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제조기 '명성'…대학 춘계리그 9연패 '금자탑'
청출어람(靑出於藍])은 '푸른색은 쪽빛에서 나온다'는 뜻으로 후배나 제자가 선배나 스승보다 낫다는 의미로 쓰인다.
원광대 배드민턴부 최정 감독(51)은 청출어람이 틀린말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다.
선수로서 그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으나, 지도자로서는 무려 50여 명이나 국가대표로 만들어낸 때문이다.
대략 국가대표 3명중 한명이 그에 의해 만들어졌고 제자중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은메달리스트가 많았던 점을 보면 지도자로서 최 감독의 능력은 탁월하다.
그는 전주서중, 전주농고를 거쳐 원광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는 등 배드민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가 배드민턴 라켓을 처음 잡은 것은 전주 풍남초에서 박명수 교사를 만나면서부터다.
키는 작았으나 운동신경이 뛰어난 그를 박 교사가 특별활동 시간에 선수로 발탁한 것이다.
박명수 교사는 훗날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주봉의 아버지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중학교나 대학교때 항상 단체전과 개인전을 휩쓸었고 청소년 대표를 지낸 최정은 86년 모교에 배드민턴 코치로 첫발을 대딛어 지금까지 25년째 재직중이다.
제자중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동문, 하태권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재성이나, 손승모, 이재진 등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뚜렷한 성과를 일궈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엔트리는 모두 10명으로, 이중 유연성, 정재성, 김기정, 홍지훈 등 무려 4명이 원광대에서 최정 감독의 손을 거친 선수들이었다.
대학 4학년때 그는 전주농고 후배인 박주봉과 잊지못할 아픈 추억도 가지고 있다.
당연히 후배가 원광대로 진학할 것으로 믿었으나, 박주봉은 교수가 되겠다며 한국체대로 향했다.
전국무대를 휩쓸던 우수한 후배를 놓칠 수 없었던 최 감독은 전주시 서학동 후배의 집을 무작정 찾아갔다.
박주봉의 아버지가 최 감독의 초등학교 은사여서 설득시킬 자신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주봉의 아버지 박명수씨는 당시 도교육청 체육담당 장학사여서 설인수 교육감까지 동원해 "고향에 남아달라"고 호소했으나 거절당한 것이다.
자식의 장래를 위해 자신이 기꺼이 욕을 먹겠다는 부정(父情)이 작용한 때문이다.
박주봉은 선수생활을 마친 후 한국체대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최 감독은 이 사건으로 인해 은사와의 인연은 물론, 후배와도 절연하다시피했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 박주봉과는 화해, 관계를 복원한다.
화해하는 날 최정 감독은"아버님(박명수)께 이젠 서운한 감정이 없다고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대학 춘계리그전 9연패의 금자탑을 세운 지난 2009년 6월, 최 감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중국인) 코치를 영입했다.
매년 전국무대를 휩쓸었지만 지도자로서 자신이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관계자나 체육인 누구도 몰랐으나 스스로 나태해지는 감정을 느끼고 곧바로 코치를 보강한 것이다.
지도자로서 20년 넘게 빛을 봤으나, 최정 감독에겐 사랑하는 제자가 부상으로 운동을 중단한 아픈 일화도 있다.
2004년 정규 시합에서 김태식 선수(당시 3년)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선수 생활을 중단, 이후 기간제 교사 등으로 전전하는 모습을 속수무책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초라함에 울부짖기도 했다.
최정 감독에겐 앞으로 꼭 해야할 일이 두가지가 있다.
첫째 기회가 되면 지도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국가대표팀을 맡아 세계무대에 우뚝 서보고 싶은 꿈이있다.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인해 국가대표 감독직은 안중에도 없었으나, 지도자 생활을 마치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단다.
두번째는 아마추어와 엘리트가 모두 참여하는 배드민턴 아카데미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전국의 엘리트 지망생들이 몰려들고, 건강을 위해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가정주부, 어린이, 노인들을 상대로 맘껏 가르치려는 꿈을 향해 오늘도 최정 감독은 열심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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