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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고창'의 재발견

▲ 김 준 규

경제 평론가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각 지방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의 소중함이 새롭게 인식 되고 있다.

 

매사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우리의 전통적인 덕목, 멋을 잃어버리고 척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세태에 대한 반성인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전북 고창군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고창 고인돌은 2000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써 더 잘 알려졌고, 오염되지 않은 고즈넉한 해변들과 선운산 도립공원, 고창읍성, 청보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학원농장 등등---. 최근 미국CNN이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 50 곳으로 선정한 성내면의 동림 저수지의 가창 오리떼 군무는 보는 이에게 짜릿한 추억을 남겨 줄 것이다.

 

고창엔 장소적 명소 뿐 아니라 우리 내면에 공명을 울려 줄 수 있는 전통소리의 고장 이라는 자부심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동리 신재효(申在孝,1812~1884)선생은 조선 후기 격동기의 변화 속에서 고창 현을 중심으로 판소리를 집대성하고 수호한 인물이다.

 

선생의 공을 기념하여 고창읍성 입구에'동리 판소리 국악당'을 짓고 고택의 사랑채를 복원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선대 때부터 고창현의 향리로 일해 온 덕에 40대 전후에 곡식 1천석을 추수한 막강한 재력을 동원, 판소리 창을 배우고자 하는 배고픈 사람들을 모아 집단적인 전문교육을 시켰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 판소리 사설을 정리, 개작하여 이론적 체계화를 완성한 것이다. 예향 전북이 전주 대사습놀이를 통해 우리 노래 가락의 맥을 이어나갈 뿐 아니라 전주 한옥마을의 중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자랑스런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고창 사람들의 고향 사랑정신은 정평이 나있는데 고창군립미술관에 소장된 수준 높은 전시품을 통해 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고창출신 진기풍 선생이 기증한 13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무초 회향 미술관'의 컬렉션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 정신의 품격에 녹녹히 젖어 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추사 김정희 . 강암 송성용 . 소치 허련. 남농 허건. 해강 김규진. 서양화가 진환 등의 작품과 도자기류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술사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작품을 고향에 기증하고 또 미술관을 잘 짓고 유능한 해설가를 붙여 내실 있게 운영하는 고창군의 저력을 느끼게 해준다. 입구에 전시된 강암 선생의 '풍죽도'와 해강 김규진의 '묵죽'을 보며 ' 대나무는 속을 비워 악기를 만들고 오동나무는 속을 채워 악기를 만든다'는 선인의 가르침을 생각 해 본다. 2012년은 마침 전북 방문의 해이고, 지난해 750만 명이 고창을 찾았다고 하는데 오뉴월 숨 가쁘게 학원농장 청보리 밭에 들려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방문객들을 오랜시간 붙잡아둘 프로그램들이 준비 되었으면 좋겠다. 동리 국악당에서 주말에 국악공연을 볼 수 있고 늦은 시간까지 미술관을 운영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 하리란 생각이 든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성공에 이어 구 전북 도청 자리에 '한 스타일 진흥원'을 짓고 있는데전통 문화가 잘 보존된 시군과 머리를 맞대고 전북 도민모두가 참여하는 예술 진흥공간 으로 활용하여 세계적인 예향 전북으로 발돋음 하는 계기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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