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수 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모래위에 세워진 누각이 얼마나 오래 갈수 있을까? 당연히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구조물은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1년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의 시대를 열어젖힌 무역대국 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의 현실'을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가 바로 사상누각(沙上樓閣) 일 것이다.
최근 애플사의 아이폰이 세련된 곡선 디자인을 앞세워 전세계 시장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때, 우리나라 유수의 기업들도 스마트폰을 발표하였으나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여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핸드폰 제조기업들이, 금형사업을 자원 투입대비 성과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 열처리 등과 같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산업으로, 겉으로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종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결정하는 기초적인 산업이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의 경우 차량 1대를 생산할 때 6대 뿌리산업 관련 비중이 부품수 기준 약 90%(2만 2500개) 무게 기준 약 86%(1.36t)를 차지할 정도로, 오늘날 우리나라 자동차, 조선, IT산업의 성공은 주조, 금형, 단조 등 뿌리 산업군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뿌리산업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낮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젊은 층이 취업을 기피한지 오래이다. 이는 국내 뿌리산업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추세로 전체 제조업 평균과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6년 6.3%의 성장률로 전체 제조업의 성장세(18.4%)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다 급기야 2009년에는 -5.5%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뒷걸음질치기까지 했다.
정부에서는 뿌리산업의 저평가 현실을 개선하고 첨단화를 통해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올해를 '뿌리산업의 ACE산업화'(공정이 자동화 되고(Automatic), 청정하고(Clean), 쉽게(Easy)개선된 산업)의 원년으로 삼고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뿌리산업법)을 1월 2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뿌리산업법은 정부가 3년마다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토록하는 한편 뿌리산업발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추진실적을 점검토록 했다. 아울러 전문 인력 양성기관을 정해 자금을 지원할수 있도록 하는 한편 15년 이상 장기근속자 및 7년 이상 종사한 우수 숙련 기술자를 선정해 우대하도록 했다.
이에 발 맞추어 중소기업청에서도 '중소기업 건강진단'을 통해 뿌리산업의 R&D 자금 300억원을 지원하고 뿌리기업에 국한하여 생산현장 디지털 지원사업을 선정하는 등 다양한 뿌리산업 지원시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도내 뿌리산업관련 기업인들도 뿌리산업법의 시행에 발맞추어 지속적인 기술개발투자와 연구개발로 뿌리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철옹산성'(鐵甕山城)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타 지역을 선도할 수 있는 뿌리산업의 요람으로 거듭 남으로써 지역 경제성장이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안병수 청장은 전북지방중소기업청 지원총괄과장, 광주 전남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성장지원과장을 역임했다.
※중기청 인사로 이번달부터 경제칼럼은 유지필 전 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대신 신임 안병수 전북중기청장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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