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을 쉬니 얼음이 다 마르는 것 같네"
한여름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0일 과천시민회관 빙상장.
쇼트트랙 학생 선수들이 한 명씩 얼음을 지칠 때마다 링크 주변에 모여든 대한빙상경기연맹 집행부 이사진과 사무국 직원들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정빙기가 들어오는 시기부터 중간 휴식 시간, 선수가 레이스에 나서는 순서 등 세부적인 내용을 조금씩 조정해 가며 경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묘안을 짜는 데 골몰했다.
이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과천 빙상장에서 2010-2011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타임 레이스 예행연습을 열었다.
대표선발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고자 올 시즌 선발전부터 치르기로 한 타임레이스(일정 구간의 통과 속도를 겨루는 방식)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 만든 자리다.
레인 구분 없이 경쟁해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대로 순위를 정하던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경기를 치러야 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조정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수천 분의 1초 단위까지 경쟁이 펼쳐질 수 있는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똑같은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24명의 선수가 겨루는 타임레이스에서 첫 주자부터 마지막 주자까지 조건에 차이가 생기면 다시 잡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예행연습에서는 남녀 선수가 한 차례 경기를 치를 때마다 정빙기가 들어와 빙판을 정리해 다시 깨끗한 경기장을 만든 다음에야 이어 경기를 치렀다.
김형범 경기이사는 "빙판의 작은 흠집 하나에도 승부가 갈릴 수 있는 만큼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빙기를 너무 자주 운영하다 보니 빙질이 달라지는 것이 문제다. 얼음이 녹아 빙질이 물러지면 속도를 내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
황용식 시설이사는 "원래 빙판은 영하 7도를 유지하는데, 이렇게 자꾸 빙판을 정비하다 보면 온도가 올라가고 얼음이 물러진다"는 고민을 전했다.
때문에 정빙을 끝내고 나서 흥건히 젖은 빙판이 마르는 시간을 벌도록 쉬는 시간도 끊임없이 조정해 가며 레이스를 치렀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경기가 너무 늘어질 수 있기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막바지에는 남녀 각각 두 명씩의 선수가 경기하고 나서 정빙기를 들이는 등 조정을 거듭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날 시험해 본 결과를 토대로 내부 회의를 거쳐 세부 운영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운영 묘안'을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일단 타임레이스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안팎에서 터져 나왔던 잡음을 없앨 가능성은 커 보인다.
우선 한 선수씩 속도를 겨루는 만큼 올해 문제를 일으켰던 '짬짜미'는 아예 설 곳을 잃어버렸다.
또 판정에 대한 논란 역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예행연습을 지켜본 권복희 심판이사는 "스타트에서 더욱 민감해져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심판들의 부담은 줄어들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날 스타터로 참가한 김상철 심판 역시 "출발은 더 민감하게 봐야겠지만 스타터의 부담도 줄었다. 기존 경기에서는 6가지 기준에 따라 부정출발을 따졌는데, 선수의 책임 소재를 가릴 필요가 없으니 간편하다"고 평가했다.
직접 타임레이스를 벌인 선수들도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예행연습에 참가한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선수들은 "혼자 달리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더 마음 편히 레이스를 펼칠 수 있어 좋다.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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