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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배구하러 가요"

창단 6년 전국대회 휩쓰는 이리영등초 어머니 배구단

지난달 25일 익산에서 열린 '제4회 익산시장기배구대회'에서 아줌마들이 일을 저질렀다. 이리영등초등학교(교장 채종순) 어머니 배구단이 우승을 한 것이다. 학창 시절 운동했던 사람이라고는 고작 2명. 12명은 배구단에 들어와 처음으로 배구를 시작한 초보들이었다.

 

주인공은 채영선(회장) 임은옥(주장) 이미숙 전순화 김미순 이경화 박영란 조완순 정동희 이혜정 한영순 차영화 김애경 전철하씨. 33세부터 45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어머니 배구단 우승의 동력은 무엇일까. 4년째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임은옥(41)씨는 기적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는 일주일에 2~3번 학교에 모여서 연습하고, 그간의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타 지역 잘하는 팀과 밤에 연습 경기를 많이 했어요. 저는 초등학교 시절 2년 정도 배구를 했고, 또 다른 분은 정구 국가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 둘을 제외하면, 다른 분들은 '초짜 아마추어'나 다름없습니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죠."

 

지난해부터 전국대회 출전 경험이 생기면서, 경기 운영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도 있었다. 올해만 해도 '진안홍삼배 전국남여배구대회'에서 전국 3위,'전국국회의장기배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5 경기 모두 2 대 0으로 승리했다.

 

이리영등초등학교 어머니 배구단은 지난 2005년 창단, 올해로 6년째 활동 하고 있다. 김환상 감독(영등초교 체육교사)이 지도하고 있지만, 실제 연습은 어머니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집안일을 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남편의 내조도 한 몫 한다.

 

"배구단원 모집할 때 남편의 동의를 꼭 얻으라고 당부합니다. 가족들은 제2의 선수들이나 마찬가지거든요. 특히 남편들이 적극 지지해주고 대회 당일에 와서 응원도 해주기 때문에 우리의 실력 이상을 발휘하게 되죠."

 

어머니 배구단 수준은 익산에서도 수준급에 속한다. 더 많은 실력을 쌓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팀들과 연습경기도 자주 갖는다. 그래야 자신들의 실력을 측정할 수 있고, 또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부상도 있게 마련. 전순화씨는 결승전에서 점프하고 내려오다 오른쪽 무릎 연골에 부상을 입었다. 특히 공격수를 맡았기 때문에 경기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 메워준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팀의 장점 중 하나가 선수간 단합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을 때도 있죠. 그래서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습니다. 문제들을 그때 그때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그 어느 팀보다도 팀워크가 좋다고 자신해요."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 또한 좋은 성과의 요인이 된다.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나와서 응원한 학교는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관심이 없었다면 우리 배구단이 이렇게까지 잘 유지될 수가 없었겠죠."

 

어머니들에게 배구는 이제 또 하나의 삶의 활력이다. 배구를 하면서 체력은 물론이고 삶에 리듬감이 더해져 활력이 넘치게 됐고, 가족들과도 더 잘 소통하게 됐다. 이리영등초 어머니 배구단의 앞으로의 경기도 기대가 된다.

 

김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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