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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와대는 아닙니다

한병성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대통령님께서는 올해 12월 말까지 지금 계시는 용산 집무실에서 청와대로 이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용산의 삶이 무척 힘들고 불편하셨을 것을 생각할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또한 용산 이전 결정 당시 우리 모두 이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목숨 걸고 이 일을 막아내지 못한 것 같아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전임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시는 대통령님의 깊은 뜻을 국민 모두 잘 이해하고 있으나 그런 이유로 이전을 서두르시는 것은  더 큰 피해가 될 것입니다. 오히려 청와대보다 세종으로 이전한다면 자자손손 대통령님의 큰 업적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청와대 이전은 대통령님의 위세에 저해가 됨은 물론 조국의 백년대계를 망치는 일이라 사료 되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청와대 이전이 아니 됨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전임 대통령께서 사악한 무리에게 속아 청와대 터가 길한 터임에도 불구하고 흉터라 말했으니 비록 길한 곳이라 할지라도 이미 그 운이 다하였음이 그 첫 번째 이유입니다. 또한 국민들 품에 안겨준 청와대를 다시 빼앗는 격입니다.

둘째는, 영명하신 16대 대통령께서 좁은 국토와 미미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소멸되어 가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을 행정 수도로 정하고, 그 첫발을 내디디셨음을 대통령님께서도 잘 알고 계십니다. 후임 대통령으로서 선임의 훌륭한 뜻을 헤아려 받드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됩니다. 

셋째는 유사한 상황에서 대처를 잘 한 선진국의 예를 거울로 삼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기 알고 있듯 미국은 일찍이 수도를 경제와 행정 수도로 이원화하였습니다. 또 이웃 일본의 경우 대기업과 행정기관 대부분이 각 현(우리의 도에 해당)에 지사와 분소를 두어 본사가 담당하는 업무를 대행하게 하고 본사 규모를 최소화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지역 인재가 고향을 떠나 동경으로 모일 필요가 없어 대부분의 젊은이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고향에 남습니다. 일 전 교육부 장관께서 서울대학교 10개를 만들겠다고 희망찬 포부를 발표하였습니다. 장관께서 뜻한 대로 서울대학교 10개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학을 졸업한 지역의 젊은이들이 취업할 직장이 없어 서울로 모여든다면 지역에 서울대학 10개를 둔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는 그저 국민을 한순간 눈속임하는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청와대 이전을 하지 말아야 할 네 번째 이유는 지금이 세종 이전을 결행할 최적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일전 대통령님께서 충청도 도민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서울 집값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지금까지 사용한 모든 처방이 ‘백약이 무효’라 한탄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우리 국민들도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된 때 세종 이전을 결정하시면 설혹 이 일로 어느 국민에게 손해가 되어도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 결코 없을 것입니다. 특히 여의도에 대통령님의 옳은 말씀이면 목숨 바쳐 결행할 여당 국회의원들이 가득한 이때가 적기라 사료 됩니다. 

행정기관과 기업의 지방 이전을 통해 좁은 국토 부족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 약육강식의 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생존은 물론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기틀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세종으로 이전을 간곡히 청합니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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