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환(전북도 전략산업국장)
몇 년전 시청률 50%를 넘어선 '주몽'이라는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드라마에서 부여 철기방의 야철대장이었던 모팔모는 초강법이라는 강철검 제조기법을 개발해 부여가 한나라의 공격을 막아내고,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서 모팔모가 개발한 초강법이란 강철검 제조과정에서 철속의 탄소함량을 낮추고 불순물인 황(S)과 인(P)을 제거해 기존 강철검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오늘날로 말하면 소재원천기술에 해당하는 것이다.
소재원천기술의 보유여부가 고대국가의 흥망을 결정했듯이 현대국가의 산업경쟁력은 부품소재기술에서 시작되고 있다. 오늘날 신소재 개발을 둘러싼 국가간, 기업간의 경쟁은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디젤엔진 분야에서 세계1위 브랜드를 자랑하는 독일기업 보쉬는 자동차부품과 자동화기기 등 부품생산만으로 2000년에 이미 연매출액 40조원을 기록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이자, 우리나라의 매출액 2위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32조원)을 능가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화학기업 도레이는 섬유,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 소재분야만으로 지난해 매출액 18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래 핵심소재로 부각되고 있는 탄소섬유에서는 전세계 생산량의 30%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기술선진국으로부터 들여온 소재 및 부품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전략을 택했던 우리나라 산업계는 오랫동안 '목에 줄이 감긴 물새 가마우지'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목에 줄(부품소재산업)이 감겨 있어 생선(완제품)을 삼켜도 곧바로 주인(일본 등 기술선진국)에게 바쳐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전북도는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미래형자동차부품, 첨단농기계부품, 초경량 고강도 탄소소재 등 3대 부품소재분야를 비롯하여 태양광, 풍력, 방사선 융합기술(RFT), 인쇄전자, 플라즈마 등 원천기술분야에 총 1조282억원을 투입하여 R&D-제조-서비스 기능을 망라한 첨단부품소재 공급기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로, 2005년 155개에 불과했던 자동차 부품업체수가 2009년에는 278개로 증가하는 등 사업체수·종사자수·급여액 부문에서 전국 최고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역내 자동차부품산업의 상대적 집적도는 울산에 이어 전국 2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중 하나인 한국 과학기술연구원이 2008년 완주에 분원을 설치하고 1700억원을 투입, 동북아 최대의 복합소재연구소 건립사업 추진과 함께 미래형 자동차부품·건축자재 생산 등 탄소산업의 본격육성을 위해 3500억원 규모의 탄소밸리 구축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효성, 금호석유화학, 한화나노텍 등 굴지의 기업들이 전북투자를 확정하여 기업 유치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아울러 한국센트럴, 세명테크 등 자동차부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글로벌 중소기업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특히 태양광 부품·소재분야에서는 OCI, 솔라월드코리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전북도에서 탄생하는 등 현재 수출액면에서 도내 전체의 65%인 44억불을 차지할 정도로 부품소재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전북도는 전국의 90%를 차지하는 상용차 생산능력과 더불어 세계적인 기술능력을 보유한 태양광 부품산업 등 부품소재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100개 이상의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을 육성해 나갈 큰 꿈을 키우고 있다.
/이금환(전북도 전략산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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