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니 "녹음방초 승화시에/ 해는 어찌 쉽게 가노/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었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요만하면 만족하다…”라는 시귀가 생각이 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돈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더 가지려고 하고, 반면에 없는 사람은 없어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텔레비젼이나 신문을 통해 가끔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전화가 왔습니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저 멀리 "카자흐스탄”에서 춘향전을 러시아어로 번역 출판하면서 친구가 된 고려인 3세 아나톨리 김 선생으로부터 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카자흐스탄 공화국은 1991년 12월 구 소련방의 붕괴로 독립을 하게 되었으며 우리 나라와는 그 이듬해 1992년 1월 28일 외교관계를 수립한 국가이며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이주한 동포들 후손 약10만명이 살고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중 70%는 농촌, 30%는 도시에 거주하며 정?관계 고위직, 학계, 문화예술계에서 다수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박사학위 소지자도 600여명이나 달한다 하니 우리 민족이 지닌 학구열과 자녀교육열은 이역 만리 동포사회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교민단체로는 한인회, 상사협의회, 선교사협의회, 원불교포교당 등이 있으며 다른 민족에 비해 월등히 근면 성실한 민족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와 비교하면 어렵게 살아가는 동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일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하나 같이 농경의식에서 비롯되어 춤과 노래를 즐겨와서 그런지 모르나 고려인들이 우리 민족예술의 전당 "고려극장”을 조직 운영하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잊지 않고 보존 보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1932년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 조선극장을 창립한 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이래 우리말 연극공연 및 한민족 정통성 유지라는 대원칙을 고수하면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고려인 창작극, 악극, 한국무용 등을 연중 수시로 공연 민족의 정서를 계승하고 있는데 금년 8월 30일에는 뮤지컬 "춘향전”을 고려극장 연극단원들, 아리랑 가무단원들, 김림민 무용단원들 50여명이 연합으로 3200석인 카자흐스탄 대극장에서 공연계획을 세우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고 하여 참으로 놀라웁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
그런데 문제는 다름 아닌 뮤지컬 춘향전 공연에 입을 의상과 소품들이 낡고 색이 바래고 부족하여 큰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습니다. 비록 이역만리 머나먼 곳에 살고 있어도 분명한 것은 한겨레 한민족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본보 애독자 투고 난에 이 글을 올립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애독자 여러분 ! 이 글을 읽어보시고 뜻이 있으신 분은 바로 연락 주십시오. 저희들의 작은 정성이 카자흐스탄 교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함께 본보 애독자들이 뜻을 모아 모국의 정서 전통문화예술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이역만리 동포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눕시다.
다시 한번 부탁합니다. 뜻이 있으신 분은 편집국으로 연락 주십시오.
안 한 수 ((사)춘향문화선향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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