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 1500m·10km 2관왕 전북체고 2년 심종섭
"아빠 때문에 뛸 수 있었어요. 아빠가 힘드니까 조금이라도 힘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 하지만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 심종섭 군(전북체고2년)은 두 팔을 쭉 뻗으며 환하게 웃었다. 뒤이어 들어온 선수들이 트랙에 픽픽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제91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고등부 10km 마라톤에 출전한 심 군이 31분08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열린 남고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대회 2관왕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누가 가장 생각나느냐는 질문에 심 군은 주저없이 "아빠"라고 말했다.
심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금은 아버지를 의지하며 살고 있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탓에 아버지는 대전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고, 심 군은 수년째 정읍의 한 월세 방에서 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심 군의 얼굴에 이같은 아픔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정읍중 1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한 심 군은 "달리는 게 재미있어 계속 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군은 더이상의 깊은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10대 청소년이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를 달리기를 통해 떨쳐낸 것으로 들렸다.
대회에 앞서 심 군은 1500m 우승을 목표로 세웠다. 10km 마라톤은 가볍게 뛴다는 생각이었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요하는 중장거리인 1500m와 지구력과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한 10km 마라톤을 동시에 우승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 군은 두 종목에서 모두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167cm, 54kg. 또래 운동선수들이 175cm 안팎인데 비하면 심 군은 상당히 왜소한 체구이고 이는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무게를 떨쳐내듯, 심 군은 단점도 손쉽게 이겨냈다.
심 군을 지도하고 있는 전북체육고등학교 한범대 육상 감독은 "종섭이는 스피드, 지구력, 정신력의 3박자를 두루 갖췄다"며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정신력이 상당히 강한 선수다"고 평했다.
올해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속리산에서 40일간 진행된 하계훈련 과정에서 실력이 급상승했다는 심 군은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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