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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광장] ‘수기(修己)’의 서화로 본말이 바로 서는 시대 구현

김도영 예원예술대학교 교수/문화재학박사

유교 경전의 최종 목표는 고대 중국의 이상적 통치의 모범이자 태평성대를 뜻하는 요순(堯舜) 시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 중 『대학』은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을 3강령으로 삼고, ‘수신’(修身)이 먼저여야 공동체·국가·세상까지 조화롭게 이룰 수 있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윤리적·정치적 이상으로 제시합니다. 『대학』은 이어서, “그 근본(本)이 혼란해지면 하부구조인 말단(末)이 제대로 다스려지는 일은 없다.”라며 인간이 근본을 알고 나를 다스리는 ‘수신’이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임을 명확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즉 실행과 실천의 순서로는 ‘수신’을 첫 번째 일이자 근본으로 삼았는데, 그 수신을 위해서는 맨 먼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正心) 하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하려거든 자신의 뜻을 정성되게 하고(誠意), 그런 뜻을 정성되게 하려거든 먼저 앎을 이룬다는 치지(致知)를 해야 하는데, 그 치지는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야 한다는 격물(格物)에 있다는 “격물치지, 성의정심,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8조목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신은 ‘수기’(修己)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논어』에서 자로가 군자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가 ‘수기이경’(修己以敬. 경으로써 자기 수양)하고, 그 다음에 ‘수기이안인’(修己以安人. 수양을 통해 타인을 편안하게 함)하며, 나아가 ‘수기이안백성’(修己以安百姓. 수양을 통해 백성을 편안하게 함)해야 한다고 대답하니 수기는 결국 개인의 도덕성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여 종국에는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안민’(安民)까지 단계적 실천 흐름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문인 사대부는 서화를 즐겨 하였습니다. 특히 문인화는 직업화가가 아닌 선비나 사대부들이 여흥으로 즐긴 예술인데, 기법에 얽매이거나 세부 묘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그리고자 하는 자연 대상물에서 느낀 내적인 덕성을 시·서·화로써 간일하고 격조있게 표현하면서 수기(수신)함을 중시하였습니다. 이는 예술이라는 말단을 통해 그 근본을 구한다는 ‘유말구본’(由末求本)의 예술심미라고 하겠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흥선대원군에게 난(蘭)을 치는 일과 수기(수신)와의 연관성에 관하여, “대체로 이 일은 비록 하나의 하잖은 기예이지만, 전심을 다해 연마하는 것은 성문(聖門)의 격물치지의 학문을 공부함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난을 치는 일종의 말단을 통해서도 수기라는 근본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서화예술은 학문의 심오한 연마를 통한 ‘서권기(書卷氣)’가 있어야 가능했기에 학문 연마와 같은 이치로 본 것입니다. 이렇듯 서화의 가치와 효용을 높게 평가한 추사의 견해는 당시 말예(末藝), 소도(小道), 여기(餘技)로만 한정하여 취급했던 서화를 형이상학적 도의 경지로 한 차원 높이 격상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북은 예로부터 예도로 불려 왔으며, 1997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서예 향연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운영하는 명실공히 서화의 본고장입니다. 며칠 전 역대 지방선거에서 가장 치열했던 선거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 마음 한 켠에 쌓인 지지와 열망, 분열과 혼돈, 미움과 다툼을 차분히 내려놓고 전북이 자랑하는 수기의 서화 연마를 통해 본말이 바로 서는 태평성대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가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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