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식품클러스터추진단 수석전문관)
수수팥떡을 볼 때 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호랑이와 떡장수 엄마'의 전래동화다. 우리 조상들은 이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자녀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생일날 수수팥떡을 받는 아이들이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 떡을 보다 맛있게 먹도록 지혜를 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거나 동화책과 만화책을 보면서 상상력과 호기심을 키우고, 청소년기 이후에는 다양한 소설 등을 읽으면서 지적인 호기심을 달랜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돌아보면 지금도 우리의 일상생활은 온통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영화, TV, 소설, 게임 등 우리가 즐기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고등종교의 심오한 경전(經典)까지도 이야기 형태로 되어 있다. 아마 우리 인간에게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즐기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이야기 개념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킨 소위 스토리텔링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란 잘 아는 바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팔려고 하는 상품에 이야기를 입혀 들려줌으로써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마케팅을 하는 상술(商術)이다. 즉, 오랜 동안 이야기에 길들여진 인간의 습성을 이용한 판매 전략인 것이다. 상품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을 사기보다는 그 상품에 들어있는 흥미 있는 이야기를 구매한다고 마케팅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스토리텔링은 또한 세계적인 명품으로 가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품에는 거의 모두 그 상품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을 대표하는 와인인 샤토 라피트 로쉴트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나폴레옹 3세가 개최한 등급품평회에서 첫 번째로 1등급을 받으면서 명품 반열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초콜릿을 세계적인 기호식품으로 발전시킨 발렌타인데이 역시 로마시대에 장렬하게 순교한 성(聖)발렌타인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의 산물이다.
스토리텔링이 반드시 사실에 입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실이면 좋고 아니면 허허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이야기가 없어도 즐겼을 것에, 다만 호기심이라는 맛(?)을 첨가하여 좀 더 재미있어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익산시에 국가식품클러스터(FOODPOLIS)라는 식품전문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익산시는 마한?백제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천년의 고도(古都)로, 발굴되지 않은 문화재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가 아직도 도처에 묻혀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원형 그대로의 백제시대 사리장엄이 발굴되어 다시한번 세간의 경탄을 자아냈던 미륵사지석탑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무왕(서동)과 선화공주의 천년에 걸친 사랑 이야기가 지금도 이곳에서는 현재 진행형으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이러한 천혜(天惠)의 스토리텔링 보고(寶庫)에 국가차원의 식품클러스터가 세워지는 만큼, 스토리텔링의 귀중한 소재가 되는 이야기들을 폭넓게 발굴?각색하여 클러스터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식품에 입히게 된다면 세계 식품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명(名)제품이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건국설화부터 식품을 주제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던 배달민족이 아닌가.
/이영주(식품클러스터추진단 수석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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