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명(용담호미술관장)
용담댐은 국내 다섯번째 규모의 다목적댐이다. 소양강댐, 충주댐, 대청댐, 안동댐과 같은 큰 규모의 댐이 있지만 건설과정에서 일주도로 개념을 도입하여 70km에 이르는 도로망을 구축한 것은 용담댐이 처음이다.
용담댐이 준공 된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용담댐은 현재 전북을 비롯한 2개도와 6개시군, 44개 읍면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난을 해결하고 있다. 총 저수량 8억 1500만m²의 용담댐이 없었다면, 전주 · 군산 · 익산 사람들은 금강하류에서 생산한 수돗물을 먹을 수밖에 없고 대표적인 물 부족 지역의 오명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질은 고사하고 수량도 턱 없이 모자라 수시로 제한급수지역이 되었던 90년대를 떠올려보자. " 같은 물을 나누어 먹으면 성정이 같은 사람이 된다"는 신수불이(身水不二)를 기억하면서, 도수터널을 통하여 깨끗하고 맑은 물을 먹게 된 오늘을 우리는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용담댐 준공 10년은 한편으로 용담호 수몰 10년이다. 용담댐은 진안군 950만평의 수몰지역의 희생위에 세워졌다. 1개읍, 5개면, 68개 마을이 고스란히 물속에 잠기면서 수많은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야했다.
더이상 갈수 없는 고향, 실향민들은 그 꿈속의 고향을 가슴속 한(恨)과 설움으로 안고 살아간다.
근래들어 용담댐의 문화적 가치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용담댐 인근만해도 마이산, 운장산, 구봉산과 연계한 문화 · 생태 · 관광자원은 미답(未踏)의 처녀지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최근 개통된 익산-장수 고속도로를 통해 경상권을 겨냥한 지역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각종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 관광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안출신 화가 김학곤은 용담댐이 수몰되기 몇 년 전부터 물에 잠길 마을 하나하나를 크게는 300호 작게는 50호로 30여 작품을 그림으로 남겼다. 지금은 갈수 없는 고향은 그의 화폭속에서 더욱 큰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혼(魂)과 눈물이 깃든 김학곤의 그림을 보노라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작품을 모아 담을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도 세우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전주에서 용담댐으로 가는 도로에 조차 제대로 된 표지판도 없는 상황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물에 잠긴 옛 고향에서는 돼지 잡는 날이 축제날이었다. 시집, 장가가는 날도 있었고, 상여가 나가는 날도 있었다.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아 창작판소리 '용담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떨까.
수몰민들이 한데 모여 '꿈에 본 내 고향'을 함께 부르는 기념사업이 '문화콘텐츠'로 만들어져서 마음을 적시고 영혼을 달래야 한다.
올해는 특히 용담댐 준공 10주년을 맞아 실향민들을 위로하고, 용담댐 인근 지역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활용한 문화행사 개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이나 관련기관에서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용담댐의 역사를 담은 문화축제를 만들자. 그것은 곧 지역의 문화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의미있는 시도이자,
사라져가는 삶의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기도 하다.
/여태명(용담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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