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이 빈집에서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일대에 대한 치안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치안과 행정당국은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지만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했던 어른들은 지금 어디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경찰은 엊그제 전국적으로 공·폐가에 대해 일제수색을 펼쳤다. 전북지방청은 관내 공·폐가가 공가 4,791개소와 폐가 1,820개소 등 모두 6,611개소가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김제가 1,177개소, 고창 877개소, 임실 810개소, 남원 772개소, 익산 631개소, 전주 550개소만 보더라도 도시와 농촌 가리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주인 잃은 빈집들이라서 대부분 관리부실로 미관을 훼손하는 흉물로 자리잡고 있는 건 정비대상임에 틀림없다. 일부 재개발 예정지역은 사업지연으로 도심슬럼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물론 이런 면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들 지역이 짐승만도 못한 흉악범들에 끔찍한 범죄장소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빈집이나 폐가는 가출 청소년이나 노숙인이 은닉하고, 절도나 환각물질 흡입을 위한 탈선장소로 이용되어 왔다는 게 경찰의 그간 분석내용이다. 최근 봄철에 접어들면서 청소년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이때 범인 처벌에 앞서 이곳에 대한 범죄예방 및 차단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건 일상적인 치안활동으로서도 당연한 일이다.
경찰은 범죄취약의 공·폐가 밀집지대에 대해 특별순찰구역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행정 또한 자체적으로 정비사업을 펴고 있지만 소유자들의 동참이 없으면 우범지역 해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문제가 벌어지면 나타나는 사후약방문이나 뒷북 행정이란 비난을 내놓는 건 아닌가. 우리 사회에 난리를 친 사건이라도 시일이 조금 지나면 경각심이 사라지는 과거의 틀에 박힌 '홍역'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동일 사건의 악순환은 끊어내야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는 있다. 허나 경찰과 행정이 머리를 맞대고 폐·공가 종합관리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길 바란다. 부산 유사범죄는 우리 주변에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과 인력 소요가 만만치 않겠지만 아이들을 지키는 것 보다 급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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