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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북예총 하림 예술상' 이라니

은종삼 (전 마령고등학교장·수필가)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 지역별로 또는 어떤 분야에서 사회에 크게 공헌한 분들을 기리는 시상식이 있다. 매우 고무적인 행사이고 우리 사회의 미덕이라 할 것이다.

 

전북일보 12월 20일 자 보도에 의하면 전북예총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예술인에게 시상하는 제14회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의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하며, 지난해까지 '전북예술상'으로 수여해오다가 (주) 하림이 상금 전액을 부담하게 되면서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으로 이름을 변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올해 본상 수상자 6명에게 2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고 했다.

 

필자는 이 보도를 접하고 지역 말석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수상자들에게 축하에 앞서 쓴 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전북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아니 상금과 행사비 2천여만 원 때문에 10년이 넘게 써온 거룩한 상의 이름을 바꾸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전북예술상' 이 얼마나 값진 이름인가. 상이란 상금보다도 누가 주는 상인가가 더 중요하다. 전북예술상이란 전북인이 주는 상이다. 그러나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은 전북예총이라는 단체에서 특정인 '하림'이 주는 상으로 격하된 것이다.

 

이달 들어 두 군데 시상식에 가본 일이 있다. 한 곳은 지역신문사에서 전북교육청과 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14년간 꾸준히 이어온 '전북교육대상'이다. 도지사와 교육감이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말 그대로 '전북교육대상'이 된 것이다. 널찍한 연회장에서 고급스런 오찬까지 겸한 품격 있는 행사였다. 상금액과 행사 규모로 보아 꽤 많은 경비가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상 이름에 후원 재단 이름은 넣지 않았다.

 

다른 한 곳은 전북문인협회의 제22회 '전북문학상' 시상식이다. 수상자 3명에게 300만원씩의 상금과 상패를 주고 만찬도 곁들였다. 천여만 원의 행사비용은 고희를 넘긴 교육자 출신 독지가가 매년 전북문학 발전을 위해서 후원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상 이름은 '전북문학상'으로 만족한다. 만일 후원자 이름이 들어갔다면 전북문학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후원자가 더욱 돋보인다.

 

대부분 문화예술 단체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나 독지가의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옹색하더라도 후원자의 이름으로 상을 만들어준다면 이미 그 상은 전북예술상이라 할 수 없다. 상을 받는 자도 후원자도 다 같이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전대로 '전북예술상'으로 하면 후원자 하림도 기업의 사회적 격이 한층 높아지리라 의심치 않는다. '은혜를 베풀거든 보답을 바라지 말라(施恩勿求報 與人勿追悔)'고 한 선인의 가르침이 절실하게 떠오른다.

 

/ 은종삼 (전 마령고등학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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