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선(책읽기운동 전북본부 상임대표)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흔히 어린이들의 생일 선물을 부모가 전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은 우리 사회와 비교가 된다. 선물을 주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자라서 그 자녀들에게 다시 선물을 줄 것이다. 그 부모에 그 자녀란 말에 합당하다. 그러나 문화가 뒤진 사람이나 국가는 선물이 뇌물로 변신한다. 마음은 없고 부당한 대가만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이 홀대받는다.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 없다. 아이들이 눈치껏 뇌물문화를 배울 따름이다.
세계적인 부자 워런버핏이 전재산의 85%를 아무 조건 없이 빌게이츠 재단에 출연을 하였다. 자신도 자선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믿는 빌게이츠 재단에 천문학적 재산을 기부하는 행위는 어디에서 비롯할까? 빌게이츠가 열심히 벌어들인 돈을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쓰려는 마음은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가? 아마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이 몸으로 실천한 선물 문화에서 비롯하지나 않았을까? 유치환의 시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구절처럼 베풀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어릴 적 부모님에게 배운 결과가 아닐까!
마음보다 물건에 더 가치를 두는 세상이 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선물에서도 마음이 떠나고 있다. 이제 마음을 담은 선물 문화를 풍성하게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이 고맙고 아름답게 보인다.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선물 중에는 부모님에 대한 선물이나 졸업 후에 선생님을 찾아뵈면서 드리는 선물, 친구들에게 주는 마음이 담긴 조그마한 선물, 선후배가 서로 존경하고 아끼면서 주고 받는 선물 등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 선물이 많다.
그 중에는 인생을 바꾸게 하는 선물이 있다. 이 선물은 세상을 바꾸게 할 수도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짧은 글 한 구절을 적어서 보내는 책 한권은 가장 오래 보관하는 선물이 된다. 상대에 맞는 책이거나 자신이 감동을 받아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자신의 이름을 꾹꾹 정성으로 적어 보내는 책은 때론 받는 사람에게 인생의 멘토가 된다.
많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자신들이 권하는 책에 사인을 해 주는 일도 좋은 일이다. 의미가 담긴 책 한 권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명이 있을 때 그 책은 소중하다. 책이란 겉모습도 소중하지만 내용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과 마음으로 가까워지려 하는 것이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껍데기에만 서명하는 것이 아니라 알맹이에까지 사인을 하는 책 선물은 그래서 마음의 선물이 된다.
이제 모든 축제에서도 책을 선물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각종 축제와 관련해서 유명인사의 팬사인회를 자신이 추천하는 책으로 해 본다면 제2, 제3의 유명인사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오지 않겠는가? 자신의 분신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자신은 영원하다. 자신이 죽지 않고 사는 길이다.
선물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책을 선물한다면 그 사람은 책과 같은 존재이다. 책과 같은 인격이고 책과 같은 고상함이 있다. 책을 선물하는 사람이야말로 책과 같은 존재, 혹은 그 책을 넘어서는 사람이다.
책을 선물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감동을 받은 책을 선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나 시인에게서 그들의 저서를 선물 받는 것은 영광이겠지만 대다수가 소설가나 시인이 아닌 우리들은 책을 읽고 그 감동을 함께 할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게 된다. 따라서 책을 선물하는 일은 책을 읽게 한다. 책을 읽어서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행복을 만끽하면서 '1일 부독서 구중형극'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처럼 남을 헐뜯는 말을 할 여유가 사라진다.
책을 선물하자. 이제 선물문화를 바꾸어야 할 때이다. 인생의 멘토를 선물하자.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 물건에 힘쓰기보다는 마음에 더 힘을 쏟게 하는 책을 선물할 때 우리는 워런버핏이나 빌게이츠 같은 자선 사업보다 큰 태양이 만들어질 것이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선물에는 바위도 부서진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 사회를 책을 선물하는 문화로 바꾸어서 세상의 꿈쩍하지 않은 바위를 녹여 볼 때이다.
/박규선(책읽기운동 전북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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