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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칼럼] 정운천의 정치실험

요즘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석패율(惜敗率) 제도의 전도사가 됐다. 가는 곳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한다. 영·호남 간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이 제도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된 뒤 첫 당무회의 때 당돌하게도(?) 석패율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한 주인공이다. 현역도 아닌 정치 초년병이 정치 고수들 앞에서, 그것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치복귀 신고식을 석패율 일성으로 치른 셈인데, 일단 그 용기가 가상하다.

 

그런 뚝심과 용기로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성취해 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지금 전북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가칭)도 말 뿐이고 새만금국제공항은 아예 계획 조차 없다. 국제공항도 없는 새만금을 어떻게 동북아 중심으로 개발한다는 건지 우습기 짝이 없다.

 

자치단체간 경쟁이 치열했던 국책사업 유치에서도 잇따라 헛물을 켰다. R&D특구(6000억), 로봇랜드 테마파크(7000억), 수출용 신형원자로(2500억), 첨단의료복합단지(5조6000억), 국립산악박물관(175억) 등이 모두 다른 지역에 유치됐다. 새만금이 적지라며 전북유치를 요구했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는 아예 논쟁 깜도 안된다.

 

이런 걸 보면 이 정권에서 전북은 존재감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한테 눈 한번 흘기지 못하는 게 전북이다. 참으로 나약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의 창구 기능이 원할치 못하니 소통도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러니 정보에 어둡고 매번 뒷북 치기 마련이다.

 

정운천의 석패율은 이런 걸 읽고 나온 하나의 대안인 것처럼 보인다. 이 제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출마를 동시에 허용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할 경우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를 비례대표에 당선시키는 제도다. 그럴 경우 기존 비례대표 54명 가운데 호남에서 한나라당도 5명, 영남에서 민주당도 8~9명 정도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일당 독주를 마감하고 고착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혜택의 쏠림현상'이 줄어들고 화합과 소통문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정치서비스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2008년 2월 18대 총선을 앞둔 대구 방문에서 '석패율에 기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문제인데 정운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몇명한테는 이미 동의를 받았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설득중이라고 했다.

 

"새만금과 토지주택공사 이전 해법을 찾기 위해 여당의 심장부로 향했다" "전북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여당 지도부에서 직접 조율할 수 있는 최고위원 입성"이라던 자신의 말 대로 심장부에 들어간 이상, 전북의 현안에 대해 뭔가 성과를 나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다짐은 공허한 수사(修辭)에 불과할 뿐이다.

 

이명박정부 첫 농림식품부 장관으로서 그의 1차 정치실험은 광우병 파동으로 낙마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작년 도지사 선거 출마의 2차 정치실험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4%에서 시작해 18.2%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그는 이제 불모지에 싹을 튀우는 상생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

 

"지역주의는 제도로써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생명을 걸 정도로 뛰어들어서 해결해 볼 생각" 이라던 그의 정치실험이 어떻게 결과될 지 지켜볼 일이다.

 

/ 이경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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