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현(우석대 교수)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 지도자는 정책철학을 가져야 한다.
정치 지도자에게 정책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철학의 의미부터 한번 살펴보자. 유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금실이 아주 좋은 부부가 열심히 섬기는 신은?' 답은 여보 당신이란다. 물론 여기에서의 신은 신(神)의 의미는 아니다.
인간은 신(神)과 같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일반적으로 철학(哲學)의 의미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과 지혜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된다. 이렇게 거창하게 정의하지 않더라도 인간에게 철학이 요구되는 이유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철학은 philosophy라고 하며, 이 단어의 어원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philosophi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공자천주(孔子穿珠)'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의미로, 공자가 길옆에서 뽕잎을 따던 한 시골 아낙네의 지혜를 빌어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부연하면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진나라를 지나갈 때 어느 고을에 들어갔다가 가렴주구와 학정을 일삼던 고을 수령 양호(陽虎)로 오해받아 주민들에게 감금되었다. 심지어 분노가 극에 달했던 마을 사람들은 공자를 양호로 착각, 죽이려고 하였다. 공자가 양호와 얼굴이 꼭 닮았던 모양이다.
공자의 제자들이 오해를 풀기 위해 설득하자 그 고을의 촌장은 '그렇게 유명하고 학문이 뛰어난 공자라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수수께끼를 풀어낼 경우 살려주겠다고 하였다. 수수께끼는 구멍이 일직선으로 나지 않고 아홉 구비나 구부러진 유리구슬에 실을 꿰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학다식하고 학문이 뛰어난 공자와 그 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궁리를 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궁즉통'이라는 말이 있듯이 공자 일행이 그 고을에 들어가기 전에 만난 보잘 것 없는 한 시골 아낙네의 지혜를 빌어 마을 촌장이 내준 수수께끼를 풀고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다. 이 고사가 주는 교훈은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의 진면목(眞面目)을 보라는 의미다.
이제 새해 6월이면 기초자치단체장 및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핑크빛 선거공약을 제시할 것이고 나름대로 지연과 혈연·학연 등 정실주의적 요소를 총동원 할 것으로 보인다.
정실관계보다는 정책철학과 지역발전을 위한 자세와 의지 등 후보자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유권자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자치단체장이나 대선 후보가 내세운 공약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책결정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결정하고, 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나 조례 등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정책철학은 정책의 본질인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는 가치판단과 이념 및 윤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새해 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가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인가, 더 나아가 누가 정책철학과 직업윤리를 갖고 행정 책임의식이 강한 후보인가를 구별하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
/정상현(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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