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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화(名畵) 같은 사회 - 류선문

류선문(완주경찰서장)

 

질서의 모습은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누군가가 줄 서는 것이 질서다, 공공장소를 청결히 하고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하는 것이 질서라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세대를 거쳐 오면서 그러한 모습들이 편하고 아름답기에 질서라는 이름으로 정착된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질서의 모습은 대개 공통적이다. 어떤 나라에서도 새치기를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을 가리켜 질서라고 하지 않는다. 즉 질서는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개념인 것이다.

 

자연 발생한 많은 질서의 모습 중 최소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법적 합의가 '법질서'이다. 이것만은 강제로라도 지키게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약속인 것이다.

 

약속을 지켜야 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다. 약속을 한지가 오래되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직접 한 약속이 아니라서일까?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질서에 대한 약속들을 너무나 쉽게 어기고 경시하고 있는 듯 하다.

 

문제는 이러한 약속 위반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경미한 질서 위반도 문제이지만, 중요한 위반은 그 손실이 엄청나다.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음주운전, 중요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인명·재산 손실이 얼마인가. 불법집회로 인한 교통체증 및 사회적 손실은 또 어떠한가.

 

질서 위반은 크건 작건 근본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질서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배려심이 사회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라면서부터 부모로부터건 일상생활을 통해서건 자연적으로 체득하게 되고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사회의 근간이 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는 '질서와 환경은 문명인의 자격이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OECD가입국, 경제규모 세계 10위권대라는 멋진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질서의식 부분에 있어서는 과연 자격 있는 문명국가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인가. 얼마 전 한 컨퍼런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한국의 법치시스템 순위는 세계 26위이다. 이는 말레이시아(20위)보다도 뒤처지는 것이다. 굳이 이러한 자료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국의 법질서수준에 대해 우리 스스로부터 높은 점수를 주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본성이다. 명화나 좋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질서수준이 높은 외국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이 내심 부러워하는 것은 그것이 아름답고 보기 좋기 때문이 아닌가?

 

혹시 주변에 아름다운 명화가 있다면 한번 감상해보라. 그리고 그 그림에 낙서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법질서를 위반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일이 아닐런지.

 

언젠가 TV공익광고에서 '부끄러우세요? 질서는 당신의 얼굴입니다'라는 카피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나 자신의 얼굴에 낙서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각자 돌이켜 볼일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법질서 확립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의지나 공감만이 아닌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배려심과 법질서 확립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으로 우리 사회가 한 폭의 아름다운 명화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류선문(완주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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