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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주의 자존심, 태조 어진 환안 - 송하진

송하진(전주시장)

 

태조 어진이 3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태조 어진의 환안 행렬이 전주에 들어서는 순간, 시민들의 표정에서 자긍심과 안도감이 동시에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호남제일문과 노송광장을 거쳐 풍패지향(豊沛之鄕)의 심장, 경기전으로 이어지는 환안 행렬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의 위상을 재천명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태조 어진의 환안이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기쁨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지난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를 위해 태조 어진이 임대된 이후, 박물관 측에서는 보수를 이유로 환안을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환안 요구는 강력했습니다. 문화계를 필두로 한 각계의 반발과 서명운동 전개, 반환추진위원회 구성 등 환안에 대한 전주 시민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자발적으로 태조 어진을 지켜온 이들이 바로 '전주인(全州人)'이었습니다. 전주인에게 있어 어진을 잃는다는 것은 전주에 깊게 뿌리를 내린 전통과 역사의 가치를 상실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태조 어진은 전주인의 삶과 정신과 역사를 함께 한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태조 어진의 환안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고 더 나아가 전주시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발전하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조선왕조 본향의 주인공인 '전주인(全州人)'의 자존심과 천년고도 전주의 자긍심을 되찾아 이를 전주발전의 정신적 원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문화재에 대한 가치와 창조적 계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입니다. 각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한 사회가 면면히 이어 온 역사와 전통 역시 소중히 여기는 시대입니다. 또한 전통과 역사는 내부적으로는 사회 구성원의 정신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동시에 구성원의 힘을 하나로 결집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현대에 들어서 문화재를 비롯한 각종 전통문화는 어떠한 산업보다도 더 큰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통문화의 산업화,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 전주시에 이번 태조 어진 환안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하겠습니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태조 어진이, 63만 전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구심점으로서 상징적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이를 원동력으로 전통의 창조적 계승과 산업화를 꿈꾸는 천년전주의 더 큰 미래까지도 힘차게 열어나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번 환안은 전주시가 지키고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천년고도 전주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는 자긍심과 자존심을 더 큰 미래를 열어가는 자신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브랜드에 걸맞도록 문화재 보존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준수하도록 하여 전통문화가 도심 곳곳에서 살아 있는 전주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전주에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의 발굴·계승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이를 전주의 문화자산으로 삼아 미래와 전통이 각자의 특성을 지키면서도 어우러지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꿈꾸는 전주의 미래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송하진(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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