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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학기술과 부안

 

인류에게 과학적 사고를 가져다준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물질 세계 근본에 관한 끊임없는 의문으로부터 자연의 참모습을 처음으로 이해한 것은 뉴톤(Isaac Newton)이 운동법칙과 만유인력법칙을 발견한 지금으로부터 불과 300여 년 전의 일이다. 이 기간동안 인류는 참으로 많은 자연에 관한 지적 결실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원자보다 작은 세계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동안에 쌓아 놓았던 물리학의 체계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대변혁이 일어났다. 1900년에서 1930년 사이의 물리학은 천지창조 직후의 우주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이론과 많은 물리학자들의 합작품인 양자역학이 정립되어, 마침내 물리학자들은 혼돈을 평정하고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에 성공했다.

 

우리에게 원자력을 가져다 준 핵물리학은 그러한 혼돈의 와중에 탄생했다. 원자핵은 물리학적으로도 중요한 연구대상이지만, 훌륭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우라늄 하나가 분열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는 TNT 분자 하나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천만 배에 달한다. 1938년 한(Otto Hahn)이 핵분열 에너지를 처음 발견한 순간부터, 원자력은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한이 핵분열을 발견한지 불과 7년 후인 1945년 최초의 원자폭탄이 등장했으며, 또 18년 후인 1956년 영국에 최초의 상용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1950년대의 과학자들은 장차 인류의 에너지는 모두 원자력으로 대체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원자력은 세계적으로 미미한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핵과 방사선에 대한 뿌리깊은 공포가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핵무기의 위력이 말해주듯이, 사실 핵은 커다란 재난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대의 과학자들은 핵과 방사선을 제어할 수 있는 완벽한 과학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반핵주의자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자력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옹호하는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인류의 에너지 수급 문제를 살펴보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접어두고서라도, 우선 그 절대량이 매우 부족하다. 100년 후면 아마도 지구상에 화석에너지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100년 후 우리 후손들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까? 일부에서 주장하는 자연 친화적 대체에너지는 궁극적 해답이 될 수 없다. 대체에너지만으로 지탱하기에는 우리 문명사회의 규모가 너무나 커졌다.

 

방사선 등 환경 문제를 거의 동반하지 않는 핵융합에 대한 제어기술을 습득하면, 쉽게 말해 인공 태양을 만들어 낸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핵융합에 관한 연구가 현재 기대 이하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2030년경쯤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 역시 확실한 것은 아니다. 만약 21세기 중반까지 인류가 핵융합 발전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인류 문명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 핵융합 발전에 성공할 때까지 가까운 미래를 대비해서 보험에 들어두는 심정으로 현재와 같은 핵분열 발전에 당분간 의지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부안의 방폐장은 문명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사회적 구성물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를 선과 악, 삶과 죽음, 그리고 민주와 독단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 일부의 시각은 매우 왜곡된 것이며 생산적 사고가 아니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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