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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의 모눈노트] 청사진만 넘쳐나는 전북, ‘희망 고문’은 이제 그만

비전·계획만 난무, 실행동력 미약
특별자치도 2년, 기약 없는 미래
지방선거, ‘해낼 수 있는 인물’을

                김종표 논설위원

‘가야 할 미래’는 많았다. 장밋빛 청사진이 속속 제시됐고, 출발선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부족한 것은 비전과 방향이 아니라 계획을 성과로 만들어내는 실행력이었다. 이런 가운데 새로 선출된 단체장과 의원들은 다시 새로운 목표와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희망을 얘기한다. 실현되지 못한 약속 위에 또 다른 계획이 자꾸 쌓였다. 반복되는 약속과 외침 뒤에 남은 것은 빛바랜 청사진과 허탈감 뿐이다. 도민에게 약속한 ‘다가올 미래’는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다. 그렇게 희망은 고문이 됐다. 부인할 수 없는 전북의 현실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을 맞았다. 2024년 1월, 전북은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라는 비전과 브랜드슬로건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를 선포했다. 그렇다면 정말 특별해졌을까? 특별한 기회는 열렸을까? 바뀐 것은 어색하게 길어진 이름뿐이다.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 체제’에서도 전북의 위치는 여전히 주변부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특별’이다.

인구절벽 시대, 대한민국에서 수도권을 벗어나면 모두 벼랑이다. 더 특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특별자치도가 됐다고 해서 새로운 시대, 특별한 기회가 곧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열어야 한다. 그런데 전북은 스스로 특별해지지 못했다. 비전과 목표는 요란했지만 그뿐이었다. 가시적 성과로 이어낼 실행 동력이 약했다. 실패는 반복됐고, 책임과 반성은 없었다.

전북의 최대 현안인 새만금사업도 마찬가지다. 착공 35년을 맞은 새만금은 ‘성공해야 할 사업’에서 ‘놓을 수 없는 사업’, ‘가야 할 길’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돼 버렸다. 그래서 새만금은 아직도 ‘계획 중’이다. 백화점식 개발구상이 반복되면서 정체성마저 흔들렸다. 복합리조트와 글로벌테마파크, 첨단의료복합단지, 해양레저복합단지 등 화려한 청사진은 속속 용두사미가 됐다. 민간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자기부상열차·하이퍼튜브 실증단지 등 공공 주도의 첨단기술 연구·실증 사업도 소리만 요란했다. 구상 단계에서 종료됐거나 아직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상태다. 지난 2018년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전북, 새만금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북은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전남에 밀려 이제 재생에너지 관련 국가 공모사업 유치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다. 전남은 현장에서 성과를 쌓으며 정책을 진화시켰고, 전북은 비전을 선포한 후 실행을 뒤로 미뤄둔 결과다. 늘 이런 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새만금사업에 대해 ‘희망 고문’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권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계속 주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앞으로 20~30년을 또 이렇게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정곡을 찔렀다. 현실을 직시하고, 추진 가능한 계획을 확정해 실행하자는 주문이다.

전북의 미래는 이제 청사진이 아니라 실행력에 달렸다. 다시 ‘선택의 날’이 다가온다. 도민이 묻고, 후보들이 답해야 할 것은 ‘무엇을 하겠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냈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이다. 지금 전북이 요구하는 인물은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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