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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김장훈法과 건강

이승용 (한국경제TV 경영지원국장)

 

 

최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기업자산이 아닌 개인 사재인데다 통 큰 규모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기업인들의 기부가 종종 있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인 자산이 아닌 기업재산으로 생색내왔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이번 기부는 매우 이례적이다.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대통령후보로 까지 거론될 정도로 주목받는 이유는 자신이 일군 재산을 종업원과 함께 나누는 일종의 사내 기부행위를 해온게 출발점이랄 수 있다.

 

기부문화와 관련해 언론에 많이 조명되는 건 역시 연예인이 최고다.

 

대표적으로 김장훈 문근영 김제동 장나라 등이 자신의 재주만큼 훌륭한 일을 많이 해왔다. 가수 김장훈씨는 월세방에 살면서도 지금까지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희사함으로써 기부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명예기부자법을 발의하면서 이 법을 '김장훈법'으로 명명하자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 얼마나 명예로운 일인가. 김장훈씨는 밥 안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또 스포츠스타 박찬호를 비롯해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골퍼 박세리와 신지애 등도 자신이 번 돈에서 상당 부분을 헌액했다. 이들은 국민의 인기를 등에 업고 고액의 출연료를 받아 수십 억원을 카지노에 탕진한 일부 몰지각한 인사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어떤 수준일까?

 

강철희 연세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종교단체를 포함한 개인 기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54%에 그친다. 소득 대비 기부금 비율인 기부 노력도를 보면 소득수준 20%대의 기부 노력지수는 0.79인데 반해 소득 90%대의 경우 0.47에 불과하다. 소득수준이 전체 100% 가운데 20%에 그치는 하위권의 기부율이 상위 90%에 해당하는 부유층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다. 물론 소득수준 차이를 감안해야 하지만 자기가 버는 돈보다 기부하는 규모가 그만큼 적다는 점에서 부유층의 분발이 촉구되는 대목이다.

 

해외를 보자. 강교수는 미국사회에서 기부규모가 GDP대비 1.67%로 우리나라에 비해 세 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기부가 활성화됐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 부호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기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와 함께 세계적 투자자 워렌 버핏, CNN 창업자 테드 터너 등 억만장자 40여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즉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사례다.

 

이와는 반대로 기부행위 자체가 의심받기도 한다. 절세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 실제 기부금은 손비 인정돼 세금을 줄이는 게 사실이다. 또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기부는 권장되어야 하고 기부자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왜냐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대가 없이 남에게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기부는 빈부격차로 발생하는 사회양극화 현상을 완화해주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기부와 나눔 문화를 통해 이웃과 가깝게 지내는 지역주민일수록 건강하더라는 연구결과도 보고돼있다. 좋은 일 하면서 건강에 보탬이 된다면 적극 나서보는게 어떨까?

 

/ 이승용 (한국경제TV 경영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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