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한국수자원공사 전북지역본부장)
국격(國格)이란 말이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 이후 국격이란 말이 더욱 자주 사용된다.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이 국가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국격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은 준법정신, 문화, 예술의 고양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사회나 국가의 바람직한 공통 요소즉 글로벌 스탠다드가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다음 4가지로 요약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첫 번째 요소는 안전(safety)이다. 안전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로 존중된다. 홍수, 가뭄, 지진 등 자연재해나 건물의 붕괴 및 치안상태의 불안 등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에 철저히 대비하여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요소는 차별 없애기(indiscrimination)이다. 성(性), 피부색, 장애, 지역 등에 의한 차별이 없이 누구든지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요소는 윤리(ethics)다. 사회나 조직이 투명하고 부정부패가 없는 문화와 시스템을 갖춘 사회를 추구한다. 네 번째 요소는 환경(environment)이다. 환경을 잘 가꾸고 보호하여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일에 우선적 가치를 두는 것이다. 이렇게 국격을 향상시키기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우선 안전성 면을 보면 더 이상 딱 들어 맞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주목적은 홍수와 가뭄에 대처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홍수와 가뭄은 역사 이래 수없이 반복되었다. 현재에도 똑같이 일어나 여름철 홍수피해와 갈수기 가뭄으로 물 걱정을 하고 있으니 4대강 사업은 언제해도 해야 될 사업인 것이다.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왜 그때 하지 않았느냐고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2002년 태풍 "루사"때 209명이 숨지고 재산피해만 5조 1,479억원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기후변화로 이러한 재난이 언제 어느 지역에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차별 없애기와도 관련이 있다. 홍수가 나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대개 못사는 사람들이다. 저지대나 반지하집에 살고 있고, 또 농사짓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에 들어 만들어진 거대한 사회적 인프라 시설인 인천국제공항, KTX 철도 등은 세계적 수준으로 국격을 높이고 있지만 실제 이용객은 주로 잘사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입된 국가예산은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예산과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 국가예산 배분에 있어서의 차별화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환경적 가치와도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산업화과정에서 하천의 수량 특히 수질에 관심을 갖지 못하였고 하천 생태계 보호에도 소홀하였다. 특히 영산강이 그렇고 낙동강이 그렇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도시지역 및 농경지 개발에 따른 토사가 수십 년간 하천에 쌓여 하천바닥이 높아졌는데 제방만 높일 것인가? 공장폐수, 농사에 따른 비료 등 유기물질로 수질이 오염되어 생태계가 신음하고 있는데도 그대로 둘 것인가? 이제는 하천 바닥에 있는 토사와 오염원을 걷어내고 오염원 유입을 적극 차단하여 하천에 생명이 펄떡이게 하고 국민들이 마음껏 이용하게 하는 친수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민주사회에서 비판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오히려 비판이 전혀 없다면 그것이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에서도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의견을 잘 수렴하고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국가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일이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을 통하여 자연재해에 강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배려하며, 환경적으로 건강한 하천공간을 만들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워지고 국격이 높은 그런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경수(한국수자원공사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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