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춘욱 (㈜건지 대표이사· 중국 건지농목기계유한공사 동사장)
지난 해 연말부터 나라를 온통 들쑤시며 엄청난 국세(國稅)를 축낸 것이 축산업계에서 벌어진 발굽 달린 가축의 구제역과 가금류에서의 조류인플루엔자(AI)이다. 물론 아직까지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았기에 이 대란이 언제 끝날 것이며, 그 여파가 얼마만큼 확산될 것인가는 아직도 가늠하기 힘들다. 죽은 가축이나 질병에 감염된 가축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뿐만이 아니라 관련업계의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정말 전쟁 못지 않은 대란을 우리는 겪고 있는 셈이다.
통상 인간의 먹을거리인 음식료품은 '5% 전쟁'이라고 하는데 자그마치 중대가축(中大家畜)의 30%를 묻어버렸으니 향후 우리 축산업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인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즉, 음식료품에 관계된 농식품 원료가 5%만 많아도 50%가 많은 것 같은 체감지수를 느껴 가격이 폭락하고, 반대로 5%만 모자라도 50%가 모자라는 체감지수를 통하여 가격이 폭등, 소비자 물가지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먹을거리 분야이기 때문이다.
통상 사람의 손길에 순치(馴致)되지 않은 동물을 금수(禽獸)라고 적는다. 날짐승과 들짐승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이들을 잡아다가 기르면서 가축의 역사는 펼쳐진다. 요즘 가축의 종류가 많아지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인류가 길렀던 가축은 대개 육축(六畜)이다. 말(馬), 소(牛) 양(羊), 닭(鷄), 개(犬), 돼지(豕)가 주인공이다. 말은 길을 달리고, 소는 논밭을 갈고, 개는 밤을 지켜 도둑을 막는다. 그러나 돼지와 닭, 양을 포함한 이들 가축의 쓰임새는 사람에게 그 고기나 계란, 우유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는 말이 있다. 가축을 잡아 먹는 데서 나온 말이다. 회(膾)는 요즘 사회에서는 생선회를 일컫는 말로 자주 쓰이지만, 원래의 뜻은 잘게 썬 육류(肉類)였다. 자(炙)는 줄로 고기를 꿰서 '꼬치' 형태로 불에 굽는 것을 일컬었다는 설이 있다.
가축 중에서 소와 양, 돼지와 개, 닭을 오생(五牲)이라고 불렀다. 제사 등의 의례를 행하기 전에 잡아 신앙의 대상에게 바치는, 이른바 희생(犧牲)이었다. 희(犧)는 털 색깔이 온전한 것, 생(牲)은 몸 상태가 정상적인 가축을 일컬었다. 희생이라는 단어는 이제 자신의 이익을 쫓지 않고 대의(大義)에 몸을 바치는 행위를 지칭하는데 쓰인다.
가축의 고기는 인류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가축은 따라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잡아먹으면서도 늘 고마움을 느껴야 할 대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발굽 달린 구제(口蹄)의 동물 중 그 가운데가 나뉜 소와 돼지의 희생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닭과 오리의 희생은 참으로 끔찍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정상적으로 자라도 끝내 사람에게 단백질을 제공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 가축의 운명일진대 구제역(口蹄疫)이나 조류인플루엔자라는 몹쓸 병에 짧은 목숨이나마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비명(非命)에 숨져야 하는 그 덧없는 희생이 눈물겹기만 하다.
더 이상 이같은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되겠고, 이번 초특급의 가축질병을 통하여 축산업자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철저한 위생과 방역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철저한 사전적인 예방이 사후처방에 비하여 시간이나 비용절감은 물론 우리 모두의 행복권이 안전하게 보장된다는 것을 명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곽춘욱 (㈜건지 대표이사· 중국 건지농목기계유한공사 동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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