라도 어린이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사설

정읍시 급수체계, 전주권 광역상수도 전환을

민선 9기 전북도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새 도정은 지역소멸과 산업, 교통 문제뿐 아니라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물 관리’ 문제에도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과제가 정읍시 급수체계의 전주권 광역상수도(용담댐) 전환이다. 임실 옥정호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1999년 이후 지역발전과 식수원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해왔다. 2015년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면서 규제는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수면이용과 관광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옥정호를 여전히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정읍시민들은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내세워 임실군의 수면 개발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고, 임실군은 과도한 규제로 지역발전이 가로막히고 있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전북 물 관리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익산시가 오랜 논란 끝에 광역상수도체계로의 전면 전환을 결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시민들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2027년부터 용담댐 물을 전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북 주요 도시인 전주와 군산·김제·완주는 이미 용담댐을 수원으로 하는 전주권 광역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읍의 급수체계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광역상수도 전환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고, 기존 취수장과 정수시설 활용 문제, 수도 요금과 공급체계 개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러나 비용을 이유로 논의를 미룰 일은 아니다. 수십 년째 반복되는 갈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간 불신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먹는 물과 관련해서는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이 우선돼야 한다. 정읍시민들이 옥정호 개발계획에 적극 반대하는 것도 식수원 안전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역시 함께 논의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다. 더 깨끗하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이 가능하다면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급수체계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의 반복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결단이다.

사설

맹주없는 전북 정치권

요즘 지역정가에서는 8월 17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최대 화두다. 내후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는 전북 국회의원들의 정치생명을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험대’이자 사실상의 심판대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2028년 제23대 총선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권력이다. 민감한 시기인지라 전북의원들 상당수는 겉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어느 시점에 가면 결국 확실한 줄서기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전북의원들이 친명계와 친청계 중 과연 어디에 서는가 하는것이다. 민주당 내 계파 지형이 최근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역학 관계로 뚜렷하게 각인되면서 이젠 중립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정청래 당 대표 체제의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며, 최근 지방선거 공천 국면을 거치며 당권파로서의 입지를 굳힌 그룹으로는 이성윤, 박지원 최고위원, 한병도 원내대표, 윤준병 도당위원장 등이 꼽히며 이원택 도지사 당선인도 바짝 다가서있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가도에 나설 경우 이들은 어쨋든 정 대표에게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현 지사와 안호영 의원 등은 확실하게 친명반청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며, 박희승 의원도 친청보다는 친명쪽을 선택할 전망이다. 현직 장관인 정동영 의원과 김윤덕 의원 등은 대놓고 특정 후보를 밀기는 어렵겠으나 막판에 가면 어떤 형태로든 선택을 해야 할 거다. 의원들은 철저하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할 것이나 수많은 권리당원들은 전북의 위상 확보를 위해서는 정청래, 송영길, 김민석 중 누가 당권을 잡는게 좋을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선 이후 새롭게 재편된 전북 내 당권파의 주도권을 지키고 안정적인 지분을 요구하는게 나을지, 대통령실과의 강력한 원팀 구조를 통해 새만금 등 지역 현안과 예산이라는 실리를 확실하게 챙기는게 좋을지 곧 판단할 거다. 문제는 의원들의 표심과 권리당원들의 지향점이 다를 개연성도 크다는 거다. 반세기 전 대한민국 야당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순간 하나가 있었다.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철승·김영삼·김대중’ 3자 경쟁(40대 기수론)이 펼쳐졌다. 당내 주류파(유진산계)의 지지를 업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영삼을 꺾기 위해, 2위 김대중과 3위 이철승이 결선투표 직전 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김대중은 이철승에게 훗날 당권을 약속하는 이른바 소위 ‘명함각서’를 건네며 표를 흡수했고, 결선투표에서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이 약속은 훗날 지켜지지 못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전북의 맹주는 소석이었는데 그가 비주류로 전락한 뒤 전북은 중앙에서 주머니속 공깃돌이 돼버렸다. 전북 정치권의 주도권을 쥔 확실한 맹주가 없이 다분화 된 지금 과연 전북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 주목된다. 위병기 이사 전략기획실장

오목대

중력의 이동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넘고 싶지 않은 선이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이라 다른 사람에게 이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생에선 최소한의 기준 이를테면 정의감이나 공정성에 대한 감각 정도는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들어 반도체 기업의 작업복이 가장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한때는 그저 공장에서 입는 작업복 정도로 여겨졌던 옷이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최고급 오트쿠튀르를 압도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또한 의과대학을 꿈꾸던 학생들이 반도체와 IT를 가르치는 학과로 몰려가고 있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리는 모두 그 답을 알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살지 않았다면 말이다. 특히 최근 한 대형 노조의 총파업 위협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그들이 요구한 조건과 결국 얻어낸 결과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내가 들은 숫자가 사실이라면 일부 반도체 기업 종사자들의 연봉은 한국 평균 소득의 10배를 훌쩍 넘는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이미 한국의 평균 소득은 일본보다 높은 편인데 일본 경제 규모가 한국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한국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업을 무기로 삼아 막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한 일일까? 물론 이러한 의구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입장 역시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볼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이었고 그 과정이 마치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한 압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과 관세 갈등은 세계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칼날은 수많은 직업 위에 드리워져 있다. 불평도 하지 않고 병가도 없으며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국에는 지금 새로운 ‘귀족 계급’이 탄생한 듯하다. 바로 반도체 엔지니어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수준에 가까운 보수를 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중력의 이동은 앞으로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통적인 선망 직업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지금 IT와 반도체 학과로 몰려가는 학생들이 졸업할 즈음에도 과연 지금과 같은 수요가 유지될까? 기술 산업의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만약 언젠가 반도체 호황이 끝난다면 오늘날 성과급과 이익 배분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그때는 손실도 함께 나누자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조용히 등을 돌린 채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게 떠넘길까? 물론 큰 성공이 이루어졌을 때 그 결실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일이다. 그것이 노력의 결과이든 훌륭한 경영의 성과이든 혹은 약간의 행운이 더해진 결과이든 말이다. 다만 나는 한국 사회가 때때로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걱정된다. 어제까지는 의대가 최고의 선택지였다가 오늘은 반도체가 되고 또 내일은 다른 분야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의대를 꿈꾸던 학생들이 갑자기 반도체 학과로 방향을 바꾼다면 처음부터 사람을 살리고 돕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일과 직업에 대한 진정한 소명은 사라지고 오직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것만이 목표가 된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게 될까? BTS 콘서트가 열린다는 이유만으로 호텔 가격을 열 배로 올리는 숙박업자를 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시장 원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생각해볼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금요칼럼

계절은 현재에서만 만날 수 있다

봄이면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동네 꽃집으로 향한다. 초여름이 오면 자주 짐을 챙겨 밖으로 나선다. 장미로 시작해 능소화, 백일홍으로 알록달록 물드는 여름을 온몸으로 마주한다. 가을이면 하루하루 다르게 물드는 나뭇잎의 색을 관찰하며 더 자주, 오래 걷는다. 겨울이 오면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며 몸의 온도를 높인다. 꽃이 피고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제철에 맞는 음식을 챙겨 먹는다는 것은 지금 이 계절을 살아간다는 말과 다름없다. 계절은 늘 현재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 마음을 현재에 두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에 발붙인 채 삶의 순간순간에 감응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언제부터 오늘보다 내일을 먼저 살아가기 시작했을까. 지금의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먼 미래를 살아간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대비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기꺼이 유예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어느새 현재를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시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온통 불안이 스며 있고, 젊은 세대는 역설적으로 그 불안을 극복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것들에 몰두한다. 어쩌면 불안은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너무 오래 살아낸 결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수없이 상상하고, 그 가능성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지쳐 버린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미래를 미리 살아버릴 필요는 없다. 반대로 현재는 지금 내 손에 닿아 있는 시간이다. 내가 보고, 걷고, 먹고, 숨 쉬는 모든 감각은 오직 ‘지금’에서만 존재한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미래를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감당할 힘을 오늘에서 길러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나는 그 답을 계절에서 찾곤 한다. 봄이면 꽃을 사고, 여름이면 짙어진 녹음을 찾아 길을 나선다. 가을이면 단풍이 드는 속도를 눈으로 좇고, 겨울이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쉬게 한다. 거창한 의식도, 특별한 준비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동안만큼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오늘을 살아가게 된다. 생각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지만 몸은 언제나 현재를 살아간다. 꽃의 향기를 맡고, 바람의 온도를 느끼고, 제철의 맛을 음미하는 순간에는 조급했던 마음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현재를 회복하는 가장 소박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계절은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장미는 자신의 때를 알고, 능소화는 여름을 기다리며, 나뭇잎은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물든다. 자연은 늘 정직한 속도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그런 태도인지 모른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오늘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 내일을 위해 오늘을 유예하지 않는 것.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오늘만 피어 있는 꽃을 바라보고, 오늘만 맛볼 수 있는 계절의 음식을 먹는 일.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현재는 특별한 깨달음이 아니라 우리 곁에 늘 머물러 있던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삶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계절이 건네는 작은 신호들에 기꺼이 응답하는 오늘들의 합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청춘예찬

AI 시대의 진짜 주인공은 누가 될까?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 경제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AI 기술은 주로 개인의 검색과 코딩 보조,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우리 일상생활에 완전히 스며들게 되면 시장의 판도는 또다시 바뀔 전망이다. 결국 ‘우리의 생활을 누가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느냐’, 즉 ‘인간의 일상 소비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AI 전쟁의 최후 승자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선두 주자로 꼽지만, 소비가 일어나는 일상 카테고리를 분석해 보면 최종 승자는 거대 플랫폼을 보유한 구글(Google)이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향후 일상생활용 AI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매일 이용하는 핵심 영역에서 이미 독점적인 데이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외부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찾을 때, 전 세계 대부분의 소비자는 구글 맵(지도)을 활용한다. 전 세계 매장의 영업시간, 메뉴, 고객 트래픽, 수억 개의 실시간 리뷰를 쥐고 있는 구글은 단순한 맛집 추천을 넘어 상황에 맞는 식당 검색, 예약, 사전 주문까지 연결하는 외식 AI 분야의 최강자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Waymo)는 이미 미국 11개 도시에서 3,000대 이상의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아마존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해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추격에 나섰지만, 웨이모가 수년간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누적 데이터의 장벽을 단기간에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전 세계 일반인이 지식 습득과 자기계발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지식의 허브는 다름 아닌 유튜브다. 차량 관리, 건강, 요리부터 인문학에 이르는 방대한 영상 콘텐츠를 AI가 분석하고 요약해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구글의 교육적 영향력을 넘어설 적수는 찾기 어렵다. 아울러 구글은 스마트워치(핏빗, 픽셀 워치)를 통해 수면 패턴이나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생체 데이터를 24시간 분석해 심방세동 등 질병 징후를 경고하는 예방 의학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 예측으로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의료 특화 인공지능 ‘메드-팜(Med-PaLM)’은 전문의 수준의 진단 보조를 수행한다. 일상의 건강 데이터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AI가 결합하면 내 손목 위 기기가 ‘맞춤형 AI 주치의’로 거듭나게 된다. 이처럼 구글이 타 경쟁사를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개인 일상 데이터와 AI의 결합’이다. 구글의 AI 비서 제미나이(Gemini)는 이미 지메일과 캘린더를 분석해 그날의 할 일을 음성으로 요약해 주는 ‘데일리 브리핑’이나 이메일 답장 작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이 진화하면 AI가 공과금 청구서를 먼저 확인하고 “결제해 줘”라는 음성 명령만으로 복잡한 절차 없이 송금을 끝내거나, 출근 시간에 맞춰 무인 택시를 호출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구글이 개발 중인 스마트 글래스가 더해지면 시너지는 극대화된다. 안경을 쓴 채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옷을 보고 “저 옷 결제해 줘”라고 말하면 즉시 구매가 이뤄지고, 해외여행 중 식당 간판을 쳐다보기만 해도 번역된 메뉴판과 평점이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타 AI 기업들이 범용 지식이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다 한들, 개인의 사적인 이메일, 일정표, 지도, 동영상 플랫폼, 결제 수단까지 모두 손에 쥐고 실생활 비서 역할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기업은 현재로는 전 세계에서 구글이 유일무이하다. 기술이 실생활과 소비 행태에 밀접하게 접목되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면, 인간의 일상적 행동을 가장 촘촘하게 연결해 온 구글이 AI 시대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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