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보면 아이들에게 왜 기아를 가르치지 않는 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로 환경 파괴나 전쟁을 꼽았지만 기근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교육에 있다. 우리는 환경 문제나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릴 적부터 교육을 받아왔지만, 정작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기근에 대해서는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만 해도 급식비가 없어 밥을 굶는 아이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기부, 나눔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도덕시간에 남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에 대해서는 배웠을지 몰라도 어떻게 내 것을 남과 나눠야 하는지, 왜 나눠야 하며 그것이 알고 보면 얼마나 쉽고 간단한 일인지 구체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눔이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이 때, 나눔의 가치와 똑똑하고 현명하게 나누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일이 본격적으로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나눔 교육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선행되어야 더욱 효과적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나눔의 효과를 인식시키고 나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시켜 이 사회에 나눔 문화를 뿌리 깊게 정착시키는 열쇠는 바로 부모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나눔을 생활화하고 봉사를 많이 한다면 자녀들도 분명 나눔에 대한 인식과 사고가 여타 아이들과는 남다를 것이다. 이른바 '선한 영향력'이라고 한다. 요즈음 용돈이나 세뱃돈 등을 모아 기부를 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늘었다. 이런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님들이 정기 기부를 하거나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아 자신들도 나눔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에도 자녀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는 어린이·청소년 후원회원이라는 정기후원제도가 있다. 나눔을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수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고, 이를 통해 자녀로 하여금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며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이야 말로 아이들을 바르게 키울 수 있는 참 교육이며 진정한 의미의 인생교육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나눔을 실천해오던 아이들이 나눔을 모르는 아이에 비해 세상을 보는 눈과 그 깊이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주위에는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취약계층과 소외된 이웃으로 확대되면서 사회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세상을 올바르게 보는 눈도 생긴다. 그리고 그 시야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까지 확장되면서 이 아이들은 세계 오지의 기아와 난민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들의 꿈의 무대는 곧 국내를 넘어선 세계가 된다.
앞서 언급했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장 지글러는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나눔을 아는 아이의 미래를 통해 세상의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종료되는 적십자 회비 모금은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려주고, 나눔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좋은 기회이다. 아직 회비 모금에 동참하지 못했다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은행에 가서 나눔의 뿌듯한 경험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 교육을 위해 잠깐의 시간도 내기 힘든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의 작지만 큰 실천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고 지역발전을 꾀할 것이다.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이 소중한 나눔의 기회를 모든 도민들이 헛되이 지나쳐 버리지 않길 고대하며, 도민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 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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