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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면

서호련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군대간 비사다. 1941년 케네디는 하버드법과대학원 재학 중 육군 장교 후보생 시험, 해군장교 후보생 시험에서 잇따라 낙방을 하였다. 그는 억만장자 아버지에 애절한 편지를 썼고, 아버지는 정계와 군(軍)의 인맥을 움직여 아들을 해군에 집어넣었다. 모두가 2차 대전에 참전 하는데 이 국민 대열(隊列)에서 낙오하게 되면 장래 나라의 지도자는 커녕 어떤 공직에도 갈 수 없는 것이 당시 미국의 도덕률이었다. 이렇게 해군에 들어가 훗날 남태평양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은 그는 평생 진통제와 각성제의 힘으로 살아나갔다.

 

트루먼은 안경이 없으면 장님과 마찬가지인 지독한 근시였다. 그런 그가 1차 세계대전에 포병 대위로 프랑스에서 싸웠다. 시력검사표를 달달 외워서 신체검사를 통과한 덕분이다. 케네디와 트루먼의 이야기는 어수룩하게 보이는 미국이 사실은 무서운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1916년 6월 영국군은 프랑스 북부 솜강(江) 지역 전투에 25개 사단을 투입했다. 이 전투 첫날 7만여명의 영국군이 전사했다. 소대와 분대의 앞장을 선 것은 귀족 또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젊은 소위들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50년대 차례로 영국 총리를 지낸 애트리· 이든·맥밀런이 이런 지옥과 같은 전투의 생존자들이었다. 세 사람은 전쟁이 끝나고 대학에 복학(復學)했으나 함께 전쟁에 나갔던 학우(學友)의 3분의 1은 끝내 학교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아들 제임스 루즈벨트는 2차 대전 때 해병대 제 2기습대대에서 복무 중 마킨 제도의 일본군 기지를 기습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을 앞두고 이 작전에서 제외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인즉 만약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일본군의 포로가 되거나 전사하거나 하면 일본군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전쟁에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완강히 거절했다. 니미츠 해군제독까지 나서 설득했지만 실패하자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이를 만류토록 건의 하였다. 대통령은 해군 참모총장 킹 제독에게 '내 아들은 제 2 기습대대의 장교다. 내 아들이 위험한 특공작전에 가지 않는다면 누가 그 작전에 가겠는가?' 라며, 그를 특공작전에 참가 시킬 것을 지시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네 아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2차 대전에 참전 하였다.

 

고풍어린 하버드대학 교내 예배당 벽에는 한국전에 목숨을 바친 17명의 하바드 출신 병사들의 이름이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미국의 한 도시에서 한사람이 나올까 말까하는 '미국의 희망'들을 한국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내 보냈다. 이것이 영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즈 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진 직후 청와대에 모인 안보담당 요직들의 90%가 군 미필자들이었다고 한다. 이런 대통령 이런 총리 이런 장관 이런 국회의원 이런 도지사가 전방을 지키는 나라, 이런 자 들이 지도자 자리를 몽땅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과연 적과 싸울 수 있는 국가인가?

 

최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도층 자제 전방복무 발언은 밑도 끝도 없이 던진 단발성 화두에 불과하다. 이 사안은 정부의 강제성 조치로 될 일이 아니고 국민의 자발적 애국심에 바탕을 둔 안보의식의 고양이 선결 문제이다. 애국심도 그렇다. 가진 자는 다 빠지고 없는 자들 만이 군대에 가는 불공정사회에서 어떻게 애국심이 발로 되겠는가?

 

/ 서호련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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