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영(정읍농협 조합장)
요즘 메스컴에서 쌀값에 대한 문제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권은 6.2지방선거에 몰두하고 설상가상으로 천안함 사태까지 겹쳐 이러한 농촌 현실은 전혀 안중에도 없으니, 시름이 깊어가는 농업 현장을 보는 마음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이맘때 벼 40Kg한포대당 5만2천원 하던 것이 지금은 3만9천원에도 미치지 못하니 농촌 경제가 언제 파산 지경에 이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정읍관내 농협이 이러한 가격 하락을 예측하고 작년산 벼 자체 수매가를 4만4천원으로 결정할때 농민단체와의 갈등이 심했던 것도 현재 농촌의 어려운 단면을 나타냈던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생산량 증가, 쌀소비 감소, 정부의 정책부재, 대북지원 불투명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수 있겠으나 그러한 원인을 탓하기 전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부의 농정 정책을 보면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 수매물량을 줄이고 그 잉여 물량에 대한 대책이 없다보니 농민과 최일선에서 접하고 있는 지역 농협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정읍관내 농협의 예만 보아도 2008년산 벼 자체수매 물량 115만 가마에 대한 원가 손실과 보관시설에 대한 고정투자와 관리비를 계산하면 1년간 벼에서만 약 52억원의 적자를 보았고 금년도 에도 그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어, 이러한 현실이 되풀이 될 경우 과연 우리 지역에 살아남을 농협이 몇개나 될지 걱정 하지 않을수 없다.
쌀은 농협만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식량 안보 차원에서 정부나,지방자치 단체에서 수급과 가격을 조절해 주어야 하는 품목이다.
지금의 최선의 해결책은 그 첫번째가 현재 보관되어 있는 벼 20만톤 이상의 시장 격리를 조속히 실시하는것이다.
지난해 이맘때도 단경기 쌀값이 수확기보다 낮아 농협과 농업 전문가들이 시장 격리를 요청 했는데도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시기를 놓쳐 8월에야 10만톤을 격리했으나 효과를 극대화 시키지 못했다.
이같은 사례를 교훈삼아 늦어도 5월 안에 20만톤 이상을 과감히 시장으로부터 격리 해야만이 농협등 시장 참여자들의 동요를 막아 홍수 출하로 인한 쌀값 하락을 막을수 있는데 농식품부는 격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데 재경부의 생각은 벼가 농가에 있으면 농가를 위한 대책이 되지만 대부분의 벼가 농협에 있으니 농협을 생산자 단체가 아닌 유통업자로 보고 농협을 위한 대책은 어렵다는 의견이란다.
정부와 달리 농협은 생산량 전량을 적정가격에 매입하여 유통시켜주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해야할 가격지지와 수급 조절까지 농협에서 떠맡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농협을 위한 대책은 어렵다니 너무나 무책임한 발상이 아닌가?
농협 경영이 어려워지면 농협이 농민을 위한 사업을 할수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 농협의 어려움은 농민의 어려움과 직결 되는데 이후 농촌의 붕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최후까지 살아남을 산업은 두말할것도 없이 농업이다.
바꿔 말하면 먹거리 만큼 중요한 재화는 세상에 없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그게 뭐 대수겠느냐" 는 식의 비관론에 빠져 있는 현재의 농업 농촌을 살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다져야 하는 길은 정부의 적극적인 농업 지원 정책뿐이다.
/유남영(정읍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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