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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명 모인 K리그 전 구단 워크숍에 가보니

"이런 일로 다 모이게 되네요."

 

"그래도 이참에 뿌리 뽑고 가야죠."

 

31일 오후 한국 프로축구 K리그 16개 전 구단 선수와 임직원 1천여 명이 사상 처음으로 모인 자리는 뒤숭숭했다.

 

축구계 스승과 제자, 선후배가 오랜만에 경기장이 아닌 강원도 평창의 경치 좋은 휴양지에서 만났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했다.

 

이번 행사가 '2011 K리그 워크숍'이라는 태평스러운 행사명과 달리 축구계 전체에 충격을 던져준 승부조작 사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전날 연맹 수장인 정몽규 총재의 공식 사과에 이어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은 정종관(30) 선수의 자살사건이 발생한 직후여서 더욱 그랬다.

 

오전부터 팀별로 도착한 선수들은 오랜만에 마주친 반가운 선후배, 동료와 "괜찮으냐", "너희 팀은 걱정 없지"라는 말로 안부인사를 대신하며 애써 웃음 지었다.

 

정종관이 2008년까지 몸담았던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등장하자 다른 팀 감독들은 "괜찮으세요", "충격이 크시겠어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최 감독은 "좋은 선수였는데 안타깝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있는 팀이나 근거 없는 소문에 휩싸인 당사자들에게는 더욱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소속 선수가 4명이나 구속된 대전 시티즌의 최고참 골키퍼 최은성(40)에게는 " "마음고생이 심하겠다"며 위로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날 워크숍 도중 마련된 기자회견을 위해 대기하던 최성국(삼성)과 유병수(인천)는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소문에 시달린 '동병상련'의 감정을 나누기로 했다.

 

두 사람은 "언제 같이 술이나 한번 해야겠다", "골을 넣어도, 안 넣어도 이상하게 볼 텐데 어쩌나"하는 넋두리를 했다.

 

이런 분위기는 워크숍에서도 이어졌다.

 

첫 강연자인 스포츠토토 이동건 대리는 "승부조작에 관여하면 5년 이상 징역에 2천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며 이탈리아 프리메라리가의 유벤투스나 대만 프로야구 등의 사례를 자세히 들어가며 설명하자 강당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승부조작 심리와 대책'을 주제로 강연하며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심리를 조목조목 짚어내자 선수들의 얼굴에는 공감의 표정이 묻어났다.

 

표 교수는 돈에 이끌리거나 선후배 사이에 거절을 못 하는 풍토가 비위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직폭력배의 협박도 원인이 될 수 있고, 축구선수로서 자신의 능력이 저평가된데 분노해서 그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강연을 마지막으로 이날 워크숍 공식 일정을 마친 대다수 선수는 소감을 확인하려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자리를 피했다.

 

수원 삼성의 간판 공격수인 염기훈(28)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됐지만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는 말이 강연 중에 나왔는데 축구선수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모든 선수가 스스로 돌아보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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