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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월드컵 경기장과 건축화 조명- 추원호

추원호(건축사·시민연대정책실장)

최근 도심의 고층 건물 옥상에 건축화 조명을 설치하여 건물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거나 어두운 밤하늘의 풍경을 이채롭게 변화시키고 있는 추세이다.

 

전주권 주변의 고층 아파트 옥상이나, 상업시설의 외관에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하여 건물의 상징성을 드러내거나 홍보 효과를 나타내면서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추세에 비교해 볼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경관 조명의 기능과 목적은 어두운 야간 환경에 있는 건물을 밝게 비추고 생생하게 돋보이도록 시각적으로 강조하여 주변 환경을 쾌적화하거나 미화하여 도시의 야경을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전주 월드컵 경기장의 아름다운 자태를 고유가 시대에 전기 먹는 물건으로 전락되어 조명화하지 못함으로서 야간의 도심 풍경을 연출할 수 없게 되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얼마전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장의 월 평균 전기료가 2000만원 꼴로 부과되어 전기 먹는 하마로 평가됨으로서 새벽 1시까지 밝혔던 야간 경관 등을 밤 10시로 축소 조정됨으로서 전주시내권으로 들어오는 진입로에 전주를 상징(부채살 지붕과 한옥지붕)하는 건축물을 볼 수 없게 되어 안타깝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전주시가 감당하기에는 매우 힘들다는 것은 이해가 되나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서 전주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도심의 야경을 느낄 수 없게 되었고, 경기장 주변의 어두운 모습이 마치 거대한 공룡 같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도심의 야간 경관이 좋은 대표적 사례를 보면 프랑스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36개 다리가 인상적이다. 난간과 아치 아래 설치된 전등 6500개의 조명을 받으며 미라보와 퐁네트, 가로젤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트강의 다리들은 강물위에 전혀 새로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고, 1986년부터 밤의 도시 경관 연출을 시작한 일본의 요코하마 시는 '민.관의 야경연출 사업촉진 협의회'를 설치 운용하고 도시 환경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고, 경관조명의 시설비, 전기료의 80%를 공공단체나 전력회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1930년대부터 시작한 영국 런던의 도시 조명은 1970년 '런던 거리를 강가로 되돌려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계획된'Light up Thames'는 석유 파동에 시달렸음에도 런던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 현재와 같은 강변 야경을 연출하고 있다.

 

한 달 전기료 2000만원이면 1명당 장학금 50만원씩 40명을 키울 수 있는 자금이지만, 새천년을 대비한 프랑스 세트강의 조명작업(지난 1993년 시작돼 8200만 프랑, 우리 돈으로 약 160억원의 예산을 투자)한 것이나, 2000년 1월 1일 0시에 새천년 빛의 축제를 위해 파리 심장부 에펠탑에 2만개의 조명을 설치하여 화려하게 시작한 나라에 비하면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나 생각이 든다.

 

비록, 각종 옥외 조명들 때문에 밤하늘의 별을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고 통탄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시내 곳곳의 고층 건물 옥상에 간접 조명 설치하여 전주시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노력을 볼 때 그나마 위안을 삼지 않을 수 없다. 요일마다 색을 바꿔가며 야경 조명을 밝혀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24시간 살아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의 야경을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홍콩 같은 사례는 못되더라도 전주의 유일한 월드컵 경기장을 은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경관조명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본다.

 

자칫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루미나리에와 LED조명을 통한 조명 공해와 혼란스런 야간 경관 조명 보다는 그 지방의 전통적 이미지와 시대성을 살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축화 조명을 구상해 보는 것도 국제화시대에 부응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추원호(건축사·시민연대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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