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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메달 시민 의식 - 유대성

유대성(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던 날의 일이었다.

 

가게에 오신 손님들 시선이 전부다 조그만 텔레비전에 매달려 있었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금메달이 날아갈까, 다들 초조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고, 혹은 숟가락을 휘두르며 응원을 했는데... 드디어 박태환 선수가 1등으로 들어오고야 말았다. 야호!

 

참 오랜만에 맘껏 소리를 질렀나 보다. 기분이 어찌나 좋았던지 카운터에 오신 손님 순서대로 열 분에게 공짜 식사를 대접했다. 불 줄도 모르는 휘파람을 입모양으로 흉내만 내면서 신이 나했다.

 

그 날의 그 손님도 역시 가게에서 기분 좋게 경기를 보고 한껏 상기된 얼굴로 계산을 마치고 나가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무주로 피서를 가는 길인데 이렇게 중간에 기쁜 소식을 들으니까 더욱 기분이 좋다는 얘길 건네 왔다.

 

타지에서 오신 손님에게는 언제나 좀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나의 얼굴이 곧 전주의 얼굴이 되고, 우리 가게의 서비스가 곧 전주의 인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살갑게 인사하고, 주차장까지 따라나서며 인사를 건네는데... 아뿔싸...

 

누군가 손님의 차를 제대로 긁고 간 거였다. 손님의 차는 외제 고급 세단이었다.

 

차 길이가 길다보니 옆에 차를 세웠던 손님이 나가면서 부딪혔던 모양이다. 양쪽 앞 범퍼가 둥글게 긁혀 있었다. 검게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 차체에 허옇게 금이 간 걸 보니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내 마음이 이럴 진대 그 손님의 마음은 오죽 했을까.. 붉으락푸르락 하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상황을 수습해야겠다 싶었다.

 

"손님, 그 분이 아마 경황이 없거나 급한 일이 있으셔서 그냥 가셨을 거에요. 같이 오셨던 분이 있을텐데, 가족이나 친구 앞에서 그대로 도망가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어요? 반드시 다시 올 겁니다."

 

나의 설득에 손님도 화를 억누르며 뜨거운 뙤약볕 아래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한 20분...

 

기대와는 달리 끝내 손님은 오지 않았다. 나의 장담도 부끄러운 상황이 됐다. 주차장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고, 대부분의 손님은 피해를 입힌 차의 주인을 찾아서 순조롭게 해결을 하곤 했는데, 하필 객지에서 오신 손님이 그런 일을 당하다니 당황스러웠다.

 

결국 그 손님은 발길을 돌려 서울로 돌아갔다. 무주에 가서 지내리라던 여행 계획을 포기해 버린 거였다. 그런 그에게 전주에 대한 기억이 앞으로 어떠리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날 박태환 선수는 금메달을 걸었지만, 나는 목메달을 걸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주의 자존심이 확 상해버렸으니까. 금메달 시민 의식은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

 

/유대성(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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