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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창호 국수와의 手談, 그 떨림과 환희

이성남(전북지방조달청장)

 

해마다 중추절이 다가오면 이창호배 전국아마선수권바둑대회가 전주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이 국수가 메이저급 국제대회를 모조리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하자 세계바둑의 중심을 한국으로 옮겨놓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아마최고권위의 기전이다. 올해도 제12회 대회가 9월18일부터 이틀간 전주배드민턴 경기장에서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 필자는 이창호국수와 기념대국을 갖는 행운을 가졌다. 이곳 기자들과 전주시 그리고 이창호사랑회의 추천으로 기념대국을 갖게 된 것이다. 반상의 제왕 이국수와 기념대국을 갖는다고 생각하니 떨리면서도 가슴속 깊이 솟아오르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국수가 누군가? 세계바둑선수권을 23회나 제패한 불멸의 기록으로 인하여 중국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韓流의 원조이며 중국인 들이 한국바둑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한 恐韓症의 장본인이 아닌가.

 

최근 이국수의 성적이 예전만 못하다. 그럼에도 이국수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중국인 들은 지금도 세계대회에서 누가 우승하기를 원하는가하는 설문에 자국의 기사들을 제쳐놓고 이국수를 꼽는 이가 많다. 사람들은 왜 이국수에게 이처럼 매료 될까? 정상의 자리에서도 항상 겸허한 그의 인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국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화제의 중심은 11월 그의 결혼에 관한 얘기였다. 못 다한 아쉬운 얘기는 차일을 기약하고 곧바로 手談으로 들어갔다. 평생 잊지 못 할 대국이니 좋은 기보를 남겨야 하지 않나 하는 욕심에 며칠 전부터 나름의 작전을 구상해 왔다. 盤上無人而棋者爭先이라! 그래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선수를 잡자.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데도 이국수를 막상 대하니 산처럼 묵직한 돌부처의 느낌이 엄습해온다. 한수 한수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장강의 도도함 마저 느낀다. 반상에 펼쳐지는 千變萬化의 모든 흐름을 그가 꿰뚫고 있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수가 보이지 않는다.

 

반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수성에 치중하다보니 갈수록 형세는 좁혀져 대국을 마치고 계가를 해보니 한집 패. 비록 4점 접바둑 이였으나 아쉬웠다. 종국 후 가볍게 목례를 하니 승부처를 가리키며 한참을 복기하여준다. 고마웠다. 수담을 한번 나누고 나니 이국수가 십년지기처럼 가까이 느껴진다.

 

대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10여년 이상 세계 바둑의 정상에 있는 이국수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함께한 나 자신에게도 뿌듯함을 느꼈다.

 

최근 중국이 바둑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프로기사를 육성하고,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게 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금메달이 3개나 걸린 종목인데도 개인 메달이 없다는 것이다. 다분히 이국수를 의식해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바둑의 세계스포츠화는 머지않다. 지금까지는 한중일 동양 삼국 위주로 경기가 열렸으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 세계 각국의 바둑 지망생 들은 최강 한국바둑을 배우기 위해 몰려 들 것이다. 스포츠는 이렇듯 관광산업에도 효자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국바둑의 시작과 정점에 있는 전북이 세계바둑시장을 선점해 가기 위해서는 이들 바둑 지망생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그 시작의 일환으로 이창호바둑관을 짓는 행마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전북의 정계, 관계, 민간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그 묘수를 찾아야 할 때다.

 

끝으로 이국수의 결혼을 축하하며 그의 결혼생활이 두터운 사랑으로 가득하고 바둑도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

 

/ 이성남(전북지방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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