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주(NH전북농협 부본부장)
대학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82% 수준이고 등록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니 남의 일이 아니다. 등록금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아 걱정이다. 임시방편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좀 더 차분하게 검토하여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처럼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가정형편이 안 되거나 실력이 안 되어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력이 안 되어 대학을 못가는 학생은 없는 것 같다. 수요도 고려하지 않고 대학을 너무 많이 설립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모집 목표까지 할당하는 대학도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학생들의 실력이 하향 평준화되어 교양영어도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다는 하소연까지 들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반값 등록금을 추진한다면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대학 진학률이 100%에 육박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대학에 진학할 소양과 실력을 갖춘 사람만 대학에 가면 될 것인데, 대다수가 대학에 가다보니 정부 예산의 낭비는 물론 불필요한 가계비 부담까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졸 일자리가 15만개 정도라는데 대학 졸업자가 매년 60여만명이나 된다 하니 시간적·물질적 자원 낭비가 너무나 크다. 취업을 위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인원도 매년 10~20%씩 늘어나 2010년에만 6,308명이라고 하니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4년제 대학에 안가고도 취업 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하며,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차별도 최소화 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처럼 대학에 안가고도 취업해서 동등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 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금격차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이 최소화 되도록 정부와 공기업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업의 수요에 충족하기 위해 인문계나 전문계고교가 협약을 통해 맞춤식 교육을 실시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 소규모로 채용을 하고 있지만, 정부와 공기업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졸자 채용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학의 회생방안을 찾아야 한다. 부실기업들은 폐업하거나 파산하고, 기업회생 절차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실시하고 있다. 반면에 부실대학들은 퇴출되지 않고 있다. 법률을 제정해서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경영개선을 촉진시키기 위해 수능시험을 보완해서 대학입학 자격시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일 것이다. 애벌레가 매미가 되려면 껍질을 훌훌 벗어버려야 금빛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듯이, 부실대학들도 껍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회생방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일시에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일 수는 없을 것이므로 가정형편에 따라 등록금을 다르게 내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 국립대학을 활성화시켜 과거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대안을 찾으면 지난 날 보다 부담이 더 커진 등록금 문제의 해결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은 사람을 성공으로 인도하는 신앙'이라 했으니 등록금 문제에서 해방되어 활짝 웃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곧 보게 되리라는 희망을 꿈꾸어 본다.
/ 박충주 (NH전북농협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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