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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 높아진 전북지사 선거, 자신감 보이는 민주당?…현실은 최대 격전지
6·3 제9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모양새다.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약진하면서 민주당은 겉으로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는 등 당의 ‘텃밭’인 전북도지사 선거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짜와 진짜의 싸움”…이원택 전북지사 후보 공식 출정식
“도민의 삶을 바꾸는 미래지향적인 전북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가 20일 오전 전주 가련광장사거리에서 공식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현장에는 당원과 지지자, 시민들이 운집해 선거 열기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
김관영, 전주 풍남문서 출정식…“전북의 선택은 도민이 한다”
무소속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가 21일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출정식 현장에서는 민주당 경선과 공천 과정을 겨냥한 비판 발언과 함께 “정청래 타도” 구호가 잇따라 터져 나오며 강한 반민주당 정서도 표출됐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김관영 개인의 선거가 아니라 전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전북의 선택은 결국 도민이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후보 “언론 매수 의혹, 이남호 후보 사퇴해야"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천호성 전북교육감 후보는 출정식을 열고 13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천 후보는 이날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매수 의혹, 선거를 더럽힌 이남호 후보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천 후보는 "선거기간 중 경찰이 후보 캠프를 압수수색하고 후보 휴대전화까지 확보해 포렌식을 진행한다는 것은 단순 개인 비위를 넘어 캠프 내 보고나 지시, 후보 인지 여부까지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남호 측 “천호성, 사업가 통해 언론사에 홍보비 대납 의혹“
천호성 전북교육감 후보가 사업가를 통해 한 인터넷언론사에 홍보비를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남호 선거대책위원회가 21일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가 A씨와 B 인터넷언론사의 유착 의혹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공개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6·3 지방선거 후 군산시장 당선자···대형 현안 해결 시험대
6·3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선출될 군산시장 당선자 앞에는 RE100 산업단지 지정, SK 데이터센터 추진 재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성공, 현대차 전기차 생산기지 안착 등 굵직한 산업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군산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RE100 산업단지 지정이 꼽힌다.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공급망 기준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RE100 산단 지정 여부는 기업 유치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엎치락 뒤치락 정읍시장 선거, 여론조사 지지율 신경전 ‘격화’
6·3 지방선거 정읍시장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민주당 이학수 후보와 조국혁신당 김민영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모든 후보들을 포함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양 후보가 선두권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았는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 확정 이후 선거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홍보전이 치열하다. 
전북참여자치 “민주당, 전북 유권자 협박…오만하고 섬뜩”
6·3 지방선거 공식운동 첫 날인 2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예산 지원 불가’ 등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한 데 대해 전북지역 시민사회가 “유권자를 겨냥한 겁박이자 공포정치”라며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이하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청래 당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가 도민에게 공포를 주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까지 ‘들썩’...5대 금융지주 전북서 모이나
NH-Amundi자산운용이 전북 사무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신한·우리·하나금융에 이어 농협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 5대 금융사의 자산운용사가 모두 전북에 집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NH-Amundi자산운용 관계자와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19일 전북자치도를 찾아 농협금융지주 차원의 전북 자산운용사 사무소 설치 등 전북 지역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NH-Amundi자산운용은 농협금융지주와 프랑스 아문디(Amundi)가 합작한 자산운용사다.
1GW급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시행자 올해 12월까지 선정
전북특별자치도가 21일 서남권 해상풍력 2.4GW 발전단지 조성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확산단지2(1GW급) 사업시행자 선정 공개 모집을 공고했다. 모집 대상 지역은 지난 3월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된 부안 인근 해역 약 173.5㎢로, 1GW급 해상풍력 발전사업 확산단지2에 해당하는 사업 구역이다. 이번 사업은 전북자치도가 역점 추진 중인 ‘서남권 해상풍력 2.4GW 조성계획’을 완성하는 최종 단계 사업이다. 
소음·교통 불편...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날 민원 '우르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첫날부터 도내에서 선거운동과 관련한 주민 불편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선거운동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민원은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소음이 1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교통 불편 12건, 기타 민원이 11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오피니언

6.3지방선거, 유권자의 냉철한 심판이 답이다

6·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21일 0시를 기해 열전 13일간의 막을 올렸다. 흔히 선거를 일컬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선거라는 장을 통해 민심이 하나로 모이고, 그 민심이 다시 지역 발전을 위한 단단한 토대가 될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본연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북지역에서 전개된 선거 과정은 선거의 이러한 순기능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전북도지사 선거의 경우, 유력 후보들이 지역을 살릴 정책과 공약, 실행 능력을 검증받기보다는 상대를 꺾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에 치우쳐 왔다. 김관영 후보의 내란 동조 의혹 제기 및 대리비 지급 논란, 이원택 후보의 음식점 식사비 대납 의혹, 그리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편파성 시비 등 낯뜨거운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비단 도지사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당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배제된 일부 인사들이 특정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면서, 정작 주인이어야 할 주민은 소외되고 입후보자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일부 도민들 사이에서는 “올 6.3지방선거가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혹평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나친 정치공학적 비방전은 도민들에게 깊은 피로감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결국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독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니라, 특정 이해관계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제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은 채 2주일도 되지 않는다.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을 멈추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으로 당당하게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후보자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역할 역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후보들이 무엇을 약속하는지, 그 약속이 현실성이 있는지, 정책보다 네거티브에 더 몰두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선거를 외면하게 되면 결국 정치 수준은 더 낮아지고 주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수준은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소모적 갈등의 선거가 아니라 전북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도민들의 관심과 준엄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설

새 체육관 짓는 전주시, 프로구단 유치 총력을

전주시가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 실내체육관을 짓고 있다. 민선 8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호남제일문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의 핵심 시설로, 총사업비 652억 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8853㎡, 수용인원 6000명 규모로 조성 중이다.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다. 1973년에 건립된 기존 실내체육관은 시설 노후화와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도민의 사랑을 받던 프로농구 명문구단 KCC이지스가 2023년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기면서 체육관 신축 문제가 이슈로 급부상했다. 지역 체육 인프라의 한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상실감이 컸다. 새 체육관 건립은 이런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체육관만 새로 짓는다고 도시의 스포츠 경쟁력이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우고 활용하느냐다. 안정적인 프로스포츠 콘텐츠와 각종 대형 스포츠·문화 행사가 함께 어우러져야 시설의 존재가치도 살아난다. 전주시는 일찌감치 새로운 스포츠구단 유치계획을 세웠다. KCC 농구단이 떠난 이후 시민들의 동계스포츠 관람 기회를 되살리기 위해 프로스포츠 구단을 창단·운영할 모기업을 물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프로스포츠 구단 유치를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방향 자체는 옳다. 문제는 이제부터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느냐다. 프로구단 유치는 단기간에 쉽게 성사될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모기업 확보와 연고지의 시장성, 경기장 인프라, 지자체 지원 체계,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 등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더욱이 지방도시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기업 기반과 시장 규모에서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만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새 체육관 개관 시기에 맞춰 프로구단 유치 전략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새 체육관은 지역의 새로운 활력과 시민 자부심을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드웨어’ 구축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다시 프로 스포츠의 열기를 누릴 수 있도록 전주시가 구단 유치 전략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사설

‘모두의 대통령’ 이재명

지난 대선에서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60% 초중반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여야의 정치적 공방 속에 지지율이 50%대 중후반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올해들어 다시 회복되면서 60% 후반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견고한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정부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강한 리더십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직후 ‘인사 리스크’로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국정 운영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40% 중후반의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영남과 호남, 정당을 차별하지 않고 오직 민생과 실용을 기준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결과다. 민주당 당적을 가졌지만, 취임 이후 정파를 초월한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하며 성과와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리더십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와는 파격적으로 손 잡는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경기 평택을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남 후보를 영입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사 출신인 김 후보는 과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내고 개혁신당 정책위의장까지 맡았던 보수 성향 인사다. 12·3 내란 후 지난해 5월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광주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해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전격 입당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리와 능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재 영입이었다. 선거철 단골 메뉴인 ‘대통령 마케팅’은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6·3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민주당 후보 만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의 대통령’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국회 중앙홀에서 취임선서 뒤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세력만이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천명했고, 실천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들이 이 대통령을 민주당 정치인을 넘어 5200만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 능력을 가진 지도자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념과 진영보다 성과와 실용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다. 6.3 지방선거는 전북의 미래를 성과와 실용으로 끌어나갈 능력있는 일꾼을 뽑는 축제다. 19만 민주당원이 아닌 172만 전북도민의 미래가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있다.

오목대

심는 자와 베는 자의 거리

여름이 서서히 깊어져 가는 무렵, 길을 걷다 문득 꽃향기가 파고들 때가 있다. 봄이 찬란하다면 여름은 아름다움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여름 장미가 담벼락을 에워싼 거리를 지나다 보면 하루하루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본격적인 뜨거움 속으로 향하는 요즘,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올해 또 어떤 재난이 찾아올지 덜컥 걱정이 앞선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내리쬐는 폭염, 새벽 내내 식지 않는 열대야, 무섭게 쏟아지는 장마와 순식간에 사방을 적시는 스콜성 폭우까지. 얼마만큼 더 더워질 수 있을지, 또 장마는 얼마나 더 길어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매해 재난은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내가 자주 걷던 집 앞 길가와 산책길 천변은 점점 더 허허벌판이 되어간다. 2023년 3월부터 전주시는 앞장서서 수천 그루에 달하는 나무들을 무분별하게 벌목해 왔다. 나무가 베어나간 그 자리에서 나는 자연의 빈자리를 피부로 느낀다. 나무가 만들어 주던 그늘도 없이 머리 위로 곧장 내리꽂히는 태양의 뜨거운 맛을 본다. 땡볕 위를 걷다 보면 금세 지치고 늘어진다. 이제 여름의 전주천은 더 이상 마음 편히 거닐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사라진 것은 시민들의 그늘뿐만이 아니다. 초록빛 잎사귀를 흔들며 위로를 건네던 버드나무, 그 품에 깃들어 살던 전주천의 상징적인 생명체들도 한순간에 터전을 잃었다. 지난 수십 년간 시민과 지자체가 땀 흘려 가꾸어 쉬리와 수달이 돌아오게 만들었던 생태하천의 역사가 단 몇 줄의 행정 명령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연둣빛 새순으로 봄을 알리고, 한여름에는 쉼터를 내어주던 그 싱그러운 풍경이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은 신기루가 되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이 된 여름, 타 도시들은 바람길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도시의 열섬현상을 막으려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전주시의 생태 관념과 기후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 재해 예방과 하천 정비라는 해묵은 명목 아래, 수십 년간 천변을 지켜온 버드나무들이 단 며칠 만에 밑동만 남긴 채 잘려 나갔다. 최소한의 솎아베기만 하겠다던 시민사회와의 상생 약속은 기습적인 모두베기 앞에 무력하게 깨어졌고, 하천 환경에 미치는 기초적인 조사나 정교한 데이터 분석조차 없이 성급하게 중장비가 밀려들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도 당장 내리쬐는 볕을 막아줄 나무 한 그루의 소중함을 모르는 행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비인가. 나무들이 서 있던 그 쓸쓸한 빈자리를 바라보며,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비단 그늘만은 아님을 깨닫는다. 자연과 인간이 다정하게 공존하던 전주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우리는 통째로 빼앗겼다. 다가올 여름을 온전히 날 자신이 없다. 누군가는 지구를 살리겠다고 나무 한 그루를 정성껏 심고, 누군가는 행정 편의를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단 몇 초 만에 베어낸다. 심는 자와 베는 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왜 이토록 다른 방향으로 가는가. 생명을 품어 안는 자들이 미래의 가능성을 길러낸다. 잘려 나간 나무의 빈자리는 시리도록 뜨겁지만, 그늘을 빼앗긴 우리가 서로의 그늘이 되어줄 때, 전주의 여름은 다시 다정하게 만개할 것이다. 잘려 나간 전주시의 나무들을 기억하며, 다시 뜨거운 여름으로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청춘예찬

축제의 주인은 누구인가?

5월이 되면 대학가는 축제 열기로 들썩인다.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유명 아이돌을 섭외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대부분 대학은 축제 비용으로 1억 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를 지출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연예인 섭외비로 나간다고 한다. 한 팀당 수천만 원씩 출연료를 주고 아이돌을 부르는 것이다. SNS에는 매년 ‘대학 축제 라인업’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오르내리고, 어떤 대학이 어떤 아이돌을 섭외했는지가 화제가 된다. 축제가 학생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고,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축제의 ‘급’이 결정된다. 지난해 어떤 대학에서는 재학생과 아이돌 팬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고, 또 다른 대학에서는 축제 티켓이 암표로 수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학생회비에서 나가는 그 돈을 학생들의 학업이나 복지를 위해 쓰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장학금을 늘리거나 학습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고, 재학생 수로 나누면 1인당 몇 만원에 불과하니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한다. 평소 연예인 공연을 보기 어려운 지방 대학생들에게는 축제가 유일한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나도 축제 때가 되면 우리 학교 축제의 ‘라인업’을 학생들에게 물어 보고 실제로 몇 번 보러 간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논쟁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비껴간다. 왜 우리나라의 축제는 유명 가수의 공연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가? 대학 축제만 뭐라고 할 수 없다. 수많은 지역 축제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는 예외 없이 연예인 공연이 있다. 아니면 먹거리 장터다. 세계 3대 축제라고 부르는 축제의 핵심 행사가 무엇인지 떠올려 보면 쉽게 비교될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자발적인 축제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축제라는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가 아니라, 관에서 또는 학생회에서 주관해서 ‘조성’한 축제이다. 위에서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프로그램을 짜면, 아래에서는 그것을 소비한다.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구경한다. 그러니 구경거리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모으려면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가장 확실한 볼거리는 유명 연예인이다. 진정한 축제라면 구성원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단합과 화합을 경험하는 것이 축제의 본래 의미다. 1980년대 운동권이 대학 축제를 ‘대동제’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크게 하나 되자는 의미에서였다. 물론 그때도 노상에 천막 치고 술을 판 ‘주막’이 핵심이긴 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직접 마당극을 만들고 민속놀이를 준비하고 노동자와 농민을 초청해 연대했다. 정치적 색채가 짙었다는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축제의 주체였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학생끼리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장터, 동아리들의 공연, 학과별 체육대회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화려한 아이돌 공연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업체에 축제 진행을 통째로 맡기는 대학도 늘고 있다. 학생회 자체 역량만으로는 K팝 스타 섭외와 계약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1억이든 3억이든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그것이 의미 있다면 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축제가 학생이나 주민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과 주민은 관객이 되어 구경하고, 진짜 주인공은 무대 위의 연예인이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SNS에 올린 아이돌 직캠 영상뿐이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거나, 함께 무언가를 이룬 경험이나, 공동체의식 같은 것은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축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아이돌 공연이 없어도, 먹거리 장터가 없어도 이 축제가 지속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축제의 주인이 학생이나 주민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금요칼럼

부모님 기억력 저하 걱정된다면, 증상 전 뇌 변화 살펴야

“요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또 하세요”, “아버지가 예전보다 깜빡하시는 게 늘었어요”, “기억력이 좀 떨어지신 것 같은데 나이 때문인가요”… 가정의 달이 되면 이런 이야기를 들고 외래를 찾는 보호자들이 부쩍 늘어난다. 평소 바빠 미뤄뒀던 부모님 건강을 5월이 되어서야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이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억력 변화의 원인을 보다 이른 시점에 확인하려는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과 관련된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정상적으로도 소량 생성될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 단백질이 뇌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며 염증 반응과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결국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2 중요한 점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치매 증상이 뚜렷해지기 15-20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력 저하가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뇌 안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보다 이른 시점에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검사가 바로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이하 아밀로이드 PET)’이다. 아밀로이드 PET은 뇌 안의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어 있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이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안의 병리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모든 기억력 저하 환자에게 무조건 필요한 검사는 아니며, 인지기능 검사와 진료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가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치료를 넘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병리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여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질병조절치료제가 등장했다. 레카네맙은 이러한 치료제 중 하나로,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을 통해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레카네맙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대상자를 정확히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치료 효과뿐 아니라 안전한 투약 관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투약 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치료 중에도 이상반응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가 모두 알츠하이머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감, 약물, 기저 질환, 수면 부족, 영양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약속을 자주 잊거나,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면 단순한 노화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많이 진행된 후 대응하는 질환이 아니라, 가능한 한 이른 시점부터 뇌 건강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이번 가정의 달이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를 세심히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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