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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사는 기쁨과 행복

최송림 상아유치원장

 

전라북도 전주로 이사와서 산 지가 30년이 넘었다. 필자는 주로 삼천동에서 살았다. 처음 삼천동에 이사왔을 때에는 집 앞 개천에 개구리는 물론 미꾸라지도 살았고 새우도 살았다. 마을 위에 있는 방죽에는 붕어가 많았는데,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그것들이 넘쳐 개천에서도 볼 수 있었다. 사방이 미나리 밭이었고, 복숭아밭과 배밭이 있어서 경치가 정말 좋았다. 밤에는 맹꽁이 우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지금은 점점 개발되어 복숭아꽃도 배꽃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백 미터만 걸어가면 산기슭이고 아늑한 좁은 길이 나타나고 곧 산이다. 멀리서 보면 그냥 산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나무들과 풀들, 그리고 나비와 벌들, 조금만 들어가면 길을 잃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숲이 우거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전주에 사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 적은 한 두번이 아닌데, 그 가운데 가장 고맙고 기쁜 일은 친절한 분들을 만난 것이다. 필자가 병원에서 아기를 날 때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었던 간호사와 의사를 만난 것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환자의 진료 기록을 꼼꼼히 읽고, 주의사항을 열심히 설명해주는 의사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그 때, 가끔은 고마운 생각에 병원 건물에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의사며 간호사며 병원이름을 밝힐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우리집 아이들이 다녔던 중고등학교는 또 어떤가. 졸업 후까지도 걱정해주고 상담해준 교사가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고 양재천이 어떠하고 큰 빌딩에 좋은 시설이 있다고 하지만 전북인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청계천은 전북의 도처에 있는 자연 천에 비교할 수 없다. 강남의 양재천도 삼천천에 비교할 수 없다. 삼천교에서 원당교까지 저녁 무렵 경치는 모악산과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4월, 5월에 우전교에서 중인리를 거쳐 금산사로 가는 길을 달리면 참으로 행복하다. 삼천동에서 30분이면 금산사다. 내장산도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겨울 내장산은 정말 훌륭하다. 순창 강천사도 산책하기 좋고 고창 해변의 갯뻘도 즐겁다. 소양에서 순두부를 먹고 위봉폭포 주변을 산책하면 그 조용함과 아늑함에 이것이 행복한 생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주에서는 대개 한 시간만 가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산과 들이 펼쳐져 있다. 또 그 안에서 정겨운 이웃들이 서로 정을 나눈다. 이러한 풍경을 보면 이 고장이 참으로 행복한 도시며, 기쁨을 주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신기한 일은 이러한 자연에서 자란 필자의 딸은 이런 풍경과 비슷한 곳에서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지금의 유치원 자리가 어렸을 때 잠시 성장 했던 곳과 매우 비슷함에 놀란 적이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들어서고 그 주변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미나리꽝이 줄어들고 복숭아밭, 배밭이 거의 사라지고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큰 도로도 나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올챙이도 적어지고 맹꽁이 울음소리도 줄었다. 전주가 팽창하면 지금의 행복과 기쁨이 지속될 수 있을까. 지금의 인심이 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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