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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직도 돈 선거 하십니까 - 박삼서

박삼서(전북도선관위 사무처장)

 

60년만에 찾아온 백호의 해 경인년, 새해 아침에 각 언론매체에서 이구동성으로 언급한 첫 화두는 6월 2일 실시하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였다.

 

이는 주민 개개인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지방자치 20년을 뒤돌아보면서 도민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가늠해 보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을뿐만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나갈 유능한 인물들을 선출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유권자의 의식수준 향상과 더불어 바르고 깨끗한 선거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노력으로 금품수수 등 구시대적인 선거관행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따금 돈으로 표를 사려는 구태가 남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로 인하여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기만 하다.

 

2007년말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청도군수재선거는 우리 선거 역사상 유례없는 불법선거로 남게됐다.

 

군수 후보자가 군 전체인구의 12.4%에 달하는 5700여명에게 각각 5만원에서 10만원씩 총 6억3000여 만원의 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19명이 구속되고 수사과정에서 돈을 받은 사람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40여명은 자수했다.

 

독립다큐영화 워낭소리의 고장 경북 봉화군은 최근 조합장 돈선거 파문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일 실시된 봉화군 한 지역 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후보자가 구속됐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말까지 자신이 출마하려는 조합의 전체 조합원 1,067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54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모두 7,200여만원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후보자가 많은 돈을 써서 당선된다면 과연 그 후보자는 올바른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경남 양산시장의 자살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장선거를 치르면서 무려 60여억원이나 빚을지고 당선은 되었지만 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하여 검찰의 소환을 받게되자 결국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인구 21만여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중소도시에서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선거자금이 들어갔을까?

 

이젠 달라져야 한다. 당선의 영예도 좋지만 유권자를 전과자로 만드는 돈 선거 문화는 사라져야 하고 유권자도 후보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요구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켜 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을 다질 때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도지사,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비례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시·군의원을 포함하여 교육감, 교육의원까지 무려 8명을 동시에 선출한다.

 

후보자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부정선거의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돈 선거는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 그리고 농촌지역에서 더 염려된다. 아무래도 유권자수가 적고 노령인구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도 뿌리면 뿌린만큼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돈 선거는 매우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무척 어렵다.

 

모든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유권자가 깨어있을 때만이 돈 선거는 근절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금품이나 음식물 제공 등의 금권선거를 배격하는 깨끗한 선거가 되어 후보자와 유권자가 모두 떳떳하고 성숙된 민주시민으로 거듭나서 선거개혁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삼서(전북도선관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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