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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불신의 늪을 건너서 - 김성진

김성진(前 조달청장)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되어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이면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였지만 촛불 시위가 계속되는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필자는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협상의 결과도 결과지만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왜 농림부가 그 동안 줄기차게 버티어오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미국 측의 요구대로 양보했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는 결과에 못지않게 그 과정도 중요하다. 같은 결과를 내 놓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하였다고 인식되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밀고 당기는 길고도 지루한 협상과정을 거치면서 예를 들면 미국과의 의견차이로 우리 협상대표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고 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쳤었더라면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못마땅해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둘째는, 불신의 문제다. 여기에는 우리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과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2003년 12월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2006년 9월부터 다시 재개하면서 30개월 미만 소의 뼈 없는 살코기를 도입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뼈 없는 쇠고기(deboned beef) 규정을 적용하면서 우리 검역당국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편협한 잣대를 들이댔었다. 쇠고기 9백여 상자를 하나하나 모두 조사해 보니 그 중 상자 하나에서 종이장 같이 얇은 두께의 3-4 센티의 뼛조각이 두세 개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9백여 상자 모두를 반송해 버렸던 것이다. 이후에도 이러한 일은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우리 농림당국의 이러한 행위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는 갑자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하니 일반 소비자들이 의아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하여 엄청난 불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전에 미국이 수입위생조건에 뼈 없는 살코기라고 합의했었던 것은 한국정부가 소위 LA갈비의 수입을 막음으로써 한국의 축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하고 합의 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규정을 이용하여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막는 것에 대하여 미국 업계는 물론 의회와 행정부도 분개하였고, 쇠고기 문제 해결 없이는 한미FTA도 없다는 분위기가 광범하게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이번 한국과의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에서 철저히 자국의 의사를 관철하여 논란의 불씨를 애초부터 근본적으로 없애고자 하였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국내적인 불신과 미국으로부터의 불신에서 오늘의 쇠고기문제가 꼬여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보다 냉철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정말로 문제가 많은 것인지, 이에 비하여 우리 한우는 과연 안전한 것인지,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정부는 우리 국민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과 함께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소비자, 그리고 한미 양국 모두 불신의 늪을 건너 드넓은 신뢰의 평원으로 나가야 할 때다.

 

/김성진(前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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