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남(전북지방조달청장)
유난히도 날씨가 고르지 못하였던 금년 여름을 생각하면 가을에 수확할 게 있을까하는 염려가 앞섰는데 황금들녘을 바라보면서 구슬땀을 흘린 농부의 가슴속에 결실이 익어가는 것을 보고 가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국가적인 행사 G20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전쟁발발 60여년 만에 폐허를 딛고 일어나 G20 의장국이자 주최국이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전에는 외국정상들이 정상회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의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는데 이제 그들과 당당히 함께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속에 잔잔한 흥분이 인다.
G20정상회의는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를 협의하는 국가정상들의 협의체다. 이들 협의체에서 만든 규칙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세계경제를 규율하는 위치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로 우리나라는 회의 개최뿐만 아니라 의제설정, 토론, 결론 도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직접효과 1,023억원과 간접효과 21조5,373억원을 합쳐 21조6,3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월드컵의 경제효과보다 훨씬 큰 규모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기대효과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우리의 훌륭한 전통문화를 알리고 국가 신용도를 높이는 등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훨씬 크지 않을까? 개인이나 국가나 자긍심과 신용이 있을 때 미래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수준은 OECD 30개국 중 19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평균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브랜드란 개인이나 기업,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뜻한다. 부자지만 존경을 받지 못하면 졸부가 되고 국가가 신뢰를 잃으면 국민이 2류 취급을 받는다.
전후 반세기만에 수출7위, 무역규모 9위, IT강국 등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짧은 기간에 경제적인 위업을 달성하고도 국가브랜드가 턱없이 취약한 것은 시민의식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게 주된 원인이라 한다.
오천년의 찬란한 문화와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화수준과 시민의식이 낮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속 깊이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국가나 개인이 발전하는 데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있다. 위기를 잘 수습하여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과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영국의 타이타닉호 침몰은 대영제국의 신사도를 오히려 세계에 알렸고, 최근 칠레의 광부 매몰사고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이 국가브랜드를 높인 좋은 예다.
우리도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영국이나 칠레처럼 국격을 승격시킬 수는 없을까? 길은 먼데 있는 것 같지 않다. 줄서는 것, 공용시설의 청결함, 안전의식 등 기본적인 시민 의식을 갖고 동참하면 훨씬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가을 하늘이 몹시도 맑고 청명하다. 그러고 보니 만산홍엽이 울긋불긋 그 자태를 자랑하고 노란 물결로 출렁이는 황금들녘의 곡식들은 허리를 굽히고 유난히 겸손을 떤다.
마치 정상회의를 맑은 웃음과 단정한 옷차림,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동참하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이제는 우리도 G20의장국의 격에 맞게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질 때도 된 것 같다.
/ 이성남(전북지방조달청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