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21 05:33 (토)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나는 적격” 셀프 인증 나선 전북 단체장들···민주당 ‘깜깜이 공천’ 촌극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의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이 투명성 논란 속에 ‘밀실 행정’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전북도당이 예비후보 적격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후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스로 ‘적격 판정’을 알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14개 시·군 기초단체장 가운데 민주당 자격심사를 통과했다고 스스로 밝힌 이는 7명이다. 
[윤석열 무기징역] 시민들 “국민이 가진 기준과 동떨어진 판결”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이 선고된 19일 오후 4시께 전주역. 승객 대기실에 있던 시민들의 눈과 귀는 텔레비전에서 나오고 있는 뉴스에 고정되어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기차를 타러 승강장으로 이동하던 시민들도 잠시 멈춰 재판을 지켜봤다. 
전북, 1400조 연기금의 땅 ‘대한민국 금융지도’ 다시 그린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에 자리 잡은 지 9년,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이끄는 ‘제3금융중심지’ 도전이 마침내 결승선 앞에 다다랐다. 그동안 3차례 대통령 공약에 이름을 올리고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전북은 포기 대신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금융사 유치라는 묵묵한 준비를 택했다. 
[현장] “똑똑, 아무도 없나요”···텅텅 빈 전북 혁신도시 금융사무소
“똑똑, 아무도 없나요?” 19일 오전 찾은 전북혁신도시 한 이전 금융사의 사무소. 인기척은 없었다. 전등은 켜져 있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연락처도 찾을 수 없었다. 앞서 찾은 전북테크비즈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는 3곳의 투자신탁사가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여러 차례 ‘똑똑’ 문을 두드리고, “계세요”를 외쳤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기미가 없었다. 
안호영·정헌율, 사실상 전북도지사 선거 후보 단일화 수순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안호영 의원(완주·무주·진안)과 정헌율 익산시장이 사실상 단일화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양측은 중앙 정치적 무게와 지방의 실무적 전문성이 대등하게 결합한 ‘희망의 정책 연대'라며 전북도지사 선거 판도를 흔들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기 오작동 판단 출동 지시 지연' 소방관 징계
화재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이를 기기 오작동으로 판단해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던 소방관이 징계를 받았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119종합상황실 A소방교와 B팀장에게 각각 견책과 주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6일 0시 40분께 김제시 용지면의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소방상황실은 이를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장치의 오작동으로 판단해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0시 53분께 인근 주민의 화재 신고가 접수된 후 뒤늦게 출동 지령이 내려졌지만 소방이 도착했을 당시 화재는 이미 최성기 상태였다. 
“진화 후 소화약제 왜 안 치워주나”…도끼 들고 소방서 찾아간 50대 구속영장
불을 진화하고 남은 소화약제를 치워주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도끼를 든 채 소방서를 찾아간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제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5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8시께 도끼를 들고 김제소방서를 찾아간 뒤 사무실 내부에 있던 직원들을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2일 컨테이너에 발생한 불을 진화한 뒤 남은 소화약제를 소방이 청소해 주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끼를 휘두른 것은 아니라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재범 및 보복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문경 기자
[초광역 시대, 전북의 생존법] (상)3특 딜레마, ‘기초 통합’으로 활로 모색
지방자치 30년, ‘분권’의 시간이 끝나고 ‘통합’의 시간이 열리고 있다. 전북은 초광역 ‘항공모함’ 사이에 낀 돛단배로 남을지, 몸집을 키워 엔진을 달지 갈림길에 섰다. 광주·전남 통합이 확정 수순에 들어가고 대전·충남·대구·경북도 특별법으로 속도를 내면서, 정부가 약속한 연 최대 5조원·4년 20조원 지원 경쟁이 현실이 됐다. 
전북애향본부, 23일 ‘완주·전주 통합 촉구 호소문’ 발표
전북애향본부(총재 윤석정)는 23일 오후 4시 전북도의회 앞에서 ‘완주·전주 통합 촉구 호소문’을 발표한다. 이날 호소문 발표에는 전북애향본부와 전북상공회의협의회,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 전북중소기업단체협의회, 전북기업사랑도민회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북도, 문체부에 하계 올림픽 신청서 제출…정부 심의 시작
전북특별자치도가 문화체육관광부에 ‘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전북자치도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유희숙 전북도 2036하계올림픽유치단장은 “전북의 올림픽 유치 도전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준비 단계를 넘어 중앙정부의 정식 심의 무대에 오르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장] “요즘도 이런 마을이?”⋯30년째 마을회관에서 합동세배
“원래는 집마다 다녔는디, 쉽지 않어. 그렇게 시작한 거여.” 1990년대 후반부터 합동 세배 전통을 이어온 ‘효(孝) 마을’ 장수군 산서면 이룡마을의 한병원(75) 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집집마다 세배하러 다니던 전통은 점차 사라지고, 마을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효를 실천하는 합동 세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오피니언

민주당 전북도당 부적격 후보 왜 감추나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의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지 않아 지역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원과 유권자들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북도당은 자격심사 대상 495명 가운데 409명에게 예비후보 등록 자격을 부여하고, 11명은 부적격 판정, 75명은 정밀심사 대상자로 분류했다며 전체적인 숫자만 공개했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릴 만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당내 공천 경쟁이 곧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선거구도가 형성돼 왔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예비후보 자격심사는 단순한 정당의 내부 절차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적 절차라는 점에서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그런데도 전북도당은 부적격 판정자의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지 않아 불필요한 의구심과 불신을 키웠다. 물론 정당 내부의 고민도 있을 것이다. 후보자 개인의 명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고, 명단 공개가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북도당에서도 ‘이름 등을 공개할 경우 경선을 앞두고 상대후보 비방 등 선거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공개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당의 공천 과정은 공적 권한을 행사할 후보를 가려내는 절차다. 특정 예비후보에게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면 이를 당원과 유권자가 당연히 알아야 한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이달 초 도당 홈페이지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 자격심사 결과‘를 게시하면서 지역별로 심사결과를 일목요연하게 공개했다. 특히 전남도당은 현직 군수 3명을 정밀심사 대상으로 분류, 1차 검증에서 탈락시켜 관심을 모았다. 부적격자와 정밀심사 대상자 명단을 숨기고, 지역별·선거유형별 분류도 없이 전체 숫자만 형식적으로 공개한 전북도당의 행보와 비교된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번 논란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강조해온 ‘공정’과 ‘개혁’의 가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공천 과정부터 엄격하고 투명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전북에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다른 지역보다 더 투명해야 한다.

사설

청년정책 실효성은 지역정착에 달렸다

요즘 청년들은 과거 세대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부모 세대들은 근면성실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어떻게든 배울 수 있었고, 일자리를 얻거나 결혼, 집 장만 등 기본적인 생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입시경쟁은 치열하고 졸업해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게 꿈같은 일이다. 집을 마련하거나 결혼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치게 가깝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더욱이 수도권도 아닌 지방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다닌 젊은이들의 고충은 2중, 3중으로 주어지기 마련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저성장 기조가 확연하게 고착화됐고,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자산 격차는 청년들의 삶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인이 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급기야 청년층의 체감 불안은 상상을 초월해지면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것 없이 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지원 종류나 규모는 의외로 상당하다.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지원하는 현행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청년인턴 제도를 예로 들어보자. 잔심부름을 하거나 단순 행정보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용돈 좀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업무를 익히고 인공지능(AI)과 경제 교육 등을 통해 업무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단순히 청년인턴이 단기 체험형 프로그램에 그쳤던게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청년층 핵심 의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청년들의 시각에서 해법을 찾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청년정책의 성패는 청년들이 얼마나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가에 달려있다. 단기 일자리 제공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조금씩이라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역에 정착하는데 초점을 둬야한다. 전북도는 올해 청년 일자리·주거·금융지원 등 5개 분야 100개 사업에 걸쳐 3577억 원을 투입한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특히 이번 재정 투입의 전체 예산의 62%가 청년 일자리 분야에 집중되면서 그 실효성에 관심이 쏠린다. 관행적인 청년정책에서 벗어나 확실한 성과를 내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설

조국의 딜레마, 혁신당의 솔루션

설 명절을 지나면서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재선거가 전북을 넘어 중앙 정치권 이슈로 커졌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무공천을 요구하고 나섰고, 조국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혁신당 정춘생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 귀책 사유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과 전북 군산(군산·김제·부안갑)에는 민주당 후보를 공천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의 무공천을 공식 요구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가 군산·김제·부안갑이나 평택을 출마를 고심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승리 가능성이 큰 호남과 수도권의 무공천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일지 미지수이고, 조국 대표의 출마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주판알을 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두 정당이 지방선거 전에 합당을 추진하려다 실패하고 ‘통합과 연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평택을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군산·김제·부안갑은 민주당 정서를 외면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민주당은 ‘귀책사유로 재보궐이 치러지는 지역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요구는 어느 정당이든 항상 주장해온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언뜻 “공천하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두 정당의 향후 ‘통합과 연대’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조 대표에게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는 어느 지역구인가를 떠나 정치적 보폭 확대 차원에서 중요하다. 군산·김제·부안갑은 혁신당에는 더욱 중요한 지역이다. 조 대표의 원내 입성과 혁신당의 전북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 대표의 군산 재선거 출마설 근원지는 전북이다. 신영대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확정되자 이주현 혁신당 군산지역위원장은 조 대표를 군산 재선거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정도상 혁신당 도당위원장은 “조 대표가 어느 선거구로 출마할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출마하지 않는다”가 아닌 “출마는 하는데 지역구는 미정”이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6.3 지방선거 전략을 호남에 맞춰놓고 있는 혁신당은 특히 전북 서남권(정읍·고창·부안)을 전략지역으로 꼽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읍·고창·부안을 방문해 “호남에 경쟁이 들어설 때 변화와 혁신이 시작된다”며 지선에서 전북의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북 당원들은 내심 조 대표가 군산 재선거에 출마해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당의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민주당과의 연대도 챙겨야 하는 조 대표의 재선거 출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공천 요구에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거나, 무공천 결정에 반발한 입지자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대표에게는 지역구는 물론 출마 여부도 큰 고민거리다. 국회 입성과 혁신당의 전북 선거 전략, 조국의 딜레마와 혁신당의 솔루션이 더욱 복잡해졌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오목대

일상에 오래 남는 축제를 꿈꾸며

얼마 전, 리허설에 찾아온 이들과 대화가 길어졌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역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획이란 일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는 이들에게 잠시 버퍼링이 걸린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선뜻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웠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작고 큰 모임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그들이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난 뒤, 약 12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마이크 대신 숟가락을 들었던 순간. 흐릿했던 장면이 점점 또렷해졌다. 어설프게 만들었던 첫 포스터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선선했던 어느 초여름 밤의 기억도 이어졌다. 신이 나서 방방 뛰며 누비던 한옥마을의 밤. 매일 산책하듯 오가던 경기전 일대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낯설게 느껴졌던 날이다. 지금의 ‘전주국가유산야행’이 열린 날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살아본 적 없는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벅찬 감정을 느꼈다. 담벼락 아래에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야기꾼들, 경기전 내에서 들려오던 풍악 소리. 익숙한 공간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주가 지나온 오랜 시간들이 그 밤에 다시 깨어난 것 같았다. 도시의 역사가 이렇게 생생하게 되살아날 수 있다니.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크게 웃고 있던 사람은 아마 나였던 것 같다. 자정까지 이어진 퍼레이드까지 즐기고 난 뒤, 끈적한 땀을 몸에 달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자리에 들고도 쉽게 잠은 오지 않고, 여전히 그 밤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이야기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그때는 기획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분명 무언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나는 기획자의 삶을 살고 있다. 모임과 프로그램, 행사와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이제는 지역에서 1만 명이 모이는 굵직한 축제들도 몇 가지 맡고 있다. 돌이켜보면,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있다. 처음부터 의식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나온 축제들을 되짚어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일상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획.’ 개인의 삶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일상과 일터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축제에서 보고, 듣고, 느낀 무언가를 각자의 삶에 가져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기획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장 아끼는 축제는 결국 내가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축제들이다. 독립출판 북페어 ‘전주책쾌’, 그리고 쓰레기 만들지 않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 ‘전주책쾌’를 통해서는 창작이 특별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정답 없는 독립출판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불모지장’을 통해서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결코 멀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일상에서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임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고 싶다. 다시 봄이 오고 있다. 어느 하루, 혹은 이틀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 서너 달을 함께 머리를 맞댄다. 그 짧은 순간이 누군가의 일상에 오래 남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청춘예찬

‘외국인 밀집 지역’ 토론에 없었던 것

새해 들어 한국 방송에서 <더 로직>이라는 예능 형식의 토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논리학자로서 반가운 마음에 시청하다가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 특별 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논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인권 차원에서 ‘까임 방지권’이 있는 외국인을 ‘감히’ 논제로 삼았기 때문은 아니다. 특정 주제를 토론으로 삼지 말자는 것은 민주적인 토론의 정신에 어긋난다. 그보다 이 논제는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시작하는데, 막상 그 전제는 문제 삼지 않기 때문이다. 이 프로는 위 논제를 제시하면서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 중 일부 지역에서는 언어, 문화 차이,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하여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 대한 불안감이 정말로 있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근거가 있는가? 복합 질문의 오류라는 게 있다. 논리학 교과서에는 “너는 아직도 마누라를 때리니?”가 대표적 예로 실린다. 이 질문에 “응.”이라 대답하면 예전에도 지금도 마누라를 때린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니.”라고 대답해도 예전에는 때렸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 질문은 “너는 예전에 마누라를 때렸니?”라는 질문과 “너는 지금도 마누라를 때리니?”라는 두 질문이 복합되어 있는데, 그것을 구분하지 않고 질문한 오류이다.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 특별 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논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 불안감이 있다는 논제와 그래서 치안 특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제가 복합되어 있는데 그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논제를 가지고 토론하면 찬성을 해도 반대를 해도 외국인 밀집 지역의 치안 불안감을 인정하게 된다. 찬성을 하면 당연히 그렇고, 반대를 해도 치안 특별 지역에만 반대한 것이지 외국인의 치안 불안감은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물어야 할 핵심 질문인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이 실제로 다른 지역보다 치안이 불안한가?”는 건너뛰어 버린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범죄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방송에서 이런 통계를 반대쪽 토론자들이 지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위 논제가 프레임이 되는 순간 통계는 무의미해진다. ‘외국인=치안 위협’이라는 연결 자체가 기정사실화되고, 토론 자체가 그 편견을 반복 재생산하는 장치가 되어 버린다. 외국인 밀집 지역을 ‘문제 지역’으로 낙인찍는 이 방식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해 온 지역감정이 특정 지역을 프레임에 가두는 지역 혐오와 정확히 같은 구조다. 치안 불안감은 정말로 치안이 나쁘지 않더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공영 방송이라면 그 불안감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혐오에 의해 생긴 것인지 분석해야 한다. 정당한 토론이라면 실체가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그것을 주장하는 쪽에 있다. 더 나아가 설령 범죄율이 정말 높더라도, 그것이 외국인 때문인지, 원래부터 범죄율이 높은 동네였기 때문인지, 사회·경제적 요인은 무엇인지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유도 심문처럼 교묘하게 숨기고 논제로 삼는 것은 토론으로서도 방송으로서도 공정하지 않다. 예능 프로일 뿐인데,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벼든다고 말할지 모른다. 오히려 예능 형식의 방송이라는 게 더 문제다. 이런 구조적 편견이 ‘재미있는 토론’으로 포장되어 대중에게 소비되면 그 효과가 무시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능은 논리보다 재미와 갈등을 우선시하고, 시청자들은 비판적 거리를 두지 않고 소비하기 쉽다. 무겁지 않은 포맷 속에서 편견은 더 자연스럽게, 더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금요칼럼

다산초당에서 길을 묻다

겨울의 끝자락에 맺힌 푸른 눈물 자욱들로, 남도의 겨울 햇살은 유독 시리고도 따스했다. 강진 만덕산 기슭, 보풀 같은 안개를 헤치고 오르는 길 위에서 나는 200여년 전 한 사내가 걸었을 고독의 보폭을 가늠해보았다. 흑산도로 떠난 형 약전과 헤어지며 눈물로 적셨던 강진의 첫 발걸음은 아마도 이 길보다 훨씬 무거웠을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으로 밀려난 유배객, 정약용의 시간이 머문 ‘다산 초당’으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꺽인 마음을 다시 세우는 수행의 길과도 같은 마음의 여정이였다. 정약용이 갓근을 풀고 붓을 든 고독의 시간들을 보냈던 초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울퉁불퉁한 나무뿌리들이 얽혀 만든 ‘뿌리의 길’이였다. 지상으로 드러난 나무의 갈비뼈 같은 그 길을 밟으며 생각했다. 땅 밑에서 남모르게 견뎌온 인내의 시간이 저토록 처절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구나, 하고 말이다. 다산 역시 그랬을 것이다. 절망이라는 단단한 지명 아래로 자신의 사상을 깊게 뻗어 내리며, 그는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다산초당의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니,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사이로 서글픈 서각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석(丁石)이라 새겨진 바위 앞에 서니, 자신의 성을 새겨 넣으며 다짐했을 그의 서늘한 결기가 손끝에 전해져 온다. 그는 유배지에서의 고통을 원망으로 되돌려주지 않았다. 대신 그 아픔을 거름 삼아 백성들의 삶을 보듬는 실학의 꽃을 피웠다. 마당 한쪽의 ‘연지석가산’을 바라보며 나는 그의 마음결을 읽어보았다. 연못 가운데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섬 하나, 그것은 어쩌면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이자,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는 내면의 요새였을 것이다. 초당을 지나 천일각(天一 閣)에 올라서니 강진만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 끝자락’ 이라는 그 이름처럼, 이곳은 유배객의 그리움이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장소이다. 흑산도로 유배 간 형님을 그리워하고, 고향의 가족을 향해 긴 한숨을 내뱉던 곳, 하지만 그가 바라본 바다는 단절벽이 아니라, 언젠가 돌아가야 할 길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다산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인생의 겨울이 찾아왔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이냐고, 그는 차가운 유배지에서 자신을 연마하여 보석으로 만들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했을 때, 비로소 가장 높은 정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초당을 내려오는 길, 내 마음 한구석에는 다산이 남긴 맑은 찻물 한잔이 고여 있는 듯했다. 강진의 흙먼지를 떨어내며 나는 깨달았다. 다산초당은 단순히 옛 선비의 거처가 아니라, 고난을 견디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성지라는 것을. 삶이 버겁고 외로울 때, 우리는 강진의 그 좁은 오솔길을 기억해야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우리의 시련 또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울창한 숲이 될 수 있음을 다산은 몸소 보여주었다. 해 저무는 만덕산의 노을이 유난히 붉었다. 그 빛은 다산이 평생토록 간직 했던 뜨거운 열정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 였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 <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걸스카우트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금요수필

전북일보 알림

전북&이슈

#인생 후반전, 전북으로 향한다

#전북에서 시작한 선택, 새로운 기업이 되다

#가족의 재발견

#천년의 종이, 전북의 내일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