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로또 복권을 비롯한 주택 복권, 또또 복권, 월드컵 복권, 관광 복권 등 각종 복권이 시판되면서 국민들의 복권 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복권 열풍이 최근에 잠시 주춤하는 듯 하지만 아직도 뜨거운 바람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박이 오기를 바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
북핵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국제 정치적 불안,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전쟁 분위기, 환율 폭등과 주가 하락이라고 하는 국내 경제의 불안 등의 요인으로 말미암아 서민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무겁다. 대박의 꿈, 곧 복권 열기는 바로 대다수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 표출이다.
대박(大舶)이란 말은 원래 '바다에서 쓰는 큰 배'라는 뜻이다. 대(大)자는 여자가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하는 속설(俗說)도 있지만 그것은 다만 속설에 불과할 뿐이다. 큰 대(大)자는 '어른'이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어른이 서 있는 모습을 정면에서 형상화한 형성자(形聲字)이다. 박(舶)은 본디 '큰 배'를 뜻하는 것이다. 배주(舟) 자체가 '큰 배'인데 앞에 큰 대(大) 자를 붙였으니, 대박(大舶)이 '큰 배'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박(大舶)이란 말은 '큰 물건'이나 '큰 요행'에 비유하여 쓰이기도 한다. 요즈음에는 이 말이 큰 물건이나 큰 요행이란 뜻으로 아예 의미가 전환되어(transfer) 쓰이곤 한다. 이 말이 어떤 상황과 경로로 이처럼 비유적으로 쓰이고 나아가서 의미 전환되어 사용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이렇게 추론할 수는 있다. 항구에서 승선하려고 하던 많은 사람들이 작은 배가 오면 또 다시 배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큰 배가 오자 모두 탈 수 있게 되어 '대박'이라고 말하면서 환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많은 물량으로 거래해야 이익이 많아지게 될 상황에 놓인 무역업자들이 예기치 않게 큰 배가 물품을 많이 싣고 오므로 기쁘게 맞이하면서 '대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예기치 않게 큰 배를 맞이하여 기뻐하는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말이다.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예기치 않은 큰 요행이 있는 경우, '대박'이라고 의미를 전환시켜 사용한 듯하다.
대박은 예기치 않고 찾아온다. 적은 돈을 투기한 후 마음 깊이 횡재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찾아온 대박은 행운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도박(賭博)이다. 그러나 복권 한 장을 구해서 당첨되든 말든 하는 무심하게 지내다가 예기치 않게 찾아온 대박이라면, 그것을 구태여 도박이라고 할 수 있으랴.
도박을 통해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일은 법이나 윤리로 단죄한다. 자기의 노력보다 요행수를 바라는 일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옛말에 죽을 각오로 일하면 살수 있지만 요행수를 바라면 죽고 만다(必死則生, 生則死)는 말이 있다. 가정 경제가 어려워 불안한 마음이 생기면 생길수록 안분지족(安分知足), 곧 욕망을 줄이고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유종국(전북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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