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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지혜의 반지 - 박철곤

박철곤(전 국무차장)

이스라엘의 위대한 임금 다윗왕이 어느 날 궁정 금세공장(金細工匠)을 불러 지시하였다.

 

"너는 내가 항상 끼고 있을 반지를 하나 만들어 오너라. 그 반지에는 내가 승리하여 기쁨에 넘칠 때나 패배하여 실의에 빠졌을 때나 언제나 읽고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 오너라." 이 지시를 받은 금세공장은 한쪽도 아니고 기쁨과 슬픔 모두를 포괄하는 글귀를 찾지 못하여 며칠을 고민하다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였다.

 

솔로몬 왕자는 "이 글을 새겨 넣어다 드리면 부왕께서 만족하실 것입니다."하면서 한마디 글을 일러 주었다.

 

반지를 받은 다윗왕은 그 뒤 죽을 때까지 항상 그 반지를 손에 끼고 있으면서 언제나 반지의 글을 보며 마음의 펼정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이 또한 금방 지나가리니 …." 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끊임없이 기쁜 일, 힘든 일을 겪게 된다. 때로는 온 세상이 내 것이 된 것처럼 한희에 들뜨게 되는가 하면 때로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나에게 등을 돌리고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어진 듯한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누구나 기쁠 때는 이 세상이 한없이 따듯해 보이고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미소짓는 것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실의에 빠졌을 때는 온 세상이 잿빛이면서 더할 수 없이 황량하게만 느껴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이 수 없이 많다. 합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행정고시에서 떨어졌을 때의 절망감, 다시는 내 생애에 웃음이란 걸 찾을 수 없으리라고 느껴지던 그 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반면 그 이듬해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과 충만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뒤 다시 30여년이 지나고 차관까지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희노애락의 순간들이 교차했는 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아니, 매일 매일의 일상들이 모두 희노애락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지나고 보면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영예도, 이 세상 끝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절망도 불가에서 말하는 한낱 수유(須臾)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내용과 정도는 모두 다를 지라도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겪고 있을 어려움이 얼마나 클까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절망은 금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 삶에 커다란 기쁨의 순간이 있었듯, 이 순간 또한 금방 지나가는 삶의 한 과정, 한 부분일 터이니 말이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평상심을 유지하고 힘을 얻어오던 글귀, 바로 다윗의 지혜의 반지에 새겨져 있던 그 글귀를 다함께 마음에 새기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 또한 금방 지나가리니......"

 

/박철곤(전 국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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