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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사회 갈등 해결과 관리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절실하다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념·정치성향 혹은 입장 차이가 진영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최근에는 세대·젠더 간 갈등이 특히 심화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자산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으며 세대별로는 혐오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은 국민들을 ‘편가르기, 갈라치기’ 하면서, 정치혐오와 국민 분열을 초래하였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정치가 타협과 조정 대신 극단적인 대립과 적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더 가속화 된 ‘팬덤정치’와 맞물려, 정치권의 갈등이 국민들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실시한 ‘제9차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7%가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의 이러한 인식은 센터가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래로 9년간 변함이 없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갈등 1위로 '공인'을 받았다는 주장이 지난해 6월 영국 킹스컬리지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Ipsos)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제기되었다. 전북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각 지역의 현안 사업을 놓고 인접한 지자체간의 갈등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의 갈등까지 그 규모와 종류도 다양하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행정절차와 지방의회 등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대의민주주의 시스템보다 직접 참여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구제하고자 하는 선택적 경향이 강해졌다. 시민들의 민원이 일선 책임자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을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윗사람 나와!’가 문제 해결의 시작처럼 되어 버렸다.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탓에 개인 ‘SNS’가 적극 활용되고, 그런 흐름을 반영한 ‘청와대 국민신문고’가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한다. 너무도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는 지금 시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있도록 하고, 적극적으로 정부, 광역, 시·군 지자체가 갈등관리 해결주체로 나서야 한다.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지역 현안을 해결한 첫 지역 사례로, 대구광역시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새 시청사 터를 정했다. 2019년 12월 시민참여단 250명이 현장답사와 토론을 거쳐 대구시 새 청사 후보지 4곳 가운데 옛 두류정수장을 새 자리로 결정했다. 이로써 15년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하던 해묵은 과제를 시민 스스로 풀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직접 시청 터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부지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와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이 뒤따랐다. 시민들의 직접참여로 만들어진 숙의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보다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처럼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제도(조례나 법 제정)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북도는 2013년 ‘공공갈등 예방 및 조정·해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에 따른 갈등조정위원회를 2019년 3월까지 상설기구로 운영해오다 비상설기구로 전환했다. 위원회는 도내 자치단체 간 갈등발생으로 인한 과도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막고 통합을 이바지해 전북발전에 힘을 모으자는 의미로 설치됐다. 하지만 도내 지자체 대부분은 갈등이나 분쟁을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소송의 결정에 따르기는 하지만 지자체 간 앙금이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가 계속 남아 있게 된다. 이처럼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능사가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있어야만, 분쟁 당사자 간에 절차대로 합의하고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정부도 2020년 9월에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고, 이후에도 법 제정을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갈등관리의 제도화를 통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갈등 관리를 주도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역량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교육을 통해서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길러내야 한다. 또한 새롭고 다양한 해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다수결 혹은 합의 등 사안의 성격과 내용,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다양한 가치와 철학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이상할 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 ‘갈등’은 다원화되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고, 어떤 면에서는 사회발전을 촉진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갈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수많은 고소고발과 법정 공방으로 가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내로남불’ ‘네 탓 공방’만을 하면서, ‘너 죽고 나 죽자’는 파국적 상황으로 가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 갈등지수는 OECD 국가 중 ‘매우 심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년에 적게는 80조원에서 많게는 24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갈등관리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사회 갈등을 어떻게 대하고 해결해 갈 것인가는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리더는 중장기적인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함에 있어, 구성원들과 함께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좌고우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회문제로 부각된 갈등관리가 법 제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우선 과제로 삼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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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1 13:31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인간에게 죽을 권리(right to die)가 있을까. 생명의 주체인 인간이 죽음의 시기와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죽을 권리는 점차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오는 용어가 웰다잉, 호스피스 완화(또는 연명)의료, 안락사, 자연사, 존엄사 등이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조력존엄사를 인정하자는 법률안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이를 정리하면 죽을 권리는 연명의료 중단 → 의사조력사(자살) → 자발적 안락사 등의 3단계로 진행되며 우리나라는 이 중 2단계 문턱에 와 있는 셈이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즉 죽을 권리는 자살의 권리, 연명치료 거부의 권리,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을 권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문재완, 2020). 첫째, 자살의 권리다. 자살은 서구에서 일찍부터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닥쳤을 때 내릴 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 훌륭한 죽음으로 간주했다. 그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조력자살과 안락사를 사회적으로 용인된 평범한 행위로 본 것이다. 그러던 것이 기독교의 영향이 커지면서 자살을 살인과 마찬가지로 죄악시했다. 다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들어 자살은 전적으로 개인 자유의 문제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향유하는 권리라는 것이다. 둘째, 연명의료(치료) 거부의 권리다. 흔히 존엄사 또는 소극적 안락사라 불린다. 여기서 연명치료는 의학적 관점에서 의료행위를 시행하더라도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행해지는 치료를 의미한다. 연명의료 결정법(제2조 4)은 더 구체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명의료에 관한 논의는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서 본격화되었다. 당시 76세의 김 할머니는 폐암 발병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소위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해 중환자실에서 누워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가족들은 평소 할머니의 뜻이라며 병원 측에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법정소송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하였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이 권리에 입각하여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의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제거를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6년 제정되었고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셋째, 의사의 조력을 받아 죽을 권리다. 이는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는 자살의 한 유형이다.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또는 의사조력사(physician-assisted death)라 한다. 의사가 회복 가능성 없는 환자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정보와 도구를 제공하고 환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의사는 도움을 줄뿐이기 때문에 형법 제 252조의 제2항 자살방조죄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발의한 일명 조력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현행법이 임종과정만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임종과정에 있지 않는 환자라도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이를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말기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삶을 스스로 종결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자는 것이다. 이 법률안에서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보거복지부 소속의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상자 결정일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후 본인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해 이행토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의사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 것으로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현행법은 호스피스 돌봄 이용이 암 등 일부 질환에만 국한되고 이 조차도 21.3%에 그쳐 존엄한 죽을 위해서는 존엄한 돌봄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70대 회원들로 구성된 ‘노년 유니온· 내 생애 마지막 기부클럽’은 한발 더 나아가 안락사법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증가하는 연명치료 거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합법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질까. 이에 대해 지난해 3~4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호영 교수팀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매우 동의한다’ 61.9%, ‘동의한다’ 14.4% 등 찬성률이 76.3%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6년 50%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의사조력자살 혹은 직접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스위스·네덜란드·벨기에·스페인·룩셈부르크·캐나다·미국(10개 주)·호주·뉴질랜드·콜롬비아 등 10개국에 이른다. 존엄사법에 따르면 19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등록기관을 찾아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등록기관은 보건소와 의료기관, 비영리법인, 건강보험공단 지소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 전국 567개소가 지정돼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새롭게 노인복지관이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전북의 경우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대자인병원, 전주병원, 고려병원 등 19곳이다. 이 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야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요청에 의해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종합병원 등 328개 의료기관이 지정돼 있다. 2022년 6월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134만 8199명에 이른다. 등록 첫해인 2018년 말 8만 6691명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9.0%로 남성 31%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연명의료계획서는 9만 1673명이 작성했다. 전북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전국의 6.0%인 8만 891명,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3.0%인 2750명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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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4 16:46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를 애도하며…

2022년 6월 9일 오전 10시 55분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옆 변호사 사무실 건물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처음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카카오톡 단체창에는 연이어 사고와 관련된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올라오기도 했고 다들 참담한 심정으로 속보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는 하루였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사건의 전말은 수억 원대 투자 반환금 소송을 했다가 1심에서 패소한 의뢰인이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던 변호사와 직원들을 흉기로 찌르고 방화를 저지른 것이었다. 심지어 희생된 사람들은 그 사건과는 무관한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는 변호사와 직원들이었다. 정작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찾아간 변호사는 지방재판 중이어서 화를 면했고, 사망한 변호사와 직원인 사무장은 사촌 관계이고, 여직원은 이제 막 결혼한 신혼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이번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커졌다. 테러에 가까운 방화가 애꿎은 희생자들을 만들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확인하고 나니 허탈한 마음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그리고는 사무실에 앉아 최근에 나에게 불만을 가질 만한 사람은 없었는지 화재가 발생하면 지금 내 머리 위에 있는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을 하긴 하는 것인지, 이제는 의뢰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게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생각하며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러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또한 이러한 위험을 막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보안요원을 채용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고, 영업을 위해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사건 이후 가스총이나 삼단봉 등 개인 호신용구를 구입을 권유 받기도 했는데, 대한변호사협회까지 나서서 호신용구를 협회 차원에서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변호사업무를 하는데 이러한 호신용구까지 필요하다니 더 참담한 심정이다. 재판 결과는 대개 승패가 나눠지다 보니 패자는 억울함과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변호사로서 10년 정도 일 해오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는 했는데 법정에서 변론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상대 의뢰인이 ‘저런 사기꾼 편인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막무가내로 사무실에 찾아오기도 하고, 심지어 상대방 변호사가 나의 핸드폰 번호를 자신의 의뢰인에게 줘 개인번호로 전화가 오는 황당한 일이 있기도 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신해서 분쟁 상대방과 법리적으로 다투다 보니 어느 순간 당사자와 변호사를 동일시하여 적대감을 표출하는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심지어 소송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그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기도 한다. 다른 동료 변호사들 역시 상대 측 의뢰인들의 폭언, 협박 등이 비일비재한 현상이라고 이야기 하고는 한다. 이렇듯 변론 과정에서 의뢰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이런저런 곤욕을 치른 일들이 있다. 이번 참사가 더 큰 충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변호사들은 실명과 사무실 위치까지 다 공개되어 있다 보니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변호사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변호사가 뭔가를 잘못했겠지’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변의 변호사 누구를 봐도 이런 일을 겪어야 할 만큼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위해 판례와 논문을 뒤지고,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찾아 공격하며, 최대한 의뢰인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정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가끔은 공익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도 하며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변호사는 그 사건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아니다. 변호사는 그저 당사자의 권익을 위해 변호·대리하며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해도 그와 같은 테러행위에 정당성을 부여 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사적 보복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이고, 우리 사법 시스템의 한 축인 변호사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상대방의 보복이 무서워 변론 활동이 제한된다면 이는 결국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저해가 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잘못된 판결이 내려진다면 사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변호사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발의안에는 △변호사 및 그 사무직원을 폭행하여 상해·중상해·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폭행·협박 등 방법으로 변호사의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경우 △변호사 업무수행을 위한 시설·기물을 파괴·손상하는 경우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변호사가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범죄의 대상이 되는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상적 변론 활동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아롬 법무법인 한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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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7 17:56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사회서비스 현장의 행복 미래를 그리는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지난 5월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정부의 사회서비스 분야 정책 방향을 확인했다. 사회서비스 관련 내용은 국정 목표 3번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부분의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양질의 보편적 사회서비스 제공 및 사각지대 발굴, 사회서비스 혁신을 위한 범부처-민관협업 체계 구축, 사회서비스 인력의 보수체계와 근로 여건 개선 등을 통한 서비스 품질향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민관협업을 활성화하고 사회서비스 혁신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개원한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원장 서양열)은 사회서비스 현장과 만나고 소통하며, 민간을 강화하고 민관협력 활성화를 위한 발걸음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업을 통해 앞으로의 사회서비스의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찾아가는 사서원’ 통해 만난 사회서비스 현장 사람들 전북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기관·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찾아가는 사서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365명의 사회서비스 현장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찾아가는 사서원을 통해 만난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은 사회서비스원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따뜻하고 존중받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길 기대하며, 민관의 중간 전달체계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주길 원했다. 앞으로 전북사회서비스원은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 종사자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며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고자 한다. 사회서비스 공감과 연대의 장 ‘사회서비스 현장 생각 공연장’ 도내 사회서비스 기관은 2021년 12월 기준 사회복지시설 3,427개소, 장기요양기관 2,277개소, 바우처 제공기관 490개소로 6194개에 이르고 종사자는 8만 9310명이다. 사회서비스원이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주요 사업대상을 소규모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 장기요양기관, 바우처 수행기관으로 설정했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은 주요 사업대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원사업을 안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회서비스 현장 생각 공연장’을 3회 진행했다. 사회서비스 품질향상을 위해 기획된 경영컨설팅지원, 안전점검지원, 역량강화 교육에 대한 홍보와 존중받는 사회서비스 현장을 만들기 위해 기획한 종사자 가족여행지원 등 소진예방사업을 소개하고 소통했다. 이후에도 공감과 연대를 위한 소통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어 현장과 발걸음을 함께 할 것이다. 전라북도 사회서비스 현재를 통해 미래를 그리는 ‘전북복지희망포럼’ 전라북도 사회서비스 분야별, 직능별 다양한 실무자 150명의 참여로 도내 사회서비스 현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서비스 분야 혁신을 위한 의제를 발굴하고자 전북복지희망포럼을 진행한다. 올 초 사회서비스 종사자 중 전북복지희망포럼과 함께할 종사자를 1차 모집했으며, 준비 간담회를 통해 구성원 모집 및 공동의제 발굴, 분과별 조직구성 등 운영방식을 보완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의 현재를 통해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자 한다. 7일마다 전하는 따뜻한 손 편지 ‘사서원의 마음편지’ 도내 사회서비스 기관을 대상으로 매주 ‘사서원의 마음편지’를 온라인으로 발송한다. 마음편지는 전북사회서비스원의 운영 방향과 주요 사업을 공유하고, 도내 사회서비스 현장의 다양한 소식을 나누기 위해 전하는 온라인 편지다. 또한 마음편지는 불철주야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는 사회서비스기관 종사자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그들의 노고에 함께 공감해주길 바라는 뜻도 담긴다. 소소하고 투박하지만 전북사회서비스원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편지가 한 주 업무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잔잔한 울림을 주길 바라본다.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의 방향 전북사회서비스원은 민관협력 활성화와 전북형 돌봄 체계 마련, 사회서비스 종사자 교육 및 연수 기회 확대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업을 구상할 계획이다.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민과 관의 긍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민간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고자 하며 전라북도 특성을 고려한 돌봄 체계를 마련하여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고민하고자 한다. 또한,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연수 및 교육 기회를 확대하여 사회서비스 현장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도내 사회서비스 품질향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사회서비스 현장은 사람이 ‘있는’ 곳, 사람이 ‘일하는’ 곳,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곳이어야 하며 현장의 행복한 미래를 실현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작은 소망이자 소명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종사자의 처우개선과 서비스 현장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의 행보에 많은 도민 여러분이 동행해주길 바라본다.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은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의해 설립된 지방 출연기관으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켜 도민의 복지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민지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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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0 17:22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 정책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정비전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했다고 밝혔다. 국정비전의 세부 사항은 이에 앞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발표되었다. 「윤석열 정부 국정 비전·목표 및 110대 국정과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위해 ‘국익·실용·공정·상식’을 국정 원칙으로 삼아 ‘국민께 드리는 20개의 약속’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복지 분야 국정과제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생산적 맞춤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국민께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국민약속에는 ①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개혁 ②국민 맞춤형 기초보장 강화 ③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 ④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 체계 강화 ⑤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 ⑥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한 차별 없는 사회 실현 ⑦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구현이 핵심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어 대통력직인수위는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추진할 개혁 방향은 세 가지라고 밝혔다. 첫째 현금성 복지는 노동시장 취약계층과 아동, 노인, 장애인 중심으로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한다는 것. 두 번째 전 국민에게 필요한 보육, 돌봄, 간병 등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혁신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 세 번째는 복잡한 복지체계의 조정과 공적연금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복지정책과 관련해 “어려운 계층부터 두꺼운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서, “다만 무차별 현금 뿌리기는 없다”고 했다. 보편복지보다는 선별복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저출생·초고령화, 불평등·양극화 심화로 이전 정부들부터 ‘복지 확대’는 여야, 진보와 보수 구분없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 당선인도 “두툼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기초연금 40만 원으로 인상, 부모급여 1년 1200만 원 지급,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 확대 등을 공약했다. 다만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정책 수행 주체를 민간에 위임하는 방식을 강조해,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리고 공약은 많지만 전체적으로 ‘윤석열표 복지’로 불릴 만한 철학이나 비전은 안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돌봄정책에 신경을 썼지만 ‘구호’만 있을 뿐 재원 확보 방안은 제시하지 않아 구체성·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차기 정부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정권 초기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5년 동안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209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증가분을 제시했다. 국가부채가 22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지출을 지금보다 더 늘리겠다는 것인데, 증세 방안이나 불필요한 지출 최소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정과제와 이에 따른 소요 재원은 정부 출범 때마다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데 178조 원이 든다고 밝혔는데, 재원 조달 계획으로 세수 자연증가분과 재정지출 절감을 들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때는 지출 절감과 여유자금 활용으로 95조 4000억 원을, 세수 자연증가분과 비과세 감면 정비 등으로 82조 6000억 원의 세입을 확충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와 비교해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구체적 숫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 5월 9일 긴급좌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보아 박근혜 정부의 수요자 중심 맞춤형 복지가 되돌아 왔고,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였던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는 폐기되었다”며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보편성, 수요자 중심성, 그리고 생산성(효율성) 향상이라는 과제는 유지되고 있지만 ‘촘촘하고 두툼한 복지’를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매우 부족한 자원, 즉 지향과 달리 책임은 회피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보다 앞서서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사회서비스 영역의 민간 중심 제도 재편은 현재의 질 낮은 서비스, 열악한 돌봄 노동자 처우 문제를 더욱 고착화 시킬 것이 명백하고, 감염병 상황에서 공공의료 부족으로 수많은 인재가 발생했지만 공공병원 확충이 아닌, 민간병원 육성, 공공수가 정책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며 “여기에 의료와 돌봄을 포함한 주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민간과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중심의 사회서비스 확대라는 신자유주의 방식에 기초한 복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간 중심의 복지정책은 폐기하고, 한국사회의 최우선적 과제인 불평등 문제 해결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재정의 효율성이나 경제 논리로 그간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복지정책들이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모든 국민이 보편적 권리로서 사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돌봄 책임 강화와 시대적 과제이자 요구인 복지가 더욱 안정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복지는 권리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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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3 16:45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간병과 간병범죄

가족을 간병하는 일은 누구나 건너야 할 어둠의 긴 터널이다. 태어나서 부모 등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듯 노화나 질병으로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때가 되면 또 다시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 돌봄, 그 중에서도 간병은 대개 힘겹고 오랜 싸움이다. 노인의 경우 죽어야 끝나는 전쟁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견디다 못해 환자를 살해·학대하거나 동반 자살하는 등 간병범죄가 발생한다. 이제 간병문제는 한 개인이나 가족에게 맡길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우선 간병(caregiving)의 정의부터 보자. 간병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없으나 대체로 질병이나 장애, 노화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 타인의 보살핌으로 기동의 보조나 신변을 돌보는 행위를 말한다. 단순히 신체적 물질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심리적 측면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간병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노(老)-노(老)간병으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대다수 부모가 선택하는 형태다. 노인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높아지고 핵가족화하면서 해마다 늘고 있다. 80대 부인이 중증의 80대 남편을 돌본다든지, 70대 아들이 90대 노모를 돌보는 등의 경우를 들 수 있다. 2019년 4월 군산시 흥남동 자택에서 80세 남편이 치매에 걸린 82세 부인을 10여 년간 돌보다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내의 병간호를 도맡아 오던 80대 남편은 요양병원 입원문제로 입씨름을 벌이다 순간 분노가 폭발해 극단적 행동을 한 것이다. 남편은 남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쓴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다. 현장에 도착한 아들은 “침대 곁에서 흐느끼고 있는 아버지를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전형적인 노노 간병살인 사례 중 하나다. 둘째는 독박간병으로, 말 그대로 집안일과 간병을 혼자 맡아 하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부모의 간병을 장남이나 며느리가 떠안는다든지, 결혼하지 않는 딸이나 아들이 도맡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영 케어러(young carer)도 여기에 속한다. 영 케어러는 청소년이 학업 또는 취업을 포기한 채 가족을 간병하는 유형이다. 지난해 5월 대구에서 22세의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아버지를 8개월간 간병하다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대표적 예다.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장애나 질병, 약물 등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돌봄자를 ‘영 케어러’라 부르며 수당 등 각종 복지를 지원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지난 3월부터 부랴부랴 실태조사에 나섰다. 셋째는 다중간병으로, 여러 환자를 혼자 간병하는 형태다. 예컨대 간병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간병하면서 치매환자인 노모를 돌보는 경우다. 2019년 11월 일본 후쿠이(福井)에서 70대 며느리가 한꺼번에 병수발을 하던 가족 3명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져 일본사회를 놀라게 했다. 당시 72세의 며느리는 10년 넘게 아예 거동이 불가능한 93세 시아버지와 95세 시어머니를 간호하고 있었는데 70세의 남편마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이들을 한꺼번에 살해한 것이다. 자신도 자살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나온 며느리는 “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남편을 돌볼 부담을 지게 되는 게 싫었다”고 범행이유를 밝혔다. 넷째는 노장(老障)간병으로, 중증 장애가 있는 자녀를 고령의 부모가 계속 돌보는 형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중증 장애를 가진 자녀를 부모가 대부분 돌보게 되는데, 어렸을 때는 체구가 작지만 나이가 들게 되면 체구가 커진다. 반면 부모는 상대적으로 늙고 힘이 부치게 되는 경우다. 다음으로 간병범죄에 대해 살펴보자. 간병범죄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간병 보다는 가택간병에서 많이 일어나며 간병살인, 환자 살해 후 자살, 환자와 동반자살, 치매로 인한 간병인 자살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간병살인의 경우 우리는 아직 이에 대한 통계가 없다. 다만 서울신문이 2006~2018년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 판결문 108건과 가해자 주변 친인척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가해자는 154명, 희생자는 213명이었다. 피해자의 평균나이는 64.2세, 간병기간은 6년5개월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6명이 독박간병이고, 10명 중 4명은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행동기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48.0%로 가장 높고 순간적 격정 분노가 38.9%, 장기간 간병 스트레스 38.0%, 난폭한 치매증세 32.4%로 분석되었다(박숙완, 2019). 그러면 간병범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간병인의 수면 부족과 불면, 만성피로를 들 수 있다. 심각한 수면부족과 불면이 계속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간병살인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간병인의 고립감에서 오는 우울증과 스트레스도 큰 원인 중 하나다. ‘긴 병에 장사(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로 인한 정서적 불안, 인내력 감퇴 등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 분노와 스트레스는 한 순간에 폭발해 돌봄 환자를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경제적 어려움도 중요한 요인이다. 간병기간이 무한정 길어지면서 생기는 극심한 생활고와 감당할 수 없는 간병 비용은 극단적 선택을 유혹한다. 그리고 간병기간이 오래될수록 간병인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중지되면서 지위 및 역할 상실로 인한 좌절감도 들게 된다. 간병범죄에 대한 대책은 간병노동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이면서 댓가 없는 그림자 노동이다. 기간이 길고 노동 강도가 셀수록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커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족간병인에 대한 간병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경제적 악화에 따른 복지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족 간병인 자신을 위한 ‘자기돌봄 치료 프로그램 PTC(Powerful Tools for Caregivings)’ 마련도 필요하다. 걷기, 명상하기, 스트레스 해소법, 환자나 가족간 대화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단기적이나마 환자를 전문시설에 보내거나 간병인을 투입하는 레스핏 케어(respite care)제도의 활성화다. 레스핏은 ‘잠시 중단, 한숨 돌리기’라는 뜻으로 영국에서 가족간병인이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며 지친 심신에 활기를 불어넣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정 경비를 지원해 주기적인 휴식을 보장한다. 독일은 수발보험조합에서 최대 4주간 1150유로를 지원해 준다. 일본 역시 가족간병인의 휴식을 위해 쇼트데이(단기보호서비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 빠른 기술발달로 인공지능(AI) 간병로봇의 활용도 점차 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이미 돌봄환자를 상냥하게 부축해 주고 들어주는 강도 높은 노동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응급상황 발생 시 간병인에 통보는 물론 말 상대, 간병 보조, 상담 등도 해 주는 수준이다. 아직 비용이 문제이긴 하나 간병로봇이 치매환자나 가족간병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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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6 16:00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윤창호법 위헌결정과 음주운전 처벌완화의 상관관계에 관하여

윤창호법은 2018년 9월 25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같은 해 11월 9일에 사망한 윤창호 씨 사고를 계기로 마련되었고,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말한다. 윤창호법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국회에서 서둘러 개정안을 만들면서 가중처벌 조항이 기존 법체계와 맞지 않아 향후 위헌 소지가 우려되고, 처벌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러한 개정당시의 우려는 2021년 11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 처벌하는 구 도로교통법(2018년 12월 24일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고, 2020년 6월 9일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과거 위반과 재범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점,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 과거 위반 전력·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에 비춰 상대적으로 가벼운 행위까지 엄격히 처벌하도록 한 점 등을 위헌 결정 사유로 들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면서 현실화 되었다. 이어 2022년 5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①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1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서 다시 같은 조 제1항을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 및 ②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측정거부를 한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및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각 ‘제44조 제1항을 1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서 다시 같은 조 제2항을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면서 작년 위헌 결정 이후에도 아직 효력이 남아있던 조항을 대상으로 판단 범위를 넓혀 윤창호법은 효력을 잃게 됐다. 이렇듯 도로교통법 윤창호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법 개정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이 유지되는‘헌법 불합치’ 대신 해당 조항이 즉각 무효화되는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도 일반 도로교통법이 적용된다. 윤창호법은 작년 이미 한 차례 위헌 결정이 있었고, 위헌 결정 이후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에는 검찰이 위헌 결정이 나온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 관련 가중처벌법 대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하였으며, 이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대로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행위에 있어서는 다소 형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판결은 가중처벌 조항이 아닌 일반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범죄정황과 과거 음주운전 전력 등을 바탕으로 판결이 이루어져 윤창호법 위헌을 이유로 급격하게 음주운전 처벌이 완화되었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대검찰청은 이번 위헌 결정 이후 전국 검찰청에 윤창호법을 적용해 수사 중인 사건은 음주운전 일반 규정으로 바꿔 재판에 넘기면서 가중처벌 사유를 양형에 적극 반영하도록 지시했고, 국회에서는 음주운전 가중처벌이라는 본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인하여 자칫 음주운전을 해도 종전보다 경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지 음주운전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 음주운전은 심각한 범죄행위임이 분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에는 충분한 논의를 통한 보완 입법이 이루어져 우리 사회가 어렵게 형성하고 있는 술에 관대하지 않은 문화 정착에 퇴보를 가져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아롬 법무법인 한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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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30 17:22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문화공간, 카페 ‘아이갓에브리씽’

지난 4월, 전주시립송천도서관 1층에 카페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이 문을 열었다.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은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으로 공공과 민간이 연계한 신규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에서 유휴공간을 제공하면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비 구입 등을 지원하고, 민간이 위탁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갓에브리씽 송천도서관점은 전국 76호, 전주에서는 10호점이다.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 목적 사업 진행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은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문적인 바리스타 훈련과정을 이수한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여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지원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12년부터 카페 설치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 점차 민간영역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카페 지원사업은 최소 2명 이상의 중증장애인 고용과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중증장애인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과 일자리 창출에 의미가 있다. 송천도서관점 역시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2명과 매니저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채용인력이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단순히 채용인력의 수가 많고 적음보다, 카페 운영을 통해 중증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고,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카페의 수익금이 발생하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 카페 아이갓에브리씽 송천도서관점을 오픈할 때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고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지원자가 많아 채용 과정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직업 훈련과정은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어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한 장애인은 여럿이지만, 지역 내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자격 취득 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리스타 유희송 씨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주로 집에만 있다가 카페에서 일하게 되어 좋다. 하지만 음료를 만드는 것 외에 설거지 등의 일을 할 때는 조금 힘도 들고 아직은 손님 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매니저 조수목 씨는 “장애인 바리스타는 늘 웃으면서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일반 매장과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 중에 음료가 맛있다고 칭찬하거나 도시락을 선물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갓에브리씽은 단순히 음료만을 제공하는 카페가 아니다.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작은 사회인 것이다. △코로나19 여파 운영 어려움 겪어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는 카페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도서관 등의 공간은 휴관을 반복하며 정상적인 카페 운영이 어려웠다. 운영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카페 위탁을 맡은 민간 법인의 부담으로 작용했고, 필수인력 외에는 장기 휴직에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코로나19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시스템 마련도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익 창출 통한 고용 안정화·편견 해소 과제 유동인구 또는 상주인구가 적거나 도서관처럼 커피 이용이 주목적이 아닌 곳은 매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송천도서관점과 삼천도서관점을 운영하는 두드림사회적협동조합(대표 최성원)의 김석 이사는 현재 판로확보와 매출 신장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중증장애인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는 사업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 대상 체험프로그램 운영, 시즌 상품개발, 케이터링, 커피구독, 로컬푸드 활용 특화 프로그램 개발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중증장애인 고용 카페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도 시급하다. 조수목 매니저는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종사자가 위생에 최우선을 두고 있지만, 간혹 장애인 바리스타가 제조하는 곳은 위생이 안 좋을 것으로 생각하거나 잘 만들지 못할 것이란 편견이 있다. 음료를 만들다 실수할 때는 바로 폐기하고 새롭게 음료를 만들어 드리는 등 최상의 음료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로 인한 편견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장애인)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상에서 우리를 어디에서 보았는가?” 최근 출간된 미국의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Judith E. Heumann)의 자서전 <나는, 휴먼>의 내용 일부이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한 나라의 문화적 성숙 척도는 그 사회가 얼마나 약자 친화적인 인프라와 시스템을 설계하는가로부터 출발한다.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민지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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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16:31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공정과 상식을 기대한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5월 19일이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활용해 사익 추구를 하지 못하는 내용의 이해충돌방지법이 2021년 4월 29일 법안 발의 8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대 국회 때인 2013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으로 첫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의 결실이다. 앞서 2015년에 부정청탁 부분이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만들어졌고, 이해충돌 부분은 2018년 공직자 행동강령에 반영됐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LH ‘부동산 투기’ 사건 이후 급물살을 타고 제정된 후, 1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마침내 시행되는 것이다. 이 법은 공직자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직무를 스스로 회피하게 하고(선 신고, 후 직무수행 제한 방식), 직무상 비밀과 미공개 정보를 사적 이익 취득에 쓰지 못하게 한 게 골자다. 즉 사적 이해관계자는 물론이고 직무 관련자와의 금전·유가증권·부동산 등 거래 행위를 신고하게 했고, 가족 채용이나 외부 활동도 규제했다. 그동안 부패 행위에 대한 사후 제재였다면, 이 법은 부패가 발생하기 쉬운 공직자의 공적 의무와 사적 이익 충돌 자체를 피하게 하자는 일종의 ‘사전 예방책’이란 의미가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제정, 2022.05.19. 시행)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인 이해충돌을 사전에 예방·관리하고, 부당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해야 한다. 공직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한 사익 추구를 예방할 수 있도록 <공직자가 해야 할 5개의 신고·제출 의무>는 ①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 ②공공기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③고위공직자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④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신고, ⑤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와 <하지 말아야 할 5개의 제한·금지행위>는 ①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②가족 채용 제한, ③수의계약 체결 제한, ④공공기관 물품 등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 ⑤직무상 비밀 등 이용 금지를 규정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대상은 입법·사법·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190만 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철저한 감시를 한다 해도 이를 지키고 따르겠다는 공직자 스스로의 자발적 의지가 동반되지 않는 한 사실상 실효를 거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법을 제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법이 있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에 처음 발의된 게 2013년 8월이지만 여야가 입법을 약속해 놓고도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8년을 끌었을 만큼, 정치인이나 공직자 모두 엄청난 부담을 가졌다. 또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구태를 되풀이 하면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었고, 시민사회의 입법 요구와 거센 비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이제 가까스로 입법은 되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국민적 관심은 이제 ‘이해충돌방지법’의 처벌조항 강화가 부동산 투기 등 부정부패를 근본부터 예방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해충돌방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요구가 매우 크다. 특권이 존재하는 한, 이해는 늘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이해충돌을 어떻게 방지하는가가 아니라, 애초에 이해를 충돌시킬 능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에 맞는 운영을 위해서 법의 보완은 물론, 여타의 정비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공직윤리 및 반부패를 담당하는 기관은 인사혁신처(공직자윤리법), 국민권익위원회(부패방지권익위법, 청탁금지법, 공익신고자보호법, 이해충돌방지법, 공무원행동강령)로 이원화되어 있어 종합적인 대응이 어렵다. 공직윤리와 반부패 관련 제도가 여러 이유로 복수의 법안에 흩어져 있어 통합이 필요하다. 과거 운영되었던 ‘국가청렴위원회’와 같은 반부패전담기구를 신설하여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더불어, “공직자 재산공개는 시작에 불과하고, 인사혁신처와 각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심사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하고 또한 신고내용을 엄격하게 심사해서 부정한 재산축적이 의심되는 경우 징계는 물론 경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합당한 조치를 엄정하게 취해야 한다. 직무와 관련한 정보를 이용한 재산의 부정한 형성은 사후적인 수사와 처벌보다는 사전적인 예방이 중요하다. 그 기본이 되는 제도가 재산등록·심사·공개”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재산심사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박우성 투명사회국장은 “이해충돌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관련 내용이 없는 경우, 관련 내용이 없다는 사실까지도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신고자의 책임성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충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우여곡절 끝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는 만큼, 이 제도가 올바르게 안착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노력과 관심, 감시와 견제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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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7:26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죽음까지 외로운 고독사

지난해 11월 고창의 한 단독주택에서 50대 여성 A씨가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연락이 되지 않아 집으로 찾아간 지인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시신이 수습된 A씨는 정확한 사망일시나 사망원인을 알 수 없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없는 A씨는 혼자 쓸쓸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서울시 강서구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된 30대 남성 B씨는 죽은 지 오래돼 시신이 백골상태였다. 이같이 홀로 살다 홀로 죽어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고독사는 주로 독거노인에게 많이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중장년은 물론 청년의 고독사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을 제정했고 2021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에서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고 정의(제2조)하고 있다. 이러한 고독사에 대한 관심은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선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전국사회복지협의회와 전국민생위원아동위원협의회가 고독사 관련 첫 전국 조사를 실시해 1974년 ‘고독사노인추적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후 가설진료소 의사 출신인 누카다이사오(額田勳)는 1999년 ‘고독사’라는 책을 남겼다. 2010년에는 공영방송 NHK가 특집 다큐멘터리 ‘무연사회’를 방영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고독사라는 용어보다 ‘입회자 없는 사망(立會者のいない死亡)’이라는 통계자료를 1996년부터 구축하고 있다(이진아, 2014). 우리나라의 고독사 실태는 어떠할까. 우리나라도 1인 가구의 급증과 사회적 무관심, 빈곤 등 사회양극화, 고령화 등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로 추정해 보면 2021년 3159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 1025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무연고 사망자는 2만 493명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발견이 늦고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의 경우는 2012년 9명에서 2018년 63명으로 늘었다가 2021년 52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총 무연고 사망자는 412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독사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이 무너졌다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사회적 관점이요, 또 하나는 잘 죽는 것도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인간의 기본권리라는 인권적 관점이다. 사회적 관점은 빈곤 등 경제적 문제, 사회적 고립, 건강 등을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할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역 내 연락망 구축이나 돌봄에 대한 지원시스템 확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인권적 관점은 우리 헌법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제34조) 있음을 천명한데서 찾는다. 인간의 존엄에는 인간답게 살고, 또 인간답게 죽을 권리까지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독사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는 고독사 예방법에 따라 올해 1월말 고독사 실태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아울러 고독사예방운영협의회를 구성하고 올해 말에는 고독사 기본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노인 1인 가구가 급격히 늘면서 고독사나 자살 등이 문제가 되자 2007년부터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생활관리사가 독거노인의 집을 주 1회 방문하고, 주 2~3회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게 주요 업무다. 대상은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가 무료사업인 반면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65세 이상 일반노인이 대상으로 유료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외 A·B가 해당한다.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해 주로 빨래나 청소, 반찬 만들기 등 가사지원을 하며 바우처 방식이다. 또 2009년부터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의 보호 및 응급구호를 위해 IT가 접목된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보미사업(u-care서비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치단체별로 스마트홈서비스를 제공한다. AI 스피커와 홈 IoT(가스잠그미), 돌봄 플러그, 반려로봇 등이 그것이다. 한편 40대 미만도 생활고와 외톨이가구가 늘면서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아져 체계적인 관리와 자립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 앞선 고독사 법률 일본은 우리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돼 고독사에 관한 정책적 대안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독사에 대한 연구가 늦었으나 고독사예방법을 먼저 제정하여 고독사에 대한 정의, 국가의 책무, 기본계획의 수립, 예방대책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단독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입법에서는 우리가 더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김동련·김환목, 2021). 일본의 경우 2019년 고독사 통계는 4448명으로 이중 남성이 83.1%를 차지한다. 평균연령은 61.6세. 사망자의 64.7%가 병사(病死)이며 다음이 불명, 자살 순으로 나타났다. 발견 당시 일수는 평균 17일이며 최초 발견자는 관리자가 27.1%, 친족이 21.0%, 복지 관련자 18.1% 순이었다. 일본은 고독사와 관련해 자치단체가 실무대응을 맡고 있다. 이중 홋카이도(北海道)의 경우를 보면 예방대책으로 긴급통보 시스템 운용, 안부확인(방문, 전화, 배식 등), 감시체제 구축 및 네트워크에 의한 대책, 살롱·교류회 개최, 요지원자의 파악 및 정보의 제공, 생활지원원 파견 등을 하고 있다. 발생 시에는 장제서비스, 공영주택의 명도, 상속재산 관리인의 선임 등을 실시한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유사하게 장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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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정원
  • 2022.05.02 16:43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산민(山民) 한승헌 변호사 민주사회장 - 전주(전북대) 노제’를 준비하면서

2022년 4월 20일 밤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부고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속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우리 모임의 창립회원이신 한승헌 변호사님의 본인상을 알리는 연락이었다. 개인적 인연이라고는 까마득한 법조 후배로서 고인께서 만드신 모임의 회원이라는 것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할 당시 고인의 강연을 듣고, 직접 쓰신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이라는 책을 선물 받은 것이 전부지만 큰 어른이 떠나셨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내가 고인에 대한 추모를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세대 인권변호사로 독재정권과 맞서 민주화와 인권 확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오신 우리 시대의 스승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고인의 호는 ‘산민(山民)’이다. 고인의 서예 스승인 검여 유희강 선생이 ‘근재산민(近在山民)’,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으라는 의미로 ‘산민(山民)’이라는 호를 내렸다고 한다. 고인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인권변호사로서 여러 시국 사건의 변호를 맡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했고, 민청학련,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등을 변론해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고인은 인권변호사라는 칭호에 대해 변호사라는 말 속에 이미 인권을 지키는 직분이 들어있고, 이는 결국 동어반복이니 본업을 하는 사람을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고인이 변호한 시국사건만 100건이 넘는다. 심지어 고인은 시국사건의 변호뿐 아니라 1975년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故)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 ‘어떤 조사(弔辭)’를 썼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고, 이 일로 8년5개월간 변호사 자격이 박탈됐다. 1980년 5월에는 이른바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으로 계엄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옥고를 치르시기도 했다. 고인이 지나온 길은 누구도 쉬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난의 길이었고, 민주화 운동을 하다 탄압받는 이들의 곁을 지켰던 그 길이 곧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인 고인의 지난 삶을 감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고인의 호야 말로 고인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지금 고인에게 의미 있는 장소인 전북대학교에서 많은 단체들과 함께 노제를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의무감이 아닌 산민(山民) 한승헌 변호사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산민 한승헌 변호사님을 보내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고인이 미해결 과제라고 말씀하신 “사회권적 기본권의 확립과 인간의 존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평등사회의 건설”(전북의 소리 ‘변호사의 체험을 통해 본 한국의 민주화’에서 인용)은 이제 남은 사람들이 이어가야 할 과제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고인이 세워놓으신 옳은 것에 대한 이정표가 남았고, 우리가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그분에게서 본다. 민변 전북지부 회원들과 노제를 준비하면서 작년 민변 본부에서 진행한 민변 전북지부 집행부 인터뷰를 다시 읽어 보았다. 민변에 바라는 점이란 질문에 ‘부조리, 불합리, 불평등을 겪었음에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때, 내가 속한 민변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 믿고,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쓰여 있다. 거창한 정의를 생각하면서 했던 말은 아니었지만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민변회칙 제3조)’ 민변의 설립목적을 생각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는 창립회원이신 고인이 평생 보여 주신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고, 이 역시 고인이 까마득한 후배에게 알려주신 옳은 것에 대한 그리고 지향해야 할 삶의 나침반이기도 하다. 고인께서는 변호사는 법정에서의 변론을 잘 수행해야 하지만 재판에 정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때, 그 실상을 기록해서 동시대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또 다음 세대에 이를 전해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셨다. 우리에게 어둠의 시대가 있었음을 기억하고, 그 어둠의 시대에 맞선 고인이 지나온 길의 의미와 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변호사의 사명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고인의 시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거센 바람이야 어제 오늘인가 아직은 목마름이 있고 아직은 바람이 있어 시달려도, 시달려도 찢기지 않은 꽃 잎 꽃잎 꽃잎은 져도 줄기는 남아 줄기 꺾이어도 뿌리는 살아서 상처 난 가슴으로 뻗어 내려서 잊었던 정답이 된다. - 한승헌 <백서> 부분 ‘어둠 속 등불’ 고(故) 산민 한승헌 변호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아롬 법무법인 한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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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5 16:46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전북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서비스로 돌봄 공백 해소 기대

지난 15일, 정부는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은 유지하면서 2주간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일일 확진자 수가 62만 명까지 치솟았다. 최근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제는 전염병의 위험 속에 약자의 돌봄 소외 문제가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깨닫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 나와 아이도 코로나를 피해 가지 못했다. 발열과 인후통을 동반한 고통이 있었지만, 배달 앱과 당일 배송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이 격리하던 중에 시골 부모님도 확진되었다. 칠십 넘은 노부부가 확진되자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했다. 약이 필요했으나 집 밖을 나갈 수 없었고, 음식 재료가 떨어졌지만, 장을 볼 수 없으니 그야말로 고립 그 자체였다.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우리와 달리, 우리 사회는 돌봄에 취약한 약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코로나에 걸려도 도움 청할 곳 없는 ‘돌봄 약자’ 4월 2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2급으로 하향 조정된다. 확진자는 ‘격리 권고’ 대상으로 자율격리 치료를 받도록 하고 4주간 유행 추이와 위험성을 평가해 안착기로 넘어갈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안착기가 시행되면 확진자 검사 치료비를 비롯한 국가 지원이 중단되는 만큼 돌봄 약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달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정보 약자’, 홈서비스가 불가능한 도서·산간에 거주하는 ‘지리적 약자’, 몸이 불편한 ‘신체적 약자’ 등 우리 사회에는 돌봄이 필수적인 사람이 존재한다. 특히,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대상은 이러한 환경에서 더 큰 소외를 경험하게 되며, 단순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생존 문제로 직결되는 것이다.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서비스 시작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원장 서양열)은 사회적 약자의 돌봄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4월부터 도내 ‘긴급돌봄서비스’를 시작했다. 긴급돌봄서비스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뿐만 아니라 질병·사고 등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을 때 돌봄 인력을 파견하는 서비스로, 긴급돌봄이 필요한 노인·장애인·아동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서비스 내용으로는 장보기, 식사 지원, 운동, 보육 서비스, 일상생활을 비롯한 다양한 외부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산하 전북종합재가센터가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긴급돌봄지원단을 운영하는 것이다. 긴급돌봄지원단은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활동지원사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감염병 예방수칙 및 응급처치교육, 돌봄대상자의 일상생활지원과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등 체계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긴급돌봄에 참여할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도 상시 모집하고 있으며 긴급돌봄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가까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복지시설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돌봄의 손길이 더욱 절실해짐은 분명하다. 도내 돌봄 지지망을 강화해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야 함은 물론, 신속한 대응을 위해 돌봄서비스 제공인력의 적극적인 참여 또한 절실하다.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서비스를 통해 도내 돌봄 공백이 최소화되고, 안정적인 돌봄서비스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민지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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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8 16:28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지난해 4월 ‘장애인평생교육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48인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하고, 유기홍 의원의 대표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논의되지 않은 채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안에는 모든 장애인이 평생교육 참여 기회를 골고루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의 평생교육 권리를 명확히 규정 △장애인 평생교육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 강화 △장애인 평생교육 전달체계 및 심의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성인 장애인 교육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선언한다.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해 투쟁한다.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우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한 투쟁 결의문 중) 평생교육법 안에서 장애인은 외면당하고 있다 헌법 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 4조에서는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2017년 6월 개정된 평생교육법이 시행되면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규정된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법률이 평생교육법으로 이관돼 일원화됐지만, 평생교육법 안에서 장애인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특수교육법에 대한 호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어 법외 시설이었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을 합법적으로 등록하고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장애인 평생교육에 지원하는 예산은 천차만별이다. 적은 예산으로 시설 운영과 제대로 된 학습 프로그램조차 제공하기 어려웠다. 법안에 따르면 지자체장들은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령기 의무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55.7%로 나타났다. 그리고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인 학력보완교육, 성인기초 및 문자해독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 교육, 문화체육예술 교육, 시민참여 교육 등에 대해 참여 경험이 없다는 비율이 99.1% 이상으로 나타났다. 2021년 국가평생교육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코로나19로 전년도 40%보다 9.3% 줄어 30.7%지만, 그럼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격차는 매우 심각하다. 더불어 장애인실태조사(2017년 자료) 결과와 함께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평생교육기관 수는 4,295개에 달하지만 장애인평생교육기관 수는 308개로 전체의 7.2%에 불과하다. 또한 ‘장애인 평생교육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2019’에 따르면 장애인 1인당 지원받는 평생교육 예산도 연간 2287원으로 매우 적은 액수인 것이 드러났다.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가족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부모의 도움 비율은 지적 장애인이 72.8%, 자폐성 장애인은 98.5%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꿈은 우리가 떠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사례집 ‘진주목걸이’에 담겨있는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발달장애인은 사회 적응기술 등 지속적인 평생교육이 필요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배움이나 사회활동 참여기회가 단절된 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가족의 돌봄 부담이 증가하고, 동반자살 등의 사회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5월말 기준으로 등록장애인은 262만여 명이다. 그리고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신규 등록된 발달장애인의 수는 8만 3000여 명이고, 전국적으로는 26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25개 자치구별로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설치되어 있으나, 정원이 통상 30명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5년까지다. 발달장애인의 수에 비하면 그야말로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그나마 서울은 형편이 나은 편이고, 대부분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이제 설치를 시작했거나 준비하는 단계다. 2007년부터 전북 전주에서 다온(장애인 야학)학교를 설립해서, 현재까지도 장애인 평생교육(평화동)을 진행하고 있는 김미아 센터장을 인터뷰 한 내용 중 일부이다. “장애인들에게는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해 겪게 되는 일상생활 속 어려움들이 많이 존재한다. 가전제품 등이 고장 난다면 수리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고장수리 접수를 하려해도 영어 알파벳을 몰라 가전제품의 넘버를 불러주지 못한다. 또는 글을 몰라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는 것이 두려우며, 핸드폰 문자가 와도 읽지 못하는 장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2022년을 살아가는 지금에도 현재진행형이다. 학력이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현대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학력저하와 장애라는 이중고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결국 소외된 주변인으로 내몰려 시혜의 대상으로 밖에 살아 갈 수 없다.” 또한, “민간주도로 장애인야학을 운영하다 보니 매우 열학한 상황이다. 지자체마다 지원의 규모나 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애인야학은 교육공간의 문제와 임대료 문제, 통학차량 지원 문제, 교사 수급문제와 전문성, 운영비문제, 상근인력 문제, 급식문제 등의 어려움을 다발적으로 겪고 있다. 학력도 부족하고 경제력도 없고 장애가 심하고,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인 야학들은 고통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일반시민들도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장애인들의 아픔과 고통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6월 1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새롭게 선출될 단체장 예비후보들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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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1 17:32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전북사회서비스원, 좋은 돌봄 가능한가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는 전북지역 사회·복지·여성계 전문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담론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김민지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 팀장, 우아롬 법무법인 한서 변호사가 참여해 노인의 삶과 복지문제, 시민사회 활동 이야기, 사회서비스 현장 이야기, 도내 곳곳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 등을 들려줍니다. ‘참여&소통’은 오는 9월까지 매주 화요일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된 지 6개월째다. 공공성 강화와 좋은 일자리를 목적으로 2021년 10월 28일 전주역에서 멀지 않은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첫 마중길 인근 태평양빌딩 6층에 문을 열었다. 지방자치단체 출연 공익법인으로, 원장과 1본부 3팀 20여 명의 본부 인력과 종합재가센터, 산하 수탁시설 등 모두 70명 안팎으로 출범했다. 설립에 앞서 전북도는 공청회, 행정안전부 출연기관 설립 협의 등을 거치고 2021년 2월 전북도 조례를 제정해 직원 공개모집 등 행정절차를 마쳤다. 공공성 강화·좋은 일자리 위해 문 열어 광역단체마다 1개씩 설립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은 전국적으로 2019년 서울, 대구, 경기, 경남, 2020년 인천, 광주, 대전, 세종, 강원, 충남, 전남, 2021년 제주, 전북, 울산 등에 설립되었다. 올해 부산 충북 경북 등에 설립되면 전국 17개 시도에 모두 설립하게 된다. 사회서비스원법(2021년 9월 24일 제정)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은 제1조에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와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다(보건복지부, 2019). 첫째, 공공위탁사업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국공립기관을 위탁 운영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공립어린이집 등 정부가 공공시설이나 기관을 설립하고도 민간에 위탁해 운영했는데 사회서비스원이 공공수탁 운영하는 것이다. 둘째, 종합재가센터 설치를 통한 재가서비스 직접 제공이다. 사회서비스원이 직영 종합재가센터를 세워 노인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 등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민간제공기관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대체인력사업, 시설안전점검은 물론 재무, 회계, 노무 등에 대한 상담 자문 역할을 통해 사회서비스 민간제공기관의 운영과 서비스 질 향상을 지원하는 것이다(양난주, 2020). 민영화에서 공영화로 물꼬 트는 계기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사업이 민영화·시장화에 기초한 정책에서 공영화로 물꼬를 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와 여성의 높은 경제활동 참여 등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여기에 도시화와 가족제도의 붕괴 등으로 돌봄 공백 또는 돌봄 위기가 등장하면서 돌봄을 개인에게만 맡기기보다 사회나 국가 전체가 책임지는 돌봄의 사회화가 요구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통한 민간부문의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진입규제를 완화했다. 그러자 90%를 웃도는 민간중심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에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영세사업자들이 사회서비스 시장에 무분별하게 대거 진입하는 바람에 공급자 간 과도한 경쟁과 수익추구의 양상을 띠면서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하락해 문제가 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불법운영과 부당청구 등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저하를 초래했다(용태희·최성헌, 2021). 실제로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활동보조인, 아이돌봄 서비스 종사자 등의 낮은 급여와 장시간 노동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자는 요구가 거세졌고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국정 100대 과제로 설정했다. 걸음마 단계인 전북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 등 운영 전북사회서비스원은 든든하고 따뜻하며 존중받는 사회서비스 제공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전주와 장수에 종합재가센터 설치, 전북사회서비스지원단을 두고 산하 운영시설로 전북대체인력지원센터, 장수지역자활센터, 장수군가족센터, 전북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김제), 전주 및 군산에 다함께 돌봄센터 등이 있다. 핵심사업 중 하나인 종합재가센터는 서비스원법에 최소 2개 이상을, 요양보호사 등을 직접 채용해 운영토록하고 있다. 긴급·틈새돌봄, 장기요양(방문목욕), 통합돌봄,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등을 펼치게 된다. 대체인력지원센터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연차휴가, 교육, 경조사 등으로 업무공백 발생 시 1주일 전에 신청하면 대체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이다. 또 종사자 응원콘서트, 전문컨설팅, 찾아가는 사서원, 온라인인권상담소, 전북복지희망포럼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민간의 서비스 질을 견인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할 일이 많다. 초기에는 민간과의 경쟁 보다 돌봄서비스 사각지대, 특히 농어촌지역에 중점을 둬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함께 △종합재가센터 사업의 다양한 개발과 서비스 확대 △사례관리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돌봄종사자 처우개선 △교육프로그램 개발, 서비스 모니터링 및 평가 △돌봄 허브기관으로서 네트워크 형성 등 과제가 쌓여 있다. 서양렬 원장은 “전북지역 사회서비스 기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 돌봄 플랫폼 구성과 돌봄 119 출동대를 만들고, 도내 6만 명에 이르는 사회서비스 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육연수원을 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회서비스란? 전주의 한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A씨(57)는 최근 노인학대 고발을 당했다. 어르신이 잠을 자다 침대 밑으로 미끄러져 다쳤는데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야간에 혼자 여러 병실을 담당하는 A씨는 다른 병실 어르신의 용변을 처리하느라 바로 낙상사고에 대처할 수 없었다. 밤에 혼자 30명 가까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익산에서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B군(11)은 한부모 가정으로 어머니가 청소일을 나가신다. 학교가 끝나면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숙제도 하고 게임도 하고 또래 아이들과 뛰어 놀기도 한다. 하지만 센터는 자치단체가 지원해주는 운영비가 부족해 외부 지원사업에 눈을 돌리느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돌봄을 받고, 커서는 돌봄을 제공하고, 늙어서는 다시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인생 자체가 돌봄의 연속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돌봄에 가치를 부여하는데 인색하다. 대개 여성과 노인에게 이를 떠맡기곤 한다. 사회서비스는 넓게 보면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주거, 고용, 환경 등을 포괄한다. 좁게 보면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서비스를 총칭한다. 사회서비스는 곧 돌봄의 다른 이름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상진 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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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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