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전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2010년 4월 27일 새만금 방조제가 준공되었다. 지역주민들은 우리지역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가 건설되고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토지와 호수가 만들어졌다는데 크게 고무됐다. 때맞춰 정부도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aster Plan)"을 발표하고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방조제가 완공되기까지의 수많은 논란과 갈등이 봉합되고 새롭게 희망의 터전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로 부풀었다.
이제 방조가 완공된 지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새만금의 진행상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새만금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8개 주요 용지별로 시행부처가 나누어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시행하고 있는 농업용지 구간 방수제 공사와 방조제 명소화사업, 새만금경자청이 시행하는 산업단지 공사 외엔 별다른 진행사항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따라서, 간척사업을 통해 조성된 토지를 개발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른 용지들도 조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국무총리실은 방조제 완공 1주년을 맞아 삼성그룹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삼성은 새만금 신재생에너지용지 1,150ha를 개발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조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삼성의 전용산단으론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된다. 전북도는 삼성의 투자로 새만금 조기개발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며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삼성이 투자키로 한 2021년 이전까지 현재는 호수상태인 곳에 제방을 쌓고 부지를 만드는 기반조성을 누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계획을 수립하고 제방을 축조하여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최소 8~10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바로 착수해도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만약 이런 기반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삼성의 투자도 불확실하게 될 것이다. 일반기업의 입장에서 부지나 기반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곳에 사업을 착수하기 위해 각종 인허가 절차나 엄청난 초기 투자자금을 고려할 때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용지를 조기에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이 구간은 수심이 깊어 홍수가 발생했을 때 빠른 유속에 의해 물길이 만들어져 지반의 유실이 크고 지형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유실된 만큼 추가로 매립해야하고 반면 토사가 쌓인 구간은 추가로 굴착하는 상황이 발생해 사업비가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간 개발되지 않아 수면상태로 있고 삼성의 투자도 지지부진 할 경우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지역여론도 악화돼 앞으로 새만금지구 개발 시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국책사업이자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전략사업이다. 정부에서는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이 계획대로 시행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그동안 발표한 정책이나 협약이 미진하다면 조속히 보완해서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신재생에너지용지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 기반조성사업에 착수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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