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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의 세상보기] 전주의  자원 ‘전주학’ 언제까지 논의만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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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지역마다 ‘지역학’ 연구가 활발하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역사‧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본격화됐다. 호남학, 서울학, 부산학, 경남학, 강원학, 충북학, 제주학 등이 그런 예다. 전북학은 1997년 ‘전북학 연구’라는 제목으로 책 3권이 발행됐다. 

기초자치단체들의 관심도 높다. 수원학, 화성학, 창원학은 관련 연구센터가 설치돼  있다. 전주학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이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연구센터는 아직 없다.

지역학이란 무엇인가? “지역학은 역사‧인문의 범위를 넘어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통합학문이자 글로컬(glocal) 학문이다”(오영교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 이미지, 주민 삶 등과 관련돼 있고 생산적 인프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포괄하는 학문이라고 하겠다. 결국 지역을 자원화하고 마케팅할 근거를 과학화하는 것이다. 

 ‘전주학’은 무엇을 담아내야 할까. 전주는 맛과 멋, 소리, 예향의 고장이다. 후백제 수도였고 조선왕실을 세운 이성계의 본향이다. 전라도와 제주를 호령했던 전라감영이  있었던 곳이다. 한식과 한복, 한지, 한옥 등 한(韓) 브랜드와 K-컬처, 한옥마을은 경쟁력 있는 자원이다. 역사와 문화, 전통에 대한 자긍심이 녹아 있는 곳이 전주다. 

전주를 대표하는 정신은 ‘꽃심’이다. 전주정신정립위원회가 2016년 선포했다. “전주사람은 ‘꽃심’의 정신을 시대마다 다양하게 펼치면서 살아왔다. 이를 삶의 가치로 풀이하면 ‘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의 정신이다”(전주정신 선언문) 

또 동학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점령과 집강소는 동학농민군의 가장 큰 성과다. 민중이 권력의 중심을 장악하고 민주적 가치를 실행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은 전주정신과 정체성의 뿌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박대길 우리문화연구소장) 

전주학 연구는 풍성하다. 전주역사박물관이 시동을 걸어 성과를 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 동안 전주학 총서 50책 간행, 전주학 학술대회 22회 개최, 학술지 14집 간행, 전주학 시민강좌(16기) 등이 진행돼 왔다”(이동희 전 전주역사박물관장)     학계의 노력과 사계의 관심으로 지역학으로서 전주학의 기반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이럴진대 전주학을 놓고 언제까지 논의만 할 텐가. 이젠 전주학에 담아낼 내용물을 간추려 집약하고 책으로 발간해야 한다. 정체성을 정립하고 자료화하는 것, 문화적 역사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이를 자원화‧ 대중화‧ 산업화하는 것, 나아가 정책에 반영하고 마케팅하는 것이야말로 지역학이 추구하는 가치 아닌가. 

농축된 연구를 바탕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능 수행과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기구와 조직, 이를테면 연구센터가 있어야 한다. 지역학 연구센터는 전국에 대학연구소 12개소, 지방자치단체 9개소, 민간 4개소에 이른다. 전주학 연구센터도 전주시정연구원이나 전주역사박물관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학 연구센터는 전북연구원에 있다. 

 “연구센터는 기구축소, 예산감축 등의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쉽게 문 닫지 않고 존속될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박미자 전주시정연구원장) 맞는 말이다. 어느 곳이 적합한지 결정하는 일만 남아있다. 

지난달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개최된 ‘지역정체성과 미래 비전-지방소멸위기 전주학의 해답은?’이라는 주제의 전주학 포럼은 이에대한 전주시의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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