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분명 생활속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얼굴을 마주한 만남에서 발생하는 것과는 다른 상호작용을 발생시킨다. 동창 사이트가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주말의 강남역과 신촌 주변이 각종 동창회로 붐비지 않았을 것이며, 딴지일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엽기라는 말이 유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살사이트 또한 예상치 못한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호기심때문이든 혹은 정말 죽고 싶은 마음때문이었든 일단 자살 사이트에 접속을 하고 나면 실행에 옮기게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높아질 수 있다.
자살과 관련된 정보들을 계속 접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자살이라고 하는 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심리적 억제를 해지시키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편, 자살사이트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을 보면 대개의 경우 동반자살이 많았던 점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집단 상호작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개인을 몰고갈 가능성이 그 어떤 상황보다도 높다.
더구나,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한 교류는 사람의 내면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글자만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기 때문이다. 글자로만 만나기 때문에 상대방보다는 메시지에 온통 주의를 집중하게 되고, 메시지에 대한 지각은 다시 자신의 내면에 대한 몰두로 연결되기가 쉽다. 따라서, 인터넷 공간에서 자살에 대한 정보들을 접하며 개인은 자신의 의도를 자기가 애초 가지고 있던 의도 이상의 매우 강렬한 수준으로 지각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심각한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사이트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모두가 다 자살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정부에 의해서 사이트 폐쇄가 이루어질 때 여러 운영자나 사용자들은 바로 이와같은 측면을 들어서 반발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지만 왜 어떤 사람은 인터넷을 역기능적으로 이용하게 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의 순기능만을 맛보며 지내게 되는가? 이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아강도의 차이 때문이다.
문제는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역기능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될 수 있는 사용자층이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립이 덜 된, 아직은 혼란스런 상태에서 손쉽게 집단적 가치에 휩싸이기 쉬운 시기가 청소년 시기이다.
잠재적 위험 요인에 누구보다도 신속히 접근할 수 있다. 호기심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이 내가 구한 특별한 정보에 빠져드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뭔가 금지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에서 기쁨을 느껴서 사이트를 개설할 수 있는 것이 청소년이고, 그러한 동기와는 상관없이 즉흥적으로 죽음에 빠져들게 되는 것도 청소년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자살사이트에 대한 폐쇄가 아니라 정보화 자체가 양적인 부분이외에 삶의 질과 관련된 부분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살사이트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온라인과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오프라인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온라인에 대한 자정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병행해서 이 시대가 점점 더 결핍시켜가고 있는 것이 우리 마음속의 어떤 부분인지 찬찬히 살펴보고 진지한 마음으로 그 부분에 대한 치료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 문성원 (우석대 언론홍보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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