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고향, 그리고 향수(鄕愁) 이야기

성흥수 재경진안군민회장

 

인류의 고향이 에덴동산이라면 우리의 고향은 진안고원이다. 에덴동산 최초의 그 고향사람들이 창조주의 선악과에 관한 지엄한 법을 어기고 미물의 미혹에 빠지니 사람들의 원죄로 인한 삶과 죽음의 고통은 이 때로부터였다. 죽음의 고통은 또 그러려니와 삶의 고통 또한 교만과 게으름으로 시작된 원죄인들의 인성(人性)의 흔적으로 인간의 가슴 속에 상처로 기록되어 마치도 탕자(蕩子)처럼 나태스럽고 무책임하게 떠나고 돌아옴의 반복을 거듭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고향과 사람이라는 긍정적 명사의 복합적 품사가 향수(鄕愁)라는 것을 필자가 깨닫게 된 것은 필자가 어릴 적 닫혀있는 성곽의 문을 열고 고향을 탈출하듯 떠난, 머릿속 한 켠에 미로처럼 남겨놓은 그 조그마한 기억을, 아득한 먼 옛날 어느 험하고 미개한 산성 같은 언저리에서 떨어져 나온 원시의 기억이 설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였다. 이렇게 나의 기억 속에서 찾아낸 설움의 기억이 그 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유학을 떠났던 친구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면서 부터였다는 것도 그 즈음 알았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의 한 중간에 나의 마음속 자아(自我)의 정체성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새로운 본성이 초토(焦土)의 어둠속에 활화산으로 점철되어 깨어난 것이 아니었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이 된다. 그것은 역사의 변천이었고 원시의 탈출이었고 사고(思考)의 변화였던 것 같다.

 

어느 고전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우주는 의연히 백대(百代)에 한결 같거늘 사람의 일은 어찌하여 고금이 다르뇨? 지금 세상 사람을 살펴보니 애달프고 불쌍하고 탄식하고 통곡 할 만 하도다. … 전인의 말씀이나 역사를 보면 옛적사람은 양심이 있어 천리(天理)를 순종하는데 지금 세상은 인문(人文)이 결딴나서 도덕이 없어지고 의리도 없어지고 염치도 없어지고 절개도 없어지고… 그름과 옳음을 분별치 못하여 도칙이 같은 도적놈이 청천백일에 사마(士馬)를 달려 횡행하되 이상히 여기는 자가 없고, … 착한사람과 악한사람이 거꾸로 되고, … 이 같이 천리에 어기어지고 어둡고 더럽고 어리석고 악독하여 금수(禽獸)만도 못한 이 세상을 장차 어찌하면 좋을꼬?'

 

정말 그랬다.

 

이 나라 방방곡곡 어디나 그랬듯이 내 고향 거기도 그랬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아첨배들은 거기도 있어서 그들은 열심히 두 손을 비비고 있었다. 골육상쟁하는 형제들도, 불효하는 무리들도 예외 없이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도, 창아리 빠진 무장공자(無腸公子)도, 권세를 찾아서 대대로 유리방황하는 가문도 거기 있었다. 그것은 역사가 말하는, 인간이 서식하는 어디에나 그렇게 있었다. 필자는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이것들을 찾아서 남겨질 역사를 위하여 가 볼 생각이다.

 

※ 성 회장은 진안 안천 출신으로 서울 강동상공회 부회장, 국제라이온스 354-D지구 지도위원, 서울동부지검 형사조정위원, 신동아고속관광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