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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상이변 곡물파동 대비하자

조영철(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

 

이번 여름 어느 밤 TV 리모컨을 움직여 채널들을 바꾸다가 '한니발 라이징'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때는 춥고 배고픈 겨울이었고,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10살 미만의 어린 남매가 있었다. 여기에 독일군의 패잔병들까지 가담했다. 모든 것이 악조건이었고, 결국 극한의 배고픔은 자신들의 생존을, 그리고 어린 생명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선택했다. 이 비극의 원인을 단 한 마디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배고픔, 즉 생존이다.

 

우리는 우리의 '배고픔, 즉 생존'을 보호 하기 위해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부가적인 결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세계적인 흐름에 민감하게 눈과 귀를 집중해야만 한다.

 

이에 요즘 다시 대두되고 있는 용어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으로,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상승이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지난 2008년 중국 등 신흥 국가의 식품 수요 증가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감소, 이로 인한 곡물에 대한 투기, 그리고 고유가로 바이오연료의 수요급증 등 여러 원인을 통해 급격히 상승되는 곡물 가격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었었다.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곡물값이 오르고 있다. 이번 진원지는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과 가뭄, 그리고 잦은 산불 발생이 겹치면서 밀의 생산량이 급감했다. 결국 러시아는 연말까지 자국의 밀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이는 국제 곡물시장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국제시장의 전망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올 하반기 국제 곡물 재고율(출하량 대비 재고량 비율)은 21%를 유지하고 있어 2008년 당시 14%라는 사상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곡물 파동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2008년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했던 유가는 최근 75달러 수준으로 안정적이며, 이에 곡물운송비용의 부담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국내 밀 최대수입국인 미국의 경우 예년 수준의 작황이고, 국내 제분업체들의 밀가루 재고로 3~6개월분을 확보하고 있다 하니 올 한 해는 무난히 넘길 듯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의 경우 독보적인 자급률을 자랑하는 쌀(2009년 기준 98.0%)을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 2009년 기준)은 26.7%로, 밀은 0.5%, 옥수수 1.0%, 콩 8.4% 등은 여전히 낮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2001년 이후 계속해서 쌀의 경우 재배면적 감소와 품질 고급화 등을 통해 생산량 감소를 유도하고 타 작물재배를 권장하고 있지만 곡물자급률 1% 높이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소비시장은 콩, 밀, 옥수수, 사료작물 등 곡물에의 수요가 높고, 계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이에 휴경농지, 벼의 대체 및 후작 등을 통해 곡물 생산량을 확대하여 농가소득 창출을 꾀하여 곡물자급률 확보에도 좋은 영향을 끼쳐주기를 우리 농업인들에게 다시 한 번 더 당부하고 싶다.

 

물론 국제적·국내적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원가절감을 위한 친환경 기술과 재배법 연구에도 개별 농업인, 민간 기업, 농촌지도기관 등 관계자들의 선한 경쟁을 통해 앞다투어 우리 농업인에게 보급·전파하여야 하겠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농업에 눈을 돌리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보존하여 국내자급률을 확보하는 것이야 말로 지열을 식히고, 지구가 숨쉴 수 있는 산소의 확보를 가능케 하는 것이므로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예방·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영철(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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