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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들이 문화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비전과 구체성 면에서는 여전히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민의힘 양정무, 무소속 김관영 세 후보 모두 ‘문화자원의 산업화’를 내세우지만 이를 실현할 실행전략 없이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문화예술을 보편적 복지와 산업생태계의 조화로 풀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동학역사문화권 조성(가칭)’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초예술종합지원센터 조성을 통한 예술인 통합지원으로 예술생태계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K-Story 콤플렉스 조성과 복합 돔구장을 통한 체류형 관광플랫폼 구축 역시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동학역사문화권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나 기업중심의 프로구단 유치 등은 정부의 예산 협조와 민간 자본 수혈이 필수적인 구조라는 점이다. 정부의 입법 협조와 대외 정치 환경 변화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여서 지자체 차원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 한계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양 후보는 현장 밀착형 실무 지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북예술인 창작기본지원금 도입, 전북예술패스 운영, 청년예술인 월세·작업실 지원 등은 예술 현장의 갈증을 즉각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지자체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요 관광지 수익을 문화예술기금으로 환원하거나 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예술단체 매칭을 통한 기업 메세나 확대로 재원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은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다. 다만, 전북의 관광 수요가 정체되거나 기업 참여가 저조할 경우 기금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정교한 재정적 안정 장치와 예산 운영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인프라 거점화에 집중한다. 국립 모두예술콤플렉스 건립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전북관 설립, 국립판소리산업 복합단지 조성, K-컬처‧AI융합 영화영상 실증지원센터 조성까지 전북의 문화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도지사 임기 중 노출된 전주세계소리축제 파행과 전북도립국악원 내부 갈등 등 문화행정의 난맥상은 대규모 인프라 공약의 신뢰성을 흐리는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특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일수록 건립보다 사후 운영이 핵심인 만큼, 구체적인 운영 매뉴얼과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적 부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후보들의 공약 경쟁에 대해 홍석빈 우석대 교수는 “단순히 큰 시설을 짓거나 단기적으로 지원금을 더 쥐어주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직언했다.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데다, 현장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치적 목적의 대형사업과 일회성 지원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전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선거용 랜드마크나 현금지급이 아니라, 작더라도 내실 있게 작동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시스템”이라며 “이번 선거의 성패는 예술인을 단순한 시혜대상이 아닌, 지역문화경제의 당당한 부가가치 생산자로 대우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짧은 인연 그리고 긴 이별. 이것이 내가 만난 박경원 시인과의 인연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차령문학에 원고 청탁을 받고 발표한 시간이 전부였다. 박경원 시인이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200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기까지 우리의 인연은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슬프다. 유고 시집을 받고 읽으면서 왜 시 편편마다 아픔이 서려 죽음을 예고하는지 가슴이 저렸다. 짧은 시간은 가까웠는데 그리움은 아직 멀었다 세상 모든 어둠들의 고향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등잔불 밑 깊은 졸음의 누이와 일찍 잠들면 눈썹이 희어질 탈고 안 될 전설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더 깊이 어두워져야 더 맑게 떠오를 태양과 누군가 고운 새 신처럼 닦아놓은 달력의 첫 이야기들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문은 잠그지 않아도 됩니다 발소리를 지우며 다녀갈 검은 복면의 꿈들도 새벽이 되면 푸른 길몽으로 바뀔 그곳, 오늘은 바로 그대가 그대의 낡은 이름으로 돌아와 청노새 하나 갈아타고 떠날 그리움의 맨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ㅡ (「그믐 전문」) 가고픈 꿈이 있다면 어디를 꿈꾸었을까요? 먼 추억의 집으로 시인은 발걸음을 옮깁니다. 일찍 잠들면 안되는 전설이 있는 곳, 꿈속에서 만나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은 이미 달력의 첫 이야기들이 되었네요. 더 깊이 잠들어야 만날 고향의 아이들과 소문들이 아직은 바람으 로 떠도는 곳이지요. 누군가 꿈속에서든 찾아오라는 귀엣말로 문은 잠그지 않습니다. 다 녀갈 사람들과 이야기들의 꿈. 깨어나면 허전함보다는 푸른 길몽이 환한 햇살을 비출 것만 같은 곳이지요. 그대가 비로소 돌아온 후에야 청노새 타고 떠날 그리움처럼. 그 마지막 날 에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고향의 그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니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게 현대인의 고통 이라면 고통이겠지요. 시인은 수원에서 소설가의 꿈을 키우다 준기(현 수원시협 회장)형의 조언으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지요. 유난히 담배를 좋아했던 시인은 담뱃불 같은 열정을 시 속에 햇살 환한 추억의 집을 풀어 놓고 연기처럼 사라졌지요. 어느 날 받은 부고는 또 하나의 시인을 잃었다는 것 뿐. 시인은 이미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지요. 단편적으로 시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나비, 먼지, 흰빛, 햇빛 등 많은 시어들을 쓰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알지 못했지요. 얼마나 아픈 생각들 이 시인을 고뇌 속 갈림길에 서게 했을지 짐작이 가지요. (「먼지사랑」)을 보면 추억은 시인 의 자폐적 감성마저 순수한 먼지에 의해 “사랑해”라는 말로 흐려지지요. 하고픈 말을 다 하 지 못하고 그리움과 함께 청노새를 타고 떠나간 시인이어서 아팠지요. 휴식에 든 산은 무겁다 잎새 몇 개로 구름의 행방을 짐작하던 골짜기도 긴 잠의 거름을 삭인다 서로의 관계를 내줘야 더 푸르게 다가온 계절들 곧고 단단한 힘으로 성장의 마지막 부피를 늘이던 것들이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오늘은 문득 마음의 한 끝이 이월, 혹은 베티쯤의 나무들을 헤아리게 됩니다 그 곳을 넘어올 거대한 봄을 생각하면 마음은 벌써 제비꽃이라도 환생하고 싶어집니다 그게 산이겠지요 오늘은 문득 ㅡ (「칩거 전문」) 산, 그리고 정처 없는 구름과 휴식, 환생하고 싶은 마음과 산이라는 말은 산에 들고 싶어하는 시인의 심리적 작용이 시어에 숨어 있다고 생각했지요.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비우는 일일 것이니 천천히 비워놓고 간 짧은 시인 의 생이 쓰네요. 외로이 홀로 걸었을 길에 동행이 되지 못한 아픔이 있어 이 시집으로 세상 의 끈을 놓고 청노새타고 타박타박 떠나가길 바라네요. 영원한 칩거에 들기를 기원하면서요. 박경원시인의 시어들이 아직 가슴을 찌르네요. 아마 오랫동안 우리 생의 추억을 깨우쳐 줄까요? 박복영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는 ‘작가의 눈’ 시 작품상과 여순10·19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아무도 없는 바깥> 등 6권과 시조집 <그늘의 혼잣말을 들었다> 등 2권이 있으며,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0회 바다문학상 대상(해양수산부장관상) 수상자로 강성재(65·여수) 시인이 선정됐다. 본상은 장금식(65·서울) 수필가가 차지했으며, 평생 문학에 헌신한 문인에게 수여하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소재호(81) 시인에게 돌아갔다. 20회를 맞이한 바다문학상은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공동 주최하는 가운데, 올해부터 최고상이 해양수산부 장관상으로 격상되면서 문학상으로서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바다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지난 19일 최종 심사를 열고 예심을 통과한 후보작들을 검토한 끝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한 달간 진행된 공모에는 총 569명이 1401편의 작품을 출품하여 뜨거운 문학적 긴장감을 보여줬다. 대상을 차지한 강성재 시인은 ‘용골’이라는 작품을 통해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내밀한 기억과 역사적 상흔으로 연결하는 시적 명징성을 보여줘 심사위원들에게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심사위원들은 “바다의 이미지를 정교한 언어로 포착하여 인간 존재의 단면을 깊이 있게 담아낸 문학적 창의성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본상 수상작인 장금식 수필가의 ‘바다, 어두워짐과 밝아짐 사이’는 삶을 바라보는 담백한 시선과 유연한 문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심사위원들은 “바다라는 공간을 단순한 지리적 배경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삶의 섭리와 사유를 이끄는 은유로 확장하며 수필 본연의 미학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소재호 시인에게 돌아갔다. 소재호 시인은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 회장, 석정문학관장 등을 역임하며 전북 문단의 위상을 크게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바다문학상 심사에는 신달자·양병호·김동수·강연호·장교철·송희(시 부문), 백봉기·김저운·김형중(수필 부문) 등 문단의 중견 문인들이 참여했다. 심사 기준은 문학적 창의성과 사유의 유연성, 바다와의 연관성 등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예비심사에서 선별된 작품들이 최종 본선에서 경합을 벌였으며,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이견 없이 당선작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시상식은 오는 7월 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며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전북 출신의 국제조세 전문가로 공직과 학계를 아우르며 활약해 온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최근 ‘국제조세론’ 전면개정판(삼일인포마인)을 출간했다. 지난 2021년 초판 발행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급변하는 국제조세 환경을 반영해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된 디지털 경제 시대의 국제조세체계 개혁(BEPS 2.0)과 글로벌최저한세, 역외탈세 대응 등 최신 이슈를 폭넓게 조명했다. 한편으로는 촘촘해진 조세회피 방지망을 피해 안전한 절세 전략을 짜야 하는 납세자의 고민을,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거래 정보의 한계를 넘어 정교한 과세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과세당국의 난관을 균형 있게 다루며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차별성은 저자의 독보적인 이력에서 비롯된다. 김 전 청장은 행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주OECD대표부 세무주재관,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다국적기업 세무조사를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며 “어떻게 과세하는가”를 가장 잘 아는 실무 권위자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실전 지침을 집대성한 셈이다. 김 전 청장은 2020년 퇴임 이후에도 학술 활동을 이어가며 학계와 실무를 넘나들고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최근에는 “국제적 B2B 용역거래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라는 논문으로 한국국제조세협회가 수여하는 2025년 국제조세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에서 이전가격 과세 분야를 별도로 분권화했다. 조만간 한층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별도 전문서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동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이준관 시인이 펴낸 <별나라 문구점>(고래책빵)은 평범한 일상을 상상의 세계로 탈바꿈시키는 따뜻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동시집에는 표제작인 ‘별나라 문구점’을 비롯해 80여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책 속에서 ‘별나라 문구점’은 단순히 학용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의 물건들은 문구 본연의 기능을 넘어 상상의 힘을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닌 꿈과 희망이 담긴 별을 선물하며 아이들의 일상을 반짝이게 한다.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의 흔하고 익숙한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깊은 호흡이다. 시인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이 때문에 편편마다 녹아 있는 해맑은 눈빛과 따뜻한 시선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여기에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붙여 독자들이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듯이 자연스럽게 시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시집은 1부 별나라문구점, 2부 월요일이 좋아, 3부 단짝친구들, 4부 엄마 손잡고, 5부 개울물 등으로 구성됐으며 김천정 작가의 삽화로 시각적인 즐거움과 작품의 깊이가 한층 견고해졌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어린이로 돌아가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고백하며 “그럼에도 어린이로 돌아가려고 골목길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아파트 아이들과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이로 돌아가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어린이로 돌아가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 쓴 시를 모아 동시집으로 펴냈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1949년 정읍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당선됐다. 1974년에는 박목월이 창간한 문예지 ‘심상’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시와 동시를 동시에 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동시집 <씀바귀꽃>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시집 <가을 떡갈나무 숲> <부엌의 불빛> 등이 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2학년 1학기에 동시 ‘오늘’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딱지’가 실렸다.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등단 58년이 된 오세영 시인이 신작 시집 <세상이 어두워지고 있다>(서정시학)를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문예를 학문의 대상으로 탐구하며 오랜 시간 독자적인 시 세계를 다져온 시인의 사유가 한층 깊어졌다. 시학의 이론과 개념을 토대로 인문학적 성찰을 시 속에 녹여내는 시인은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사이를 가로지르는 세계관의 깊은 통찰과 사유를 진솔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60여 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은 툭 터놓듯 담백한 문장으로 이어지며 편편이 담긴 사유의 무게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인연과 인연이 실처럼 얽히고설켜/윤회하는 중생이라고들 하더라만/(…중략…)/그럳하. 언어란/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일말의/전류// 내 노년 들어 청력이 약해지니/ 주위에서 자꾸/귀가 어둡다고 구박들을 하더라만/(…중략…)/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어둡다는 것’ 부분) 시인은 시집에서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고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라고 자조적인 진술을 하지만 덤덤하게 말한다.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면서 매일 세상을 마주하게 되니 산다는 게 좋은 일이라고 감각한다. 일상 속 소박한 만족감이 돋보이는 시편들은 ‘산다는 것’ 자체로 이미 충만하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무감각한 사회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조차 흐릿해지는 때에 시인의 정갈한 언어는 고요한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시집에는 간혹 “인간은 평등한 것일까”('인간론 15')와 같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도 담겨 있다. 인문학적인 시선을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사회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추상적인 글감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난해한 은유 대신 직설적이고 일상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렇게 자아를 성찰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겸허하게 그려내 큰 울림을 전한다. 오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이 생은 과학적 진실이 아닌 바로 사랑과 같은 모순의 진실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시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194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시인은 광주와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 등을 펴냈으며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대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함께 무대를 만든 22명의 무용수들이었습니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10월 전국무용제까지 1등을 목표로 달려가 보려 합니다.” 제35회 전북무용제에서 작품 ‘바리여 바리여’로 대상을 차지한 뉴앙스아트컴퍼니의 김동훈 대표 겸 안무자는 수상의 공을 동료 무용수들에게 돌렸다. 지난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이번 무용제에서 뉴앙스아트컴퍼니는 대상과 안무상, 연기상 등을 포함해 5관왕에 오르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뉴앙스아트컴퍼니는 ‘New(새로운)’와 ‘Dance(춤)’를 결합한 의미를 담은 무용단체로, 기존 한국무용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움직임과 무대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뉘앙스(Nuance)’처럼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분위기를 춤으로 표현하겠다는 철학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작품은 혼자 만든 작품이 아니라 22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완성한 작품”이라며 “짧은 준비 기간에도 모두가 진심으로 작품에 임해줬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무대를 만들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한국 전통 설화 ‘바리데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무용이다. 버려졌던 바리공주가 병든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약초를 구하러 떠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상처와 희생, 치유의 과정을 담아냈다. 그는 “바리데기를 단순한 효(孝)의 이야기로 보기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존재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싶었다”며 “누군가는 묵묵히 희생하지만 세상은 그 희생을 알아주지 못한 채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 점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예선 무대는 20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작품을 압축해 선보여야 했다. 김 대표는 “원래는 1시간 규모로 준비했던 작품”이라며 “긴 서사를 모두 담기 어려워 요정과 망자, 그리고 바리의 슬픈 솔로 장면을 중심으로 핵심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뜨거운 열정으로 완성된 무대였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컸다. 전북무용제 지원 예산은 약 200만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2명의 무용수와 대규모 군무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충분한 페이를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조심스럽게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갈 분들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번 작업을 통해 결국 좋은 작품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덧붙였다. 뉴앙스아트컴퍼니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무용제에서 작품 규모를 한층 확장할 계획이다. 사물악기 연주자 15명을 추가해 무속적인 에너지와 현장감을 극대화하고, 바리데기의 후반 서사까지 보다 깊이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본선에서는 바리가 약초를 구하고 끝내 만신의 왕이 되어가는 과정까지 확장된 이야기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전북 대표로 올라가는 만큼 전북의 힘과 에너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웃으며 “욕심이지만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함께해준 무용수들과 꼭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술은 결국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억지로 만드는 무대보다 서로를 믿고 즐기며 만드는 무대에서 훨씬 큰 에너지와 감정이 나온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다. 20세기 초 고전적 재현의 오랜 관성을 깨부수고 보는 방식의 근본적인 혁신을 일궈냈던 파리 거장들의 시선이 한국 근대사의 궤적을 품은 군산에 자리했다. 군산 JB문화공간에 자리한 전북은행미술관에서 기획전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을 21일 개막한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등 거장 12명의 진품 원작 22점을 모은 이번 전시는 이름값 소비에 치중해오던 기존 전시들과는 궤를 달리하며 서구 모더니즘의 혁신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대미술의 정신을 추적했던 전북은행미술관 개관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해당하는 1920~30년대, 제1·2차 세계대전 전후의 참담한 시대상 속에서 탄생한 유럽 모더니즘의 원천을 대면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한국 근대 작가들이 갈구했던 조형적 혁신의 실체를 규명한다. 전시의 핵심은 20세기 초 파리 몽파르나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방인 화가들의 공동체인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파리파)’다. 19일 전북은행미술관에서 만난 이흥재 관장은 “피카소, 샤갈, 미로, 달리, 후지타 등은 모두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계 화가들”이라며 “세계대전의 피폐함 속에서 인간 내면의 심상과 초현실주의, 큐비즘(입체주의)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사조를 혼재하고 발전시켰던 주역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원작 14점이 배치된 프라이빗 갤러리와 판화 8점이 배치된 오픈 갤러리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르나르 뷔페의 1950년 작품 <빵(Le Pain)>을 비롯해 앙드레 마송의 <꽃덤불 속 목욕하는 여인>, 조르주 루오 <인물이 있는 풍경> 등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빈센트 반 고흐 화법에 영향을 받은 야수파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풍경>은 거친 붓 터치와 어두운 색채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황폐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전시의 주요 작품인 마르크 샤갈의 <마을>은 종이 위에 불투명 수채 물감인 과슈를 사용한 원작이다. 유대인 거주지인 고향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풍경을 배경으로 유대교 교리에 기반한 ‘공중에 뜬 인간과 동물’이라는 도상학적 특징을 푸른색 계열로 구현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 <꽃과 소녀>는 파스텔톤 배색과 초점이 생략된 검은 눈동자 표현으로 작가 개인적 서사를 시각화했다. 또한 195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영향을 미친 앙드레 마송의 <꽃덤불 속 목욕하는 여인>과 대상을 다양한 시점으로 해체한 파블로 피카소 <앉아 있는 나부>, 조르주 브라크의 <정물>은 입체주의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단순한 선과 강렬한 원색 기호가 특징인 호안 미로의 판화 작품 <별자리>는 사진술 발명 이후 현대 화가들이 재현의 의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한 미술사적 전환기를 증명한다. 이 관장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서양 미술 전시나 관련 서적들은 익숙한 화가들 중심의 ‘시각적 편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존에 잘 알려진 거장들뿐만 아니라 그들 못지않게 새로운 미학적 지평을 열었음에도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이 한층 더 넓고 다양한 예술적 시각을 경험하고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개인 관람객은 미술관 내 오픈갤러리 카페에서 현장 신청을 통해 전문 도슨트 해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미술관의 문법을 덜어낸 자리에 아이들의 무구한 상상력이 채워졌다. 유휴열미술관(관장 유가림)은 오는 31일까지 전주와 서울의 초등학생 31명이 창작한 ‘모두의 미술관 아이들이 그린 세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은 어렵다는 대중적인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완결된 기교보다 ‘보는 행위’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관람객들에게 예술 향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은 아는 사람만 가는 곳이라는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미술관은 ‘모두의 미술관’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 어린이의 시선을 선택했다. 이는 어른이 되며 잊고 지낸 직관과 순수함을 예술을 통해 다시 발견하기 위한 시도다. 유가림 관장은 “아이들의 작품이 성인 관람객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통로가 되고, 어린이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공적인 공간에 펼쳐 보이며 예술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한 아이들은 정해진 주제나 재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완성했다. 도화지 위 그림부터 손으로 직접 만든 창작물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담았다. ‘얼마나 잘 그렸는가’라는 기존의 평가 기준이 아닌, 아이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진심을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소통의 장을 지향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엉뚱하고 발랄한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또래 어린이들은 서로의 그림을 보며 공감대를 쌓는다. 유휴열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누구나 차별 없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한지와 화지라는 종이 인연으로 시작된 전주시와 가나자와시의 동행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한지문화진흥원과 일본 가나자와시는 19일부터 24일까지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에서 ‘제25회 전주 전통공예전’을 개최한다. 지난 2002년 첫발을 뗀 두 도시의 전통 공예 교류는 20년 넘게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주의 정체성을 담은 한지와 다채로운 공예품 170여 점을 일본 현지에 소개한다. 전시에는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색지장 김혜미자,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소병진, 목조각장 김종연 등 장인들을 포함한 55명의 작가가 참여해 한국 공예의 정수를 선보인다. 한지공예부터 옻칠, 자수, 침선, 입사에 이르기까지 전주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이 담긴 작품들이 가나자와 시민들을 만난다. 두 도시의 인연은 남다르다. 25년 전 자매도시를 맺던 당시 전주의 한지와 가나자와의 후타마타 화지로 제작된 제휴 문서에 서명하며 문화적 동질성을 확인했다. 이후 매년 서로의 도시를 오가며 작품을 전시하고 기술을 나누는 실질적인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가나자와의 가가상감 작가들이 전주를 찾아 워크숍을 연데 이어, 올해는 전주의 색지장 이수자 허석희 작가가 가나자와 시민들과 함께 ‘한지로 만드는 찻상’ 워크숍을 진행하며 교류의 온기를 직접 전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생활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라야마 다카시 가나자와 시장은 “전통문화 계승에 힘쓰는 두 도시에 걸맞은 교류”라며 감사를 표했고, 김혜미자 이사장은 “전통은 이어지고 확장될 때 더욱 빛난다”며 지속적인 우호를 기원했다.
광주 고교생 피살사건으로 지역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전북도의 치안시스템은 기초 통계조차 없는 행정공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범행동기를 ‘이상 동기’라는 모호한 틀로 규정하는 사이, 전북도 역시 지역별 범죄 취약요소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외면하면서 현장 맞춤형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범행 성격에 대한 정부와 수사기관의 규정이 실제 데이터와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범행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범죄’라고 설명하지만, 피해 통계는 특정 성별과 연령대에 위험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5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르는 사람에게 살해되거나 위협당한 여성은 최소 94명에 달했다. 특히 범행 동기가 확인된 사건 중 ‘성폭력 시도(20건)’와 ‘여성이라는 이유(11건)’가 전체의 약 33%를 차지했다. 이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는 사건 중 상당수가 명확한 표적을 둔 범죄임을 시사한다. 피해자 중 아동과 청소년 9명이 포함된 점 또한 일상적인 귀갓길 안전망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북도는 공적 공간 내 위험요소를 관리할 행정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내 공공장소의 젠더폭력 발생 현황이나 지역별 취약경로를 분석한 독자적인 ‘성인지 치안 데이터’는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분석 근거가 부재하다 보니 대책 역시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가로등이나 CCTV를 늘리는 식의 장비 확충에만 머물고 있다. 범죄 발생 구조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는 물리적 장비 증설은 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통계 방치가 대책 부재로 직결된다고 우려한다. 전주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외면하면서 국가가 파악하지 못하는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데이터 없이는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예방대책 수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보호 체계 보완을 약속했으나, 지자체 차원의 기초 데이터 구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범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일률적인 대책은 실제 위험이 발생하는 현장과 정책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활동가는 “도민의 생명을 통계 밖으로 방치하지 않도록 범죄 위험요소를 정밀하게 데이터화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안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요 때문이었겠지요. 동구 밖 과수원 가는 길에 피었지요. 그렇게 추억하고 싶은 꽃입니다. 벌 떼 잉잉거립니다. 할머니 무릎의 옛날이야기만큼이나 먼 옛날, 사방공사란 걸 했었지요. 벌거숭이 붉은 산엔 메아리가 살 수 없다고 아이들은 자꾸만 노래를 불러댔고, 해마다 장마철이면 산사태가 나기 일쑤였으니까요. 속성수인 아카시아, 오리목, 싸리나무를 심었습니다. 지금은 공휴일 아니라서 있는지도 모르는 이 많지만, 식목일엔 대통령도 코흘리개 1학년짜리도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었지요. 고향마을 동구에서 반갑던 그 꽃이 피었습니다. 영화 속 풍경일까요? 꿈속 기억일까요? 온다, 안 온다.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한 잎씩 떼어내며 애달팠었지요. 지천이던 토끼풀꽃 따 풀꽃반지도 만들었던 성싶고요. 젖배 곯은 누이동생처럼 서럽기도 한 꽃입니다. 우연히 장터에서 만난 막내 외삼촌이 가만 입에 넣어준 오다마 사탕보다 더 달콤한 꽃입니다. 흔하다고 천한 꽃 아니지요. 꿩 꿩 산꿩이 웁니다. 둘이서 마주 앉아 얼굴 마주 보며 쌩끗, 웃고 싶은 날입니다. 아카시 꽃이 맞다지만 내겐 언제까지나 아카시아꽃입니다.
580여년 전 세종대왕이 백성을 향한 긍휼한 마음으로 창제한 소통의 도구 한글이 기능적 의무를 내려놓고 시각적인 생명체로 재탄생했다. 전주현대미술관에서 29일까지 열리는 '한글이 숨 쉬다-Font Art 모색’은 납작한 기호로 박제된 문자에 조형적 숨결을 불어넣는 실험의 장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였던 기획전을 계승한 이번 전시는 필획을 중시하는 전통서예와 색채를 강조하는 현대회화의 접점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텍스트가 지운 문자의 질감을 복원하려는 묵직한 논리적 화두를 던진다. 이번 전시에는 김춘선, 송하진, 박인선, 이기전, 이동근, 이성재, 이적요, 이희춘, 차유림, 최동명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한글을 각자의 문법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해 24개 자음과 모음이 품고 있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시각화한다. 특히 서예는 색채를 수용해 회화로 나아가고 회화는 점획의 선형적 골격을 빌려 서예적 깊이를 확보하는 상호침투가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실제로 작품 면면을 보면 관습을 탈피하려는 구체적인 시도들이 읽힌다. 차유림 작품 ‘기록된 신체'는 인체의 원초적 곡선인 누드를 배경으로 문자를 배치해 인간의 관계와 생명력을 은유한다. 문자가 신체적 실체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긴장감을 마주할 수 있다. 이적요는 붓질 대신 바느질이라는 수행적 노동을 택해 문자에 촉각적인 질감을 부여했다. 이희춘의 ‘머무는 것들’은 한글과 한문, 사람의 형상을 융합해 문자의 평면성을 입체적 서사로 전환한다. 서예가 송하진과 최동명은 전통서법의 경계를 허물어 자유롭고 거친 회화적 필치를 드러내어 서예의 새로운 영토를 제안한다. 이기전은 ‘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문자의 조형적 환영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캔버스 위에 투명한 에폭시 액체를 떨어트려 물방울의 굴절과 일렁이는 그림자를 구현한 작업은 문자가 조명 아래에서 입체적으로 부유하는 듯한 시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 텍스트가 지운 문자의 물성을 회복하려는 의도이자 한글이 가진 기하학적 과학성을 예술적 보편성으로 끌어올리려는 조형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기전 관장은 “추상이든 구상이든 우리가 평소에 보는 어떠한 형상들인데, 한글이라는 문자(주제)를 그림으로 표현해냈다는 것이 관람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며 “한글이 지닌 심미적인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장르 간의 융합을 눈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낭독과 클래식이 만나 시민들에게 ‘착하고 순한 위로’를 건네는 공연이 열린다. 박태건 시인과 클래식 연주팀 ‘Tutti 앙상블’이 함께하는 낭독 공연 ‘당신에게 건네는 착하고 순한 위로’가 오는 15일 오후 3시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서 개최된다. 시 낭독과 클래식 선율, 인문학적 해설이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박 시인은 “시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본래 시는 인간의 감정을 나누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라며 “일반적인 시 강연 형식에서 벗어나 음악과 함께하는 공연을 통해 시민들이 시를 보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음악은 감정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예술”이라며 “작곡가들이 음악 속에 담아낸 상실과 슬픔, 사랑의 감정은 시와도 맞닿아 있다. 이를 함께 연결하면 시와 음악 모두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공연에서는 박 시인의 시집 <고려인만두>에 수록된 작품들이 중심으로 소개된다. 시집 속 ‘우스또베’, ‘고래’, ‘근황’ 등 디아스포라와 유랑, 생태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담은 시편들이 바흐와 포레, 히사이시 조 등의 음악과 함께 낭독될 예정이다. 1부 ‘당신의 둥글고 단단한 시간’에서는 어머니들의 굽은 손가락과 삶의 주름 속에 숨겨진 떨림을 이야기하며, 오월의 열매처럼 시고도 달콤한 생의 기억을 돌아본다. 이어지는 2부 ‘눈물과 고독이 스며든 자리’에서는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중앙아시아의 차가운 빗돌 아래 잠든 고려인들의 애환을 담은 시와 클래식 선율의 만남이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또한 정주(定住)의 욕망을 넘어선 유목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함께 조명한다. 마지막 3부 ‘숲에서 부는 착하고 순한 바람’에서는 예술가의 정치의식과 생태적 사유를 다룬다. 박 시인은 “권력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으며, 변화의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 역시 변화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문학적 소신을 바탕으로, 존재의 본질을 응시하고 서로의 삶을 다독이는 연대의 마음을 전할 계획이다. 박 시인은 “사랑 역시 결국 또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바흐의 사라방드처럼 상실의 감정을 담은 음악과 가곡들을 시와 연결해 공연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시는 소리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 ‘보는 시’, ‘생각하는 시’가 되면서 사람들과 멀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번 공연은 시를 다시 소리와 호흡의 자리로 되돌려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것을 느낄 여유를 잃고 살아간다”며 “숲속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바람과 나뭇잎의 흔들림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일반 시민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참여 신청은 전주시립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063-230-1857)로 문의하면 된다.
C.S. 루이스는 영화로도 제작된『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북아일랜드 태생의 작가는 어린 시절 북유럽 신화와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좋아했으며, 19세 때 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해 복역하던 중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환상소설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을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작가가 오십 대에 출간한 시리즈물이다. 그에 비해『순례자의 귀향』은 삼십 대 초반에 쓴 첫 소설이며, 무신론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뒤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난해하고도 복잡한 책의 후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자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저는 제 인생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길 위에 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퓨리타니아에서 태어난 소년 존은 어느 날 부모의 손에 이끌려 큰 돌집에 사는 집사를 만나러 간다. 집사는 온 땅의 주인인 지주님의 규칙에 대하여 말해 준다. 규칙을 어기면 전갈과 뱀이 우글거리는 검은 구덩이에 던져진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낀 존은 규칙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존은 우연히 숲의 끝자락, 서쪽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을 보게 되고 그곳을 향한 열망을 키워나간다. 지주님의 해고 통지를 받은 외삼촌이 동쪽 개천 너머에 있는 산으로 떠난 뒤 존은 숲속에서 갈색 여자를 만나고, 섬을 향한 목마름을 욕망으로 치환시킨다. 죄, 즉 갈색 여자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자, 존은 잊고 있던 달콤한 갈망을 떠올리고 집을 떠난다. 섬을 찾아 서쪽으로 향하는 순례 여정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단테의 『신곡』을 닮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도 어떤 깨달음이나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C.S. 루이스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엇,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하고 아쉬운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대중적 실재론에서 철학적 관념론으로, 관념론에서 범신론으로, 범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유신론에서 기독교’에 이르는 지난한 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찾게 된 그 갈망에 기쁨(joy)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존은 ‘스릴’이라는 시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계몽 선생을 만나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묻는다. “어쩌다 사람들은 지주가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요?” 계몽 선생이 답한다. “지주는 집사들의 발명품일세.” 덧붙여 집사들은 현대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에서 벗어난 존은 작은 언덕에 올라서서 “지주가 없다”고 외친다. 그때 미덕이 다가온다. 존은 미덕에게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고, 새총으로 새를 쏘아도 간섭할 이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미덕은 새를 쏘고 싶은지 묻는다. 새총을 만지작거리던 존은 곧 아니라고 대답한다. 존은 미덕과 여행을 계속한다. 시대정신의 땅에서 두 사람은 프로이트에 갇혀 있다가 이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그곳을 벗어난다. 그러나 거대한 협곡이 그들을 막아선다. 둘은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위해 북쪽으로도 가고 남쪽으로도 간다. 그들 앞에 나타난 무지와 교만과 세속적 교양과 관대와 지혜들이 무모한 여행을 만류하지만, 존은 역사라는 이름의 은자에게 인류 사상의 변천사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협곡을 건너 마더 커크(Mpther. Kirk)가 있는 곳에 당도한다. 존은 먼저 온 순례자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본다. 존은 과연 섬을 보았을까? “세상은 둥글어요. 당신은 세상을 반 바퀴 돌았어요. 저 섬은 산이에요. 말하자면 산 반대편이고, 실제로는 섬이 아니지요.”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그 섬은 외삼촌이 올라간 산의 이면이었다. 존은 퓨리타니아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귀향길은 같지만 다른 길이었고, 존은 처음으로 세상의 진정한 모양새를 보게 된다. 황보윤 소설가는 전북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 <모니카, 모니카>, 장편소설 <광암 이벽>, <신유년에 핀 꽃>이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까닭없이 스스로가 작아지거나 가파른 산길을 홀로 걷는 듯한 막막함을 마주하곤 한다. 때로는 타인의 날 선 괴롭힘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박서진 작가의 신간 동화 <글자 먹는 고양이 용기의 맛>(보랏빛소어린이)은 바로 이러한 마음의 그늘진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유년 시절 겪었던 자신의 아픈 기억을 담담히 꺼내어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떨고 있을 아이들에게 다정한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작품의 주인공 고양이 둥이가 건네는 핵심의 가치는 ‘함께’라는 글자이다. 작가는 함께라는 글자에서 ‘따뜻한 밥 냄새 같은 맛’이 난다고 정의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그 맛이 결국 내면의 ‘용기’를 끌어올린다는 통찰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한다. 무서운 상황에서도 한 발을 내딛게 하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힘이 결국 타인과의 든든한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유려한 문체로 보여준다. 박 작가는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된 이후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독자들과 깊게 소통해 온 중견 작가다. 이번 신작에서도 작가 특유의 문장력과 홍그림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조화를 이루어 ‘글자를 맛본다’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작가의 말에서 언급된 “괴롭힘 당하던 작가를 대신해 목소리를 높여준 친구”의 일화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 진심 어린 연대의 기록을 뒷받침한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함께’라는 글자를 가슴에 품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나아가기를 권유한다. 결국 이 책은 글자를 통해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과정을 기록한다. 때문에 작가의 진심이 투영된 든든한 문장들이 외로운 이들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치유와 정화의 시간을 제공한다. 글을 쓴 박서진 작가는 2014년 <고민 있으면 다 말해>로 푸른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고양이가 된 고양이> <끝내자고 고백해> <만나자는 약속보다 로그인이 더 편해!> 등을 펴냈다. 삽화 작업을 한 홍그림 작가는 <조랑말과 나>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쓰고 그렸으며 <열살 달인 최건우> <출동 고양이 요원 캣스코> 등에 그림을 그렸다.
“목표가 없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평생을 정교한 계획과 질서 속에서 붓을 잡아온 화백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역설적이다. 1940년 김제에서 태어난 한국 수묵채색화의 거장 벽경(壁景) 송계일 화백이 10년 만에 고향에서 초대전을 선보인다. 다음달 7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열리는 ‘벽경 송계일 초대전’은 60여년간 ‘전통의 현대화’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던 화백의 조형실험이 도달한 현재를 가늠하는 자리다. 12일 청목미술관에서 만난 송 화백은 “지금까지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그림을 그렸지만 앞으로는 무계획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며 “우연적인 작업을 통해 필연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내달리다 보니, 때로는 스스로의 표현이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탓이다. 이번 초대전에서 선보이는 신작 33점은 먹의 번짐과 스며듦, 색채의 확장과 조화를 통해 자연이 지닌 생명의 에너지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우주의 기본 질서인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세계를 먹과 채색의 물성으로 풀어냈다. 특히 바탕에 먹을 짙게 깔고 그 위에 색을 올리는 화백만의 독창적인 기법은 한국화에 유례없는 묵직한 무게감과 깊은 심연을 부여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주제를 사유하고 실체를 확인하는 데만 수개월, 실제 완성까지 근 1년을 쏟아붓는 그의 작업 방식은 고행에 가까운 수행이다. 이번 신작들 역시 그러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송 화백은 화가로서의 명성을 넘어 전북 미술의 기틀을 세운 ‘설계자’이기도 했다. 전남대 교수 시절, 예술대학이 없던 전북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교육부를 설득하며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승인을 이끌어냈고 전북도립미술관 건립에도 헌신적인 힘을 보탰다. “몸은 광주에 있어도 마음은 늘 전주에 있었다”는 그의 고백은 고향을 향한 지독하고도 순수한 애정의 기록이다. 그는 평생을 지탱해온 철저한 계획성으로부터의 작별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연 속에서 필연을 발견하는 문인화적 세계, 즉 어떤 목적도 두지 않는 ‘무(無)목표의 자유’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큰 길에는 문이 없다(大道無門)”는 사상을 가슴에 품고 평생 화단의 경계에서 ‘문제적 작가’로 살아온 화백은 원로의 자리에 안주하기보다 미답의 영역을 탐구하는 모험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 매일 문인화를 한 점씩 그리려 한다”라며 “화가가 그림을 안 그릴 수는 없으니 습관처럼 문인화를 그려서 새로운 장르와 세계를 후배들에게 제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수묵의 깊은 울림과 채색의 생명력이 조화를 이룬 이번 전시는 어쩌면 화백이 평생 쌓아온 성취를 내려놓고 마주한 가장 자유롭고 진솔한 고백이 될 것이다.
전북 지역서점 11곳이 생애주기별 독서문화 거점으로 거듭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전국 지역서점 200곳에서 운영하는 생애주기별 독서문화활동 지원 사업 ‘인생독서×인생서점’에 도내 지역서점 11곳이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지역서점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인생의 독서 습관’을 기르고 자신만의 ‘인생서점’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참여 서점들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어르신 등 생애주기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한다. 지난달 진행한 공모를 통해 프로그램 기획의 독창성과 다양성, 지역별 신청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여 서점 200곳을 선정했으며, 선정 서점에는 문화활동 운영비와 서점주 활동비 등 최대 60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 선정된 프로그램은 단순한 독서 모임이나 강연을 넘어 책 읽기 이후의 경험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서점 서가 탐험, 토론, 글쓰기, 생애 기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에서는 ‘물결서사’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전주 노송동 ‘꽃글씨’ 워크숍을 진행하며, ‘소소당’은 성인과 시니어를 위한 ‘처음이지, 어른 – With Book’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책보책방’은 성인과 시니어를 대상으로 ‘나의 삶을 읽고, 다시 쓰는 시간’을, ‘호남문고’는 전 연령층이 참여하는 ‘문장수집소: 체험형 독서 팝업’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익산에서는 ‘기찻길옆골목책방’, ‘수록’, ‘원서점’ 등 3곳이 선정됐으며, 군산에서는 ‘봄날의산책’과 ‘한길문고 나운점’, 남원에서는 ‘살롱드마고’, 고창에서는 ‘책방해리’가 참여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각 서점의 상세 프로그램 정보와 일정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독서인’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서점온(ON)’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무용인들의 축제가 오는 17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사단법인 대한무용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이하 전북무용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제35회 전북무용제는 단순한 공연의 연속을 넘어 전북 무용의 역사와 흐름을 축적해 온 무대다. 특히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될 전국 무용제로 이어지는 전북 대표 작품을 선발하는 관문으로서 지역 무용계의 예술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인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올해 무용제는 전통과 현대,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 생존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세 팀의 경연 작품과 품격 있는 초청·축하 공연으로 구성됐다. 먼저 박수로현대무용단(안무 정승준)은 현대인의 멈출 수 없는 가속된 일상을 다룬 ‘V1’을 선보인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 속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다음 단계로 밀려가는 도시인의 움직임을 통해, 이륙의 순간이 아닌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관성을 현대무용 특유의 역동적인 신체 언어로 풀어낸다. 이어 뉴앙스아트컴퍼니(안무 김동훈)는 한국적 정서가 짙게 깔린 ‘바리여 바리여’를 무대에 올린다. 세상에 버려진 상처를 안고도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향하는 바리의 여정을 그린다. 원망과 사랑이 뒤섞인 감정의 층들을 섬세한 한국무용 사위로 표현하며, 고통 속에서도 다시 몸을 일으키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마지막 경연팀인 하이댄스퍼포먼스(안무 주슬아)는 ‘n번째 빛’이라는 주제로 생명의 진화를 탐구한다. 35억 년 동안 이어져 온 세포의 이동과 생체 전기 신호, 그리고 작용과 반작용의 굴레를 기하학적인 움직임으로 형상화했다. ‘살다’를 넘어 ‘잘 살다’로 나아가려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무대 위에 던진다. 경연의 열기를 더할 화려한 부대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초청 공연으로는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인 김승애가 ‘십이체장고춤’을 통해 우리 춤의 격조 높은 우아함을 선사한다. 또 색소포니스트 고민석(Kenny-Go)이 ‘A.P.T’, ‘붉은 노을’ 등 대중적인 곡들을 연주하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흥겨운 축하 무대를 꾸민다. 노현택 전북무용협회 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춤은 인간의 몸을 통해 시대와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근원적인 예술”이라며 “실력 있는 안무가들과 차세대 무용인들이 어우러진 이번 무대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전북 무용예술 발전의 지속적인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독립·실험영화의 확장성과 영화축제로서의 현장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열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8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 운영 성과와 프로그램 결산 내용을 발표했다. △골목상영부터 ‘가능한 영화’까지…축제성과 정체성 잡았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대안영화 중심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민 참여형 부대행사를 확대하며 ‘체류형 영화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영화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를 슬로건으로 총 54개국 236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과 CGV전주고사, 메가박스 전주객사 등 5개 극장 21개관에서 총 610회 상영이 진행됐으며, 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6만9365명, 좌석 점유율은 82.1%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신규 섹션 ‘가능한 영화’의 신설이다. 지난해 특별전과 동명 도서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에 대한 관객 호응을 바탕으로 정규 섹션으로 확대 편성하면서 독립영화와 대안적 제작 방식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해당 섹션은 평균 예매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부대행사 역시 영화제의 외연을 넓혔다. 영화의거리와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 ‘골목상영’은 8일간 총 4175명의 관객이 찾았으며, 일부 회차는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특히 전주중앙교회 광장 상영에는 하루 최대 555명이 몰렸다. 또 ‘100 Films 100 Posters’ 전시는 약 8000명의 관람객을 기록했고, 영화제 굿즈샵은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일부 상품은 조기 품절됐으며, 오픈 전부터 긴 대기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안성기 특별전부터 차이밍량 마스터클래스까지…거장과 실험영화 조명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역사와 세계 영화사의 실험정신을 아우르는 특별전과 프로그램 이벤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영화 경험을 제공했다. 먼저 올해 초 별세한 배우 안성기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에서는 대표 출연작 7편을 상영하며 한국영화사 속 배우 안성기의 연기 궤적과 의미를 되짚었다. 또 ‘홍콩귀환: 시네마+아방가르드’, ‘뉴욕 언더그라운드-더 매버릭스’, ‘게스트 시네필: 페라 포르타베야’ 등 특별전을 통해 기존 상업영화 중심 영화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실험영화와 아방가르드 흐름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관객과 영화인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이벤트도 활발하게 운영됐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총 269회의 클래스·GV·무대인사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국내외 게스트 754명이 참여했다. 특히 차이밍량 감독과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참여한 마스터클래스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차이밍량 감독은 행사 중 ‘행자’ 시리즈 차기작을 전주에서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전주톡톡’, ‘영화로의 여행’ 등 강연·토크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됐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변영주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과 영화 인생에 영향을 준 작품들을 소개하며 관객과 소통했다. △“독립영화 정체성 사수하고 대중적 확산 주력할 것” 취임 4년 차를 맞은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의 소회와 함께 영화제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두 공동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의 정체성 사수’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내실 있는 행정 지원과 대중적 추진력을 결합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먼저 정준호 위원장은 “지난 3년은 내가 진정한 영화인인가를 스스로 질책하며 반성한 시간이었다”며 “전주국제영화제는 창작자들이 열정을 모아 선보이는 순수한 시장판인 만큼, 이들의 잔뿌리가 큰 나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영화가 대중과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며 LCC(저비용항공사) 기내 상영 협업이나 대형 극장 내 독립영화 전용관 확대 등 외연 확장을 위해 발로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성욱 위원장은 영화제의 내실을 다지는 하드웨어 구축과 행정적 비전을 제시하며 궤를 같이했다. 민 위원장은 영화제의 숙원 사업인 ‘전주 독립영화의 집’ 건립을 향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으며 “전주시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건립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제 30주년 즈음 완공될 이 공간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영화인들이 상시 교류하는 독립영화의 성지이자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한 정통성 강화를 약속했다.
전북지사 후보 ‘문화산업화’ 공약 한목소리…구체성은 ‘빈약’
전주설화 담은 인형창극 손맛 어떨까
제20회 바다문학상 대상, 강성재 시인 선정
'다시 서는 남자이야기' 21일 소리문화전당
[이 영화 한편!] '스파이더맨3' 더 화려해진 CG...줄거리는 식상
출판계, 출판진흥기구 설립 지원
한승헌 변호사 '…고백과 증언' 자서전 출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전북도 ‘전라북도 방언사전’
[한자교실] 건배(乾杯)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작가-박경원 ‘등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