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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칼럼] 민심분노 다음엔 전북 차례인가?

과학벨트 입지와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백지화됐다. 이명박 대통령(MB)의 공약이 두달 간격으로 연거푸 뒤집혔다. 충청에 이어 이젠 영남민심이 들끓고 있다. 다음엔 전북민심이 들끌을 차례인가?

 

지금 전북의 가장 큰 현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문제다. 당초 국토해양부는 분산배치 방침을 내세웠다. 전북은 이를 따랐지만 경남은 통 크게 일괄배치를 내걸었다. 전북과 경남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이 사안을 MB 정부가 처리할 시간이 임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숙제가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달 김완주 지사가 김황식 국무총리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관계자 등을 만나고 온 뒤부터는 '한계'를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돌아가는 상황도 전북한테 결코 유리하지 않다. 경남도가 힘을 기울인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것도 전북한테는 악재다. 만약 신공항 입지가 경남 밀양으로 선정됐다면 LH이전 문제는 전북에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한 곳에 두개씩 몰아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LH이전도 결국 정치적 결정 아니던가.

 

또 7년간이나 대구·경북연구원장을 지낸 홍철(66) 원장이 LH이전 열쇠를 쥔 대통령 직속의 지역발전위원장에 임명된 것도 수상쩍다. 그는 "일 좀 하라고 고향에 데려왔을 텐데, 일 해준 것은 없고 빚만 지고 가는 느낌이다. 이제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꼭 챙기겠다"고 했다. 이임에 앞서 지역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한 말이다. 밥 먹는 자리일 망정 고향 편향적 속내를 드러낸 언사가 날카롭다. 그 비수가 전북에 꽂힐지도 모른다.

 

대통령 경제비서관과 건교부, KDI, 국토연구원장 등을 지낸 홍철 위원장은 지역발전 분야의 국내 대표적인 석학이다. 유종근 지사 시절 그가 국토연구원장 때 전북도와 업무협약을 맺은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다.

 

그렇긴 해도 지역발전위원장 자리를 5개월 동안이나 비워두다가 그를 앉힌 것 자체가 'LH 이전 미션'을 수행하라는 암묵적 뜻이 담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대선공약이 순식간에 뒤집히는 걸 보면 LH이전 문제 쯤은 새발의 피일 것이다.

 

정책결정에서 신뢰는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공항 무산 이유를 설명했지만, 민심은 "무산시킬 바엔 임기 초반에 했어야지, 피 튀기는 싸움을 시켜놓고 없던 일로 하면 어떡하느냐"를 따지고 있다. 결국 정책신뢰의 문제인데 민심은 MB정부와 MB의 신뢰문제를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우리나라가 예측 가능한 국가가 된다."고 한 것도 MB의 무신(無信)을 점잖게 나무란 것이다. 뒷북만 친다는 비판도 있지만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요즘같은 시류에서 그의 말은 금언(金言)이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무신불립(無信不立)'. 국민의 믿음을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이미 2500년 전에 공자가 한 말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이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도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인, 정의롭지 못한 판단을 하는 세력들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LH이전을 다루는 문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정부가 당초 내세운 원칙을 따를 때 신뢰도, 정의도 바로 설 것이다. 일괄이전이 효율적이라면 혁신도시 조성 취지가 그 기준이 돼야 한다. 홍철 위원장이 자신의 명예에 걸맞는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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